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T 116(7월 24일) 베른, 라우터브루넨,쉴트호른

프리 김앤리 2009. 7. 26. 00:26

몇해전 유럽여행은 로마를 거쳐 스위스로 들어오는 여정이었다.

죽을 것 같았던 로마의 더위에 헉헉거리다, 밤기차로 스위스에 도착한 순간...

알프스 호수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시원했다. 살것 같았다.

더구나 로마에서는 우리 일행중 한명이 버스안에서 카메라를 날치기 당하는 사건도 있은 뒤라,

'숨쉬기도 힘들만큼 더웠다'는 끔찍함에 좀도둑의 찝찝함까지 겹쳐 있던 로마를 벗어나

눈앞에 펼쳐지는 알프스 산들도 시원하고 공기도 깨끗하고,

로마보다는 훨씬 더 정직할 수도 있다는 (순전히 편협된 내 생각이겠지만) 안심까지 보태져...

스위스에서의 시간은 아주 편안했었다.

로마는 거기서  만날수 있는 오래된 그리고 아주 대단한 역사와 문명도

그 도시의 더위와 왠지 모를 찜찜함에 가려져 버리기도 하는데

스위스는 별로 가꾸지 않은 것 같은데도 가지고 있는 자연, 그것 그대로 사람들에게 휴식을 주고 있었다.

(10년전 로마여행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때도 로마는 왜그리 더웠던지...

 그리고 왜그리 사람들이 많았던지....

 아직 나는 폭넓은 문화를 받아들일 소양이 덜 된건지...)

 

그래서 다음에 다시 오게 된다면 스위스,이곳에서 푹!!!! 오랫동안 있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꿈은 바보들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꾸면 이루어진다는 세속적인 말이 진짜인가???

 

이번엔 여기 스위스에서 푹!!! 쉬고 있다.

제네바에서 제르마트를 거쳐..스위스의 수도 베른을 지나... 융플라우산을 뒤로 지고 있는 라우터브루넨에 도착해있다.

 

스위스의 수도, 베른의 거리.

시계탑이 정면에 보인다.

예전부터 시계하면 스위스가 유명하지만...

스위스는 정말 가는 곳곳마다 시계가 있다.

시계산업이 뛰어나다보니, 다른 정밀 산업도 많이 발달해 있단다.

 

'도시에는 별로 가보고 싶지않다'는 남편의 이야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래도 한나라의 수도에는 가봐야 되지 않겠냐?"는

별 중요하지도 않은 이유를 들어가며 들른 도시다.

근데... 슬그머니 좋아진다.

전통도 있고 활발한 것 같아서...

 

스위스의 수도라는 사실 이외에 또한가지 우리의 흥미를 끈 건,

여기가 20세기 최고의 과학자 아인슈타인이 한동안 살았던 곳이라는 점이었다.

 

사진의 2층 집은 아인슈타인이 1903년부터 1905년까지 살았던 집이란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아인슈타인은 태어난 독일에서는 어릴때 학교에서 "조금 모자라는 아이"로 통해

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도중에 포기해야 했었다.

최고만이 인정받던 당시의 독일 교육에서 아인슈타인을 맞지 않았을지도 모르지...

 

이후 아인슈타인은 스위스로 건너와 베른 공대를 나와 특허청의 직원으로 여기서 가정을 꾸리고 살았다.

그리고 안정된 가정생활을 바탕으로 20세기 최고의 이론을 찾아낸 곳이 바로 여기...

 

1903-1905년은 러시아에서는 1차 혁명이 일어난 시기이고, 전 세계적으로 갈등의 시기였을 텐데...

천재 과학자는 묵묵히 자신의 연구에만 몰두 했었던 것이다.

다행이고 고맙다. ...

 

2층 창가의 아인슈타인 사진만이 우리를 반긴다.

 

베른은 조그만 도시다.

역에서 걸어서 2시간 정도면 도시를 휙 둘러볼 수 있다.

역에서 20분 정도 걸어가면 역시 빙하 녹은 물이 흐르는 라인강을 만날수 있다.

정갈한 도시.

 

언덕위에서 한번더 베른 시내를 바라본다.

어디도 아파트와 같은 높은 건물은 없다.

여행책자에서 여러번 봤던 베른의 모습...

그대로다.

 

스위스는 1,999년, 2,006년 그리고 이번에 다시 찾아왔는데..

그동안 하나도 변한게 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허물고 다시 짓고, 허물고 다시 짓기를 여러번...

10년전의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데...

여기는 이 모습 그대로...

 

유럽은 정말 나이 드신 분들이 많다.

