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T125(8월 2일) 프랑스 샤모니, 아비뇽에서

프리 김앤리 2009. 8. 5. 07:04

언니와 형부를 만나 하루종일 떠들면서 다니다보니...

우리 여행일기를 정리할 시간을 못가지고 있다.

사색하고 정리하는 여행

시끄럽고 즐겁게 떠들면서 하는 여행

 

"이것 또한 여행이니라"라는 생각...

빨리 빨리 못하면...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속도대로...

우리 몸은 프랑스를 벌써 떠나 이탈리아에 있는데...

아직 블로그 일기는 프랑스...

 

유럽 자동차 여행이 드디어 시작된다.

  

제네바 하면 그저 스위스인줄만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제네바는 스위스와 프랑스와 접경지역이라

제네바 공항이라는 게 스위스 구역과 프랑스 구역이 있다.

 

르노 자동차 회사는 프랑스꺼라... 차를 픽업하려면 프랑스쪽으로 넘어가야 한다.

스위스령  제네바공항으로 들어와 몇번 문을 통과하니 프랑스령 제네바 공항이란다.

 

픽업센터 직원을 만나 막 차를 인수했다.

앞으로 우리와 40여일을 함께 할 르노 Scenic.

 

프랑스어가 많이 섞인 영어로 차에 대해 이것 저것 설명을 듣고 덜컥 차를 받았다.

차의 기능설명이 모두 프랑스어로 되어있어 궁금하고 부족한 부족한 부분을 프랑스 매뉴얼로 봐야한다.

어렵다.

마침 토요일이라 우리한테 차를  잽싸게 넘겨준 픽업 직원은 떠나버리고...

여기가 정확하게 어디인지도 제대로  모른 채 우리 4명과 차 만 남았다. 

한국에서 빌려온 유럽 네비게이션은 우리 곁에 있긴 하지만...

글쎄.. 이 녀석이  눈 멀고 귀먼 우리를 잘 인도를 할지...

 

후!!

여기가 어디지?

어떻게 해서 이 지역을 빠져나가야 하고...

어떻게 해야  몽블랑이 있는 샤모니로 갈 수 있는지...

기름은 어떻게 넣는 것인지...

차 계기판에 나오는 이 많은 것들은 또 무엇인지...

 

용감무쌍하게 차는 리스했지만...

사실 참 난감하다.

 

하여튼 출발해보자...

 

차량 인수 지점을 빠져 나오는 것부터 실수의 연발이었다.

다시 스위스로 넘어갔다가 프랑스로 들어왔다가 또다시 스위스로 넘어갔다가...

스위스는 운전을 하려면 년간 통행카드를 사야하고 프랑스는 사지 않아도 되니

프랑스와 스위스를 끼고 있는 제네바시내에서, 가능하면 프랑스도로를 통해

운전을 해야하는데 쉽지가 않다.

한국에서 귀신같이 운전하던 형부도 우왕좌왕이다.

네비 녀석은 Turn Right, left... 그저 영어로 씨부리기만 하니...

 

기름을 넣으려고 이쪽 저쪽을 헤매기도 하고...

 

얼마를 헤맸을까?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드디어 유럽의 알프스에서 가장 높다는 몽블랑 앞에 섰다.

샤모니 마을...

 

스위스의 알프스와는 또 다른 모습...

푸른 잔디와 눈덮힌 산과는 다르게 나무도 울창하다.

스위스 산악마을의 조용함과는 다르게 화려하기도 하고 들떠있는 것 같은 프랑스 알프스 마을, 샤모니...

예쁘다. 날씨도 끝내준다.

 

스위스에서는 눈 덮힌 산과 마을이 제법 떨어져 있었는데 여기는 아주 가깝다.

그래서 언젠가는 저 산을 덮고 있는 빙하가 마을 전체를 덮어 큰 사고가 난 적도 있단다.

그러나 이렇듯 가까이 산이 있어 여행자들은 그 아름다움에 취해 모두들 들떠있다.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산을 정복하려고 했을까?

산을 바라보고 있는 샤모니 마을의 동상.

 

뭘 먹을까?

오랜만에 식당이라는 곳엘 앉았다.

슈퍼에서 사온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식사가 아니라...

 

드디어 퐁뒤를 먹었다.

원래 퐁뒤는 스위스 음식인데...

