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T150 (8월27일)스칸디나비아반도의 스톤헨지,스웨덴 알레스 스테나르

프리 김앤리 2009. 8. 30. 09:51

만나면 늘 신나는 사람... 옆 사람에게 유쾌한 기를 전해주는 남자

투어야 여행사의 준호씨를 코펜하겐 공항에서 만나 바로 스웨덴으로 넘어간다.

 

 

<유럽에서 가장 긴 바다다리를 건너>

북유럽 지도를 한번 보셔요.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 스웨덴 말모(Malmo)로 넘어가려면 바다위에 놓여진 긴 다리를 건너야 합니다.

언젠가 구글지도에서 이것 저것 검색하다가 이 다리를 발견하고

'아니.. 코펜하겐에서 육로로 스웨덴을 건너 갈 수 있단말야?'

하며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정말 너무나 놀라웠던 발견인데

정작 여행을 다니면서는 이 다리의 존재를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나 봅니다.

 

어제 코펜하겐의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이 다리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삼스럽게 그 때의 놀라움을 기억해 냈습니다.

여행을 다니면서 너무 많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다 보니

그렇게나 깜짝 놀라웠던 발견조차도 기억해내지 못하는

또 한편의 바보를 만들어버리나 봅니다.

 

구글 지도 검색에서 생생하게 나왔던 ...

갑자기 다리가 바다 안으로 쑥 없어져 버리는 것 같은 모습의 그 다리를 차를 직접 몰아 건넜습니다.

30Km쯤 되는 거리였습니다.

양옆으로는 끝없이 펼쳐진 바다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바다에서 또 놀라운 모습을 발견합니다.

바다 한 가운데 박혀 있는 풍력발전기.풍차입니다.

우리 나라 강원도에서

그리고 여기 유럽의 곳곳에서 그동안 봐왔던 풍차는 대부분 언덕위에 설치해 두었거나

아니면 앞뒤를 아무것도 막는 것이 없는 드 넓은 벌판에서 였습니다.

 

그러나 이곳, 스웨덴의 풍차는 바다 한가운데 박혀 있습니다.

물론 바람이 훨씬 많겠지요... 훨씬 더 강하겠지요...

경이로운 모습입니다.

 

 

<스웨덴의 길>

이제 스웨덴의 대륙으로 들어섰습니다.

유럽은 국가간에 그어놓은 국경이 없어서(물론 보더Border라는 표시는 있지만)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아무렇게나 드나들지만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딱 넘어서면 뭔가가 조금은 다르다는 걸 느낍니다.

 

그게 집 모양이 다를 수도 있고

건물의 색감이 조금 달라질수도 있고

숲의 나무 종류, 숲을 가꾸어 놓은 모양이 조금씩 달라지기도 합니다.

도로 표지판의 양식도 다르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차림, 선호하는 색깔, 분위기도 조금씩 다릅니다.

외국사람들이 보기에 한국, 중국, 일본 사람이 다 동양인으로 똑같이 생긴 것 같지만

우리끼리는 서로가 서로를 구분할 수 있게 확연하게 다른 게 있는 것 처럼

아마 여기도 국경이 없이 서로 왕래해서 살면서도

나라가 다르면 서로 다른 무언가가 있듯이 말입니다.

 

독일을 한참 다니다가

덴마크 오덴사, 코펜하겐에서의 사흘을 보내고 스웨덴으로 넘어오니 여기도

또 약간 다른 모습들이 보입니다.

덴마크보다는 훨씬 더 정갈해보입니다.

그리고 독일보다는 좀 더 화려한 빛깔이 들어가 있는 것 같고...

 

차를 몰고가다가 '무슨무슨홀름(Holm)'이라는 표지판과 함께 유적표시가 되어 있어

무조건 들어온 곳입니다.

"도대체 홀름이라는 게 무슨 뜻일까?"

스톡홀름도 홀름인데.. 오다보니 하도 홀름이라는 게 많이 보여서...

그런데 들어와보니 조그마한 성이 하나 있습니다.

"아!!!! 여기서는 성이 바로 홀름이구나..."

또 새로운 한 단어를 스스로 배웠습니다.

18세기쯤에나 지어진 홀름 앞에 조그마한 호수도 하나 있습니다.

 

이름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 무슨홀름에 들어가는 길.

북유럽의 잘 가꾸어진 숲길입니다.

 

 

 <스칸디나비아의 스톤헨지, 알레스 스테나르>

어제 코펜하겐의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이것 저것 정보를 뒤지다 발견 한 곳입니다.

한장의 멋진 사진의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석양이 비치는 벌판위에 쭉 늘어서 있는 바위들!

영국에 스톤헨지가 있다면

여기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 스웨덴의 스톤헨지 랍니다.

 

지도 상으로는 스웨덴의 가장 남쪽 끝에 있습니다.

