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T113(7월 21일) 스위스 알프스의 최고봉 마테호른에서

프리 김앤리 2009. 7. 22. 08:09

마침내 스위스에 들어왔다.

스위스가 우리나라도 아닌데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왔다’는 표현을 쓰게 되는 건,

영국, 아이슬란드와 같은 섬나라와는 달리 대륙으로 ‘들어왔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고,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아시아나 유럽은 하나로 쭉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짙게 들어있어 그럴수도 있을게다.

하여튼 스위스로 들어왔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유럽여행이다.

 

스위스의 제네바.

제네바는 우리들에게 제네바협약으로도 잘 알려져 있고, 레만 호수로도 유명하다.

우리에게는 그저 아이슬란드에서 스위스로 취항하는 도시가 제네바라서 들어온 의미도 더 크다.


그런데 제네바는 호텔이나 유스호스텔 어디든지 숙박을 하면 머무르는 기간동안은

시내의 버스나 트램, 보트를 다 무료로 탈수 있는 티켓을 준다.

자전거도 4시간동안은 무료로 빌릴 수 있단다.

밥을 먹고 레만호수로 나섰다.

자전거 하이킹 하는 사람, 걷는 사람, 조깅하는 사람이 눈에 띈다.

알프스에서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을 맞고 달리는 모습이 시원하다.

 

레만호수는 호수인데도 백사장도 있고 수영도 가능하다.

‘하!!!!!!!! 호수에 백사장? 수영?’

물도 맑다.

 

제네바 성당.

파란 하늘에 첨탑지붕이 예쁘다.

 

제네바 박물관이 보이는 한 모퉁이 길에서.

제네바에서는 별스럽게 한 게 아무것도 없다.

그저 이렇게 설렁설렁 다녔다.

무료 자전거도 타지도 않고...

 

아이슬란드에서의 피로도 풀 겸, 오랜만에 문명의 모습도 즐길 겸.

그래서 제네바는 조용한 도시, 기분좋은 도시, 편안한 도시로 기억될 것 같다.

 

스위스의 산악마을, 제르마트(Zermatt).

스위스에서 제일 높은 마테호른(Matterhorn, 4,478m)이 있다.

마테호른 등의 만년설이 녹은 물이 마을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옥빛이다.

빙하투어, 산악등반, 트레킹, 스키, 스노보드, 자전거 하이킹의 천국으로도 알려져 있다. 

 

 

산아래 마을에서 바라보이는 마테호른.

‘파라마운트 영화사’의 상징이 바로 이 마테호른봉을 그대로 본 뜬 모양이다.

여기에다 주변에 별 몇 개만 그려넣으면 바로 파라마운트 영화사의 로고가 만들어진다.  

 

제르마트 역 바로 앞에 있는 산장.

나무로 만들어진 산장, 베란다에는 꽃이 가득하다.

그 너머로는 마테호른이 손이 잡힐 듯 보인다.

제르마트 시내 어디서든 마테호른을 볼 수 있다.

날씨만 좋다면...

 

 

제르마트에는 석유로 가는 자동차는 없다.

모두 전기로 가는 자동차들.

깨끗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제르마트 역 앞에 있는 전기로 가는 택시.

 

산으로 오르는 길.

제르마트 마을에서 우선 6인용 케이블카를 타고 스와츠씨 파라다이스(Scharzsee Paradise)까지 오른 다음,

큰 케이블카로 갈아타서 트로크네프 스테크(Trockenef Steg)까지 오른다.

그리고 다시 다른 케이블카로 갈아타고 마테호른 그레이셔 파라다이스(Matterhorn Glacier Paradise)까지

올라갈 수 있다.

케이블카에서 바라본 빙하.

꼭대기까지 오른 스키어들이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곳이기도 하다.

 

마테호른 그레이셔 파라다이스(굳이 해석하면 마테호른 빙하천국)는 스위스내에서 케이블카가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이라고 한다.

스키를 타는 사람들은 모두 스키 탈 준비를 하는데...

스키를 탈 줄 모르는 우리들은 그저 이런 포즈를 취할 수 밖에...

(남편은 그렇게나 스키를 배워두자고 나를 꼬셨건만...  나이들어 이제와서 배우면 허리 다친다고,

어디 뼈라도 부러지면 어떡하냐고 반대한 게 조금 미안해진다. 지금이라도 배우자는데....

점점 더 자신이 없어지는 걸 어떡해... )

 

스키를 탈줄 몰라도 여기는 눈위는 얼마든지 걸어가 볼 수 있다.

저 아래 마을에서 케이블카 타기 전에 만난 일본인들이 양손에 스틱을 들고 양발목에는 스패치한 걸 보고

“뭐 여기를 오르면서 저리도 요란법석을 떨고 있냐?”고 약간 비웃었는데

그런 준비를 해온 사람등은 아마 빙하투어를 하는 모양이다.

