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T156 (9월 2일) 노르웨이 송네피요르드에서- 플렘,구드방게르

프리 김앤리 2009. 9. 12. 05:52

다시 프랑스로  돌아왔다.

지금은 파리. 

8월 1일 프랑스령 제네바공항에서 차를 인수 받은 지 꼭 42일만에 이곳 파리에서 차를 반납하고 다시 홀가분하게 나섰다.

노트북 액정이 깨지는 바람에 10일 정도는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는 커녕 인터넷 접속도 못했는데

한국 민박집에 오니 화려한 반찬의 한국 식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고

인터넷 속도 빵빵한 컴퓨터가 몇대씩이나 놓여있다.

그리고 반갑게 한국에서 배달되어 온, 중고 노트북 하나.

모든게 안정된 느낌이다.

오늘 내일은 꼼짝않고 그동안 밀린 일기나 올려야겠다.

누구 말마따나 최상위 음식의 질을 자랑하는 한국 반찬을 즐기면서....

 

 

<송네 피요르드를 찾아가는 길>

노르웨이를 여행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대부분이 수도 오슬로와 서부 해안에 있는 베르겐을 찾는다.

그 중 베르겐을 찾는 이유는 그 도시 자체의 매력이라기 보다는

바로 이 송네 피요르드를 찾기 위함이다.

기차를 타고 베르겐(Bergen)에서 보스(Voss)까지 가서,

관광버스로 갈아타고 구드방겐(Gudvangen)까지,

거기서 배를 타고 플램(Flam)까지 가면서 송네 피요르드를 감상한다.

사실 정확하게 말하면 송네 피요르드의 지류 내로우피요르드(Naeroyfidrd)다.

아주 좁고 깊은 피요르드, 유네스코 세계자연 문화유산이다.

 

우리는 오슬로에서 송네피요르드를 가는 길이니

굳이 베르겐까지 갈 필요없이 노르웨이 동서의 중간에 위치한 플램으로 바로 찾아가는 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플램으로 바로 찾아간 게 아니라 베르겐으로 가는 길에 하도 멋지길래 하루저녁 묵자고 내린 곳이

 플램이었다. 그리고 그 곳이 송네 피요르드에서 배타는 또다른 한쪽 끝이라는 사실도 알아냈다.

 재수도 좋지... 아니 재주도 좋지라고 해야 되나?)

 

'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재미있게는 읽은 것 같은데 내용도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뭐, 주인공들이 계속 방황하고 있었던 것 같은... 그래서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하는...

사실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건 비틀즈의 노래제목이다.

Norwegian Wood (This Bird Has Flown)

 

또 있다.

참 재미있게 읽은 여행수필 '차도르를 벗고 노르웨이 숲으로"

무슬림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왜,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제목을 달았을까?

노르웨이 숲이라는 게 주는 어떤 이미지 때문일까?

 

나는 또 그 제목 하나에 오랫동안 숙제처럼 마음에 달고 살았을까?

도대체 '노르웨이의 숲'은 어떻다는 거지??? 

 

오슬로를 지나면서 드디어 본격적인 '노르웨이의 숲'을 만난다.

호수와 어울어진 짙은  아름드리 자작나무의 숲.

새하얀 자작나무가 숲을 가득 메우고 있다. 

 

자작나무는 껍질이 하얗게 되어서

예전부터 껍질을 벗겨 순수한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사랑의 나무

팔만대장경도 자작나무로 만들었고,

불에 탈때 자작자작 소리가 난다고 하여 자작나무가 되었다고 하는데...

 

운전하면서 어디를 돌아다 보아도 호수며 산이며 숲이다.

하늘인지 호수인지...

어디가 땅이고 어디가 하늘인지...

어느 게 진짜 산이고 어느 것은 또 그림자인지...

어른어른 꿈 같기도 하고

어느 선경을 헤매고 있는 느낌이다.

사진이 어릴때 보던 만화경 같다.

