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T146(8월 23일) 독일의 북쪽 끄트머리 슈베린과 베커비츠

프리 김앤리 2009. 8. 27. 17:44

베를린에서 위로 위로...

독일의 북쪽 끄트머리로 달려간다.

(오늘은 우리의 네비게이션 톰톰이 말을 잘 안듣는다.

 켜졌다가 꺼졌다가...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제대로 알아내지도 못하고, 가야 할 곳을 도대체 알려주지도 않는다. )

 

 톰톰만 믿고 유럽을 쏘다니던 우리들이 톰톰이 일을 하지 않자,

 완전 눈뜬 장님이다.

 그래서 사람이란 자고로 혼자서 스스로 설 줄 알아야 하는데,

 기계를 만들고 조종하던 인간들이 기계가 멈추자 완전 바보가 되어있다.

 기계를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에 농락 당한 기분이다.

 아무것도 모르겠다.

 어디로 가야하는지도 모르겠다.

 달랑 지도 한장 들고 그냥 국도로, 국도로 차를 몰아 올라간다. 

 

< 동화의 성, 슈베린성에서 >  

톰톰이 일을 제대로 하거나 말거나 날씨 한번 죽인다.

주변에 경치도 끝내주고...

독일 북녁 들판의 세찬 바람을 이용한 큰 풍차가 우리의 눈길을 끈다.  

 

슈베린이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이 마을의 초점은 슈베린 성.

드라마나 CF에 단골로 출연한 성이란다.

 

슈베린성은 호수 바로 앞에 세워진 성이다.

호수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어마어마하게 큰...

 

성의 모습은 사실 어느 다른 나라나 다른 곳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거의 비슷하다.

(사실 요즘은 성 내부를 구경하는 건 약간 식상하다. 비슷비슷하다는 느낌... 그리고 별다른 감흥도 없고...

 여행이 길어지면 사실 성이나 박물관을 구경하는 게 심드렁 하다더니만...

 게을러 지는 걸까? 감동하는 뇌의 용량에 한계가 온 걸까?)

 

그런데 슈베린 성이 다른 성과 약간 다른 건 사진의 이 돌로 만든 굴(?)이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자연의 돌을 그대로 착착 쌓아 예쁜 길을 만들어 놓았다.

 

지난 5월에 잠시 한국에 들어갔을 때 머리를 약간 잘랐는데

그동안 머리도 많이 길었다.

여행중에 긴 머리가 귀찮아 어디가서 짧게 커트를 해야하는데

어디가서 할 수 있으려나?

 

성 앞에 있는 호수.

호수 중간 중간에 다리를 놓아 마치 섬 처럼 성의 정원을 연결해 놓았다.

슈베린 성의 정원에는 마침 Buga Festival이 열리고 있었다.

'부가 페스티벌'은 슈베린 성의 정원에서 2년에 한번씩 열리는 꽃 축제란다.

마침 올해가 꽃 축제가 열리는 해이고.

그래서 그런지 이 북쪽 끝녁까지 여행자들이 아주 많다.

물론 대부분이 독일 사람들이지만...

 

호수에는 사람들이 작은 보트를 타기도 한다.

젊은 두 남녀가 보트를 타고 가다가 우리에게 손을 흔들어 준다.

 

밑에서 바라본 성의 모습.

 

호수변을 거닐면서...

 

중세 도시가 많은 독일 곳곳의 자그마한 고성,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성벽이 있는 다른 성들과는 조금 다르다.

거기는 주민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함께 살아가는 , 사람 사는 모습이 보였는데...

여기는 그저 왕과 왕비를 위한 성으로 남아있다.

퓌센의 노이슈반슈타인처럼...

 

프랑스 뚜르에서 보았던 고성의 모습과 많이 흡사하다.

 

 

<독일의 북쪽 끝,  베커비츠(Bekerwitz)를 찾아서>

독일의 제일 끝까지 가보고 싶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의 나라 대한민국과 달리

바다를 보기 위해서는 북쪽으로 밖에 갈 수 없는 나라, 독일...

그 끝, 그 바다에 가보고 싶었다.

거기 발트해에 발을 담궈보고 싶었다.

 

아직까지 우리의 네비 톰톰은 전혀 말을 듣지 않는다.

모르겠다. 그냥 끄고 운전석 옆 박스에 넣어버렸다.

이제 우리의 감각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독일 지도 한장 달랑 들고...

거기에는 슈베린에서 베커비츠로 가는 국도 하나만 표시되어 있을 뿐이다.

 

위로.. 위로...

그리고 드디어 우리는 바다를 만났다.

발트해에 온 것이다.

독일의 바다에 도착한 것이다.

 

그 끝에서 유스호스텔을  찾아냈다.

아무도 찾지 않을 것이라는 우리의 생각과는 다르게 본 채 숙소는 사람들로 꽉 찼단다.

 

유스호스텔 건물 외관이 참 독특하다.

모두 이층 건물에 다락방이 있는데

다락방에 낸 두개의 창은 마치 눈처럼 생겼고,

2층 전면으로 낸 몇개의 유리창은 사람의 코처럼 생겼다.

전체로 보면 사람의 얼굴...

 

그런데 어쨌거나 저기에 우리가 잘 방은 없단다.

 

그러면서 옆에 있는 창고 같은 건물에 있는 방을 보여주면서

여기라도 좋다면 쓰란다.

밖은 영락없는 창고인데 안은 제법 훌륭하다.

우리 둘만 쓰는 방이기도 하고...

OK!

 

조카가 주고간 라면을 계란까지 넣어 뜨뜻하게 끓여먹고...

맥주 한 병 사들고 밖으로 나와 앉았다.

여기가 북위 50도가 넘는 곳이라는데...

저녁 바람이 벌써 서늘하다.

 

작은 행복을 감사하게 받아 들이는 것을 배우는 게 바로 여행이다.

항상 겸손하게 자신을 바라보게 하는 것이 여행이다.

소박한 기쁨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는게 또 여행이다.  

 

'오늘 저녁, 우리 몸을 뉘일 공간이 있다.'

'그리고 따뜻한 저녁을 먹어 배가 부르다.'

고맙다.  행복하다.,,

 

해지는 저녁 바닷가로 저녁 산책을 나섰다.

바다 저 편에서 해가 지고 있어...

우리가 걷고 있는 앞 길에 빛이 빨갛게 비친다.

 

발트해에 발을 담그다.

해는 저편으로 노을과 함께 지고...

 

파도 하나 없는 잔잔한 바다에

홀로 배 한척만  그림처럼 떠 있다.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색깔로는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

 

같은 숙소에 있는 다른 가족들도 바다로 나와 저녁시간을 즐긴다.

결국 바다 속으로 태앙은 잠들어버리고... 밤이 왔다.

내 평생 가장 아름다운 수많은 별을 본 밤이다.

 

다음날 아침.

다시 길을 나섰다.

독일 북부로 올라오니 이제 들녁은 가을 걷이도 이미 다 끝나고 겨울 채비를 하고 있다.

일년을 또 풍요롭게 수많은 작물을 키워낸 고마운 땅...

 

여전히 톰톰이 말을 안듣는 통에 우리는 국도를 따라 그냥 달린다.

덕분에 가는 길에 독특하고도 예쁜 집들을 보면서 달린다.

휭휭 지나치는 고속도로와 다르게 국도의 길을...

 

다음 우리의 목적지는 한자동맹의 중심 도시, 뤼벡.... 함부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