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T107(7월 15일) 낯설고 경이로운 나라, 아이슬란드 세번째이야기

프리 김앤리 2009. 7. 20. 07:51

언제 우리가 아파트라는 곳에 살았나 싶다.

여긴 그냥 하늘과, 바다 그리고 산, 화산, 황무지,폭포, 용암... 이런것들과만 맞닿아 있을 뿐.

우리의 아이슬란드 여행은 계속된다.

 

생각보다는 편안하게 차안에서 하루밤을 보낸 뒤 다시 길을 떠났다.

오늘은 아침부터 피요르드 해안을 지나는 길이다.

앞으로도 뒤로도 차는 거의 없다.

 

앞의 산은 마치 깍아놓은 듯, 반듯한 각도을 지닌 경이로운 산이다.

중간중간에 바위가 솟아있고.

레이캬빅 숙소의 벽면에 찍어놓은 이와 비슷한 사진을 보고

사진을 비스듬하게 눕혀놓았나, 아니면 카메라를 비스듬하게 놓고 찍었나라고 의심했었는데...

그게 아니다.

이런 산들이 곳곳에 있다.

 

 

아름다운 아이슬란드 남동부 피요르드 해안.

지리책에서 들었던 피요르드가 끊없이 이어진다.

피요르드가 이렇게 생겼구나 하고...

수천년, 수만년전

이곳을 덮었을 500m 이상의 빙하를 생각하면 놀랍고 대단하다.

 

눈덮힌 산. 푸른 바다. 푸른 하늘...

 

그런데 아이슬란드의 산들은 봉우리가 기괴한 형상으로 아직 한참 거칠다.

오랜 세월 풍화작용으로 맨들맨들 해진 산이나, 풀이나 나무가 우거져 있는 우리나라의 산과는 다르게

이제 막 화산활동을 마치고 얼마되지 않은 듯...

(물론 인간의 시간 과 지구의 시간이 엄청나게 차이나고 다르겠지만... 지구의 나이로 따진다면 정말 얼마 안된)

삐쭉삐쭉 거친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아이슬란드의 1번 도로는 섬 전체를 거의 한바퀴 돌게 되어 있다.

빙하와 폭포가 많은 서남쪽과는 달리 동쪽 해안은 피요르드를 따라 길이 나있고

장엄한 산들을 자주 넘어야 한다.

이 모퉁이를 돌면 어떤 모양의 피요르드가 나타날까하고 궁금해하면서 운전을 한다.

 

Reyderifjordur의 예쁜 해안가 마을.

산들이 겹쳐져 있다.  

피요르드 해안가의 마을이 따뜻하고 소담스럽다.

 

 Egrisstadir 가는 길.

바람과 돌이 많은 나라,

아이슬란드에서도 돌쌓기는 행운을 불러오는 것이라고 믿고 있단다.

마음을 담아 돌을 쌓으면 소원도 이루어지고 건강해지고, 행복을 얻는다고...

아이슬란드 사람들의 마음이나 우리나라나 똑같다.

 

멀리 보이는 황량한 산과 들판이

푸른지구가 아닌 달나라처럼 느껴진다.

 

몇백년 전에 화산폭발로 거기 살고 있던 한 집이 화산에 완전히 묻혀 버려

사람들이 그 집 사람들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돌을 쌓기 시작했다는데...

이제는 아이슬란드 정부에서 돌을 갖다 놓아 여행자들도 하나둘씩 돌을 보태고 얹는단다.

각자의 소원을 빌면서...

 

또 엄청난 규모의 폭포,

데티포스(Detifoss)

그런데 이 폭포는 위도도 높은 곳에 있고, 해발도 높아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비바람이 몰아치는곳이었다.

어찌나 춥던지...

햇살이 없어 무지개도 없고....

'크다' '대단하다' '무섭다'...

이런 느낌만 가득하고... 그리고 ' 춥다'  ' 빨리 차로 돌아가고 싶다'

이런 생각만 한참 했던 곳...

 (여행은 어느 곳엘 가는 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누구와 함께 가느냐이고,

  또 하나 무시 못할 변수는 날씨다.)

장엄하니 대단하니 해도 날씨가 너무 추우면 그저 정나미가 떨어질 수 밖에...

 

데티포스를 지나 다시 황량한 산과 용암분출지역을 만났다.  

