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T142 (8월 19일) 작센의 옛수도 드레스덴, 작센스위스 바스타이

프리 김앤리 2009. 8. 26. 04:36

<차... 타이어... 빵구...>

  8월 1일 스위스 제네바 공항에서 차를 인수하고 단 사흘만에 타이어에 펑크가 났었다.

  하루종일 길을 헤매다가 결국 숙소도 못 구한 채 몸을 구겨넣다시피 집어넣은 채

  4명이 차 안에서  자고 일어난 아침이었다.

  이름도 제대로 모르는 프랑스의 어느 해변에서.

  어디서 박혔는지 모르는 못 하나 때문이었다.

  그래도 그게 다 액땜이겠거니 생각하고 차량 인수할 때 받은 펑크 때우기(로션 같은 걸 타이어 내부로  분사해 넣는 거였다.

  아마 그게 못이 박힌 부분의 틈을 메우는 것 같았다)로 잘 떼우고 타이어의 공기압도 맞추고 그동안 잘 다녔다.

  언니와 형부랑 같이 여행하는 18일 동안.

  그리고 언니와 형부는 떠났다. 8월 18일 뮌헨공항에서...

  

  그동안 한국에서 차를 몰 때도 그저 기름 넣고 몰기만 할 뿐,

  그리고 대충 날짜 맞춰 엔진오일만 바꿀 줄 알았던 우리 두 사람.

  기계에 관해서는 개코도 모르는 기계치 둘이서 그래도 이런 일을 또 당할 줄은 몰랐 다.

  그것도 언니가 떠난 바로 그 날.

  언니네와 뮌헨공항에서 헤어진 후, 우리가 선택한 곳은 체코의 카를로비 바리였다.

  체코를 안내한 책자에는 프라하와 체스키 크롬로프, 그리고 거기 카를로비 바리를 소개해 놓았었다.

  그런데 몇백 Km를 달려 도착한 그곳이 우리에게 준 느낌은 어딘지 모를 음습함 같은 거였다.

  도시의 분위기도 이상하고, 사람들의 눈빛도 이상하고, 여행자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게다가 찾아간  숙소는 아직 문도 열어놓지 않았고, 숙소에는 사람들도 거의 보이지 않고...

  그래서

  포기해버렸다.

  차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분명, 싫어도, 조금 못마땅해도 참고 견딜 걸

  차라는 게 있으니까 용감해지는 거다.

  그래서 다시 독일과 체코의 국경에 있는 드레스덴으로 가기로 했다.

  예전 작센 왕국의 수도, 드레스덴으로... 

 

 체코의 국경도 지나고, 정말 짙푸른 독일의 숲을 따라가는 국도를 기분좋게 지나고

드디어 고속도로로 들어서 한참을 달리는데...

갑자기 자동차 계기판에 신호가 들어오는 거다.

"타이어에 펑크"가 났다고...

고속도로에서...

지난 번 프랑스에서는 자고 일어나니 지 혼자 펑크가 났다며 시동조차 걸리지 않더니만

이제는 한참 달리고 있는 고속도로에서 신호를 보내는 거다.

놀래서 속도를 줄이며 비상 깜빡이를 켜고 옆으로 비켜나며 제일 처음 만난 출구로 나왔다.

쳄니츠 Chemnitz라는 도시였다.

 

'무슨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차를 몬지 며칠이나 됐다고 또 타이어에 펑크가 난다는 말이야'

'이제는 형부도 없는데...'

 

한쪽 옆에 차를 세우고 기계치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다시 로션 같은 그 빵구 떼우기(지난 번에 그 빵구 떼우기를 다 쓰고 나서

프랑스 니스에 있는 르노 정비공장까지 찾아가서 비상용으로 하나 더 사놓았길래 망정이지, 안 사놓았으면 어떡할 뻔 했냐구...)

로 타이어 내부로 힘껏 쏟아 부었다.

그런데 지난 번 처음에는 그게 말을 잘 듣더니만, 이번엔 잘 안된다.

타이어 공기압도 어지간해서 잘 올라가지도 않고.

타이어에 바람이 완전 빠져 차 한쪽이 찌부라진게 눈으로도 훤히 보인다.

 

처음에는 타이어 안으로 로션이 잘 발려 빵꾸가 떼워지는 것 같더니만

다시 운전을 시작하니 바람 새는 소리가 피식피식 나더니

발라놓은 로션이 밖으로 삐직삐직 삐져나오기 시작하면서 다시 바람이 빠져버린다.

아무래도 타이어를 교환해야 할 것같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란 말이야.

어떻게 하라고...

이 차는 프랑스에서 리스한 차인데, 여기는 독일이고... 말도 안통하고...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여기 어디 차 수리할 수 있는 데 없냐고...

몇명한테나 물었다.

어떤 사람은 여기 살지 않는다고, 어떤 사람은 영어가 전혀 안 통해서..또 어떤 사람은 그냥 보험회사에 전화하라고 하고 가버리고...

"아니 이사람아!! 여기가 한국 같으면 우리가 왜 걱정하냐구? 전화만 한통 하면 되는데...

