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마지막 도시? 킬(Kiel)로 향했다.
한자동맹의 또 다른 도시 브레멘이나 쾰른, 그리고 친환경도시 뮌스터는 북유럽 여행을 하고 다시 내려오면서
들를 예정이라 현재로서는 킬이 독일 마지막 도시다.
(북유럽은 투어야 여행사의 전설적인 대장님, 준호씨와 함께 여행하기 위해
27일 저녁까지 덴마크의 코펜하겐 공항으로 가야한다.)
<독일 최초로 의무교육을 실시한 도시, 킬>
제법 긴 날동안 독일을 여행하면서 많이 느낀 건
독일은 참 강건한 나라, 부자나라 라는 점이다.
이차대전을 일으킨 나라,
이차대전 패망국으로 나라 전체가 파괴되고 빚더미에 올랐던 나라,독일.
그러나 독일은 몇 십년도 안되어 다시 나라를 재정비하고
금방 강대국 대열에 들어섰고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부유한 나라가 되었다.
독일 어디를 돌아다녀도 못사는 곳 한 곳 없다.
물론 여기도 도심의 뒷골목은 있겠지만
대도시, 중소 도시, 그리고 수도, 지방 할 것 없이 국토 전체가 고루고루 잘 발전되어 있었다.
전쟁을 일으킨 나라가 이렇게 잘 살아도 되는 것인지...
전쟁을 일으킨 적도 없는 우리나라는 아직도 경제가 흔들리고
전쟁을 일으킨 적도 없는 우리나라가 아직껏 남북이 갈라져 있는데
어떻게 동서독 통일은 우리보다 훨씬 더 빨리 이루어 낸 것인지...
우리는 수도권만 비대하게 발전하고 나머지 지방은 죽어가고 있는데
여기는 어떻게 이렇게 골고루 잘 살고 있는 것인지...
여행 내내 떠나지 않는 물음이었다.
(사실 이 질문은 여행을 떠나오지 않아도 우리의 궁금점중에 하나이기도 하고 풀어야 할 숙제 같은 것이기도 했지만
여행을 와서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더더욱 어려운 문제로 다가왔다)
독일은 이차대전을 일으킬 당시 이미 대단한 과학적 토대, 기술을 보유한 나라였다.
이차대전 연합군의 폭격으로 완전 부숴졌다고 하는 도시들의 이전 사진을 보면
이미 대단한 건축 기술을 가지고 있었고, 산업 기반 시설을 만들어 두고 있었다.
화학 분야는 이미 그 당시 세계 최고의 수준이었고, 다른 과학 분야의 발전도 다른 나라가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단계에 와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차대전으로 다 부숴졌다고 하지만(하드웨어는 다 부숴졌지만)
과학 기술지식은 그대로 살아남아 있어 (소프트웨어가 든든하니까)
부숴진 걸 복원해 내고 다시 부강한 나라로 만드는 건 훨씬 쉬웠을 것이라는 거다.
문제는 겉으로 남아있는 다리나 건축물과 같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지식의 양, 생각의 깊이, 뚜렷한 철학과 같은 소프트웨어가 튼튼해야 한다는 것이다 .
(이게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을 폄하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면 그 소프트웨어라는 건 뭐냐..
그게 바로 교육이었다.
독일은 1850년대에 세계최초로 의무교육을 실시한 나라였다.
프로이센제국의 황제 빌헬름 3세(?)는 국민에 대한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모든 아동에 대한 의무교육을 실시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재산을 이 의무교육을 위해 다 내놓기도 했다고...
그래서 찾은 곳이 바로 이곳 킬이라는 이름조차 생소한 도시였다.
킬이라는 이 도시의 한 초등학교에 있는 박물관에는
당시 학생들에게 의무교육을 시킨 자료가 남아있다고 했다.
의무적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 학생이 결석을 하면,
농장에서 일을 하느라고 부모가 학교를 보내지 않으면 벌금을 냈던 자료도 있다고 했다.
그곳엘 가고 싶었다.
아니, 그 학교를 가보지 못한다고 해도
킬이라는 도시를 가보면
어떻게 독일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었는지 더 쉽게 상상할수라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도시 전체가 교육의 분위기가 물씬 풍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 문제의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또 이번 여행에서 가질수 있다면
큰 덤이라고 생각하면서...
킬... 조용한 도시였다.