(이때 부터 슬 준호씨에게 미안해져왔다.

 경치가 이제부터 좋아지는데 오슬로 공항에서 달랑 런던으로 보내버리고...

 우리끼리만 이렇듯 아름다운 광경을 만나고 있으니...)

 

북유럽으로 들어오니 날씨가 참 우울(?)하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 하늘 가득 낀 구름...

그러나 공기는 상쾌 그 자체다.

 

차 한대 보이지 않는 노르웨이의 국도,

 

고산지대를 지나니, 멀리 또 하나의 피요르드가 보인다.

하늘도 잠시 화창하게 열렸다.

높고 좁은 협곡 사이를  흐르는 바닷물, 저 아래 마을도 하나 보인다.

 

다시 하늘이 흐려진다.

낮게 깔려 있던 구름이 더 아래로 내려오고 비는 흩뿌리기 시작한다.

저 멀리 피요르드 사이를 오가는 카다란 유람선이 점으로 보인다.

 

플램(Flam)에 도착했다.

베르겐에서 기차로 다시 버스로 그리고 배를 타고 와야 하는 플램.

우리는 그 곳에 막바로 도착했다.

차를 몰아서.

 

플램의 유스호스텔.

그림같다.

 

마을 앞에 흐르는 시내, 그리고 마을 교회.

플램에서의 트레킹은 우리를 즐겁게 했다.

 

송네피요르드 관광은 구드방겐에서 여기 플램까지 배를 타고 돌아보는 코스다.

(정확하게 말하면 내로우 피요르드)

피요르드의 한쪽 끝인 플램에는 오늘 호화 유람선도 정박해 있다.

 

작은 보트들도 보이고...

 

숙소에 짐을 풀어놓고 윗동네  아우르랜드(Aurlamd)까지 한번 더 차를 몰고 나섰다.

낮은 봉우리의 산들과 호수, 그리고 그 옆에 예쁘게 자리잡고 있는 마을.

 

누군가는 여기서 낚시도 한다.

굽이굽이 휘몰아나가는 피요르드도 보이고...

 

우리 숙소 마당.

비가 와서 촉촉히 젖어있는데

마당의 사과나무에는 사과가 조롱조롱 달려있다.

(몇개 따서 먹었는데 아주 시큼.)

 

4명이 함께 쓰는 도미토리.

영국 여자애와 벨기에 여자애랑 같이 방을 썼다.

런던을 몇번이나 갔다는 우리의 말에

그 공기 탁한 런던에 무얼 볼게 있다고 몇번씩이나 갔냐며 의아해 한다.

문화가 좋더라고... 오페라는 멋있었다고...

그리고 유럽으로 들고 나는 관문이라 어쩔수 없었다고...

그건 맞단다.

그래도 자기는 다시 월요일이면 런던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가기 싫단다.

ㅋㅋ

어디든 자기의 일터는 끔찍한가?

 

여기 호스텔은 식당에서 밥도 해 먹을 수 있다.

깨끗한 부엌에 많은 사람들이 직접 밥을 해서 먹고 있다.

이 그룹은 할머니, 할아버지 대부대였는데

아까 비가 부슬부슬 쏟아지는데도 마냥 웃으면서 플램 트레킹을 하고 돌아오더니만

또 부엌으로 들어서서 스테이크랑 샐러드, 밥을 해서 맛있게 먹고 있다.

나이 드신 분들이 3-4인용 도미토리에 함께 머무르면서 트레킹도 하고, 밥도 해 드시고...

몸도 건강하고 마음도, 생각도 건강한 분들이다.

 

 

<마운틴 로드Mountain Road>

"비가 그치지 않으면 어떻하지?"

"비오고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있는데 피요르드 배를 타면 무얼 볼 수 있지?"

"그냥, 하---- 얀 거"

"뭔가 자----욱한 거"

"ㅋㅋ"

" 아침에 일어나서 비 안오면 배를 타서 피요르드를 속에서 보고,

 만약 계속 비가 오면 저 산위로 올라가서 피요르드를 내려다 보자..."

