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T160 (9월 6일) 좁은 골목길의 브레멘, 높은 성당의 쾰른 (독일)

프리 김앤리 2009. 9. 12. 20:38

또 다른 노르웨이의 어느 길가.

9월로 넘어서서 노르웨이로 여행 온 죄로 당최 열려있는 유스호스텔이나 캠핑장을 찾을 수가 없다.

이 나이에 무슨 객기도 아니고

또 하루 밤을 차에서 잤다.

이틀채 샤워도 제대로 못하고

도로에 있는 화장실에서 대충 세수, 양치만 하고 또 하루를 시작한다.

천연 무공해 노르웨이 깨끗한 공기를

우리의 더러움으로 약간씩 때를 묻히며 다닌다.

ㅋㅋ

 

그래도 빙하 호수도 있고

잔디도 있고 , 나무도 있고...

노숙치고 괜찮다.

 

 

<페리를 타고 노르웨이에서 덴마크로> 

덴마크로 내려가기 위해 노르웨이의 가장 남쪽 끝까지 내려왔다.

크리스안샌드 Kristiansand

덴마크의 가장 북쪽 Hirtshalls까지 가는 굉장히 큰 배다.

배에다 우리 차도 싣고

드디어 이렇게 아름다운 노르웨이를 떠난다. 

 

배안에서.

노르웨이와 덴마크를 왔다 갔다 하는 국제 여객선이라

실내는 아주 잘되어있다.

고급(?) 레스토랑은 물론

온갖 물건을 다 파는 면세점도 다 있다.

 

그런데 나는

여행 6개월만에 흑인 다 됐다.

검게 탄 얼굴.

머리는 어디서 짧게 자를 수 있을란지...

완전 촌년이다.

 

배는 북해를 건너야 한다.

차가운 북해 바람이 불어 파도가 넘실거린다.

4시간만에 가는 초고속 배라

굉장히 큰 배인데도 제법 울렁거린다.

하루종일 차를 타고 별 문제 없는데

배는 금방 멀미가 온다.

다른 사람들은 다 괜찮은 것 같은데...

 

해가 질려면 아직 멀었는데

하늘의 짙은 먹구름 때문에 주변이 컴컴해진다.

게다가 차가운 북해 바람까지 불어

으스스한 분위기다.

 

 

<개, 고양이,닭,당나귀의 음악대와 좁은 골목길, 브레멘> 

덴마크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시 독일로 내려왔다.

한자동맹의 또 다른 도시 브레멘(Bremen)

한자 동맹의 중심도시 뤼벡이나 함부르크,슈베린을 이미 보고 난 뒤라

그저 한번 분위기나 보자는 생각으로 들렀는데...

예상외로 참 마음에 드는 도시다.

도시 전체가 차분하고 깔끔하면서도 품위를 가지고 있는...

 

이번 여행에서의 큰 소득은 독일이다.

마냥 이차대전을 일으킨 나라라든지. 약간 딱딱하고 무뚝뚝한 느낌이라든지

아니면 그저 조금 잘 사는 나라 정도의 피상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가는 곳곳마다 독일의 진짜 저력이 보인다.

 

브레멘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이 동상이다.

닭과 고양이,개,그리고 당나귀 동상.

일평생 아침이 오는 것을 알리고, 쥐를 잡고,그리고 집을 지키고 짐을 나르며 열심히 일만 하던 네 동물들이

나이가 들어 더이상 쓸모가 없어지자 주인에게 버림을 받고 만다는  이야기.

삶의 가장  마지막까지 몰린 이들은 브레멘에서 음악대를 만들어 생계를 이어가기로 결심하고

모험을 떠난다는 이야기...

황당하지만 귀여운 이야기다.

동물들의 이야기지만 인간의 이야기같기도 하고...

네 동물의 노후복지 이야기.

동물들의 노후를 이야기로 지을 만큼의 여유와

우리보다 더 잘된 복지수준이 부럽다.