 그런데 여기는 독일인데다가. 전화도 없고... 이미 저녁 6시가 다되어 가는데...."

다행이 그 동네를 잘 아는 사람을 만나서 근처에 있는 차량 정비소를 찾았다. 그런데 거기는 우리 꺼와 같은 타이어가 없단다.

그러면서 자기 차를 몰아 제법 멀리 떨어져 있는 정비소까지 우리를 데리고 가 우리 차 상태를 설명하면서 타이어가 있는 지 없는지

까지 확인해준다. 고맙다. 정말 고맙다.

(두번째 정비소를 찾아간 시각이 저녁 6시 1분전이었다.

 퇴근 하려고 셔터를 내리던 정비소 직원이 다시 셔터를 올려서 우리 차를 봐줬다. 얼마나 다행인지...)

 

 

잘 생긴 정비공장 총각.

우리 차를 자세히 보더니 못이 박혀있단다.

그리고는 못을 뽑아 준다.

지난번 프랑스에서 박혔던 못이 고속도로 상에서 비틀어지면서 타이어에 바람이 샜나 보다.

처음 펑크 났을 때 바로 정비공장으로 가져 왔더라면 펑크 난 걸 떼울 수 있었겠지만

안에 로션을 너무 발라놔서 떼울 수 없단다.

새 것으로 바꾸어야 한단다.

 

출고 된지 20일도 안되서 타이어를 빼낸 불쌍한 우리차...

 

우리를 두번씩이나 고생시킨 못.

그리고 옆에 있는 게 펑크난 걸 떼운다는 그 로션...

(저런 걸 애초부터 안 줬더라면, 바로 떼웠을 텐데...)

프랑스에서 박힌 못이 독일에서 빠졌다?

 

우리 차에 끼워 질 새 타이어...

'이것 또한 여행'이라고 생각하니... 모든 것이 다 용서가 되더라구...

덕분에 이렇게 독일 정비공장에도 와보고...

잘 생긴 총각과 멋진 독일 아저씨를 만나는 즐거움도 있고...

사진 한장 찍어도 되겠냐는 말에 아저씨가 폼까지 잡아주신다.

 

정비소 내부.

번쩍 들어올려진 우리 차는 결국 새 타이어로 새 단장...

 

한국으로 떠나면서 언니가 우리 여행경비로 보태쓰라고 준 300유로를

체코 카를로비 바리를 들러 독일로 먼 길 오느라고 기름 넣는데 50유로 들고,

타이어 교체비로 딱 250유로 주고... 하루 만에 홀라당 300유로를 다 써버렸다.

그래도 사람 안 다친게 어디냐고... 고속도로에서 달리는 중에 타이어 공기가 빠지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이냐고...

계속 히히덕 거리며 홀라당 다 까먹어버렸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옛 작센 왕국의 수도..  2차 대전 최대의 폐허... 드레스덴에서> 

느지막한 저녁 무사히 드레스덴 유스호스텔에 도착했다.

다행히 방은 있다.

아니 아주 좋다.

구동독 시절의 공산당 수련원을 지금은 유스호스텔로 쓰고 있다.

 

잘 사는 집을 방문하면 고기를 얻어먹고, 못사는 집엘 가면 피죽도 한 그릇 못 얻어먹으리는 생각과는 달리

예전 구동독지역이었지만 어찌 서독 지역의 유스호스텔 보다  시설도 훨씬 더 좋고

아침 식사는 거의 예술이다.

사진은 아침 식사중.

(아침 식사 준비해놓은 뷔페 판을 찍었어야 하는데... 그건 왜 없는지..

 황홀한 아침식사에 홀려 먹느라고 아마 깜빡 잊었는 모양)

 

드레스덴은 원래 작센 왕국의 수도로 '북쪽의 프로렌스(피렌체)'라 불리울 만큼 아름답고 문화적 가치가 있는 도시였다.

그런데 2차대전이 거의 끝날 무렵, 1945년 2월 연합군의 융단폭격으로 35,000명이 죽고

도시의 아름다운 건축물 90% 이상이 파괴되어 버렸다.

정통으로 폭탄을 맞아 도시 전체가 산산조각이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고 한다.

이제는 도시라기 보다는 폐허더미... 지도에서 거의 사라질 뻔 했던 도시....

 

드레스덴의 곳곳에는 아직도 그날의 사진을 그대로 전시해놓고 있다.

이전의 영화롭던 거리의 사진과

다 부서지고 폐허가 된 도시 사진과

그리고 다시 복구된 사진들...

 

그러나 지금은 거의 복구가 되어 다시 예전의 아름다운 도시로 거듭나 있었다.

독일 통일이 되고 난후 대규모 복원 공사가 진행된 것이다.

이 복구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었는데 시 재정이 고갈되자 독일 전역에서 기부금이 답지했다고 한다.

한 노벨상 수상자(이름을 까먹어 버렸음)는 자신의 노벨상 수상금 전액을 기부하기도 했다고...

또 과거 폭격을 주도한 미국, 영국도 문화재 복구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단다.

전쟁의 폐해와 화해, 인류애를 느낄수 있는 드레스덴...