"어쨋거나 구드방겐까지는 차를 타고 가기로 하고..."

 

아침에 일어나니 여전히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아침 안개마저 자욱하고....

우선 구드방겐까지 가보고 안되면 위로 올라가자.

 

구드방겐 가는 길에 들른 언더래달(Undelaerdal).

간만에 플램에 정박하고 있던 유람선이 피요르드 사이를 항해중이다.

 

부지런히 떠난 페리도 보이고...

 

구드방겐.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는 중.

저기 높은 산 줄기 줄기 마다 물이 폭포가 되 흘러내리고 있다.

 

'안되겠다.

 배를 타는 건 포기하고 위로 올라가서 피요르드를 내려다 보자'

 

다시 구드방겐에서 플램으로 차를 몰아 돌아왔다.

(게다가 구드방겐에서 보스까지 가는 길은 도로 중간이 바위가 굴러내려와서 길이 막혀 있었다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다. 어차피 돌아가야 하는 길)

 

이 피요르드를 위에서 보려면 아우랜드에서 래달(Laeddal)까지의 산악도로로 올라가야 한다.

일명 스노우 로드라고도 불린다.

겨울철 엄청난 눈이 내리면 양 옆으로 몇미터씩이나 쌓이는 도로다.

 

송네 피요르드를 아래로 내려다 보면서 위로 위로

구름보다 더 위로 올라간다.

 

안개가 끼거나 말거나

비가 내리거나 말거나

피요르드 사이로 작은 배 한척이 지나가고 있다.

 

마을 옆으로 난 좁은 산길을 올라

굽이굽이 휘돌아가는 피요르드를 아래로 내려다 본다 .

방금 지나온 길들과 함께...

 

저 좁은 물길을 끝까지 따라가면 구드방겐이 나온다.

거의 산 꼭대기에 만들어 둔 다리위에서.

 

여긴 또 벌써 겨울이다.

오리털 파카가 다시 어울릴 만큼.

 

절벽 그 끝에 세워둔 다리.

다리의 제일 끝은 유리로 되어 있다.

아!!! 어지러운 느낌. 두려움. 공포...

그리고 숨막히는 아름다운 풍경.

 

아우르랜드에서 래달까지의 산악도로, 스노우로드를 달리는 길.

피요르드 사이에서 보면 그저 높다랗게 솟아있는 바위산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는데

위로 올라오니 엄청나게 넓은 지형이 나온다.

끝없는 산 정상들. 그리고 넓게 펼쳐진 평원. 바위 숲.

마치 아이슬란드를 다시 보는 느낌이다.

 

점심때가 지났다.

우리의 점심.

아침에 한 밥에, 양념을 해서 도시락으로 담고, 참치, 오이피클, 그리고 고추장.

끝없이 펼쳐진 광할한 산 정상위에서 먹고 싶었지만

비가 내리고,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아래로 아래로 내려간다 .

다시 ...

 

노르웨이의 도로는 참 복잡(?)하다.

아니 해안선이 워낙 복잡해서 빙빙 둘러가야 하는 건 예사고

제법 두어시간 이상 걸린 아우르랜드에서 래달까지의 산악도로와 달리

래달에서 아우르랜드까지 다시 돌아가는 평지에서의 길은  바로 뚫린 25Km 터널이다.

25Km 길이의 바위 터널!!!

시속 60킬로로 달려도 약 30분이 걸린다.

마치 무슨 튜브속을 달리는 듯하다.

상상이라도 할 수 있겠는가?

얼마나 길었으면 중간중간에 조명시설도 해놓고 밖으로 비켜나가 쉴 수 있도록 만들어 둔 자리도 있다.

 

노르웨이는 '터널의 대왕나라'였다.