 

시청사 바로 앞에 있는 이들의 동상앞에는 그래서 사람들이 제일 많이 몰리고 사진을 찍는 장소다.

사람들이 손이 닿는 당나귀 코는 만져서 반질반질하다.

 

브레멘 시내 곳곳에 이들 '브레멘 음악대' 동상이 있다.

중세 시대의 좁은 골목 골목 어딘가에서 빰빠라빰빠하면서 이들 음악대가 나타날 듯 .

 

그런데 궁금하기도 하다.

이 녀석들은 그래, 그 결과가 어찌되었을까???

 

브레멘 광장에 세워져 있는 로랜드(Roland ) 동상.

독일 전역에 있는 26개의 로랜드 동상 중에서 가장 크고 제일 유명한 거란다.

무역에 관한 자유와 권리(Trading Rights and Freedom)의 상징이란다.

 

아마 중세에서 근세로 넘어오면서 도시들은 ...브레멘도 무역을 자유롭게 하고싶었으나

영주나 왕에 의해 많은 제약이 있었나보다.

그러니 이런 동상을 세우고 ...

중세 독일판 자유의 여신상이다.

여기 브레멘에 있는 로랜드 동상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았다.

상인들간의 거래가 활발했던 한자 동맹의 도시답다. 

 

도심 한 가운데 있는 청동 돼지동상.

원래는 중세 시대에 이 자리가 돼지를 방목해서 키우는 곳이란다.

오늘날 거리가 발전해서 그 흔적이 없어졌지만 그걸 기념해서 여기다 돼지들의 동상을 만들어 두었다.

 

많은 나라를 다녔지만 돼지동상을 시내 복판에 만들어둔 곳은 처음이다.

약간은 어리둥절하다.

하지만 독일인들에게 맛있는 햄과 부를 주었던 돼지와 옛날의 돼지목동을 기리는 동상

돼지목동이 나팔?을 분다.

이러면 돼지도 모였나?

 

세계 어디보다도 다양하고 맛있는 햄으로 유명한 독일에 참 어울리는 한 장면이다.

 

9월을 넘어서 다시 찾아온 독일에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찬 기운이 피부로 스며드는 듯.

멋도 모르고 얇은 옷을 챙겨 입고 나온 이방인들을 당황하게 한다.

그래도 비가 왔다가는 개이고, 다시 흐려지는 날씨 사이로 잠깐 비친 햇살 덕분에 교회 지붕의 초록색이 눈부시다.

 

브레멘 시청사와 교회.

 

쉬노르(Schnoor)는 15,6세기의 미로 골목이다.

브레멘에서 중세 사람들이 살았던 모습을 엿볼수 있는 좋은 곳이다.

사람하나 겨우 지나갈 듯한 아주 좁은 골목 골목의 집들이 지금은 기념품가게, 레스토랑등을 하고 있다.

 

좁은 골목.

괜히 흥겹다.

 

좁은 골목에 줄지어 늘어서 있는 레스토랑들...

우리는 그저 보고 지나쳤다.

ㅋㅋ

조카 동준이가 가르쳐 준 Nord See에서 이미 고기튀김과 해산물 샐러드를 먹고 난 뒤라...

 

좁은 골목이지만...

담벼락을 옆집하고 같이 공유하면서 다닥다닥 붙어 있지만...

창문이라고는 앞으로 내어놓은 조그마한 창 밖에 없지만...

 

나름 예쁘게 꾸며놓았다.

벽에 붙는 나무를 길러가며...

쉬노르 골목 골목에서는 정말 어디선가 브레멘 음악대가 불쑥 튀어나오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할 정도....

 

자그마한 집들, 좁은 골목 15-6세기에는 이렇게 살았단 말이지...

근데 더 대단한 건,

이 골목을 몇백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는 사실...

 

 

<대성당이 있는 곳. 쾰른> 

유럽 여행을 하다보면 어느 도시나 반드시, 지겹도록 만나는 것이 성당이다.