인포메이션 센터를 찾아가서 그런 학교 박물관이 있느냐고 물어봤다.
그런데 이 곳 사람들은 잘 모른다.
ㅋㅋ
우리나라 다큐에서 소개되었다고 하니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결국 그 학교는 찾아내지 못하고 그냥 도시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
독일 교육을 생각하면서..
언젠가는 그 답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 답은 단순히 이곳 저곳을 떠돌아다닌다고 찾아내지지는 않겠지.
한국으로 돌아가서 더 자료를 찾아보고, 공부도 해야 알 수 있는 거겠지...
그래도 그런 생각을 한 스스로를 대견해 하면서...
독일의 마지막 도시, 킬을 떠났다.
<덴마크, 오덴스를 거쳐 코펜하겐으로>
독일 국경을 넘어 계속 달린다.
오덴스라는 중국계와 무슬림이 많이 살고 있는
덴마크라고는 그 정체성을 알 수 없는 조그만 소도시에서 하루밤을 묵은 뒤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으로 향했다.
덴마크의 서쪽에서 코펜하겐으로 가려면
바다위에 놓여진 엄청나게 긴 다리 (!8Km정도) 를 건너야 한다.
끝도 보이지 않는 이렇게 넓은 바다에 다리를 놓았다니...
부산 광안대교 통행료가 천원이니 이 다리는 만원도 더 받아도 되겠다며 차를 쌩쌩 몰았다.
(흐흐, 그런데 이 다리 통행료는 215Kr , 우리 돈으로 5만 5천원쯤 된다.
북유럽의 거의 죽여주는 물가... 덴마크에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중이다)
코펜하겐에 도착했다.
차라는 걸 가지고 나서 도심 중간으로 숙소를 잡기는 자꾸 망설여진다.
주차라는 것 때문에...
그래서 코펜하겐 도심과는 제법 떨어진(10Km 이상) 곳에 있는 유스호스텔에 묵었다.
아침밥도 안주고 시트도 안주고... 깨끗하지도 않으면서... 더구나 도심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20유로가 넘는다. (3만 5천원)
방에 짐을 풀어놓고 밖에 있는 호수로 나와
아침에 삶아 온 감자로 점심을 떼웠다.
호수와 집들이 있는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서....
" 여기, 이 앞의 사진을 찍어서 우리 블로그에 올리면 사람들은
야, 그림같이 아름답구나... 저런 곳에서 머물렀구나... 좋겠다.... 이라겠제?"
"아마 그럴껄..."
"바로 그 옆 벤치에 앉아 감자로 점심 떼우는 것도 모르고..."
"ㅋㅋ"
" 그 감자도 내가 이 말 하고 있는 동안 우리 마누라가 다 먹어버리고 있다는 사실은 알까?"
"ㅋㅋ"
"ㅋㅋ"
" 우리가 뭣땜에 이러고 있지? 그냥 돌아갈까???"
"ㅋㅋ... 그런데 가면 집이 있나?"
"ㅋㅋ"
그림같은 경치 앞에서
참말로 맛있는 유럽 감자를 먹으면서
우리는 벌써 여행 150일째를 맞고 있다.
코펜하겐은 섬과 섬들로 이루어진 도시다.
그래서 도심 곳곳에 발트해의 바닷물이 강물처럼 흐르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다.
양 옆으로 집을 지어놓고
가운데 물길로는 크고 작은 배들이 오간다.
박물관옆에서 시내를 가로질러 카누를 타는 사람들고 보이고...
카약을 타는 사람들도 보인다.
보드위에 서서 중심을 잘 잡고 있는 초절정고수님.
색깔 때문인지 물이 더럽게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바닥까지 다 보일 정도로 엄청 깨끗하다.
바로 양 옆으로 주택가가 늘어서 있는데
하수시설이 아주 잘 되어 있는 모양이다.
해가 길다는 여름철에는 여행자들이 들끓는 곳이 코펜하겐이란다.
이제는 8월말이 다 되어가니 거의 관광객이 없을 것이라는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보트 안에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앞서 서서 보드를 타고 가던 그 초절정고수님이 아주 의연하게 큰 보트를 피해 옆으로 가고 있다.
파도가 칠 텐데고 전혀 흔들림이 없다.
역시 초절정 고수님!!!)
배를 타고 가다 보면 코펜하겐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보인다.
