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T134(8월 11일) 체코 프라하와 체스키크롬로프에서

프리 김앤리 2009. 8. 18. 07:09

 유럽여행을 갔다 온 사람들에게 어디가 제일 좋았냐는 질문을 하면

많은 사람들이 체코의 프라하를 대답한다고 한다.

뭐가 그리 좋았냐는 물음에 대부분이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야경’을 말한다고...

 

프라하의 밤 풍경.  바로 이거다.

흔히들 ‘백만불짜리 야경’이라고들 한다.

나 역시 그랬다.

동생과 함께 간 지난 번 여행에서 이 아름다운 광경을 나 혼자만 본 것 같아서

남편에게 내내 미안했다.

불을 밝힌 프라하 성과 카를교, 그리고 블타강의 강물에 비친 불빛...


언니한테도 한껏 부풀렸다.

정말 멋있다고, 프라하의 밤을  한 번 보고 나면 그 모습이 뇌리에 박혀 아마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남편과 함께 다시 찾은 프라하.

프라하 성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고, 강물에 어린 불빛은 아름다웠다.

이번엔 함께 볼 수 있어서 정말 고맙고 행복했다.

 

프라하를 꼭 다시 오고 싶었던 이유 중의 또 다른 하나는 음악이었다.

5월에 열린다는 프라하 음악축제에 참가할 수는 없지만 일년 내내 거리 곳곳에 울려퍼지는 연주를 듣고 싶었고,

구석구석에서 열리고 있는 연주회에 가보고 싶었다.

스메타나 홀, 드보르작 홀, 성 이지교회....

(사진은 스메타나 홀... 이 날도 비발디와 모차르트의 연주회가 있었다)

 

큰 음악홀이 아니어도 어느 길에서나 만날 수 있는 음악가들 역시 프라하를 찾은, 아니 유럽을

또 다시 여행하고 싶은 이유였다.

사진은 프라하 성 앞에서 만난 4인 연주단이다.

바이올린, 플롯, 콘드라베이스 그리고 아코디언으로 이루어진 좀 색다른 구성이다.

프라하 성을 찾은 여행자들에게 플룻 소리 경쾌한 음악을 선사하고 있었다.


그래. 프라하를 여행하는 기분은 바로 이런 거야.

멋진 경치와 함께 아무데서나 들을 수 있는 아름다운 음악.


<<<후후! 그런데 여행이라는 건 꼭 계획대로만 되지 않는 법.

   이번에도 이 마법에 걸려 들었다.

   그게 바로 배낭여행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말고 이곳 저곳 연주회를 보러 가려던 우리의 계획은 좀 뒤로 미뤄야 할 것 같았다.

   언니와 형부는 프라하를 처음 온 곳이라 이곳 저곳을 돌아볼 곳이 많았다.

   남편의 경우도 마찬가지.

   백만불 짜리라는 야경도 봐야하고, 카를교도 가봐야 하고, 프라하 성, 시계탑... 프라하 광장...

   우리가 프라하를 돌아다보기에는 이틀 밤도 모자랐다.

   우리의 이번 유럽여행이 계획대로만 된다면 러시아를 돌아 동유럽으로 내려올 때 다시 프라하를

   찾아 올 생각이다. 음악감상은 그 때로 미뤄놓고 이번에는 여행자들을 한껏 들뜨게 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프라하 시내를 돌아다니기로...>>>

 

 프라하 광장.

 여전히 발디딜 틈 없이 여행자들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그 많은 사람들이 매시 정각이 다 되어 가면 어디서에선가 바쁜 걸음으로 광장의 한 곳으로 모여든다.

 그리고는 모두 고개를 들어 위로 쳐다보고서...

 뭔가를 기다린다.

 

 바로 이 시계탑을 보기 위해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시계. 프라하의 천문 시계탑이다.

해와 달, 천체의모습을 묘사했다는 이 시계탑은 매시 정각이 되면 종소리와 함께

중앙 위의 문이 열리면서 예수님의 열두 제자가 2명씩 차례로 나타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베드로의 금 닭이 한 번 우는 것으로 정각 세레모니는 끝난다.

‘꼬기오!!!’

 

이 시계가 너무 아름다워 다른 곳에도 또 이런 작품을 만들까봐

제작자 하누슈의 눈을 멀게 했다는 이야기,

그리고 복수를 결심한 하누슈가 어느 날 시계탑으로 올라가

어느 누구도 수리할 수 없도록 부숴버렸다는 이야기,

그 이후로는 시계를 고치려고 하는 사람마다 죽거나 미쳐버렸다는 전설까지 전해내려 오면서 사람들의 흥미를 자아내는 곳이다.

그래서 매 시 정각만 되면 사람들은 시계탑 아래로 모여들고...

 

밤이 되어도 마찬가지였다.

저녁 10시가 다 된 시각이었는데도 9시 50분 정도가 되자 어디서 그 많은 사람들이 있었던지

시계탑 아래로 우루루 몰려들기 시작했다.

째깍 째깍... 10시!! 땡땡땡....

