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090813 T136 히틀러의 별장, 켈슈타인(Eagle's Nest)

프리 김앤리 2009. 8. 21. 09:52

 ... 지금 우리는 언니네 부부와도 헤어져 독일의 동남부, 드레스덴을 거쳐 라이프찌히에 와있다.

     우리 블로그가 진작에 떠난 조카와의 이야기도 아직 마무리하고 있지 못하다니...

     그래도 다행히 우리 블로그도 이제는 독일편으로 넘어간다.

     오스트리아 짤즈부르그를 떠나 히틀러의 별장이 있는 켈슈타인이 오늘 이야기,

     그리고 로텐부르그, 노르딩겐, 퓌센, 슈방가우등 로만틱 가도의 이야기는 그 다음에...

     그러고 나면 언니, 형부와 이별하고 우리 둘만 남게된다.

     라이프찌히의 자동차 숙소 Etap에 들어와서 팽팽 날아가는 인터넷 속도 덕분에

     오스트리아의 짤즈부르그와 짤즈감머굿의 소금마을 이야기,그리고 독일의 히틀러 별장까지

     하루저녁에 두 나라 ,두 편의 글을 한꺼번에 올리는 기분 좋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마치 기차에서 하루밤만 자고 나면 또 다른 나라의 아침이 되어있는 유럽 여행의 마술이

     우리 블로그 글을 올리는 데도 벌어지고 있다.

     자!!! 이제 오스트리아를 넘어 독일로 갑니다....

 

    오스트리아의 짤즈부르그에서 독일의 히틀러 별장이 있는 켈슈타인(Kehlstein)은 자동차로 30분 거리밖에 안된다.

   

    오스트리아라는 자연의 모습으로 보면 스위스와 아주 많이 흡사하지만

    사람들은 독일 사람을 더 많이 닮은 것 같다.

    언어도 독일어를 쓰고 있고.

    물론 오스트리아가 신성로마제국 당시 독일의 한 일부분이었으니까 그렇나?

    그래서인지 오스트리아에서 독일로 넘어가는 여행은

    도무지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넘어가는 어떠한 느낌도 없었다.

    그냥 차를 타고 쭈-욱 넘어갈 뿐.

   

   켈슈타인 별장은 2차대전 당시 나치당이 히틀러의 50회 생일선물로 지어준 것이다.

   나찌가 왕관 모양의 켈슈타인 산 정상위에다 히틀러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별장을 지어줬건만

   정작 히틀러는 고소공포증이 있어 몇번 다녀가질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애인 에바브라운과 함께 머무르기도 해

   히틀러의 기록물 다큐멘터리를 보면 에바 브라운과 함께  이 산위와 별장에서 보내는 장면들을 볼 수 있다.

  

   이 별장은 독수리 둥지(Eagle's Nest)라고도 불리는데

   별장이 산정에 올라앉아 있는 모습이 마치 독수리 둥지 같다고 해서 영국이 붙여준 이름이다.

   2차대전 당시의 별장, 히틀러의 별장 답게 두께가 1m가 넘는 튼튼한 벽으로 되어 있는 요새다.

 

히틀러의 별장이 있는 켈슈타인으로 가려면 독일 최대의 국립공원 베르히데스 가덴(Berchtesgaden)으로 가야한다.

 

그 지역에는 히틀러가 생전에 아주 좋아했다는 마을 오베르짤즈베르그(Obersalzberg)이 나온다. 

오베르짤즈베르그 박물관에 가면 히틀러가 머물렀던 곳, 회의를 하던 곳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는데...

우리는 히틀러의 별장이 있는 켈슈타인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짤즈부르그를 떠나면서 찾을수 있으면 가고

아니면 그냥 뮌헨으로 넘어가자는 말을 하면서 네비게이션에 마을이름을 꾹 찍었는데

우리를 그 산 중턱까지 데려다 준다.

'참말로 영특한 네비'다

그냥 지나가다 한번 들른다라는 느낌으로 찾았는데...

사람들이 꽉 찼다.

독일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유명한 곳인가보다.

(알고보니 독일 최고의 국립공원이란다. 트레킹  하는 사람도 많고...산 아래에서는 케이블카 시설도 되어 있다) 

 

켈슈타인으로 가려면 승용차로는 갈 수 없다.

오베르짤즈부르그 산 중턱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버스를 타고 올라야 한다.

이 길을 위해 특별히 준비된 버스들이 산 정상과 아래에서 서로 연락을 하고 정확한 시간을 맞추어 동시에 떠나야 한단다.

천길 낭떠러지 외길로 아슬아슬 그 자체의 곡예운전으로 서로 엇갈려 갈 수 있는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버스들이 만난다면

아!!!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차창밖으로 보이는 바바리안 알프스(Bavarian Alps, 독일알프스). 

(걸어서 오를 수도 있다. 2시간 정도 트레킹코스)

 

아슬아슬한 산길을 20여분간 올라 이글스네스트 바로 아래 내렸다.

(사진의 제일 꼭대기에 보이는 것이 바로 그 별장)

내려갈 때도 다시 버스를 타고 내려가야 해서

내리자 마자 다시 몇시에 내려갈 건가 버스시간을 예약해야 한다.