Namaskard와  Reykjahillo

풀한포기 없는 황량한 산을 배경으로 앞에서는 온천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지구의 생명은 온천으로 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온천의 색깔이 노랗고 붉은 색을 띠는 것은 유황이나 철 성분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온천주변의 시아노박테리아...

박테리아중 유일하게 태양의 에너지를 흡수하여 광합성 작용을 한다는...

그래서 원시지구의 대기에 산소를 만들어 제공하고, 풀이 자라고 나무가 만들어져서

오늘날 대기중에 산소를 불어넣어 모든 동물과 식물, 인간마저도 살게된 것...

처음으로 지구에 산소를 불어넣은 시아노 박테리아를 느끼면서 자연의 경이로움을 새삼 느낀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이곳은 여행자들도 많이 찾지는 않는지, 안전시설도 많이 해놓지 않았다.

펄펄 끓는 지하수가 흐르고 있는 데도 가까운 곳까지 가서 바라볼 수 있게 해놓았다.

덕분에 우리는 더 자세히 볼 수 있었지만...

저 높은 산에도 그냥 올라가도록 해놓고...

 

어디서 이런 장면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상상이나 할수나 있었을까?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 만화를 그리는 사람들은 이런 장면을 눈으로 보았던 것일까?

인간의 상상력은 어디까지 가능한 것일까?

 

모든 창조는 모방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면

이런 장면을 어디에선가 보았던 것일까?

 

 뉴질랜드에서도 이같은 간헐천을 본적은 있다.

뉴질랜드 북섬의 와카레와레와.

물론 일본 후지산에서도 달걀을 삶을 수 있을 정도의 지하수가 끓고 있는 장면은 볼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은 여기 아이슬란드와 같이 이처럼 황량한 곳은 아니었다.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황량한 산, 그리고 시커먼 물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모습.

원시 지구를 보면서 낯설고 기괴하다고 밖에 표현 할 수 없다

 

 주변에 사람들도 거의 없고...

그러나 여전히 연기는 자욱, 속은 부글부글...

유황냄세가 가득한 이곳...

날씨조차 을씨년스러운게...

 

그런데 사진의 주인공은 이런 황량한 모습이 좋단다.

나는 두렵기만 한데...

뭔가 새로운게 만들어지는 것 같지 않냐고,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지 않냐고...

틀에 박혀 있는 것 보다 아무것도 없는 것이 더 낫지 않냐고...

 

왠만해선 사진을 잘 안찍으려고 하는데

아이슬란드에서는 기꺼이 카메라 앞에 서준다.

이 황량함이,

아무것도 없음이 좋고,

낯설어서 좋고,

경이롭고 신기하고 또 좋다며...

 

Myvatn 호수로 넘어오는 길.

화산활동으로 땅이 온통 뒤집어져있다.

마치 며칠전 지진과 용암이 분출된 곳 같다.

아니 지금이라도 다시 땅이 흔들리고 용암이 분출할 것만 같은 풍경이다.

 

 미타튼 호수가의 마을...

사진술이 아니라 실제로 집채보다도 더 큰 땅이 뒤집혀있고, 더 큰 구멍이 뚫어져 있다.

멀쩡한 땅이 없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여기에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집을 짓고 잘 살고 있다.

 

"정말 인류는 대단해. 이렇게 다 뒤집어 놓은 땅을 일구고 가꾸어 지금과 같이 푸른지구를 만들어 살고 있다는 게 말이야...

 이렇게 황량한 땅에, 아무것도 없는 땅에 인간은 물길을 만들고 곡식을 심고, 살아왔다는 거잖아..."

현명한 인간, 대단한 인간에 감탄하고 있는데,

남편은 반론을 제기한다.

 

지구의 역사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부분은 그 역사가 아주 짧단다.

화산폭발, 지각변동, 용암, 홍수, 지진...  어쨋거나 지구가 처음 만들어진 원시지구에서 생명체가 탄생하기 까지

자연 스스로가 해낸 일이 훨씬 더 길고 엄청 더 많단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생명을 만들어내고,

이끼로 몇억년(?)의 세월을 덮어서 풀을 만들어내고

그 위에 나무를 만들어내고 숲을 이루었다는...

인간은 단지 그 땅을 일구어내고 집을 짓고, 살아가고 있다는...

 

인류의 대단함과 자연의 대단함으로 둘이서 옥신각신...