코펜하겐에서 다리를 건너 말모로 와서 다시 이스타드(Ystad) 방향으로 내려온 뒤

20분 정도 더 달려오면 알레스 스테나르라는 이곳에 도착 할 수 있습니다.

 

정말 사진에서 보던 그 장면이 바로 우리 눈 앞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알레스 스테나르는 스웨덴의 남쪽 끝 바다에 있습니다.

발트해와 바로 면해 있는 곳입니다.

도착한 그 바다에는 바람에만 의지해 하늘에 떠있는 패러글라이딩이 여기저기서 보입니다.

그리고 그 바다 짠 냄새...

 

나는 대뜸 파래 냄새라고 하고

두 남자는 물고기 냄새, 홍합냄새라고 합니다.

무얼 먹고 싶으냐에 따라 떠올리는 냄새의 종류가 다르겠지만

항구도시 부산에서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거기서 동시에 아마

그리운 '고향'의 냄새를 맡았을겁니다.

 

바다 짠내음이 확 풍겨오는 그 곳에서...

 

바다를 등지고 약간의 언덕길을 올라야 스칸디나비아의 스톤헨지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언덕 위에서 풀을 뜯고 있던 소들이 우리의 갈 길을 막아섰습니다.

자기네들의 놀이터니 오지 말라는 뜻일까요?

아니면 어디서 보도 듣도 못한 이상하게 생긴 사람들이 갑자기 출현해서

저 녀석들도 당황해서 입구를 막아선 걸까요?

 

"워어 워어..."

몇번의 손짓에 금방 물러들 섭니다.

덩치만 산만 했지, 정말 초식동물입니다.

저렇게 순하다니...

 

우리보다 먼저 올라 온 사람들이 저 멀리에 보입니다.

넓은 들판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늘과 들판... 그리고 돌더미... 알레스 스테나르 뿐. 

 

구름 낀 하늘과 붉은 노을.

원형으로 삥 둘러쳐 박혀 있는 바위 덩어리들.

신비로운 장면입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그리 큰 바위들은 아닙니다.

사람 키 보다 큰 바위가 몇개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이 사람 키 정도 됩니다. 

영국의 스톤헨지에 비해 규모가 작아보이지만.....

 

그래도 주위를 둘러보면 저런 바위덩어리들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저 황량한 들판일뿐입니다.

저 많은 바위를 어디서 가지고 왔을까?

무엇 때문에 저리 저런 원형 대열로 세워놓았을까?

 

바다와 언덕, 하늘과 돌이 어우러져...

이 춥고 황량한 곳에서 살았던 선사시대의 삶을 떠올려봅니다.

 

원시 선사시대...

우리나라의 고인돌과 같은 게 아니었을까요?

세력있는 족장들의 무덤...

농사를 짓거나 고기를 잡으면서 자연에,

맞닿아 있는 바다와 하늘에 무사와 안녕을 바라며 제사를 지내던 곳인지..

그저 상상해 볼 뿐입니다.

 

그래도 끝없이 펼쳐진 들판과 한참 많은 수의 바위들이 신비롭게 원형으로 놓여져 있는 모습은

경이롭기 그지 없습니다.

바로 앞은 발트해가 쫙 펼쳐져 있고...

"아!!! 정말 좋다!!!"

우리의 감탄사는 계속, 쉬지 않고 이어졌습니다.

로마에서 엄청나게 더웠다는 준호씨는

선선해진 공기 하나만으로도... 북적거리는 사람이 없이 자연과 하나되는 느낌 그 하나만으로도...

감동과 감탄을 자아냅니다.

 

 

ㅇ 

 돌덩이군... 바위... 유적...

선사시대와 마주한 남편..

그것보다 그와 어우러진 남편의 모습이 더 멋있다.

ㅋㅋ

 

또 한명의 동행과 함께...

선배 후배가 같이 해 준 네팔 안나푸르나  등반, 언니 형부 조카가 함께 한 20여일간의 유럽 자동차 여행.

그리고 북유럽을 이제 이 유쾌한 친구와 며칠간 함께 할 겁니다.

오늘 밤은 만난 기념으로 어디가서 회포를 풀어야 하는데...

 

건방지게 방도 안 구해놓고 북유럽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지난 밤은 방 구하느라 고생 좀 했습니다.

결국 깜깜한 밤, 가로등도 하나 없는 시골길을 찾아 찾아 들어와 구한 숙소입니다.

스텐스나르 Vandernem?

여기서는 유스호스텔과 같은 걸 이렇게 부르나 봅니다.

그런 건 전혀 모르고 어찌 뒷발치기로 찾아왔는데

시골 농가와 같은 곳이라 아주 좋았습니다.

미리 사놓은 맥주와 로마 공항에서 사온 와인...

우리의 회포를 풀기에 충분히 즐거운 준비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