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T154 (8월 31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프리 김앤리 2009. 9. 1. 05:13

우리가 세계여행을 결심하고 준비한 기간부터 지금까지 우리와 함께 해 온 노트북의 액정이 마침내 깨졌다.

지난 150여일 여행기간 동안 우리의 등 뒤 가방에 들어가서,

우리와 함께 땀을 흘리며 우리의 여행일기를 만들고,

각종 정보와 자료, 전화번호, 숙소의 예약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없어선 안될 노트북이 고장이 났다.

다른 것은 정상인데 이 글을 순간에도 액정의 절반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가 내린 결론은 한국으로 돌려보내서 액정을 수리하고, 

남은 절반의 여행기간 동안에도 우리의 일기를 올릴수 있도록 고치기로 했다.

그동안은 한국에서 중고 노트북을 하나 빌려서, 파리에서 공수받아 임시로 사용하기로 하고.

하지만 우린 지금 오슬로.

당장 내려갈 수도 없다.

아마 열흘 정도는 여행일기를 쉽게 올리지 못할 것같다.

(그래서 요 며칠사이 부지런히 그 동안의 밀린 일기를 올리고 있다.

 하루에 거의 두편씩...)

 

수년동안 우리에게 무한의 봉사를 해왔던 노트북인데...

우리의 여행일기를 만들어주고,

가족과 친구들과 소식을 전해주고

우리여행의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라서 늘 배낭속에서 살았는데...

이것 또한 인생이고 여행이라고 생각하면서 ....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노르웨이 오슬로까지 약 600키로..

한국의 고속도로로 생각하면 6시간이면 되지만. 여기는 그리 쉽지는 않다.

고속도로와 국도가 연결되어있고, 편도 차선의 경우는 어쩔 수 없이 트럭을 따라갈수 밖에 없으니.

 

최소한 6시간을 잡더라도 ,

또 늦게 도착하면 숙소를 잡기가 여간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할 수 없이 고속도로변에서 빵과 햄으로 간단히 먹고 달릴 수 밖에 없다.

스웨덴 국경 부근 고속도로변에서...

 

아침 일찍 스톡홀름을 나선 덕택에 그래도 해가 있는 오후에 오슬로에 도착했다.

정말 노르웨이 물가가 장난이 아니네.. 스웨덴보다 더 비싸다.

 

오슬로 오페라하우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가 가장 멋진 줄 알았는데...

단순하면서도 독창적이다.

건물옆으로 지붕에 사람들이 자유롭게 올라갈 수 있어서 한편으론 전망대로도 사용된다.

건물의 주변과 꼭대기를 사람들에게 개방할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이다.

 

바다를 매립하고 지은 오페라 하우스

여름이면 햇빛으로, 겨울엔 눈과 함께 어울릴 듯하다.

경사면은 미끄럽지 않게 적당하게 표면처리도 해두었다.

 

이 오페라하우스는 멀리서 보면 배모양이다.

바다와 면한 다른 면은 바닷물이 철썩거린다.

우리의 손대장은 아주 멋진 사진을 찍으려고 눕기까지.

바로 옆에서 두 남녀가 멋진 폼으로 키스를 하는 줄도 모르고...

 

경사면은 하얗고 벽은 유리로 되어 있어 햇볕이 가득하다.

눈이 부셔서 제대로 눈을 뜰 수가 없다.

 

팔등신의 멋진 모델이 오페라하우스를 배경으로 화보 촬영중이다..

역시 프로다

사진에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이 카메라를 들이대고 찍는데 오히려 표정은 살아난다.

손대장도 가까이가서 찍었는데....

 

건물의 옥상...

옥상이 아니라 전망대다.

멀리 시청사와 오슬로대학, 왕궁, ..바다위에 떠있는 유람선도 함께...

 

오슬로 중앙역앞

대부눈의 유럽국가는 사자를 문양으로 많이 사용하는데....

호랑이다...

암사자인가?

키가 작은 아이는 올라타지 못하고 뱅뱅 돌다가 겨우 꼬리 위에 올라타는 정도...