정확하게 하지 않으면 걸어내려가야 할 판이다. 독일 답다.

 

발아래에서 피어오르는 구름이 가득 낀 하늘이 오히려 신비롭다.

 

별장까지 가려면

바위산을 그대로 뚫은 124m의 터널이 지나 단한대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

반짝이는 놋쇠로 벽이 되어있는 엘리베이터는 단 1분만에 해발 2,000m 높이의 정상에다 우리를 데려다준다.

1930년대에 이 높은 산에 길을 내고 이런 엄청난 터널 공사를 해낸 독일이 새삼 대단해 보인다. 

이런 저력(?), 이런 자신감으로 2차대전을 일으켰을까? 

 

원래는 조용한 별장으로 지어줬으나

히틀러는 여기에서 개인이 머무르기보다는 작전회의를 했을 뿐이란다.

(알려진 대로 정말 고소공포증때문이었을까?)

그러나 지금은 레스토랑으로 이용되고 있는 전망 좋은 방에서

당시에는 나찌 간부들과 그리고 에바브라운과 함께 보낸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그 산 꼭대기에서...

정말 이렇게 높은 곳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천하를 다 자기 손에 쥐고 있다고 생각할수 있었을꺼야...

 

자매...

하나도 안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러고 보면 많이 닮았어...

 

독일 알프스는 스위스나 오스트리아의 알프스와는 사뭇 그 지형이 다르다.

넓은 초원과 높다란 나무... 그리고 빙하가 줄지어 있던 스위스의 산과는 다르게

여기 바바리안 알프스는 완전 암석덩어리의 악산이다 .

 

그 악산 앞에서 한껏 폼을 잡아보는 우리의 사랑스런 조카 동준이...

그런데 자세히 보시라.

여기서도 그는 우리나라 목욕탕 딸딸이를 신고 있다.

아주 한참 전에 호주를 함께 여행하면서도 멜버른 산위를 딸딸이를 신고 등산을 시켜 실컷 고생하게 했는데...

이번에 유럽으로 나오면 '좋은 신발 반드시 사주마' 약속까지 해놓고...

또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이 험한 산에 다시 딸딸이를 신고 올라가게 해버렸다.

ㅋㅋ

괜찮다고, 별로 아프지 않다고 가슴근육을 마음껏 자랑하며 겉으로는 저리 순진하게 웃고 있지만...

얼마나 발이 아팠을까?

완벽한 등산장비- 두터운 등산화, 겨울파카, 스틱까지 준비해서 산을 오른 독일 사람들이

무식하고도 용감한 동양 젊은이를 보고

웃는다.  대단하다는 의미일까?

산을 얕잡아 보고 오르는 무식함을 비난하는 것일까? ㅋㅋ

 

바위 산위에 올라있는 사람들.

 

꼭대기의 나무 의자에 앉았다.

아들을 만난 언니는 며칠째 계속 웃음을...

 

이 꼭대기에 오르면 모든 것이 다 발 아래다.

그래서 사람이  오만해 지는 걸까?

아니면 저 아래 사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더 겸손해지는 걸까?

 

저 아래는 우리가 두고 온 일상들이 그대로 다 있다.

어머님은 잘 계실까?

아버지와 엄마는 뭐하고 계실까?

학교는 잘 있을까?

...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것들.

우리에게 아주 친숙하고 익숙한 것들은 그대로 다 잘 있을까?

 

 사방 천지에서 구름이 몰려온다 .

구름이 발 아래 있기도 하다가 우리 머리위를 점점 덮는다. 

 

뭣이야!!! 아들과 함께 있을때는 그리 웃고 있더니만

남편과 함께 있을 때의 이 표정이란???

 

독일로 넘어오니 괜스레 주변 사람들의 옷차람이 눈에 보인다.

혹시 독일 민족주의자들이 아닐까봐...

지금도 나치를 찬양하며 세계정복의 꿈을 꾸고 있는 인종차별주의자들을 만날까봐....

언니 뒤로 앉아 있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예사롭지 않다.

오토바이 족 같은데...

이 산위에 유일하게 있는 동양인에 대한 눈빛이 매섭다.

(괜히 우리끼리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독일에 오면 그런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고 해서....괜스레...)

 

드디어 산 위에 비가 내린다.

그리고 방금까지 환하게 보이던 아래의 모든 것들이 모두 이 구름속에 갇혀버린다.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고 없어지는 것은 아닐터...

 

다시 산아래로 내려와

히틀러의 별장, 켈슈타인, 이글스 네스트와는 이별을 하고

뮌헨으로 향한다.

내일이면 휴가를 마치고 동준이가 떠난다.

즐거웠던 시간도 점점 끝이 나고 있다.

 

뮌헨 공항에서 동준이를 배웅하며...

간밤에 호프브로이에서 맥주를 많이 마셨나보다. 얼굴이 퉁퉁 부었다 .

(아니... 그게 아닌데... 나는 별로 많이 안마셨는데.... 다름 사람의 술기운이 내게...)

 

그렇게 동준이는 떠나고 다시 우리 넷이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