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T140 (8월 17일) 독일의 로맨틱가도 -로마로 가는 길

프리 김앤리 2009. 8. 22. 05:42

독일의 드라이브 코스는 여러갈래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로맨틱가도다.

예전에 이 도로 이야기를 보면서 정말 가고 싶었다.

'로맨틱'하다는 말에...

얼마나 아름다웠으면,얼마나 낭만적이었으면 이 길에다 이런 이름을 붙였을까???

그런데 그게 아니란다.

로마로 가는 길이라서 그렇게 이름이 붙여졌단다.

 

그래도 이름값은 늘 하는 법...

처음 시작은 로마로 가는 길이었으나

독일의 중남부 뷔츠부르크에서 퓌센까지의 350Km 로만틱가도의 도시들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우리를 중세로 이끄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로텐부르그에서 퓌센까지 아래로 국도을 따라 쭈욱 내려갔다.

 

 

<길을 잃고>

로텐부르그에서 국도를 따라 내려가는 길은 그동안 그리 영특하던 네비조차도 헷갈려한다.

넓은 벌판이 보이는 가 하더니 다시 조그만 마을...

또다시 넓은 벌판...

조그만 마을에 내렸다.

무슨 소싸움인가가 그 넓은 벌판에서 벌어지는 모양이다.

차들이 제법 많이 왔다갔다 하는데 우리가 가는 길은 보이지 않는다.

 

차에서 내려 도대체 여기가 어딘가하고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한참동안을 우리를 지켜보던 동네 주민이 독일말로 뭐라고 말한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어딘가로 자꾸 가란다.

...

소싸움하는 곳을 가르키는 것 같다.

아마 우리가 거기를 가려고 헤매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산책하던 걸음을 멈추고, 가던 길을 다시 돌아와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게 고마워서

그저 '당케 쉔'(땡큐)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할아버지... 우린 지금 소싸움 보러 온 건 아니거든요"

무뚝뚝한 것만 같던 독일이었는데 그건 아닌가보다.

 

기왕 헤매다가 내린 곳.

그저 마을을 한바퀴 돌아본다.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마을에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모두 소싸움 구경갔나?

 

 

<중세마을 딩켈스벨Dinkelsbuhl 과 노르딩겐Nordingen을 가다> 

로텐부르그에서 조금 아래 마을 딩켈스벨에 도착했다.

여기도 마을 전체가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중간중간에 성문이 있다.

이 성벽은 10세기 이전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마을 중간에는 성 조지 교회가 우뚝 서있다.

교회의 종탑에는  해시계가 만들어져 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각이 거의 12시쯤 되었는데 시간이 조금 틀리다.

아마 섬머타임 때문이겠지?

 

성 조지 교회 내부의 모습.

분명 이름은 교회(Kirche)인데 내부는 성당과 흡사하다.

아무런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은 무식한 내 눈으로는 구별하기가 너무 힘들다.

 

역시 이쁜 집들.

마을 한 가운데 있는 4-5층짜리 집들이다.

벽면의 중간중간에 나무를 박아 운치를 더하고 있다.

1000년도 더 된 마을에 1000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살고 있다.

 

성벽을 따라 마을을 한바퀴 돌아본다.

로텐부르그의 좁은 골목보다는 훨씬 더 넓은 길이다.

키 낮은 집과 조용한 거리, 그리고 성밖으로 나서면 짙은 숲, 그리고 시냇물...

 

빨간 지붕옆에 놓여진 오토바이가 어색하다.

 

여기는 노르딩겐.

마을 중간에 있는 성당에서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한참동안이나 들었던 곳이다.

마침 바하의 토카타와 푸가가 파이프오르간으로 연주되는 것을 듣는 행운도 가졌었다.

 

같은 중세마을이라고 해도 로텐부르그는 거의 관광도시에 가까웠는데

(거기에 직접 사는 사람들 보다 여행자가 더 많았었다.

 그리고 마을의 모든 시설-호텔, 가게.식당...-이 현지인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모두 여행자들은 위한 것이었음)

그래서 로텐부르그는 사람이 사는 동네가 아니라 인형이 사는 마을, 동화속 마을 같았는데...

여기 딩켈벨스는 사람이 사는 동네같다.