 

국회의사당..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참 소박해 보인다.

물론 우리나라에 비해서도 그렇지만...

 

오슬로 대학...

 

 국립극장...그리고 특이한 분수...

 

 오슬로 시청사...

역시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건물은 작지않다.

특이한 것은 앞면은 물론이고 옆면에 모두 조각물이 서있다는 사실.

 

그런데 앞면에 서있는 조각상이 눈길을 끈다.

모두 일하는 모습의 사람들이다.

고기를 잡고 있는 어부, 전깃줄을 몸에 감고 있는 노동자, 철을 제련하고 있는 노동자...

 

사회주의 국가도 아닌데...

영웅이나 유명한 사람이 아닌, 높은 사람도 아닌 사람을 시청사 앞에...

시민을 위해 봉사를 해야하는 시청의 역할을 생각하게 한다.

 

그중 하나인 벽돌을 쌓는 사람.

옆면에는 어부의 아내인 듯한 퉁퉁한 아낙네를 새겨두엇다.

또 다른 면에도 일하는 사람을 새겨두었다.

 

 시청사앞 부두

이곳에서 인근의 피요르드해안 투어를 한다.

우리도 1시간 짜리를 하려고 했지만

여름시즌은 8월 30일까지라고.

안타깝다.

벌써 여름시즌이 끝났다니...

해가 지면서 날씨가 완전히 가을을 넘어 초겨울이다.

춥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도 아랑곳 하지않고, 엄마는 우산도 없이 유모차에 애를 태우고,

식물원 숲을 거닐고 있다.

우린 모두 우산을 쓰고 있는데...

우산을 쓴 사람을 보기가 힘들다.

 

 뭉크 미술관...

그림에 대해 잘모르는 우리가...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실내로 들어가기로 했다.

사실 우린 야외 조각박물관을 더 보고 싶었지만...

뭉크는 노르웨이 출신 근대 화가로 오슬로대학에서 그림을 공부하고

나중에는 파리, 베를린 등지에서 활동을 했다고 한다.

 

 절규... Screem

미술책에도 나오고, 캐릭터가 영화로도 나와서 익숙한 그림이다.

사람들이 뭉크의 절규앞에 많이 있을 줄 알았는데...꼭 그렇지는 않았다.

인간과 자연의 절규

인간의 죽음, 공포, 두려움을 나타낸다고 하는데......

 

 키스

표현방식은 틀리지만 클림트의 키스와 비슷하다.

크림트와도 만났었나...?

 

 흑인과 백인의 희고 검은 옷...

실제로 노르웨이에는 흑인, 중국인, 다른 동양인들이 많이 보인다.

인구가 500만명 정도라서 그런가,

아니면 포용력있는 정부정책과 국민성 때문인가?

 

 뒷모습의 연인이 아름답다.

아니면 싸우고 있나?

 

 오슬로에 있는 한국음식을 파는 대만식당.

서투른 한국말을 쓰고 가게이름도 Mr,Jang 이지만 대만사람이 운영을 하는 식당이다.

 

후배 은숙이와 기우씨가 우리보다 하루 앞서 오슬로를 지나면서...

우리와 혹시 오슬로나 베르겐에서 만날까 했는데 일정이 맞지 않았다.

스톡홀름에 있던 우리는 600키로가 떨어진 오슬로로 달려가기엔 너무 먼 거리였다.

이 먼 이국땅에서...

서로가 우연히 만나길 바랐었지만 무리였다.

 

서로가 안타까워하면서 그랬는데...

전화가 왔다.

"언니야 오슬로에 오면 한국식당으로 가라, 내가 예약해 뒀거등.."

왠 횡재..

그런 기특한 생각을 하다니...

또 하는 말.." 그리고 보급품도 약간 맡겨뒀거등...꼭 찾아라"

"보급품 내용이 뭔데..."

" 응, 소주하고...."

 

우린 오슬로의 한국식당?에 도착하기전... 억수로 궁금해하고 추측도 했다.

소주말고 무엇이 있을까?

혹시 담배아닐까...

