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T131(8월 8일) 이탈리아 피렌체 오스트리아 빈, 드디어 조카를 만나다

프리 김앤리 2009. 8. 13. 06:33

 

    조카가 왔다. 우리가 있는 유럽으로...

    8월 7일 이탈리아의 피렌체에서 오스트리아의 빈까지 거의 900Km를 달려 빈 공항에서 동준이를

    만났다.  아들을 만난 언니와 형부의 얼굴이 환하다.

  

    zz 그런데 동준이는 이미 떠났다.

    무슨 일이냐구요?

    오늘은 이미 8월 14일. 오늘 아침 뮌헨 공항에서 짧은 휴가를 유럽에서 보낸 동준이를 다시 한국으로

    들여보내고 우리만 남은 거다. 동준이와 함께 한 7박8일간의 유럽에서의 시간 역시 웃고 즐기느라

    사진을 정리할 시간도 인터넷으로 우리의 소식을 알릴 시간도 갖지 못했다.

    여러 명이 함께 다니는 여행의 장점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단점이라고 해야 할까?

    왁자지껄 떠들썩 신나고 웃는 시간이 많은 여행이기도 하지만 생각할 시간,

   정리할 시간이 거의 없는  여행이기도 하니까...

    더구나 자동차로 여행을 하다 보니 여지껏 우리가 가지지 못했던 이곳저곳 훑고 지나 갈수 있는 용기(?)

    빡빡한 일정 또한 차분히 정리할 시간을 못만드는 이유이기도.

    며칠이 지나 이제 언니와 형부 마저 떠나버리고 다시 우리만 남으면 원래의 우리 여행처럼 둘이서

    많은 이야기도 하고 여러 가지 생각도 할 수 있겠지만 또 외롭기도 하겠지...

    모든 일에는 좋은 것과 안좋은 것이 함께 있는 것 처럼.


    동준이를 만나러 가기 전 이탈리아에서의 마지막 이틀을 정리해본다면...

 

    르네상스 시대의 황금기를 열었던 피렌체를 가려고 했다.

    숙소를 예약하려고 하는데,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주차공간이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하게 등장했다.

    피렌체 시내 숙소에는 차를 주차하기가 힘들다는 점도 고려됐고, 한편으로는 시내 중심가가 꼭 아니어도

    약간 외곽이라도 차로 이동하면 별 문제 없으리라는 계산으로 인터넷 상에서 피렌체와는 조금 떨어진

    곳으로 예약하고 찾아 간 곳이 바로 여기다.

    세탈도 Certaldo.

    그런데 이게 왠 일! 운전을 하면서 가다보니 피렌체와는 차로 1시간도 더 떨어진 거리다.

    해가 다 진 저녁에 도착했는데 13세기 수도원에서 관리했다는 농장 주택이다.

    (주택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수도원 창고라고 해야 할지 ...)

    더구나 투숙객이라고는 프랑스 애들 4명, 그리고 이탈리아 아줌마와 아가씨 2명뿐.

    우리 방 번호만 알려놓고 주인도 이미 떠나버린 텅 빈 무서운 집이었다.

    토스카나 지방의 와인투어할 때 들르는 곳이란다.

    그래도 너무 멀다.


    그러나 그 조용함이 좋은 점도 있었다.

    완전 시골로 찾아 들어간 한적함. 가는 길에 보았던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숨막힐 듯한

    아름다운 정경은 잊을 수 없는 한 장면으로 뇌리에 박혀있다.

    그 낮은 구릉과 높다란 나무들. 영화에서나 보던 줄지어 늘어선 포도밭....

 

  아무도 없는 수도원 농장의 부엌을 우리가 완전 차지하고 저녁밥을 해먹었다.

  스파게티와 야채 샐러드, 스테이크... 그리고 맥주와 한국에서 가져온 소주까지...

  흐흐... 이건 좋다.

  이 넓은 오래된 건물이 모두 우리꺼다.

 

  Cetaldo의 농장주택은 피렌체와 너무 멀어 아무래도 안되겠다.