그래서 조금 더 친숙한 느낌이 든다.

 

다시 차를 몰아 길을 떠났다.

언니 표현에 의하면 '원도 한도 없이 초원을 본다'던 길들을 계속 지난다.

...

그런데 얌전히 잘 가던 네비가 또 헷갈리는지, 아니면 초원만 보고 가는게 쌤통이 났는지

갑자기 비포장도로로 우리를 안내한다.

'아니 이 녀석이...'

덕분에 비포장도록 옆의 옥수수밭...

우리 키보다 더 큰 옥수수밭도 한번 지나가보고...

 

네비를 살살 달래가지고 다시 정상적인 도로를 달린다.

내내 이런 국도가 이어졌다.

양 옆으로는 초원, 그리고 멀리는 높은 산.

그리고 아주 잘 가꾸어진 숲.

(독일의 숲은 정말 부러웠다. )

 

 

<슈방가우Schwangau 와 퓌센Fussen>

 

한참을 달려 드디어 슈방가우에 도착했다.

마을 인포메이션 센터 바로 앞에 있는 깜찍한 마을 안내판이 우리를 반긴다.

(일요일이라 인포메이션 센터는 이미 문을 닫은 상태. 아니 원래부터 안열려있었나???)

 

우리는 로만틱 가도 하면 노이슈반슈타인 성이 있는 퓌센을 먼저 떠올리고

그 성에 오르는 것으로 끝내버리는 데 여기 사람들은 이곳 슈방가우를 더 많이 찾는 것 같다.

슈방가우는 그동안 독일에서 볼 수 없었던 높은 산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여기가 바로 오스트리아와의 국경에 해당한다. 독일 앞프스와 오스트리아 알프스 사이)

그래서 저 산 꼭대기까지 케이블카도 운행하고 있고,

또 그 꼭대기에서 아래로 날아 내려오는 패러글라이딩이 가득하다.

자전거 길도 아주 잘 나있어 자전거 하이킹 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이고, 트레킹도 하고 있다.

 

저멀리 백조의 성, 노이슈반슈타인 성이 보인다. 

 

아래에 차를 주차시켜 놓고 우선 슈방가우 성부터 찾았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지은 루드비히 2세가 살았던 성이다.

 

아래에서 보는 슈방가우 성.

여기는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그냥 성 밖만 둘러 보았다.

파란 하늘엔 패러글라이딩이 날고 있다.

 

슈방가우 성으로 가는 길에서 본 호수.

'슈반'이 백조라는 뜻이라는 데 호수에는 백조가 ...

 

노이슈반슈타인 성에서 바라본 호수와 슈방가우 성.

 

백조의 성 '노이슈반슈타인'

디즈니랜드가 이 성을 본따 그 로고를 만들었다고 해서 더 유명한 성이다.

그리고 유럽 전체에서 가장 아름답다고도 하는 성.동화의 성...

미치광이라고까지 불리웠던 루드비히 2세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성.

바그너의 음악에 심취한 그가 성의 벽면 내부를 모두 바그너의 오페라를 주제로 한 그림을 그려넣었다는 성...

옆에서 찍어야 우리가 자주 보던 달력에서의 한 장면처럼 되는데...

 

노이슈반슈타인의 전체 모습이 가장 잘 보인다는 마리엔 다리에 가서 보니

이게 왠 일!!!

지금 노이슈반슈타인의 옆 면이 공사중이다.

그래서 그 달력같은, 그림같은 장면은 연출되지 않고

공사천으로 가려친 좀 별스런 모습만 보인다.

아쉬운 마음에 언니는 결국 성의 사진이 찍힌 큰 사진을 하나 하고...

앞면으로 부부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언니는 성안으로 들어가 내부를 구경하고...

(게으른? 우리는 성 내부보다 나무향기, 풀향기 가득한 산길을 더 걷고 싶어서...)

 

내려오는 숲길에서 산을 즐길줄 아는 사람을 만나 사진 한장 찍는다.

신발은 벗어들고 맨발로 산길을 걸어내려오는 여자애...

우리도 괜히 상쾌하다.

 

이 숲길에서 역시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유럽의 이름모를 예술가들.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데 혼자서 멋진 연주를 하고 있다.