그 사람들은 이 눈길을 한참 걸어가 저 높은 산위로 걸어 올라갈 수 있는 것을...

밑에 동네가 따뜻하다고 옷도 대충 입고 온 우리는 산위에서 추워서 벌벌 떨어야 했다.

잠시 건방진 마음을 가졌던 것을 반성하면서...

거의 4,000m급 산을 올라오면서 얇은 바지를 하나 달랑 입고 올라왔으니...

그저 산을 바라만 볼 수 밖에...

 

이 사진을 보는 사람들은 그냥 산위에 눈이 가득 쌓인 모습만 볼 수 있지만

우리는 이 사진 속에 점처럼 아주 쬐그맣게 보이는게 사람들의 모습이라는 걸 안다.

스패치도 하고 스틱도 준비한 자연에 겸손한 사람들이 눈밭을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라는 걸.

우리는 그저 멀리서 이들을 바라보면서 사진을 찍을 수 밖에 없었다.

마구 불어오는 알프스 산바람에 온몸이 점점 얼어붙는 걸 느끼면서...

(제르마트 산을 오르는 사람은, 그리고 여기 눈밭은 걸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충분한 장비를 구비하고

오르시길... 반드시 저 숨막힐 듯 아름다운 눈밭을 걸어가 보시길..

물론 약간은 비싼 빙하투어비를 내고 꼭 가이드와 함께....)

 

그 산 꼭대기에 십자가의 상이 걸려있다.

황량하고 추운 설산의 꼭대기에 걸린 십자가에 박힌 예수님의 상.

춥고 황량한 곳에도 따뜻함이 깃들길 바라는 마음에서 세워둔 것일까?

등반가들 외에 일반인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알프스위에  십자가에 걸린 예수님의 상.

무얼 의미하는 것일까?

  

마테호른 그레이셔 파라다이스에서 다시 트로크네프 스테그까지는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야 한다.

스키를 타는 사람이 아닌 다음에는.

거기서부터 제르마트 마을까지는 트레킹을 해서 걸어내려 가기로 했다.

사방천지가 눈 덮힌 산이다.

 

내려오는 길은 내내 가까이서 마테호른을 볼 수 있다.

바로 앞에는 호수까지...

트렉킹을 하는 내내 마테호른의 정상을 볼 수 있길 바랐지만 구름이 우릴 방해했다.

 

스위스 알프스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마테호른은 1865년(?) 영국 원정대와 이탈리아 원정대가 동시에 등정을 시도했고,

영국 등반대 7명이 200미터 앞서 먼저 마테호른을 정복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하산하면서 떨어지는 돌에 영국등반대 중 4명이 죽음을 맞아야 했던 곳.

 

19세기는 세계적으로 높은 산이나 미지의 곳을 탐험하는 시기였다. 

인간의 힘으로 자연을 탐험하고 정복해야 했던 시기.

그래서 자국의 명예를 높히고 자신들의 명예를 높였던 시기.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와서는

자연을 정복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지 않고

우리가 오랫동안 함께 살아야 하는 곳, 그래서 보존해야 하는 곳, 지켜내야 하는 곳으로 그 의미가 바뀌고 있다.

자연속에서 휴식을 얻고, 안식을 얻는...

 

수많은 당시 젊은이가 열악한 장비를 가지고 등정을 하다가 목숨을 잃었다는 마테호른.

그들의 희생과 불굴의 의지로 100년 이상 흐른 지금

우리는 아주 편하게 마테호른 보면서 트렉킹을 한다.

피부도 인종도 달랐던 그들에게 새삼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서 알프스를 즐긴다.

 

걸어서 내려가는 많은 사람들이 마테호른을 바로 눈앞에 두고 호수가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그들도 우리처럼 마테호른의 정상이 보이길 기다리는 눈치다.

샌드위치를 먹으면서도 연방 구름에 갇힌 마테호른만을 쳐다보고 있다.

 

우리도 아래 마을에서 점심으로 빵과 과일, 계란 햄을 준비해 왔었다.

(생각해보면 이 사람들의 식사라는 게 참 간단하다.

 들고 다니기 간편하고, 만들기 간편하고, 어디서든지 쉽게 펼쳐 먹을 수 있고...

 간단하고 간편한 거는 틀림없다.

그런데 서양사람들은 우리나라 음식이 웰빙이란다. 그것 또한 맞는말이고...)

 

‘뚜벅뚜벅 세상을 우리 발로 직접 걸어보리라’

‘푸른 지구를 우리 눈으로 바라보리라’

우리의 여행이 이런 취지였기는 하지만....

 

이번엔 참말로 많이도 걷고 있다.