코펜하겐의 거리.
중심거리의 모습.
북유럽은 이제 슬슬 가을로 접어들어가나 보다.
민소매를 입은 사람도 보이지만
제법 두터운 긴 팔 옷을 입은 사람들도 자주 눈에 띈다.
시내에선 광고맨도 보이고...
거리의 오렌지 쥬스 가게.
가게 자체가 오렌지 모양의 부스다.
간단한 오렌지 쥬스를 하나 팔아도 컨셉을 잘 잡아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그래서인지 손님도 많고...
쥬스를 짜는 아가씨가 흑인인데
마치 인형처럼 보인다.
노란 오렌지 모양의 부스안에 새까만 아가씨...
아주 듬직한(?) 동상.
코펜하겐이 항구이다 보니 예전에는 어업이 성행했었다고...
동상은 남편이 잡아온 물고기를 시장에 내다 팔기 위해 고기를 들고 있는 부인의 모습...
그렇구나... 여기 사람들도 예전에는 이렇게 살고 있었구나...
지금의 쭉쭉 빵빵 늘씬한 덴마크의 여자들과는 달리 이 부인상은 정말 듬직하니 인자하니 소박하게 생겼다.
마치 우리네 어머니들을 보는 것 처럼...
시청앞 광장에는 노점상을 벌여놓고 갖가지 음식들을 팔고있다.
햄, 소세지, 과일가게... 그리고 여기처럼 초코렛 가게.
색색과 다양한 모양의 초콜렛을 원하는 만큼 담고 무게를 달아 팔고 있다.
여기 사람들은 단 것을 아주 좋아한다.
디저트도 거의 단 것 위주...
그래서 인지 이곳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아주 많은 사람들이 당뇨로 고생을 한다고...
시청사 앞의 공연단.
페루 사람들의 자기들의 전통악기를 연주하면서 춤을 추고 있다.
사람들이 아주 흥미로워 한다.
우리가 유럽이나 서양 문명에 대해 궁금해 하고 보고 싶어 하는 것 처럼
여기 사람들은 또 아시아나 남미의 문화에 대해 흥미를 가지는 것은 당연한가 보다.
누구든지 자기들과 다른 문화를 더 알고 싶어 하듯이...
시내를 한참 돌아다니는 데 한무리의 시위대를 만났다.
피켓에 모두 덴마크어로 써놓아서 그들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스리랑카라는 읽을수 있는 글자가 하나정도..
아마 스리랑카계의 덴마크사람이 데모를 하는 듯하다.
영어로 된 전단을 만들지를 않아서 알아 볼수가 없다.
덴마크와 스리랑카... 스리랑카계... 무슨 관계인지?
덴마크에 들어와보니 동양사람, 무슬림들이 하도 많이 살고 있어서
덴마크의 정체성이 무엇이냐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었는데...
이 나라에 들어와서 사는 동양계 사람들의 무슨 불만이 있는 모양이다.
시위대가 한 쪽으로 행진하고 있어서 무슨 일인가 물어보지도 못하고 그저 상상만 할 뿐...
어제도 시청사 바로 앞에서 한 무슬림 가족이 자기 동생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고생하고 있다며 농성중이었는데...
뭔가 이 나라가 이민자들에게 잘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코펜하겐의 외곽에 있는 크리스티아니아. 히피들의 집단거주지
1960년대부터 히피들이 이곳으로 모여들어 살고 있다나?
안으로 들어가니 자기네들이 만든 장신구를 팔기도 하고 옷가지를 팔기도 한다.
눈에 띄는 건 대마초를 팔고 있다는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버젓히 이런 상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니...
구석구석 이상하게 풍겨오는 음습한 분위기는 내가 괜히 그렇게 느끼기 때문에 그런 걸까?
원래 히피들이 주장했던 '반전'과 '자유'라는 건전한 이념은 퇴색하고 엉뚱한 것이 자리 잡고 있다는 느낌.
크리스티아니를 돌아서 나오는 데 출입문이라고 만들어 놓은 장승대문 머리에 붙어 있는 글귀가 이채롭다.
"You are now entering the EU"
"당신은 지금 EU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기네들의 거주지는 EU가 아니란 말이지.... ㅋㅋ
유럽연합 EU 에서 자기네들의 거주지는 스스로 살짝 빼버린 완벽한 자유주의자들의 모습...ㅋㅋ
독특한 발상이다.