  원래는 이틀을 예약했는데 하루만 머물고 다시 차를 몰아 피렌체 시내로 들어왔다.

  아침 일찍 피렌체에 도착해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소개해주는 역 바로 뒤의 Central Hostel로 방을 옮겼다.

  10년 전에 이미 와 본적이 있는 우리는 방을 구하러 다니고 언니와 형부는 피렌체 시내로 먼저 나섰다.


  사진은 그 유명한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영화로 더 유명해진 성당이다.

  옛날에도 이리 예뻤었나? 다시 와보니 성당 외벽의 눈부신 화려함이 더 눈에 띈다.

  엄청 더운 것, 그리고 관광객들이 버글버글하다는 건 여전하지만.

 

 르네상스 시대의 재정적 후원자 메디치의 동상과 피렌체 광장의 동상.

  

  푸른 하늘 아래 뜨거운 햇살...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

  형부는 아주 약한 일사병의 증세까지 느낄 정도...

 

 한낮의 피렌체를 걸어다니기는 너무 힘들었다.

 숙소로 돌아와 한낮의 더위를 피해 한잠을 잔 뒤에 해가 진 뒤에 다시 나왔다.

 훨씬 시원해졌다.


 피렌체의 다리에 저녁노을이 걸렸다.

 

   보석과 시계, 가죽 제품을 파는 상점들은 모두 문을 닫고 대신 ... 다리의 그 거리엔

   거리 악사의 흥겨운 노래와 어깨를 들썩이며 노래를 따라 부르는 여행자들로 가득 찼다.

   언니와 형부는 계속 웃음을 띄며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다리에 걸린 보름달.

   (우리가 직접 눈으로 볼때는 엄청나게 큰 보름달이었는데, 사진에는 그저 콩알만한 노란 점으로 밖에 보이

   지 않는다... 후!!!!!!!!!!!)

   언니가 한국을 떠나올때는 그믐이었다는데 벌써 보름달이다.

   떠나 온 게 까마득하단다.

  

   우리는 한국을 언제 떠나왔을까?

   여행을 처음 시작한 게 3월 8일이었으니....

   아주 까마득하다.

   선생님이라는 명함으로 살아온 시간이 아주 없었던 것 처럼 까마득하다.

   그저 이렇게 매일 매일을 여행을 다니고 있는 듯...

 

   모든 사람들이 감동한다는 이탈리아의 아이스크림.

   가게에 진열되어 있는 아이스케키(?)가 화려하다.

   떠먹는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일 아침은 한국에서 들어오는 동준이를 만나러 피렌체에서 비엔나까지 장장 900Km를 달려가야 한다.

   이탈리아에서 오스트리아까지... 국경을 넘어...

   부산에서 신의주까지의 거리 정도를 마중가는 거나 마찬가지다.

 

   8월 7일 아침. 이탈리아 국경을 넘어 오스트리아 국경 입구에서.

   오스트리아에서 고속도로를 운전하려면 고속도로 티켓을 사야한다.

   이탈리아나 프랑스에서는 중간중간에 도로비를 내면 되지만 여기서는 10일용, 한 달용 혹은 1년용 티켓을 

   사서 운전선 앞 유리창에 붙여야 한다.

   (스위스는 1년용 티켓을 사야함)

   7.7유로를 주고 10일짜리 티켓을 사 유리창에 붙이고 드디어 오스트리아로 넘어왔다.

   아!!! 이제는 이탈리아와는 이별이다.

   그렇게나 험하게 운전하던 이탈리아 놈들과는 완전 끝이다!!!!

   (나는 운전을 전혀 안했지만 이탈리아에서의 운전은 아슬아슬 그 자체였단다.

  젊은 사람, 나이드신 분 가리지 않고 모두 속도 광처럼 빠르게 운전을 하는 데다가,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팡!!! 내고 달려가 앞차에 바짝 붙여 위협하는 운전까지...

  거기다 프랑스보다 도로 사정은 훨씬 안좋고...우리가 있었던 북부만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점심으로 슈니첼(오스트리아에서 유명한 음식. 우리나라 돈까스와 비슷함) 을 먹기 위해 잠시 멈췄던

 휴게실 식당 앞에서 찍은 사진.