숲길을 돌아내려오는 데 저 멀리서 들리는 바이올린 소리...

"당신들이 있어서 우리의 여행은 늘 행복합니다."

 

알펜시(Alpen See, 독일에서 호수는  See인가 보다) 에서 보이는 노이슈반슈타인.

에머랄드빛 호수와 산의 짙푸름이 잘 어울린다. 

 

 

<푸른 목초지에 덩그러니 있는 성당을 찾아라>

 

노이슈반슈타인까지 보고 나오다가 뒤적거린 책에서 문들 다음과 같은 글을 발견했다.

"푸른 목초지에 덩그러니 있는 성당을 상상해보라. 많은 이들이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보러 퓌센에 가면서도 불과 10Km 떨어진

 Wies는 그냥 지나치고 만다. 하지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wies의 성당은 잠시 짬을 내 방문할 가치가 있다.

 ....  이곳은 18세기 초 눈물을 흘렸던 예수상이 보관된 전설적인 순례지..."

 

아니... 그렇다면 지나칠수 없지.

눈을 부릅뜨고 푸른 초원에서 덩그러니 있는 성당을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온 사방천지가 푸른 초원만...

 

에라이, 푸른 초원에 한번 퍼질고 앉아나 보자.

담요 한장을 깔고 준비해온 점심(도시락 밥을 준비해왔었다) 을 차리고 우선 먹고나 보자.

아!!! 경치좋다.

 

제법 헤맨 끝에 정말 초원에 덩그러니 있는 Wies 성당을 찾아냈다.

유럽 어디와도 비교할 수 없는 화려한 내부장식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도 아주 많이 찾아오는 성당이기도 하고.

가운데 예수상이 눈에 보인다.

 

그런데 여기는 아마 '치유의 성당'으로 꽤나 이름이 알려진 모양이다.

아픈 사람들이 와서 기도를 많이 올리는 곳 같았다.

 

Wies 성당.

 

 

<슈퍼와 마르케 이야기> 

로텐부르그에서 쉽게 유스호스텔을 구해서 퓌센에 가서도 쉽게 방을 구할 줄 알았다.

그런데 퓌센의 유스호스텔은 full이라서 방이 없단다.

일요일이라 인포메이션 센터는 문을 닫았고 몇군데 찾아간 호텔이나 민박(Zimmer)은 문을 꼭꼭 걸어잠궈 놓았다.

물론 비싼 호텔의 방은 있기는 하지만...

 

슈방가우 동네를 이리저리 헤매다 Zimmer Frei(민박 방있음) 라고 해놓은 집을 하나 발견했다.

방도 일인당 19유로밖에 안한단다. 아침밥도 주고...

3층에 창문 열어놓은 방이 우리방이다.

 

주인 할머니 소피아.

나이는 비밀이란다.

독일 할머니 처럼 참 단호하게도 생기셨다.

침대보 정리하는 걸 도와드리니 선물이라며 맥주도 한병 그냥 주신다.

원래는 1인당 19유로를 받는다더니 정작 계산 할때는 일인당 18유로로 곱하신다.

18유로가 맞냐고 재차 물어봤는데 그게 맞단다.

어쨋든 우리에게는 고마운 일...

 

남편은 금방 소피아와 친해지고 이것 저것을 묻고 웃고  한다.

영어로 물으면 독일어로 답하고, 할머니가 독일어로 말하면 눈치로 긁어 다시 영어로 대답하고..

마치 옆에서 보고 있으면 둘이 말이 잘 통하는 것 처럼 대화를 나눈다.

ㅋㅋ

 

마침 이 집에는 부엌이 있다.

그동안 부엌에 목말라 있었는데, 문닫기 마지막 10분을 남겨놓고 총알같이 슈퍼에 들어가 스파게티 재료와 쌀 등을 대충 사가지고

돌아왔다. 들어가자 마자 문을 닫아야 된다며 밀어내는 바람에 제대로 장을 보지 못했다.

스파게티를 해먹으려고 하니 햄이나 소세지 같은 고기거리가 전혀 없다.

 

남편이 나섰다.

"소피아? 여기 슈퍼마켓이  어디있냐?"

