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T162 (9월 8일) 뮬러탈 숲과 룩셈부르크시티를 걸으며

프리 김앤리 2009. 9. 14. 16:55

 < 숲속 트레킹을 위하여, 에크테나흐>

 

 지난 3월 한국을 떠나오면서 챙겨가지고 나온 몇 권의 책 중 하나가

 미국 작가 빌브라이슨이 쓴 『나를 부르는 숲』(애팔래치아산맥 종주기)였다.

 그의 다른 책, 『발칙한 유럽 산책』을 읽으면서도 느꼈던 거였지만 문체가 어찌나 화려하고 수려한지.

 어느 한 문장도 간단하게 넘어가는 것 없이 주변 지식과 당시의 자기 느낌, 그리고 상대방을 꿰뚫어보는 듯한 심리 묘사까지...

 한편으로는 해박한 지식에 놀라 재미있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잡다하게 늘어놓는 것 같아 귀찮아지기까지 하던

 애팔래치아 산행 이야기를 그저 그렇게 후다닥 읽은 뒤, 여행 첫 나라인 중국의 어느 호스텔에 또 누군가를 위해 남겨두었었다.

 우리도 만약 미국을 간다면 애팔래치아 산을 한번 쯤을 찾아보리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그 정도.

 

 그런데 그 책에서 그토록 길게 써놓았던 미국 산 이야기는 별로 기억나지 않는데,

 한 구석에 단 한번 언급되었던 ‘룩셈부르크의 숲’ 이야기는 여행 내내 내 머리를  맴돌았었다.

 그래서 찾아 낸 곳이 룩셈부르크의 에크테나흐(Echternach)다.


 여기서 잠깐!!

 ( 지금은 이 사람의 책,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읽고 있는 데 이건 정말 환상적인 책이다.

 잡다하게만 보였던 그의 놀랄만한 해박한 지식이 밑바탕이 되고, 또 책을 쓰기위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그 많은 자료들을 찾아내고 다시 분석해낸 집중력의 산물이었다.

  읽고 있는 내내 감탄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는 중이다.)

 

룩셈부르크는 아주 작은 나라이지만 정말 부유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또 세계에서 범죄율이 가장 낮은 안전한 나라.

 

  룩셈부르크는 수도인 룩셈부르크 시티외에도 아르덴느 삼림지대, 작은 스위스라고 불리는 뮬러탈(Mullerthal)   지역,

  그리고 포도주 산지로 유명한 모젤계곡이 있다.

  에크테나흐는 바로 이 뮬러탈 지역의 트레킹을 위한 중심 도시.

  룩셈부르크 시티에서는 버스로 4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버스비도 단돈 1.5유로.

 

  사진은 트레킹 중 산위에서 바라본 에크테나흐 시가지.

 

독일의 브레멘, 쾰른을 거쳐 도착한 룩셈부르크 에크테나흐 유스호스텔.

  정말 좋다. 거의 호텔급이다.

  여태까지 유스호스텔 중 시설면에서는 가장 좋은 곳 같다.

  (아침 식사에서는 독일 유스호스텔을 따라 올 수 없어서...)

 

  아침에 일어나 유스호스텔 식당 앞에서 찍은 사진이다.

  지형적으로 분지가 되어서 아침이면 늘 이렇게 안개가 낀단다.

  호수와 나무, 숲으로만 둘러싸인 유스호스텔이라 오히려 이른 아침에 낀 안개 때문에 더 몽환적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트레킹을 하기 위해 숙소에서 지도를 한 장 받았다.

  에크테나흐 시내중심에서 시작해서 다시 에크테나흐로 돌아오는 루트 1(40Km),  루트 2 (33Km)도 있고,

  거기서 약간 떨어진 곳을 중심으로 하는 37Km짜리 루트 3도 있다.

  또 이보다는 조금 더 짧고 난이도도 쉬운 엑스트라 코스 1,2,3 도 있고...

  루트 1,2,3의 일부를 돌면서 더 짧은 코스 E 1-8도 있고...

  트레킹 코스는 정말 다양하다.


  외국에서 하는 트레킹이라는 게 그리 험준한 산을 타는 것도 아닌데다가, 자료를 보니까 조금 어렵거나

  그냥 평균 수준의 난이도라고 하니 쉽게 떠날 수는 있을 것 같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마음같아서는 이 곳에 며칠씩 있으면서 이 코스, 저 코스 다 걸어봤으면 좋으련만...

  (빌 브라이슨은 여기서 자기 친구와 함께 오랫동안 트레킹을 했었다고 적어놓았던 것 같다.)