  그저 고속도로 옆의 식당이었는데도 이렇게 멋진 경치를 볼수 있다니...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의 국경 즈음부터는 엄청나게 높고 아름다운 산 군들이 이어진다.


국경이라는 게 어디 선 하나 그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끝없는 평원에서 갑자기 엄청나게 높은 산들이 서로를 가로 막고 있어

지형적으로 자연적으로 나라를 다르게 구분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렇게 아침 8시부터 저녁 5시까지... 쉼없이 달려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와서 동준이를 만났다.

다음날 아침.

비엔나 유스호스텔에서 잘 자고...

발걸음도 가볍게 쉔부른 궁전으로.

모두들 신나는 아침.

 

쉔부른 궁전의 정원에서

 

  쉔부른 궁전 안에 있는 글로리에테.

  18세기 중엽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전승비란다. 

  그리고 어린 모짜르트가 마리아 테레시아 여제가 지켜보는 가운데 연주를 한 곳으로 유명하다. 

 

  쉔부른 궁전은 파리에 있는 베르사이유 궁전을 본떠 만든 것이란다.

  그런데 이 시기의 궁전 대부분이 다 그러했겠지만...

  우리의 눈으로 보면 이제는 좀 식상한 면도 없잖아 있다.

  정원이나 궁전의 건물, 그리고 조각 하나 하나가 항상 대칭적으로 만들어져 있어

  그것이 웅장함이나 권위를 상징할 지는 모르지만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대칭성이 오히려 따분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좀 더 자유로워진 세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일까?

  

  그래서 사진에서도 꼭 맞아떨어지는 대칭적인 장면을 없애고 일부러 삐투름하게 찍어본다.

 

 

 글로리에테 전승기념탑을 보고 있는  조카와 이모.

 zz 그런데 오늘 우리 둘의 의상이 어째 좀!!!

 

위에는 빨간 색 티에 아래는 같이 엷은 색 반 바지...

혹시 누가 우리 둘을 보고 커플이라고 하면 어떡하지?

게다가 이런 다정한 포즈까지.

(괜한 혼자만의 노파심....)

ㅋㅋ

동준이의 등장에 우리의 유럽 여행이 한층 더 유쾌해 지고 있다.

 

어디서든 우리를 웃겨주고 있는 동준.

슈퍼에서 산 과일 아이스크림을 먹고 시다며 있는 대로 얼굴을 찡그려 우하하하.

딸기, 블루베리등 과일을 통째로 얼려 놓은  아삭아삭한 오스트리아 아이스크림.

땡볕 더위를 식혀주기에는 아주 그만인 이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으면서도 우리에게 웃음을...

우하하하...

동준아!!!! 나는 맛있기만 하던데....

 

한국과의 시차를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시민공원에서 뻗어버린 동준.

요한 시트라우스 동상 앞에서 아름다운 선율을 떠올리는 예술적 감각은 커녕

벌렁 드러누워서 쿨쿨 자버리는 저 능청으로 또 우리에게 웃음 한 자락.

(그래도 언니는 아들이라고 그 옆에서 같이 잠을 자주는 모정의 센스까지 발휘하고...
아니, 아들보다 엄마가 먼저 잠을 잤는지도 모르지...)

 

엄마와 아들은 요한 스트라우스 동상은 보지도 못하고 풀밭에 드러누워 잠을 자고 있는 동안

우리는 요한시트라우스 동상의 바이올린을 보면서 공원을 돌아보고...

 

시민공원에서는 한무리의 독특한 사람들을 만났다.

자전거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보드도 아닌 것이...

옛날로 치자면 바퀴달린 스카이콩콩(?)을 탄 사람들.

이걸 타고 비엔나 시내를 돌아다니는 투어를 하는 중이란다.

하루종일 걸어다니면서 투어를 하지 않아도 되니 피곤하지 않아서 좋겠고,

버스를 타고 그저 차창밖으로만 쳐다보는 따분한 투어가 아니라

여행지의 상큼한 공기를 직접 마실 수 있으니 좋겠고...