"???"

"햄이나 소세지 같은 것을 어디가면 살수 있겠냐"

"???"

"... 슈퍼마켓..."

"???"

"사다줄수 있겠냐?

"???"

"비어Beer도 필요한데..."

"야Yes , 비어는 우리 집에 있으니까 여기거 가지고 가면 된다."

....

 

3층으로 돌아온 남편은 소피아한테 햄이나 소세지를 사다 달라며 10유로를 주고 왔단다.

아니 할머니가, 이미 슈퍼도 문을 닫은 이 시간에 어디서 햄을 구해오겠냐니까

소피아가 할수 있다고 했단다.

다시 내려가보고 올라오더니 소피아 할머니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있더라며

아마 딸한테서라도 구해 올 모양이란다.

그런데 한참을 기다려도 소식이 없다.

다시 내려갔다 오더니 할머니가 안계신단다.

아마 동네를 다 뒤집어서 햄을 구해올 모양이라고 웃으며 밥을 하고 고깃거리 없는 스파게티를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점점 흐르자 걱정이 슬 되기 시작했다.

할머니가 혹시 이 밤에 나가서 어디 넘어지시기라도 한 건 아닌지...

도대체 어디가서 햄이나 소세지를 구해오겠다는 것인지..

밥도 스파게티도 이미 다 됐는데....

다시 내려가 보니 할머닌 이미 집으로 돌아와 계셨고. 하얀 접시에 뭐 이상한 걸 세병 얌전히 놓아두고 있었다.

우리 거 사오셨냐고, 달라고 하니까 그걸 내미신다.

이거 맞냐고 하니까 맞단다.

계산은 이미 다 했다고 그냥 가지고 올라가란다.

...

다시 3층.

그 요상한 물건은 도대체 무엇인지..

하나는 인도식당엘 가면 나오는 아주 진한 향기나는 좁쌀같은 곡식이고,

또 하나는 우유같은게 들어있는 캔, 또하나는 먹다남은 간장이다.

할머니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걸 주셨는지...

이걸 준비하느라고 이리 저리 전화도 하고 밖에까지 나갔다 오셨는지...

 

그런데 상표를 읽어보고 우리는 우스워 죽는 줄 알았다.

좀쌀같은 곡식에는 "슈퍼 스파이시- Super Spicy"

우유같은 캔의 겉면에는" 마르케-Marke"라고 쓰여 있는게 아닌가?

할머닌 뒤에 말한 햄과 소세지는 다 듣지도 않으시고 슈퍼 마켓이 어디있냐는 말만 집중해서 듣고

슈퍼스파이시와 마르케를 준비해 주신 거다.

그리고 우리가 밥을 해먹으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고 아시아 간장까지 덤으로 보태서...

 

슈퍼마켓과 슈퍼와 마르케...

영어와 독일어로 해도 말이 잘 통한다더니만

슈퍼마켓이 슈퍼와 마르케로...

햄과 소세지가 슈퍼와 마르케로..

 

결국 우리는 뭔가 씹히는 것이 없는 ,전혀 고깃거리가 없는 스파게티를 먹었다.

밥과 된장 미역국을 곁들여서...

슈퍼와 마르케 덕분에 실컫 웃고 나서 즐거워 하며...

멋진 경치와 멀리서 들리는 종소리를 들으며...

 

 

<언니, 형부와 이별> 

7월 29일에 만나 벌써 8월 17일. 내일이면 언니, 형부와 헤어져야 한다.

그동안 참 즐거웠는데...

뮌헨으로 다시 돌아왔다.

뮌헨 시청사 앞.

 

이제 이 닭살 부부와도 이별이다.

 

마지막 밤이라 언니가 한턱 쏜단다.

내내 사실 언니가 쏘았으면서... 오늘은 또 마지막이라서 쏜단다.

뮌헨 시내에서 돼지고기 바베큐(Haxen)를 먹으며...

근데... 언니야.... 이 집 정말 맛있었다.

나머지 우리 여행에서 내내 그리울거야....

같이 여행해 줘서 고마워요....

 

(뮌헨 호프브로이 옆 골목에 있는 돼지고기 바베큐 전문식당.

끝내주게 맛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