그런데 이게 왠일!

아무리 기다려도 해골인형이 줄도 당기지 않고 예수님의 12제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물론 베드로의 닭도 울지 않고...

 

사람들은 황당해하는데...

누군가가 와서 말해준다.

이 시계는 Nine To Nine라고.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만 작동한단다.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본다고, 닭소리 기다리던 여행자들은 검은 하늘만 쳐다보다 허탈...

 

 광장의 얀후스 동상.

마틴 루터보다 먼저 12세기에 종교개혁을 주장한 사람.

아니 종교개혁이라는 말보다 종교를 교황청의 말씀이 아닌 성경의 교리로 해석해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의견 제시를 했는데도 교황의 권위를 손상시켰다는 죄목으로 처형당한 프라하 대학의 40대 총장,

얀후스.

‘교리를 성경대로 해석해야 한다?’는 말을 철회만 해도 살려주겠다는 교황청의 요구를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던 체코의 선각자.

지금은 프라하의 광장에 우뚝 서있다.

바로 앞의 성 비타성을 바라보면서.


우리나라에서는 몇 해전에 방영된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에서 주인공들이 자신의 소원을 적은 노란 포스트잇을

붙여 놓는 장면으로 유명한 동상이다.

그래서 그 이후 우리나라 사람들은 프라하의 얀후스 동상앞에서

“어디다 소원 종이를 붙여 놓았냐”는 질문을 한다고.

 

 우리도 하누슈의 전설이 어린, 얀후스의 동상이 우뚝 서있는 프라하의 광장 앞에 섰다.

언니와 형부, 조카의 밝은 웃음.

(으이구.... 저 빨간 비닐백. 눈에 거슬린다.

 이탈리아 세탈도, 피렌체에서 해결하지 못한... 오스트리아 빈에서도 토요일에 걸려 해결하지 못한

 우리의 빨래 뽕다리. 프라하 숙소에서 해결하려고 했건만 거기도 세탁기가 없단다.

 숙소에서 물어보니 시내로 나가야 빨래방이 있다고 해서 빨간 뽕다리에 가득 넣어가지고 나왔건만

 빨래방에 막 들어서니 문 닫을 시간이라고 안된단다...

 졸지에 냄새나는 빨래를 넣은 저 무거운 비닐백을 들고 다니면서 하루종일 프라하 시내를 걸어다녔다...)

 

그 유명한 카를교.

차는 전혀 다닐 수 없고 사람들만 오간다.

다리 양쪽에는 30여개의 정교한 조각상들이 있어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한다.


여기를 가기전 언니한테 카를교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거기서 보는 프라하 성의 모습이 얼마나 끝내주는지

입이 닳도록 자랑을 했었다.

또 다리 위에는 실력 좋은 거리의 악사들이 분명히 아름다운 연주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나는 정말 카를교의 멋진 광경을 잊을수 없노라고...


아뿔싸. 

그런데 지금 카를교는 공사중이다.

물론 여전히 정교한 조각상들도 다리 양쪽에 늘어서 있고, 사람들은 흥겹게 지나가고 있었지만 

500m정도 되는 다리의 1/3이 공사중으로 한쪽 길이 막혀있고,

거리의 악사는 커녕 지난 번에는 없던 장사(각종 장신구, 그림, 마그네틱...)들이 거의 다리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예전엔 그저 아름답게만 보이던 양쪽의 조각상들은 거미줄을 걸친 채 지저분하게 보이기까지.


한껏 부풀려 온 내가 쬐금 부끄럽다.

언니는 정신이 없단다. 그리고 실망했단다.

너무 많은 기대를 가지고 온 것 같단다.

‘이건 아닌데... 정말 좋은 곳인데...

아!!! 예전의 그 감동을 어떻게 전달하지?’

남편도 심드렁하다.


길이 너무 복잡하니 프라하 성도 제대로 눈에 들어오질 않고

아래로 흐르는 블타강의 여유도 느끼지 못한다.

‘이건 아닌데...’

 

 어서 빨리 빠져나가야 겠다는 심정으로 돌아나오는데 어디선가 바이올린 소리가 들린다.

 구노의 아베마리아다.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바이올린 선율에 빠져든다.

 연주자는 그저 목욕탕 슬리퍼를 신고 마치 자다 일어난 복장정도를 하고 있지만

 바이올린 솜씨는 여느 오케스트라 단원 못지않다.

 

 아!!!! 음악소리에 귀가 트이자

 이제 프라하 성도 보이고 저 멀리 하늘의 노을도 보인다.

 기분도 슬그머니 좋아진다.

 주변이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한다.

 카를교... 참 예쁘다...

 

 그냥 돌아나가려던 마음을 바꿔먹고 카를교의 다리위에 앉았다.

 바이올린 소리가 아름답다.

 비스듬히 기대앉아... 그리고 아무 생각도 없는 듯...

어느새 프라하에 빠져들고 있다.

 

 행복하다.

 

 (결국 우리는 이 사람의 CD를 한 장 샀다.