내부가 약간 퇴폐적이고 자유로와 보이지만..
사진을 못찍게 해서...
코펜하겐의 인포메이션 센터.
보통때는 한 도시에 들어서서 제일 먼저 들르는 곳이 인포메이션 센터인데 오늘은 가장 늦게 들어섰다.
코펜하겐을 구경하는 것은 그냥 그저 하면 되지만...
내일이면 코펜하겐으로 들어오는 준호씨를 만나 다음 목적지를 어디로 해야할 지가 고민었기 떄문이다.
오늘 어떻게 해야할까가 아니라 내일 어디로 가야할까가 더 중요한...
내일 어디로 갈까?
코펜하겐 공항에서 만나 다시 독일쪽으로 차를 몰아 내려갈까?
북유럽 쪽으로 올라갈까?
아직 북유럽은 입구(덴마크의 코펜하겐) 정도 밖에 안왔는데 비싼 물가에 숨이 턱턱 막힌다.
또 그 넓은 북유럽을 차로 몰아가자니 길이 너무 멀기도 하고...
인포메이션 센터 직원한테 물어보니 스웨덴의 스톡홀름까지는 여기서 차로 바로 넘어갈 수 있단다.
바다위로 다리를 놓아서...
유럽에서 제일 긴 바다위의 다리라나?
그래?
그러면 그 다리를 넘어 북유럽으로 그냥 올라가버릴까?
사실 북유럽은 이번이 아니면 다시 가기가 어려울 텐데...
지금 물가가 비싼 건 사실이지만 다음번에 온다고 해서 그 물가가 싸지지는 않을 터...
북유럽 물가 비싼 건 어제 오늘 이야기도 아니고....
차를 몰아 한 방에 올라갈 수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진다.
정보가 없었을 때는 코펜하겐에서 배에 차를 실어 북유럽으로 올라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역시 무식이 사람의 활동반경을 좁혀놓는다.
'아는 것이 힘!'
식상한 구호가 여기서 다시 한번 힘을 발휘한다.
올라가자!!!
언제나 유쾌하고 통 큰 준호씨와 함께 하는 여행이라면 더더욱 즐거울 것...
북유럽까지 가는 길이 좀 멀면 어떠리...
인포메이션 센터의 의 정보 컴퓨터 앞에 앉아서 코펜하겐의 주변 여기저기를 뒤적거리고 있다.
원래는 코펜하겐 시내에서 만나기로 한 준호씨와의 약속을 공항에 우리가 직접 데리러 가야한다고 연락을 해야 한다.
지금 준호씨는 로마에 있고.. 전화 연결도 안된다.
급하게 연락은 해야하고, 숙소에서 인터넷을 안되서 아침 일찍 숙소 근처에 있는 도서관을 찾았다.
코펜하겐에서는 도서관에서 WIFI 인터넷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도서관 바로 앞에 있는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인터넷으로 급하게 한국 여행사로... 또 준호씨 한테로 메일, 문자를 보내고 있는데
마침 쉬는 시간에 운동장으로 뛰어 나온 초등학교 아이들이 우리 옆을 서성거린다.
낯선 동양인들인 우리들에게...
아주 짧은 영어로 우리들에게 다가와 이름을 묻고... 말을 붙이고...
붙이는 말이 거의 덴마크 말이라 거의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조잘조잘 쉬지않고 우리에게 말을 건다.
대부분 1-2학년 애들...
귀여운 애들.
자!!! 오늘 오후면 우리는 또 한 명의 다른 동행과 함께 북유럽으로 떠난다.
그러면 다음 편은 스웨덴에서 만나요!!!!!!!!!!!
'2009 지금은 여행중 > 여행 하루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T152 (8월 29일) 스웨덴의수도 스톡홀름에서 (0) | 2009.08.30 |
---|---|
T150 (8월27일)스칸디나비아반도의 스톤헨지,스웨덴 알레스 스테나르 (0) | 2009.08.30 |
T147(8월 24일) 한자동맹의 도시 , 뤼벡과 함부르그에서 (0) | 2009.08.29 |
T146(8월 23일) 독일의 북쪽 끄트머리 슈베린과 베커비츠 (0) | 2009.08.27 |
T145(8월 22일) 독일 포츠담, 베를린 (0) | 2009.0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