여기서 읽은 책 '유엔 미래보고서'에서

앞으로 전 세계가 노인들에 대한 복지비용 문제때문에 고민해야 한다고 써 있었는데...

그 책이 아니더라도 정말 피부로 느껴진다.

 

유럽은 연금과 같이 탄탄한 복지비용 덕분인지,

아니면 우리나라와 다른 어른들의 사고 때문인지

나이드신 분들이 여행도 많이 다니고

활동도 많이 하는 것 같다.

손주녀석의 재롱만 바라고 있는,

밖으로 나다니면 "나이든 사람이 주책스럽다"고 때론 말하기도 하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보기 좋다.

 

사진은 베른의 한 공원.

선생님(서 있는 분, 60세는 넘어보인다.)이 학생(앉아 있는 분)에게 목탄 스케치를 가르치고 있다.

배우는 학생은 여러명이다.

 

아주 짧은 스페인어 한마디(부에노- Good!) 에 아주 친절하게 자기의 그림을 보여주시던 할머니...

"정말 죄송하지만 연세가 어떻게 되시냐"는 물음에

귓가에 대고

"77"이라고 살포시 말씀하신다.

그림 솜씨는 뛰어나지 않지만

옆의 다른 사람들 그림을 그대로 베끼고 있었지만

강가에 앉아서 스케치북을 펼쳐 놓고 있는 것만 해도 행복을 느끼는 듯 했다.

생계의 문제만이 아니라 남은 삶도 보람있게 도와주는 스위스의 사회가 대단해 보인다.

 

베른에서 30분 기차를 타고 와서 스피에츠Spiez에 도착했다.

인터라켄으로 들어가는 유람선을 타기 위해.

몇년 전 새벽.

이곳에 도착했을 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인터라켄 서역으로 들어가는 유람선 안에서...

유럽여행을 가 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유레일 패스를 가지고 있거나, 스위스 패스 (우리는 이번에 스위스 패스를 샀다) 를 가지고 있으면

이 유람선은 무료로 탈 수 있다.

 

인터라켄으로 들어가는 호수마을.

사진 찍는 솜씨가 별로라도 여기는 누구라도 찍으면 엽서 수준이다.

워낙 있는 그대로가 아름다우니까...

 

 드디어 라우터브루넨에 도착했다.

베른에서 스피에츠까지 기차, 스피에츠에서 인터라켄 서역까지 유람선,

인터라켄 서역에서 동역까지 기차, 다시 인터라켄 동역에서 라우터브루넨까지 기차...

 

라우터브루넨의 슈펜바흐 산장에 도착했다.

SBK팀이 항상 머무르는 산장.

손봉기대장팀이 벌써 도착해서 우리를 맞는다.

산장 마당에서 바라보는 알프스.

 

이번 여름에만 해도 벌써 몇팀이나 이 산장을 거쳐 갔다.

이번에 손봉기 대장팀은 주로 중학생 그룹이다 .

모두 15명 그룹인데 그 중에 어른(엄마)는 세명밖에 안된단다.

나머지는 모두 혼자서 왔거나, 아니면 형제, 자매, 남매가 같이 온 경우...

 

요즘 중학생들 정말 대단해...

"어떻게 알고 이 팀에 왔냐"는 우리 물음에

"옛날 부터 배낭여행을 가고 싶어서 부모님을 졸라서 왔다",

"세뱃돈, 용돈등 그동안 모아둔 지 통장돈에 다음에 커서 갚기로 하고 부모님께 일정부분 돈을 빌려서 왔다"는 아이...

"어느날 엄마가 '너 유럽배낭 여행 혼자 갔다 올 수 있겠냐'는 제안을 받고 떠나왔다"는 아이까지....

(돌아가서 열심히 공부해서 나중에 대학갈때 장학금 받아서 한방에 다 갚을 수 있다는 얘기에 고개를 끄덕끄덕)

 

그래도 정말 너무 대단해...

아이들과 엄마는 이른 아침 융플라우로 올라가고,

(물론 자기네들끼리 올라갔다. 대장한테 설명을 열심히 듣고...

진짜 스스로 하는 배낭여행인거지...

산위에 비를 쫄딱 맞고, 저녁때가 되어서 다시 산장으로 들어서는 모두들의 얼굴에는  만족한 모습이 가득...)

우리는 밑에서 쉬면서 저녁 산책을 했다.

아름다운 라우터브루넨 산책길.

우리가 도착한 날 오후에, 아이들과 엄마들이 자전거를 빌려  이 길을 따라 이미 산책을 하고 폭포를 갔다왔다고 했다.

자전거를 힘차게 밟았을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라우터브루넨의 아름다운 경치와 어울리는 이쁜 교회.

가끔씩 울리는 종소리가 정말 경치와 어울린다.