그래서 지금의 드레스덴이 더 가치로운 것이란다.

 

드레스덴의 한쪽에서는 지금도 계속 복원 중이다.

 

언제 전쟁이 있었는 듯,

언제 그 모든게 다 부서지고 폐허만 남아있었냐는 듯...

지금의 드레스덴은 아름답기만 하다.

 

드레스덴의 상징이라는 프라우엔 교회의 내부.

이 교회가 정통으로 폭탄을 맞아 산산조각이 나자 거리는 울음바다가 되었다고 한다.

교회의 거의 모든 부분이 새롭게 지어진 것이다.

 

2차대전 당시 죽은 유태인이 6백만명, 전쟁중 사망자가 6천만명 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전쟁을 일으킨 독일이 당연히 받아야 할 당연한 댓가이지만

그래도 전쟁은 피와 죽음과 파괴를 불러오는 것

 

폭격으로 부터 유일하게 살아남은 드레스덴 성의 "군주의 행렬"

작센 왕들의 기마행진 모습이다.

2만 7천개나 되는 타일로 표현해 놓은 거대한 미술작품이다.

 

<릭샤가 있는 도시,드레스덴>

 

인도를 여행했을 때 아주 안타까웠던 게 릭샤라는 거였다.

두 세명의 사람을 태우고 한명이 힘들여 발을 굴려 자전거를 모는 모습...

누구는 타고 있고, 누구는 힘들어 발을 저어야 하고...

(물론 우리도 몇번인가 탔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또 그 사람들에게 돈을 벌게 해 주는 것이라는 알량한 생각으로..)

 

그런데 그 릭샤를 드레스덴에서도 발견했다.

유럽에서는 처음이었다.

이렇듯 비인간적인 이동수단이 복지의 천국이라는 유럽에서도 만날 수 있다니...

구 동독이라서 그렇나?

괜히 쓰잘데 없는 생각을 한번 해본다. 

 

 

<작센 스위스, 바스타이. 쾨니히스타인>

독일을 여러지방으로 나누면 드레스덴은 작센(Sachsen)주에 속한다.

(뮌헨이 속한 곳은 바이에른주, 베를린이 속한 곳은 브란덴부르그주...)

작센지방 중에서도 스위스 만큼 아름답다고 하여 작센 스위스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난공불락의 요새 쾨니히스타인, 엘베강의 기암괴석을 연결한 현수교 바스타이가 바로 그 곳이다.

 

보헤미아의 왕이 13세기에 지은 성 쾨니히스타인(Festung Konigstein).

거대한 바위산 위에 성을 지어 놓았다.

성의 입구.

바위를 그대로 통째로 뚫었다.

저 높은 곳에 어떻게 성을 지을 생각을 했을까?

 

철벽 성문.

13세기때 부터 제 2차 세계대전때 나치군이 입성하기 이전 까지 단 한번도 정복된 역사가 없었던 난공불락의 요새였단다.

저 철벽 성문을 누가 뚫었을 것이며, 저 높은 바위산 위에 어느 누가 감히 오를 수 있었을까? 

 

이 높은 곳에 성을 지었으면서도...

저렇게 철벽 성문을 가지고 있었어도...

이들은 이 위에서 다시 대포를 만들고 무쇠덩어리 대포알을 준비해 놓았었다.

 

성을 한바퀴 돌아보는 데 주변의 경관이 끝내준다.

그런데 사실 주변의 경치에 눈이 쏠리기 보다는 이 성의 무게에 더 짖눌리는 기분이다.

대단하다.

 

사방 어디에도 바위덩어리.

그리고 저 ----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마을과 엘베강.

 

.....

 

......

 

 

바위산에 짖눌려, 그 무게에 압도당해, 그 경치가 놀라워...

그저...

 

... 드레스덴에서 쾨니히스타인으로 가려면 우선 Pirma라는 곳으로 가야 한다.

    차로 30분 정도.

    피르마에 도착해서 인포메이션 센터를 먼저 찾으면 되겠지만

    우리는 차로 가서 피르마 마을이 조금 못 미치는 지점에서 성(Festung Konigstein)으로 바로 올라갔다.

    입장료: 1인당 4유로

 

쾨니히스타인에서 바스타이로 가려면 피르마 마을을 지나 엘베강을 건너가야 한다.

거기서 다시 30분 이상 차를 몰아야 한다.

 

바스타이... 기암괴석들이 늘어서있다. 

 

기암괴석들은 연결해 놓은 다리. 바스타이.

 

멀리로 바위위에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미국의 그랜드캐년에서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지만 거기서는 이렇게 숲이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여기가 작센스위스라고 하나보다 . 

 

바스타이를 그림으로 표현해보면....

 

멀리서 바라보는 다리.

 

멀리 보이는 바위에 조각상을 하나 올려놓았다.

이 지역은 아래로는 엘베강이 흐르고 중간중간에 높은 바위산이 솟아 있다.

그중에 가장 험준한 산 위에 쾨니히스타인을 지어 놓았고, 강 건너편에는 바스타이가 있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는 숲이....

독일의 대단한 숲이 여기서도 빛을 발한다.

 

아래로 보이는 엘베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