이게 그거 같고, 그게 그거 같은 헷갈림과 무덤덤함.

어디서든 보이는 돔형 천장, 그리고 스테인글라스, 그리고 화려한 외벽, 육중한 제단...

유럽의 성당이나 교회는 모두 박물관이란 생각이다.

제단화, 그림, 예수와 십자가, 성화, 12제 사도 조각상,

그리고 발이 피곤할때 가만히 들을 수 있는 파이프 오르간,... 오르겔 연주

 

그중 우리를 특히 끄는 몇군데의 성당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이탈리아 로마의 '바티칸성당'과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

그 자체가 주는 엄중한 의미도 있고, 때로는 진짜 너무 멋있어서...등등...

 

그런데 여기 독일의 쾰른 성당은 그냥 쾰른 성당이라고 하지 않고

꼭 '쾰른 대성당'이라고 불린다.

대성당...

 

단순히 규모의 면에서 크기 때문에 그럴까?

아니면 긴 공사 기간때문에?

 

한번 쓱 방문한다고 그 답을 찾을 수 있는 건 아니겠지...

그래도 한번 보고 나면 진짜의 답을 찾을 수 있는 동기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컸다. 정말 컸다.

규모면에서 다른 성당을 압도할 만큼.

공사기간도 얼마라고 했더라?

 

1200년 중간에 착공하여 공사가 중단되었다가,

중간에 설계도를 잃어버렸다가

600여년?이 흐른뒤 완공된 성당.

 

(작년에 어느 책에선가 그걸 아주 재미있게 읽었었는데...도대체 이놈의 기억력이란....

 책이란 걸 읽어봐야 말짱 도루묵인가?  어차피 다 까먹어버리는 데 읽지 말까?

 그래도 내 친구 한명은 그러더라구.

 책장을 덮어버리면 다 까먹어버리지만, 그래도 읽는 동안에는 즐겁고 행복하지 않냐...

 그래서 자기는 그걸로 만족하고 계속 읽을라고 한다...

 그 때 그 말이 어찌나 위안이 되던지....)

 

쾰른 대성당... 정말 컸다.

그런데 크다고만 해서 좋은 건 아니겠지...

여행중에 읽은 책 '텅빈 레인코트'에서는 '대성당의 철학'을 배우자고 했었다.

 

대성당의 철학.

대성당을 설계한 사람도,

건설하는 사람도 완공된 성당을 보지 못할것이란 것을 알고서도 시작한다.

중간에 공사하는 사람들도 완공된 아름다운 대성당의 모습을 보지 못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 후대의 후대는 아름다운 성당의 모습을 본다.

완성된 모습을 보지 못할것을 알면서도 시도하고 만드는 중세사람들의 신념과 철학이 대단하고

바쁘게만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우리가 쾰른 대성당을 찾은 것은 600여년 전에 시도한 그들의 숨결이 보고 싶었다.

 

성당에 들어갈 때 마다 초를 사서 봉헌하던 언니가 가버리고 나니

이제 이 거는 내 몫이다.

 

신자는 아니지만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빌면서...

소박하고 겸손한 인간이 되어 초를 밝힌다.

 

쾰른 대성당의 스테인글라스.

 

밖은 여전히 예술가(?)들과 여행자들 차지이다.

분장을 하고 조각상처럼 서있는 예술가도 여러명, 연주를 하는 음악가도 보이고

몇가지 되지 않는 색분필로 바닥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도 보인다.

 

물론 대성당 바로 문앞에 동냥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고....

 

대성당의 철학을 한번 더 생각하며...

한가지가 마음에 안든다면 중세의 성당은 너무 하늘의 영광만을 생각해서

자기 중심으로 성당을 지었다.

오늘 우리가 사진을 찍기엔 너무 높고 길이 비좁아서

하나의 작은 사진에 담을 수가 없다.

 

그보다 더큰 자연은 우리에게 수많은 앵글을 주는데...

 

오늘은 독일을 떠나 룩셈부르크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