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T94(7월 2일)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프리 김앤리 2009. 7. 3. 07:10

스코틀랜드로 들어왔습니다.

영국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까지 다 합해 대영제국이라고 스스로 칭하지만

여기 사람들은 굳이 자기네 나라를 영국에 포함시키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여행자들 또한 UK라고 하지 않고 각자의 나라를 따로이 부르는 걸 더 좋아합니다.

더블린 공항에서 밤을 꼴딱 새고 첫 새벽 비행기를 타고 스코틀랜드의 에딘버러 공항으로 들어왔습니다.


에딘버러. 

아주 오래 전에 막내동생이 우리 집안에서 처음 유럽이라는 곳을 여행하면서 보낸 편지에서

‘에딘버러에 갔다 왔다’ 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한국이라는 나라에 꽁꽁 쳐박혀 있던 넷째누나였던 나는

남동생이 가있는  영국이라는 나라도 아주 머나먼 곳이었는데,

거기다 지가 말하길 에딘버러라는 더 먼 북쪽 도시에 갔다왔다는 글귀를 보면서 얼마나 까마득하게 느껴지던지...

그리고 여행을 갔다온 동생의 사진에서 에딘버러를 보면서 그 낯설음에 얼마나 깜짝 놀랐던지...

그 이후로 ‘까마득함’ ‘아주 먼 곳’ 하면 꼭 떠올려지던 곳이 바로 여기 스코틀랜드의 에딘버러였습니다.

 

 에딘버러의 중심, 프린세스 거리를 들어서면 저 멀리 높은 암벽위에 솟아있는 에딘버러 성이 눈에 뜨입니다.

암벽을 둘러 싼 푸른 이끼와 나무들, 거대한 성벽에 몇 백년의 세월이 묻어 시커멓게 변해 있어

그 중후함으로 도시 전체를 압도 하고 있습니다.

2006년도의 여행에서도 처음 이 도시에서의 느낌은 ‘압도’ 당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세월의 무게로, 그 권위로 우리를 여전히 꽉 잡아 휘두르는 듯한 느낌이지만,

위엄있는 매력으로 우리를 다시 이 도시로 이끕니다.

그리고 스코틀랜드가 잉글랜드의 침입에 얼마나 강하게 저항하고자 했고 저항했는지도 느껴집니다.

 

물론 에딘버러성에만 세월이, 그 장엄함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프린세스 거리에서 구분지어진 구시가지는 아주 오랜 세월동안 그대로 남아있는 몇백년 된 건물들이

버티면서 도시 전체의 분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에딘버러 성의 입구입니다.

로얄 마일을 한참 걸어 올라가야 합니다.


 

일인당 무려 13파운드 (28.000원 정도)를 입장료로 내고 들어선 에딘버러 성의 일부분.

에딘버러 성은 사방으로 탁 트여 도심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습니다.


건물의 중간 중간에 세월이 묻어있는 검게 변한 돌을 볼수 있습니다.

성안에서만 거의 몇 시간이나 있었습니다.

 

스코틀랜드의 자유와 저항의 상징, 월레스의 동상.

에딘버러 성의 입구에 있습니다.

스코틀랜드의 독립, 영국으로 부터의 자유를 상징하는 월리스의 동상이 에딘버러 성 입구에 있다는

바로 이 나라 사람들의 영국에 대한 의사 표현인 듯 합니다.

월리스는 ‘브레이브 하트’라는 영화에서

죽음의 그 순간까지 “Freedom!!!"이라고 외치던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영화에서는 멜깁슨이 월레스의 역할을 맡았습니다.

여기 기념품 가게에는 영화에서의 그 모습 그대로, 멜깁슨을 본 따 만든 인형이 인기입니다 

 

에딘버러 성을 나오면 바로 Royal Mile거리입니다.

거대한 건물들 사이로 여행자들이 넘쳐납니다.

 

한해에 무려 1,200만명의 관광객들이 에딘버러를 찾는다고 합니다.

시 재정의 80%가 관광수입이라네요.

에딘버러 성의 입장료가 그렇게나 비싼데,

줄을 지어 사람들이 성안으로 밀려들어오는 것을 보며

이 성 하나만 하더라도... 에딘버러 시에 돈이 넝쿨째 굴러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성에 입장료도 내야하고, 며칠씩 숙박비도 내야 할 거고, 밥도 사먹어야 할 거고, 교통수단도 써야 할 거고,

기념품도 살거고....

 

에딘버러가 이처럼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도시가 되는 것은

단순히 아주 오랜 세월의, 잘 지어놓은 성 때문만은 아닐겁니다.

다른 많은 다른 요소들이 여행자들을 에딘버러로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지금은 7월이라 아직 에딘버러 축제가 시작되지 않아 로얄마일 거리가 사진에서 처럼 한참 조용합니다.