5Km 급 정도의 터널은 애기터널이고 10Km 이상급 터널도 예사고

산 정상을 뱅글뱅글 돌아서 올라가는 달팽이형 터널도 있고,

앞에 신호를 두고 5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일방터널도 있다.

 

이탈리아 서북부 해안 도로에 터널이 워낙 많아

이나라는 터널 공사에는 도사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노르웨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참 터널도 많이 지났다.

엄청나게 많은, 정말 부러운 노르웨이의 숲도 많이 지나왔지만...

 

 

< 다시 길이 막히고... 결국 페리를 > 

구드방겐에서 베르겐까지는 이제 150여킬로정도 밖에 남지 않았었다.

그런데 중간에 보스로 가는 길이 바위때문에 막혀 있다고 해서 어제 왔던 길을 되돌아와야 했다.

아우르랜드에 홀을 거쳐 게일로로 해서 브림네스(Brimnes)까지...

 

덕분에 자연의 장엄한 광경을 만난다.

 

어디서나 만나는 크고 작은 피요르드에서.

잠깐 해가 비치는 사이, 하늘에서 큰 무지개를 만났다.

정말 엄청나게 크고 ,굵고 빛나는 무지개였는데...

주변의 바위산과 구름, 그리고 그 아래 마을, 물 그림자까지... 환상이었는데

역시 사진으로는 다 담기 어렵다.

내 머리속에는 남아있지만.. 이 기억이 얼마나 오래갈지..

마음속에 남아있는 건 희미한 감동으로만 남겠지...

 

송네  피요르드보다 훨씬 아름답다는 스타방에르(Stavanger) 피요르드를 가려면 오늘 오다(Odda)까지 가야 하는데

브림네스에서 오다로 가는 길 역시,

비 때문에 굴러떨어진 바위로 길이 막혀버렸단다.

윗 길이 막혀서 그리 빙글빙글 돌아왔건만

(물론 그 덕분 산악도로를 거쳐 그 멋진 경치들을 감상하기는 했지만...)

또 길이 막혔단다.

 

하는 수 없이 차를 배에 실었다 .

결국 배를 타고 피요르드를 아래에서도 보는 구나.

그래도 내로우 피요르드는 완전 좁은 협곡 사이를 지나가는 거니까

이보다는 훨씬 더 아름다웠겠지.

위에서 내려다 보는 것과는 또 달리...

 

브림네스에서 브루라빅(Bruravik)까지 가는 배 안에서.

 

생각보다 배 값이 비싸지는 않다.

차 한대와 사람 두명이 107Kr.

우리 돈으로 계산하면 2만2천원 정도다.

디젤기름 1L가 거의 2,500정도인 나라에서 이 정도의 배삯이라면 탈 만하다.

하기야 국토 전체가 워낙 복잡한 해안선으로 되어 있어 

이 나라 사람들에게 있어 페리는 거의 대중교통수단이니...

차가 있어서 그렇지 사람은 5,000도 안하는 수준이다.

 

어쨋거나 해지는 저녁 무렵..

배에 차를 싣고 피요르드를 가로지른다.

 

오다로 가려면 중간 도로가 막혀있으니 

배를 한번 타서 우선 피요르드 건너편으로 건너가야 하고 (브림네스에서 브루라빅까지)

다시 그 막힌 도로를 지나있는 마을까지 가기위해 피요르드를 건너는 배를 한번 더 타야 한다.(콴달에서 킨사빅까지)

킨사빅(Kinsarvik)에 내리는 데 벌써 날은 어둡다.

북유럽의 추운 밤이 벌써 시작되어 버렸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보에 의하면

노르웨이는 8월 말까지가 여름시즌이라 유스호스텔도 캠핑장도 대부분 문을 닫는데.

이미 오다로 가는 마을입구는 어두워지고 있다.

어디서 싼 숙소를 구하나?

오늘밤은 어디서 자야하나...

 

(결국 우리는 이날 저녁 차에서 잠을 잘 수 밖에 없었다.

 아!!! 북유럽의 밤.... 아이슬란드의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