 

노르웨이가 특이한 것은

일요일엔 슈퍼에서 술을 일체 팔지 않는다 것...

그리고 담배가 엄청나게 비싸다는 것.

담배 한갑에 약 10유로 ... 약 2만원이다.

어찌 보면 좋은 나라고 어찌 보면 너무한 나라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담배를 주변에서 얻어서 맡기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

음식은 무엇을 주문해 두었을까?

한국 불고기, 김치찌게, 된장찌게, 삽겹살, 짜장면 ...

그리고 우스개 소리로...

아니다 우리를 놀려주려고 라면 3개에 공기밥 한그릇 시켜두고 그것 먹어라고 전화했을 것이라는 둥...

 

 시내와 가깝기는 했지만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오슬로에서...

주소 하나로 Mr,Tang이 아닌 Mr,Jang을 쉽지 않게 찾았다.

 

근데 웬 연어사시미.

우리가 회를 먹은지가 언제였던가.

손대장도 한국을 떠난지 1달이상 되었고...

먹어보니 꿀맛이고 살살 녹는다.

노르웨이산 연어회..

그리고 억수로 매운 고추, 된장, 김치, 무우채, 숙주나물, 김치찌게..

공기밥을 3그릇이나 먹었다.

 

물론 맡겨둔 소주 4병중 1병은 마셨고

땅콩안주도, 김도...

근데 김은 달랑 한봉지..

아마 귀국하는 일행의 식량을 약탈해서 우리에게 남긴 것 같다.

 

근데 우리가 거지도 아니고 달랑 김한봉지를 남겨주느니 같은 크기의 담배라도 한갑 얻어서 맡겨두지...

한동안 우린 불퉁하게 원망을 했다.

그래도 노르웨이산 연어회와 초장, 된장이 너무 맛있어서 용서하기로 했다.

 

정말 멀고 먼 낯선 곳에서 낯선 방식으로 받은 접대와 보급품

참 금일봉도 있었다.

달러와 유로 ....

아마 이것도 약탈품일거라고 우린 낄낄거리며 추측했다

 

노트북은 깨지고, 낯선 접대는 받고

여행의 즐거운 우연과 슬픈 우연

다시 생각한다.

여행이 인생이라는 것을....

 공기밥을 거의 3그릇씩 먹은 우리는 다시 우리집 오슬로의 유스호스텔로 걸어서 간다.

겨울비를 맞으면서...

어쨌든 은숙아 기우씨 맛있게 잘 먹었다.

고마워...

깨진 노트북으로 쓰는 여행일기는 순전히 연어회 힘이다.

 

타이어가 펑크나고 노트북이 깨지고 수건과 치솔을 잃어버리고 때론 인종차별을 받으면서,

심지어는 빈대와 벼룩의 공격을 받으면서

배탈에 설사까지 만나면서도

우린 뾰족한 지붕의 성당, 둥근 지붕의 성당

빨간 집, 파란집, 노란 집, 분홍색 집..

공동주택이긴 하나 우리와는 다른 아파트

희고 검은 피부와 금발과 빨간 머리, 은발을 가진 아이를 보면서...

 

유스호스텔에 게시된 손을 깨끗이 씻어라는 신종플루 예방법을 보면서

겨울비가 내리는 거리를 젖도 안뗀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산책하는 금발과 흑인의 엄마

우산도 안쓰고 책가방의 커버만 씌운채 비맞고 하교하는 초등학생을 보면서

호주에서 태국과 아이슬란드를 거쳐 내일 노르웨이의 베르겐으로 가는 70대 노부부를 보면서

그들은 신종플루는 조심하되 예민하게 대응하지 않았고 할 일을 다하고 있었고

인생이 즐겁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토요일 일요일이면 문도 안여는 주인이 유럽인 슈퍼와 일요일에도 늦게 까지 문을 열어 일하면서

열심히 돈을 버는 동양계 사람들...

어떤 삶이 옳지도 틀리지도 않았다.

 

인생은 즐겁고 세상은 다양하다.

삶도 다양하고 생각도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