본격적인 에딘버러 축제(프린지 축제)가 시작되는 8월이 되면

전 세계에서 모여든 연극, 춤 등 공연 팀들이 거리를 가득 메웁니다.

그리고 구시가지에 있는 곳곳의 공연장이 뮤지컬부터 연극, 클래식, 춤 등 셀 수도 없는 많은 공연들이 펼쳐집니다.

물론 그 유명한 에딘버러 성안에서의 Millitary Tatoo( 백파이프과 타악기로 이루어진 군악대 공연)도 있습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우리나라의 ‘난타’ 공연도 에딘버러 프린지 축제에서 처음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었습니다.

그리고 ‘점프’ 공연도 마찬가지. 

에딘버러 축제 기간이 되면, 전 세계에서 여행자들이 몰려들어 그 많은 숙소에 방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됩니다.

 2006년에는 8월에 여기를 와서 방 구하려고 여기저기 뛰어다녔던 기억이 있습니다.

 

많은 철학자, 문학가, 음악가들도 스코틀랜드의 자랑입니다.

철학자 흄, 한해의 마지막날 반드시 울려퍼지는 올드랭사인의 작곡가도 스코틀랜드 출신입니다.

명탐정 셜록홈즈도, 21세기 최고의 책 해리포터도 이곳 스코틀랜드에서 만들어졌습니다 .

이 또한 사람들을 에딘버러로 불러들이는 매력 중의 하나입니다.

철학자 흄의 무덤이 보입니다.

 

그리고 ‘비운의 홀리루드 궁전’도 있습니다.

스코틀랜드의 여왕 ‘메리’가 자신이 남편이 살해되는 장면을 지켜보아야 했던 역사적인 장소를

품고 있는 것도 에딘버러입니다

 

(해인아, 상벽아!!! 우리는 개인적으로도 ‘비운의 홀리루드 궁전’ 이다, 그치?

 사진기 부숴놓고 입 부루퉁하게 내놓은 채 서있는 니네 둘 모습이 떠올라서 한참 웃었다.

 고마워, 내게 그런 추억을 가지게 해줘서...

 덕분에 뉴캐슬이라는 영국 도시도 구경했고, 영국제 카메라도 한 대 가지게 되고...

 아무말 하지 못하고 카페라떼 한잔 사와서 갖다 바치던 니네 모습도 선명하게 떠오르더라. zz

 이래나 저래나 ‘비운의 홀리루드 궁전’이다.)

 

또 있습니다.

에딘버러 시내 어디에서나 울려퍼지는 아름다운 선율의 백파이프 소리.

(이건 에딘버러 성안에 있는 모형 모델과 함께 한 사진임다.

 직접 불고 있는 사람에게는 이렇게 가까이 갈 수 없어서리...)

로얄마일에서도, 프린세스 거리에서도, 기차역 앞에서도... 공원에서도...

다른 어느 도시에서는 들을수 없는 선율, 그리고 어디에서도 볼수 없는 독특한 의상 (타탄), 스코틀랜드만의 자랑입니다.

여행자들을 홀딱 반하게 만드는 소리, 모습이지요.

 

아직 본격적인 축제가 시작되지 않았지만, 에딘버러 성당에는 일주일에 서너차례 공연이 있습니다.

파이프오르간 연주, 세계 유명오케스트라의 클래식 연주...

마침 우리가 간 날은 미국의 한 합창단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낮 미사 시간이 끝나고 관광객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합창공연이었습니다.

며칠 더 있었으면 오케스트라 연주도 볼 수 있었을텐데...

 

그리고 역시, 스코틀랜드 하면 거친 자연환경입니다.

하이랜드라고 해서 스코틀랜드의 북쪽 산악지형도 따로 있지만

여기 에딘버러도 역시 도심 한가운데 우뚝 솟은 산이 있습니다.

이름하여 ‘아더왕의 의자’

도심 한가운데 넓게 펼쳐진 산, 또한 여행자들이 사랑하는 장소입니다.

그 꼭대기까지 올랐습니다.

  

 

 

 

어디 멀리까지 차를 타고 나가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에딘버러 도시 어디에서도 볼수 있는 도심 한가운데 있는 푸른 초원.

참 부러운 도시입니다.

 

한해에 1,200만명이라는 엄청난 숫자의 여행자들이 에딘버러에 모여들게 하는 건

물론 오래된 역사와 아름다운 자연, 그리고 수준높은 문화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여기 와서 세 번씩이나 방문한 ‘Visitor Center’에서 에딘버러의 저력을 또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10개 이상의 창구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점심시간도 없이, 창구를 비우지 않고 돌아가며 일을 하고 있었음.