 

화산활동 결과 생성되었다는 아이슬란드 북부의 미바튼(Myvatn)

- 아이슬란드 말로 vatn은 호수다.  Myvatn은 그래서 My 호수라는 뜻 -

Myvatn 주변의 뒤집어 진 땅을 한참 보다....

또 우리의 오늘 저녁 잠자리를 걱정해야 했다.

이틀동안 숙소를 구하느라 진을 다 뺀뒤라  오늘은 아예 처음부터 차에서 자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Myvatn 근처에 있는 동네수영장에 가서 수영도 한판 하고

온천물에 목욕까지 마쳤다.

 

아이슬란드는 지하의 마그마 활동이 융성한 나라라 뜨거운 물, 온천은 걱정이 없다.

동네마다 있는 수영장에는 야외 풀장 물도  따뜻하고, 수영장 한 켠에는 온천도 할 수 있도록 해 두었다.

입장료도 300크로네, 우리돈으로 3,000원밖에 안하고.

 

종일 추위로 벌벌 떨다가

온천을 하고 나오니 몸이 따스해지는게 차에서의 하루밤 나는게 걱정이 없다.

스르르 눈도 감기고 기이한 풍경의 호수가에 오늘의 잠자리를 잡았다.

 

사진에서 멀리 보이는 차가 우리 꺼.

 

15일 아침.

호수가의 아침이 밝았다.

아니 밤이,어둠이 온 적도 없다.

잠을 청한 저녁 12시경에도  밝았고,  잠을 자다가 추워서 온도를 보니 7도.

잠시 눈을 떠 본 새벽 2-3시도 어둠은 거의 없었다.

새벽 4시가 조금 넘어서는 벌써부터 아침 햇살이 보이기 시작했고...

 

Myvatn 호수를 한바퀴 돌아본다.

호수 중간에 기기묘묘한 형상의 바위들이 솟아올라 있다.

(여기서 엽서들은 보면 전부가 예술 사진들이다.

 여행을 할 때 한 도시에 들어가서 그 도시들을 찍어놓은 사진을 보는 것은 우리 여행습관중의 하나이다.

 엽서들을 보면 이 동네에서 어디를 가봐야 하는지 대충 짐작이 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슬란드의 엽서들은 전부가 자연의 모습이다.

 자연을 주제로 하여 사진을 찍고 싶은 사람들은 아이슬란드 여행을 꼭 권한다.  꼭...

 조그만 디카 하나로 되는대로 찍는 우리 수준으로는 이 광활한 자연을 다 담을 수가 없어서 늘 섭섭하다 )

 

Myvatn의 호수 사진은 엽서에도 참 많이 등장하는 장면이다.

그만큼 독특하고나 할까?

 

Myvatn 호수변의 Skutustadirgigur 분화구들.

움푹움푹 파여 있는 모습들이 보인다.

사진 작가들은 이 모습을 찍기 위해 아마 비행기를 타고 찍었거나,

혹은 호숫가에 있는 호텔의 높은 층에서 찍었는지

움푹 파인 모습들이 선명하게 보였는데,

우리 실력으로는 이정도다.

이천년 내지 삼천년전에 작은 화산이 폭발한 곳이라고 한다.

 

아이슬란드의 동북부 미타튼에서 다시 서부로 가는중 만난 작고? 예쁜 폭포.

빙하가 녹은 물이 세차게 흐른다.

 

 

Godafoss.

굴포스나 데티포스보다는 작은 규모의 폭포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짐작도 할 수 없을 만큼 큰 규모지만....

그래서 다른 것들과 비교한다면 이쁜 폭포다 .

 

Laufas에 있는 아이슬란드의 천년전  집들.

워낙 추운 곳이라 돌로 집을 짓고, 그 위에 흙벽을 다시 발라 집 지붕위로 풀들이 자라고 있는 모습이다.

아이슬란드의 제2도시 아쿠레이리를 가는 도중 찾은곳.

 

우리가 지금 다니고 있는 있는 1번 도로에서 가장 윗쪽에 있는 아이슬란드 제2의 도시 Akureyri.

북위 66도 33분이 되어야 북극권으로 친다는 데 여기는 북위 65도쯤 된다.

여기서 배를 타고 조금 올라가면 아이슬란드 북부에 있는 조그만 섬에 가야 진정한 북극권 마을을 만날 수 있다.

 

차를 타고 다니고,차에서 잠을 자면서 우리가 겪었던 가장 큰 불편한 점은 카메라와 노트북의 충전 문제, 그리고 화장실의 문제였다.