  아니, 조카가 유럽 여행선물이란다.

  우리는 이걸 ‘카를교의 추억’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이 CD는 지금 우리차(zz 리스한 차)에 꽂아 닳을 만큼 듣고 있다.)

 

밤 늦게까지 광장에서 놀고, 다음날은 프라하 성을 찾았다.

 

언니네 가족은 가족 T셔츠까지 입고 등장했다.

신혼부부도 아니면서 뭔 닭살이냐는 말에

얼마 전 하늘나라로 간 우리 사랑스런 조카 가영이와 마지막으로 가족 여행하면서 같이 맞췄던 가족 티셔츠란다.

가영이도 이 여행을 함께 하고 있다면서...

언니야...형부... 그리고 동준...


여행 내내 들르는 성당마다 언니는 초를 하나씩 사서 봉헌을 한다.

마음이 짠하다.

치유의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다.

 

 프라하 성 안의 황금소로(Golden line)에서.

예전 연금술사들이 살았던 곳이란다.

황금을 만들던 사람들이 사는 아주 좁은 길.

작가 카프카가 조그만 이층집에 살면서 그 유명한 소설 ‘성’을 썼단다.

 

언젠가 읽은 책의 제목이 ‘황금소로에서 길을 잃다’였다.

직접 황금소로에 와서 보면 길을 잃을 만큼 그리 길지도 않는데,

아니 몇 m되지도 않는 짧은 길인데 이런 제목을 붙여서 사람들로 하여금 신비감을 갖게 만든다는

생각을 하면서...

황금이라는 색깔이 주는 느낌과 거기다 좁은 길에서 길을 잃다니...

뭔가 아득한 상상이 들어 반드시 가보고 싶다는 욕구를 가지게 만들었으니...

 

이것 보면 먼저 여행한 사람들이 어떻게 거길 소개하는 가에 따라 사람들이 그 여행지에 대해 갖는 느낌이

얼마나 다른가를 알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여행지를 잘 이야기 하고 있을까?

여행에 관한 느낌이 당연히 주관적이겠지만...

그 주관적이라는 것도 적어도 균형감각은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머리까지 숙여가며 나서야 하는 키 낮은 문이 앙증맞다.

 

 

프라하를 떠나 중세마을 체스키 크롬로프를 찾았다.

조그마한 폭의 강물이 마을을 휘감아 돌고

차가 들어갈 수 없는 좁은 골목골목 마다 중세풍의 집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체스키 크롬로프는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마을 외곽에다 차를 주차하고 그저 발 길 닿는 대로 이곳 저곳을 걸어다녔다.

딱히 무엇을 봐야겠다는 계획도 없이.

무엇을 해야겠다는 의지도 없이...


그래서 편안했다.

 

그저 빨간 지붕의 집들을 보고, 골목골목에 있는 상점으로 들어가 기념품들을 구경하고

마치 우리나라 안동 하회마을 같은 휘감아 흐르는 강물을 쳐다보고...

멀리 야트막한 산들을 보면서...

 

성위로 올라가 마을 전체를 휙 둘러보고..

 

그래도 한참을 걷다보니 배가 고프다.

아침에 준비해온 샌드위치랑 과일을 먹었는데도...


프라하에서 못사먹었던 체코 전통 빵을 먹기로 했다.

참 이쁜 언니가 구워주는(이름도 모르겠다. 뭐라고 했는데... 외국이름은 왜이리 어려운지)

밀가루 빵에 버터를 듬뿍 발라 막대기에 돌돌 말아 구워 설탕가루를 발라준다.

 

체코 돈으로 40Kr(코룬). 우리 돈으로 2,800원 정도 한다.

체코 여행이 즐거운 이유가 ‘물가가 싸서’라는데, 그것도 옛말이다.

지난 번 여행보다 훨씬 많이 오른 것 같다.

체코 자체 물가도 오르고, 우리나라 환율도 오르고...

그에 비해 달러는 약세고.


그래도 이쁜 언니가 구워주는 빵을 사먹기 위해 가게 앞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물론 우리도...

 

 역시 여행은 먹는 건가?

체코를 가면 반드시 먹어봐야 한다는 꼴레뇨 전통식당을 찾아서 보내는 즐거운 시간.

(꼴레뇨는 우리나라 족발과 비슷한 음식이다. 아니 족발보다 훨씬 맛있었다.

 드디어 취직을 해서 돈을 버는 조카가 한턱 쏜다는 말에

 어른들이 즐거워하며 꼴레뇨 3인분과 굴라쉬, 야채 샐러드, 그리고 체코 전통 맥주 필스터 우르겔까지...

 왕창 바가지 씌웠다.

 언니는 자기 평생 가장 맛있는 맥주였다나?

 맛있었다, 동준아!!!!!!!!!!!!!!!)


여행의 큰 즐거움은 역시 먹는거다. ㅋㅋ


--- 프라하, 체스키 크롬로프의 체코를 지나 다음은 오스트리아의 짤즈부르그, 짤즈 감머굿으로 떠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