외국은 점심시간 혹은 Working Time 같은 건 철저하게 지키거든요. 소비자의 요구와는 상관없이... )

그 많은 관광객의 자질구레한 질문마다 친절하게 답을 하고 안내하도록 만들어놓은 관광정책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여행자들은 돈 한푼 내지 않고 자신이 알고자 하는 이 도시의 모든 정보들을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Visitor Center’를 나서는 여행자들은 모두 만족한 얼굴들이었습니다.

물론 우리도 마찬가지.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숙소에서 각종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누구든 얼마든지 가져가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그 많은 브로셔(안내책자)들.

한마디로 여행하기에 참 좋은 곳이 바로 에딘버러였습니다.

 

참, 굉장히 인상적인 것이 있었습니다.

에딘버러를 돌아다니면서 피곤하면 앉곤 하던 도심 곳곳에 있는 의자들 이야깁니다.

사진에서 처럼 저렇게 그냥 공원같은 데 보이는 의자들이 다 하나씩 사연을 가지고 있더라는 겁니다.

 

“우리 부모님 토마스와 캐서린을 위해, 그들과의 아름다운 추억을 위해 이 의자를 기증합니다.

 그의 아들, 딸 ○○○,○○○....”

 

혹은 “1962년 4월 20일 먼저 떠난 나의 아내 힐다 카트리를 위해 남편 랄 카트리가...”

...

어떤 의자는 친구의 죽음을 추모하며,

어떤 의자는 이 공원에서 자주 공연을 하던 Dance Club 단원들이 자기들의 한 멤버를 추모하며...

우리가 있는 숙소근처의 해변의 한 의자에는

거기 앉아서 함께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던 남편을 위하여....

의자를 기증한다는 겁니다. 

세상을 떠난 사람들과의 추억도 간직하고, 그 사람을 추모하기도 하고...

또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는 휴식의 공간을 마련해주기도 하고...

필요한 사람들이 시에다 일정정도 기부를 하면(의자를 산다고 표현합디다) 팻말을 만들어

이렇게 의자에 붙여준다네요.

의자를 기부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일을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자신들도 가끔씩 그 자리에 앉아, 먼저 떠난 사람들과 소중한 추억을 되새길 수 있어서 아주 만족스러워 한답니다. 

산다는 것이 추억을 함께 가진다는 것이라면...

참 아름다운 생각이지요.


우리도 생각했었습니다.

‘그렇게 낚시를 좋아하셨던 우리 아버님을 위해

 그날 마지막으로 낚시하셨던 칠암 방파제 위에 아버님을 위한 의자를 사드리고 싶다.

 그러면 가끔씩 오셔서 편안히 앉으셔서 그 바다를 보실수 있게...’

‘해운대 달맞이 고개 언덕 아래 산책길, 바다가 확 트이고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는 곳에

 우리 마리아가 앉아 쉬어갈 수 있는 의자를 사주고 싶다.

 그러면 우리도 가끔씩 거기 앉아 같이 산책하던 그 때를 아름답게 떠올리게...’

... ...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각자의 추억을 위해 의자를 하나씩 기부하면,

걷다가 피곤한 사람들도 함께 쉴 수 있어서 정말 좋을텐데...


어디다 이야기 해야 하나?

부산 시청에 해야 할까?

...

 

<오늘의 Tip>

에딘버러의 숙소 글로버트로트 인(Globertrotter inns)입니다.

구시가지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게 흠입니다만, 정말 Best of Best입니다.

 

해변에서 바라본 모습. 거의 고성이 하나 우뚝 세워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까?

주변엔 아무것도 없고, 이 숙소만 있습니다.

조용하고, 깨끗하고, 경치좋고, 값싸고

( 구시가지의 다른 숙소는 거의 15-20파운드 였습니다. 그것도 Hostel만. 호텔은 그 보다 훨씬 더 비싸고.

 그런데 여기는 6파운드- 13.000원입니다. 아침까지 포함해서. 영국에서는 환상적인 가격입니다.

 에딘버러 성이 있는 구시가지 까지 가려면 숙소에 있는 셔틀버스를 타면 됩니다. 왕복 버스비 2.5파운드.)

친절하고, 모든 것이 다 구비되어 있는.

2006년도에도 여기 묵었었는데, 이번에도 고민하지 않고 이곳을 선택했습니다.

에딘버러 가는 사람들 강추!!!

www.hostelworld.com에서 예약합면 됩니다.

 

8인용 도미토리. 그런데 우리 두명, 프랑스여자 앤지, 벨기에 남자 야리. 이렇게 4명이서

사흘동안 같이 있었습니다. 침대마다 커텐이 되어있어서 아주 편리.

그리고 침대가 나무로 만들어져 있어서 정말 상쾌.

 

숙소 뒤뜰로 내려서면 바로 바닷가.

이곳에도 ‘추억의 의자’가 보입니다.

 

에딘버러의 석양을 배경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