지난 번 여행에서는 보지 못했던 또하나의 이동수단이다.

 

 

  케른터너 거리에 있는 슈테판 성당.

 

3년 전에도 그랬지만 이 거리에는 여전히 거리 악사들의 연주가 있고 각종 판토마임 공연이 있었다.

음악의 도시, 예술의 도시 비엔나 답게.

가만 있어도 더운 여름 날. 저렇게 분장을 하고 꼼짝않고 있으면 얼마나 더울까?

가까이 가서 자세히 살펴보면 의상과 분장 하나하나가 예술이다.

 

 자연사 박물관

 

오스트리아에서 반드시 먹어봐야 하는 슈니첼.

SBK 여행사의 책에서 추천한 슈니첼 전문 식당 ‘센티미터’를 찾았다.

슈니첼은 우리나라로 치면 돈까스와 비슷한 음식이다.

고기가 돼지고기가 아니라 송아지 고기라는 점이 다를 뿐.

그래서 고기는 아주 부드럽다.

우리는 다섯명이어서 슈니첼 뿐만 아니라 돼지고기 바비큐, 고추를 커다란 칼에 꽂아주는 Sword를 시켰다.

Sword는 고기 뿐만 아니라 아래에 감자 칩, 닭 날개 튀김까지 듬뿍 줘서 다섯명이 배가 터질 만큼 먹었는데도

다 못먹어서 남겨야 했다.

어찌나 많이 주는지...

우리 생각에는 7-8명 정도도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인 것 같았다. 아깝다. 다른 사람이 더 있어도 되는데....


가격은 70유로.

이것 역시 우리 아버지가 보내 주신 돈으로 사먹었다.

아버지, 어머니 고맙습니다.

프랑스의 샤모니에서도... 그리고 여기 오스트리아의 비엔나에서도...

덕분에 맛있는 음식, 잘 먹고 있습니다.

 

 터질 듯 빵빵한 포만감을 가지고 찾은 비엔나 시청사 앞의 필름 페스티벌.

 이미 공연한 각종 오페라와 연주회를 녹화하여 한여름밤 시청사앞에서 보여주는 필름 페스티벌

오늘은 스위스 취리히 기차역사에서 공연한 라트라비아타 를 녹화해 보여주고 있었다.

참 대단하다.

지난 번 2006년의 여행에서도 비엔나에서 가장 감동했던 건 바로 이 필름 페스티벌이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빈을 찾아오는 구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필름페스티벌을 보는 구나....

앉을 틈이 없어서 땅바닥에 주저앉아서 볼 수 밖에 없었다.

어쩜 이렇게 음향시설이 좋은지...

시청이라는 게, 공공기관 이라는 게 시민들에게 이런 봉사(?)를  해 줄 수 있는 거구나...라는.

참 대단하다.

 

<<<<언니랑 같이 있으면서 블로그에 글을 올린다는 게 참 힘들다.

     아니 언니가 문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여행하면서 글을 올린다는 게...

     우선 뭔가를 정리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도 있지만

     그보다 더 힘든 건 여행하면서 생각이 적어지니까 블로그에 올릴 내용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전에는 사진을 고르는 것도 금방. 그 사진과 함께 떠오르는 글의 내용도, 흐름도 쉽게 잡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저 하나하나의 사진이 뚝뚝 떨어져 있어 서로 연관성이 없는 느낌이다.

     생각없이 다니는 여행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할까?

     언니나 형부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공유하면 좀 더 쉬울텐데...

     같이 있는 시간이 너무 행복하고 편해서 고리타분(?)하게 그런 걸 공유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가족이라는 게 늘 그렇듯이. 너무 편해서 아무것도 아닌.

     그래서 오히려 블로그 한편을 채우는 데는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리는데도

     다 하고 나면 허전한 마음, 부끄러운 마음을 감출수가 없다.

     .....

     그리고 여행지와 관련된 정보나 생각,역사 등이 전혀 없이 그저 우리의 사진만 있다는 생각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