그래서 들른 아큐레이리의 인포메이션 센터.

물론 여행정보도 필요했지만, 그보다 더 필요했던 건 카메라 충전이었다.

여기서 나머지 일정의 정보도 구하고 커피 한잔 하면서 카메라 충전도 만땅으로 했다.

 

관광객이 많아서인지 아이슬란드의 인포메이션 센터는 모두 친절할 뿐만아니라,

지역마다 대표적인 방문지등에 안내책자가 가득하고 많다.

사실 우리는 특별한 가이드북이나 지도 없이 인포메이션 센터에 있는 지도와 정보를 중심으로,

그리고 친절한 안내원에게 물어서 아이슬란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아큐레이리를 지나서 남쪽으로 가면서...

여전히 산과 푸른 초원... 그리고 예쁜 집들.

 

아큐레이리를 지나서 남쪽으로 가려면 제법 높은 산들을 지나야 한다.

그런데 안개가 자욱하게 끼었다.

우리 차를 보면 지금 시각은 18시 39분. 속도는 시속 95Km.

 

아이슬란드 1번 도로의 규정 속도는 시속 90km이다.

여기서도 물론 우리나라처럼 + 10Km정도는 더 빨리 달린다.

길이 좋아서 어떤 차들은 시속 120km도 달리기도 하지만...

 

그리고 아이슬란드에선 차에 시동을 걸면 자동적으로 전조등에 불이 들어온다.

법적으로 전조등에 불을 켜고 운전을 해야 한다.

한참을 이보다도 더 두꺼운 안개속에서 운전을 해야 했다.

 

 그라브록(Grabrok) ...

커다랗게 화산이 폭발한 후 한참있다가 작은 폭발이 있었던 이중 분화구를 가진 그라브록.

황량한 들판에 우뚝솟은 그라브록을 올라가는 여행자가 너무 작게 보인다.

 

Grabrok의 정상 그리고 너머에 보이는 또다른 유사한 종류의 화산들...

 

우리를 뒤따라 투어버스가 한대 도착했다.

10여명의 젊은 여행자들이 그라브록의 꼭대기를 도는데...

바람이 너무 세서 춥고 몸이 흔들린다.

 

 

 Grabrok을 둘러싼 이끼류... 밟아보면 푹신푹신하다.

이런 이끼류가 10cm 이상 자라는데 아주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눈속에서 죽고 다시 살아나기를 반복하면서...

인고의 세월이 지나면 먼지와 뒤섞여서 마침내 흙으로 변하고

다시 그위에 작은 풀들과 관목들이 자란다.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다보면 이런 지형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처음엔 나무나 풀이 아닌 이끼로 덮힌 대지를 보면서, 징그럽기도 했지만

나중엔 원시지구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싸고 따뜻한 물이 나오는 보르가네스(Borganes) 동네수영장에서 하루의 피곤도 씻어냇다.

마침내 세번째로 차안에서 잘 곳을 찾았다.

서쪽해변에 도착해서 일몰을 보면서 잘 작정으로,

아이슬란드 중서부  아르카네스(Arkanes)근처의 해안에 도착했다.

지금은 밤 11시 30분경이다.

바람은 세차게 분다.

바깥온도는 8도.

차안에서 차가운 빵과 햄 등으로 저녁을 때운지도 사흘째.

배가 든든해서 해가 떨어지고 나면 곧장 잠이 들겠지만, 피곤해서..

그래도 세찬 북극권의 여름바람이 우리를 얼마나 떨게 할지...

침낭을 푼다.

 

 

<14,15일 일정>

7월 14일 (T 106, 화) Djupivogur - Faskruddsfjordur(피요르드) - Reyderifjordur(피요르드) - Egrisstadir

                     (화산폭발, 돌쌓기) - Dettifoss(폭포)  - Namaskard(용암분출지역) -

                     Reykjahillo(황량한 산) - Myvatn(호수) 

7월 15일 (T 107, 수) Myvatn(Dimmuborgir용암분출로 만든 호수, 기괴한 풍경 - Skutusta∂irgigur분화구 )  -Godafoss(폭포)

                      - Laufas (옛날 아이슬란드 집)- Akureyri(아이슬란드 제 2의도시)   - Hrutafjordur(피요르드)

                      - 옛집 - Grabrok(용암분출후 지형) - Borganes(마을 수영장 들림) - Arkanes(해안가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