스위스에서는 기회를 못잡고 여기 프랑스의 알프스에 와서 제법 근사한 식탁에 앉았다.

치즈 퐁뒤와 홍합탕.

 

친정 아버지가 같이 점심 한번 근사하게 먹으라고 돈을 보내주셨단다.

덕분에 이 아름다운 곳에서 멋진 식사까지...

팔순이 넘으신 아버지 한테 아직도 밥을 얻어먹는 딸과 사위들.

우리가 복이 많은 건지...

아직도 자식들에게 밥을 사줄수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복이 많으신건지...

아마 두 경우 다겠지?

 

"감사합니다. 아버지, 어머니!!"

 

숙소에서 바라본 몽블랑...

아!!! 난 왜이리 표현력이 짧은지..

이 아름다움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할말을 잃었다.

.....

 

손바닥 만한 디카 사진으로도 이제 제법 사진도 잘 찍는다.

경치가 좋아서 그런건가?

 

샤모니 마을에 어둠이 찾아왔다.

태양은 빛을 잃어 산악마을은 점점 어두워지지만

저 높은 곳의 산은 오히려 하얗게 빛이 난다.

 

샤모니의 인포메이션 센터 앞.

숙소에서는 인터넷이 안되고 인포메이션 주변에서는 Free Wifi 인터넷을 쓸 수 있다.

낮에는 사무실 안에서도 인터넷을 쓸수 있는데 저녁이라 문을 닫아버려 문 밖에서 인터넷을 연결한다.

 

저녁이라 걱정을 하고 나왔는데

노트북을 들고 나온 사람이 여럿 보인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몽블랑 산을 오르는 케이블카를 타서 산꼭대기까지 가기로 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엄청난 양의 비가 내리고 하늘은 시커멓게 구름으로 덮혀 있어

 케이블카를 타는 것도, 산자락 여기 저기 트레킹도 포기 할수 밖에 없었다.

 스위스 알프스와는 또다른 경험이었을 건데...

 그리고 여기 몽블랑에서는 빙하 바로 근처까지 갈 수 있기도 하고, 또 빙하속으로 걸어갈 수도 있다고 하던데...

 ... 아쉽다.

 다시 올 수 있을까?

 꿈을 꾸어 본다.

 이번에 못했으니까... 다음에 다시 한번 더 올수 있는 기회를 가질꺼라고...

 꿈을 꾸면 이루어지는 게 맞겠지?)

 

다시 차를 몰아 스위스의 남부 아비뇽으로 들어왔다.

'아비뇽'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아비뇽의 유수'다.

유수가 무슨 뜻인지도 제대로 모르는 채, 세계사 시간에 그저 외웠던 유럽 역사에서 주요한 사건,

가톨릭 교회 권력과 왕권이 서로 대립하다가

왕권이 교회권력을 누르고 당시 교황을 아비뇽으로 보내고 그곳에만 갇혀(?) 있도록 만든 사건.

70여년간 교황청이 있었고 7명의 교황이 기거했던 곳.

 

교회권력이 더 강해 결국 왕을 눌렀다는 '카놋사의 굴욕'과 항상 함께 외우기만 했던 곳이다.

 

그래서 아비뇽은 유럽의 어느 도시보다, 아니 로마보다도 더 중세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곳이다.

도심의 한 가운데를 론강이 흐르고

그 중심에는 교황이 옮겨와 있었던 교황청(성당)이 있다.

 

사진의 오른쪽에 있는 것이 당시의 교황청.

이곳에 교황청이 있은 기간이 70여년 정도 된단다.

 

론강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편안한 시간을 가지는 사람들.

숙소로 정한 캠프장 바로 앞이다.  

 

 

아비뇽에서 또하나 유명한 건 바로 이 다리다.

쌩 베네제(St Benezet) 다리. 현재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다.

예수님의 계시에 의해 12세기에 지어진  다리인데,

17세기에 론강의 범람으로 인해 일부가 손실되어 지금은 4개의 교각만 남아있다.

 

"끊어진 다리"

자연재해로 끊어졌는데, 이상하게 끊어져 있는게 더 멋있어 보인다.

원래부터 그렇게 있었던 것 처럼.

론강은 유유히 흐르고 , 저녁 산책을 나온 현대의 사람들이  중세의 장엄한 역사를 앞에 두고 있는 모습이

아비뇽의 상징인 것 처럼 느껴지는 건 왜일까?