중국의 호도협에서,

네팔의 안나푸르나, 인도 북부의 히말라야에서,

아일랜드의 모어절벽,  북아일랜드의 자이언츠 코지웨이, 스코틀랜드의 하이랜드, 아이슬란드의 황량한 산...

이 산, 저 산...

참 많이도 걷는다. 

피곤에 지친 다리에 미안해 하면서, 건강한 우리의 다리에 감사하면서..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모습이 웃긴다. 

 

산 중턱에 있는 벤취에서...

걷다가 쉬다가... 쉬다가 걷다가...

 

한참을 아래로 내려오니 드디어 초록도 보인다.

길도 편안하게 잘 나있고...

 

......... 

 

마테호른은 정말 트레킹의 천국이다.

나이든 사람들이 걷는 모습도 많이 눈에 뜨인다.

 

마테호른 근처는 경사도 조금 심하고 돌도 제법 많아 조심스럽고

간혹 눈덮힌 얼음 위를 걷는 힘겨운 길이기도 하지만

그 이후는 초록 풀도 많이 보이고 길도 잘 나있어 아주 편하다.


드디어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인포메이션 센터에서는 걸어내려오는 길이 4-5시간 정도면 된다고 했는데...

6시간 정도 걸렸다.

우리가 그리 천천히 내려온 것도 아니고, 중간에 많이 쉰 것도 아닌데...

제법 먼 길이다.

3만보를 넘었다. 휴!!!!!!!!!

  

 아주 오래된 전통적인 스위스 집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듯 하지만 알프스와 어울려서 인지 그대로 보존해 두고 있다.

알프스와 참으로 잘 어울린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알프스 여행하면 대부분이 인터라켄 지역의 융플라우를 오른다.

(융플라우에 올라가면 한국사람이 거의 반이다. 여기저기서 한국말만 들리는 것 같을 정도로... )

그런데 여기 마테호른 지역은 한국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못했다.

대신 일본 사람들 천지다.

물론 스위스 사람들을 비롯한 유럽사람 들도 엄청 많지만,

동양 사람들의 대부분은 일본인 단체 관광객이다. 중국인 개별 여행자들도 조금 보이고.

10-15년전 융플라우에도 일본인 관광객이 그리 많았단다.

이제 일본인들의 여행은 이곳 마테호른으로 옮겼나?고 여겨질 정도로 일본 단체 관광객들이 제르마트에 버글버글하다.

그런데 6시간동안 트렉킹을 하는 중에는 일본인을 거의 만나지 못했다.

거의 다내려 와서 젊은 두명을 만나고..

제르마트 마을에서 마테호른을 찍고 있는 일본 단체 관광객들.

 

 

다시 한번 마테호른 봉우리를 보며...

 

 

<Zermatt 제르마트 여행정보>

▷가는 길 : 제네바Geneva에서 기차로 3시간 50분

            베른Bern에서 기차로 2시간 7분 (중간에 Visp역에서 갈아타야 한다)

▷주  변 : 제르마트에서 쿠르Chur까지 빙하특급을 탈수 있다.

          여름에는 하루 2회, 겨울에는 1회 5시간 25분

▷숙  소 : 가격에 구애받지 않는다면 제르마트의 숙소는 넘쳐난다. 호텔이 널려있다.

          유스호스텔- 역에서 걸어서 약 15분. 도미토리가 1인당 50프랑(예약필수)

          호텔 - 더불룸이 160프랑 정도에서 300프랑까지

          역 바로 앞에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소개해준다.

          아니면 역에 내리면 숙소 정보 안내판이 있고 무료 전화를 해서 방 사용여부를 알아볼 수 있다.

          제르마트 밑의 역에도 마을과 숙소가 많은 듯 했다.

▷슈  퍼: 역 건너편에 스위스의 대표 슈퍼 coop가 있다.

▷환  전: 인포메이션 센터 옆에 환전소.

          500프랑 이상 환전하면 수수료가 없다 .

▷관  광 :

 .마테호른 그레이셔 파라다이스

  케이블카 : 제르마트- 트로크네프스테그: one way 32프랑(1인, 스위스패스 소지 50%할인)

          트로크네프스테그- 마테호른 그레이셔 파라다이스 : 왕복 42프랑 (1인, 스위스 패스소지 50%할인)

  빙하입장료 : 8프랑 (1인) - 별 볼 필요없음


.고르네그라트(Gornergrat)

 산악기차, 마테호른 그레이셔 파라다이스,마테호른 봉이 멀리서 보인다.

 1시간에 2-3회 있음. 아침 7시 10분부터 6시까지.

  산악기차 : 제르마트 - 고르네그라트까지

            One way 38, 왕복 76프랑(1인, 스위스 패스 소지 50%할인 , 6-16세 50%할인, 6세이하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