 

24일 아침.

이틀간 같이 있던 SBK팀이 떠났다.

왁자지껄, 분주하게 왔다갔다 하던 한국사람들이 떠나고 나니 산장이 텅- 빈 것 같다.

 

원래 이 곳에 들어올 때는 다른 아무것도 하지 말고

푹, 쉬면서 맛있는거나 해먹고, 책이나 열심히 읽고, 영어공부나 열심히 하자고 생각했었는데...

산이 바로 눈앞에 있으니 또 심장이 벌렁거린다.

올라가고 싶어서...

 

융플라우는 다음 팀 오면 같이 올라가기로 하고.

우리는 쉴터호른Schilthorn에 올랐다.

 

쉴터호른은 라우터브루넨에서 그루쯔샬프Grutschalp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 다음,

뮤렌Murren까지 기차를 타고 가서

다시 케이블카로 블리그 Brig까지 한번, 거기서 다른 케이블카로 갈아타고  2,971m의 정상까지 올라야 한다. 

 

사진의 아래 조그맣게 보이는 마을이 뮤렌마을.

참 예쁜 마을이었다.

 

케이블카를 갈아타야 하는 블리그역 테라스.

 

참.

스위스 패스를 가지고 있으면 라우터브루넨에서 그루쯔샬프까지의 케이블카, 뮤렌까지의 기차는 모두 무료다.

유레일 패스를 가지고 있으면 25% 할인.

 

쉴터호른의 정상(피츠글로리아)에서.

여기서는 아이거 북벽, 융플라우가 펼쳐진다.

정보가 거의 없던 우리의 계획은 기차나 케이블카로 정상까지 올랐다가 뮤렌부터 걸어서 내려가는 거였는데..

올라와보니 사람들은 쉴터호른 정상부터 걸어내려 가고 있다.

 

어떻게 할까?

우리는 이미 거금(71.4프랑)이나 들어서 뮤렌까지의 왕복 케이블카비를 지불한 상태.

물론 지난 한달동안 지독히도 부려먹은 우리 다리한테 미안해서도 높은 곳에서는 트레킹을  조금 자제도 해야겠기에...

아쉬움을 뒤로 한채 그냥 중간까지는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기로 했다.

 

오늘은 약간의 구름이 있다.

계곡 사이에서 구름이 만들어져 피어올라서는

앞의 아이거 북벽과 융플라우를 구름으로 덮어버리기도 한다.

구름이 걷히기를 한참동안이나 기다리면서... 

 

 구름이 걷히면 사진한 장 찍고...

2,971m.

부족한 산소에서도 거뜬히 숨을 쉬며...

알프스를 즐기고 있다.

 

쉴터호른 전망대는 1968년에 완공이 되어, 이후 007영화를 찍은 곳이란다.

꼭대기에는 영상장치도 마련해놓고

쉴터호른이 나오는 007 영화 장면들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

 

쉴터호른 꼭대기에 있는 레스토랑.

소위 리볼버 레스토랑이다.

레스토랑 건물이 아주 천천히 360도 회전하면서 가만 앉아서 알프스의 경관을 다 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우린 경치좋은 전망대 밖에서 주먹밥과 당근, 고추장을 점심을 먹고

그냥 사진만 한장 찍었다.

 

뮤렌 마을.

숙박시설도, 레스토랑도 많아 여기서 머무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뮤렌에서 라우터브루넨까지 걸어가는 길.

여기서부터 아래까지는 스위스 패스를 가지고 있으면 공짜로 기차도 , 케이블카도 타고 내려 갈수 있는데...

우리는 산을 걷고 싶어서

트레킹 길을 택했다.

나이가 아주 많은 사람들, 다리가 튼튼해 보이지 않는 사람들도 제법 많이 걸어간다.

유럽사람들은 정말 트레킹을 좋아하는 것 같다.

자전거 하이킹도 많이 하고.

 

아이슬란드에서 77살의 할아버지가  비크마을그 언덕길을  자전거로 오르는 걸 보면서

정말 감동했었는데, 여기와서 보니 이 사람들은 이게 생활인 것 같았다.

나이와 상관없이 자전거 하이킹, 트레킹을 정말 많이 하는 듯.

물론 공기도 좋고, 길도 잘 나있어서 그렇겠지...

 

라우터브루넨으로 다 내려와서...

마지막에 한 30분쯤 엄청 많은 비가 내렸다.

 

무사히 걸어준 우리의 건강한 다리에 다시 한번 감사하며...

빨간 우산과 함께 그 이쁜 교회를 배경으로 사진 찰칵!

 

산장으로 다시 돌아가는 길.

오늘 하루도 행복한 스위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