 

....

 

아비뇽 성당 (교황청)을 오르는 길.

성당의 제일 꼭대기에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의 모습이 보인다.

언니는 이미 성당으로 오르는 계단에 있고,

형부와 나는 아래에...

(숨은 그림찾기: 언니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요?

                      언니는 무얼하고 있으며, 나는 또 뭐하는 장면일까요?

 답이 너무 쉽다. 마치 초등학교 시험문제처럼...)

 

성당의 제일 꼭대기에는 황금으로 칠해놓은 예수님 상.

(아비뇽 어디에서 바라보아도 황금의 예수님이 보인다. 그런데 그 빛깔이 좀...)

 

성당을 오르는 계단의 중턱엔 돌로 만들어놓은 십자가 예수님상이 하나 더 있다.

구름 낀 하늘과 소박한 예수님 상...

이건 정말 멋지다.

 

아비뇽 성당의 외관과 파란 하늘.

우리는 성당안으로 안들어갔는데,

안까지 들어갔다 온 언니와 형부는

'쓸쓸하더란다.'

'교황님이 로마에서 쫓겨와 이렇게 소박한(?) 곳에서 머무셨나' 하는 생각에...

 

그런데 파란 하늘과 함께 서있는 건물 외관은 세월의 무게를 담고 있어 장엄하다.

 

성당위에서 바라본 아비뇽 시내.

여느 유럽 도시에서 보는 것 처럼 여기도 빨간 지붕 낮은 집들.

그런데 훨씬 더 소박한 것 같다.

 

중세 골목을 걷는 자매들.

 

성당 입구와 광장.

관광객을 가득태우고 아비뇽 시내를 돌아다니는 미니 열차.

 

아비뇽에 있는 또 다른 성당안.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언니와 형부는 성당은 정말 열심히 찾는다.

아주 조심스러운 모습으로, 그리고 신실한 마음으로 성당안으로 들어서는 게 눈으로도 보인다.

그리고 매번 촛불을 밝히고...

 

(물론 우리도 여행을 하는 중에 성당이나 교회, 절에서 항상 누군가의 행복과 평화를 바라는 마음으로 초를 밝히지만

 언니가 하는 건 진짜 같다.

 진짜 믿음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나?)

 

나는 어쩌면 이런 장난이 더 어울리는지 모른다.

성당안의 Shop에서 종이 투구와 종이 칼을 들고...

 

아비뇽의 중심에는 성당이 있고, 광장이 있고

또 론강에는 쌩 베네제 다리도 있고...

중세의 모습이라고 하면 이것만으로는 안될 터.

역시 성벽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아비뇽은 사진에서 보는 것 처럼 높은 성벽이 도시 전체를 둘러싸고 있다.

스페인의 아빌라처럼...

성벽의 검은 그을음(?) 이 오랜 세월을  말해주고 있다.

 

아비뇽 또 하나 볼거리.

바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비뇽 축제"

1947년부터 시작해 해마다 7월 초부터 20여일 동안 계속 되는 이 축제는 무용과, 영화, 음악 사진같은 예술 분야가 총 망라되는

국제적인 축제다.

연극을 하는 내 친구가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곳이다.

 

우리가 도착한 8월 3일은 막 이 축제가 끝난 뒤였다.

아쉬움...

(덕분에 방을 구하기도 쉬웠고, 방값도 많이 싸지기는 했지만...)

 

아비뇽의 온 거리에 붙어있는 철지난 연극공연  광고물들.

 

아비뇽의 연극 축제가 끝나고 도심에 있는 많은 마을 사람들이 휴가를 떠난 뒤라는데..

거리에는 그저 다 끝난 광고문만 펄럭거리고 있다.

 

그래도 찾아온 여행자들을 위해 도시의 예술가들은 여전히 자신의 생업(?)을 잇고 있는 중.

요즘은 해운대와 같이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거리의 화가달.

펄럭이는 연극 안내문과 캐리커쳐 그림, 흑인 모델(?)과 지켜보는 사람들.

 

빈틈이 없다.

축제 기간에 왔었더라면....

 

이 도시에 유난히 많이 보이는 매미.

매미 그림, 매미 엽서, 그리고 매미 마그네틱.

매미가 행운을 상징한단다.

 

 숙소 옥상에 보는 아비뇽의 밤.

론강과 멀리 보이는 성당, 그리고 끊어진 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