  이렇게 좋은 곳인 줄 알았더라면 좀 더 빨리 이 곳으로 왔었어야 했는데...


  우리는 오늘 하루밖에 시간이 없으므로 루트 2의 5Km를 섞어서 모두 11.7Km의 숲 길을 걷는

  E1 코스를 가기로 했다.

 

    뮬러탈 트레킹 코스 안내판.

    트레킹 시작부터 숲 속에서 갈림길이 나올 때 마다 이런 안내판이 곳곳에 있어 아주 편안했다.

    우리는 이 안내판에서 뮬러탈 트레일 루트 2와 E1 표지판만 보면서 가면 된다.

 

   이제 숲 속으로 들어간다.

   북유럽은 벌써 겨울 같은 느낌이었고, 독일에서도 낙엽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초가을 같았었는데

   여기 숲은 푸른 잎들이 햇빛을 듬뿍 받아 오히려 봄 햇살 같은 색채를 띠고 있다.

 

  그래도 분명 여기도 가을이다.

  가득 떨어져 있는 낙엽을 보면...

  트레킹 길이 참 편안하다.

 

 어찌나 나무들이 키 크게 자랐는지...

 

  뮬러탈 지역은 아주 아주 오래 전 물이 흐르는 깊은 계곡이었단다.

  지금은 그 계곡의 물이 마르고 나무가 울창한 숲으로 되어있다.

  계곡 옆의 높은 바위에는 물이 흘렀던 흔적들이 많이 보인다.

 

   틈틈이 물살이 갈라놓은 멋진 바위들도 보이고.

   좁은 바위틈이 멋진 Labyrinth.

 

 

 바위 틈 사이로 사람이 지나 다닐 수도 있다.

 

 그러다가 다시 바위와 숲들이 나오기도 하고...


 울창한 숲을 만나기도 한다.

 

 이끼 가득한 숲길에 나무다리를 건너기도 하고

   (한쪽 나무에  E1 표지가 보인다. 오른쪽으로 가지 말고 왼쪽으로 가시오라며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바위와 바위 사이... 숲길을 계속 걷는다.

   (이거야, 원!! 내가 모델도 아니고...

    나는 그저 숲길을 걷고 있는 것 뿐이고...

    뒤에 오는 사람은 사진 찍기를 좋아해서 그저 찍는 것 뿐이고...

    내 뒷모습 넣지 말고 그냥 찍으라고 해도

    사람이 없으면 숲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단다.

    그래서 못났어도 그냥 뒷모습을 넣는 거라고...  신경 쓰지 말고 가던 길이나 쭉 가라고...)

 

  뒷통수를 찍거나 말거나...

  숲길에 취해 그저 걷고 또 걷는다.

 

  또 다시 만난 거대한 바위와 좁은 바위 틈.

    바위의 중간 중간에 물이 흘렀던 자국을 발견한다.

 

 그 좁은 틈을 따라 걸어 올라가 본다.

 

급기야 세찬 물길이 바위를 뚫어버리기도 했나보다.

 

  도대체 얼마동안 우리는 이 숲길을 걷고 있는 건지...

    모퉁이를 돌고 돌아...

 

 

  룩셈부르크의 숲길을 걷는다.

    위에서 내려다 보아서 감동적이었던 노르웨이 스타방에르의 피요르드.

    아래에서 위로 산과 숲을 보아서 감동적이었던 송네 피요르드...

    그런데 여기 룩셈부르크의 숲은 직접 안으로 들어가 느껴야 하는 곳이다.

    이 숲길의 냄새를 맡으며... 이 숲의 공기로 숨을 쉬며.... 나뭇잎 사이로 새어들어오는 햇빛을 받으며...

    숲 속으로 들어가서 직접 느껴야 하는 곳....

 

 이 길을 우리는 계속 걸었다...

 

 < 아르덴느 삼림지대의 보석, 비안덴 (Vianden)>  

 뮬러탈 지역의 또 다른 도시 비안덴(Vianden)

   룩셈부르크의 숲 길 트레킹 지역을 찾으면서 발견한 곳이 에크테나흐와 비안덴이었다.

   독일에서 들어오는 것과 나중에 벨기에로 나가는 것을 따져가며 우리가 저녁 숙소로 정했던 도시는

   에크테나흐였는데 비안덴을 와보니 여기에서 자는 것도 괜찮았을 것 같다.

  

   하여튼...

   비안덴은 우리 차로 에크테나흐에서 40분 정도 되는 거리에 있었다.

   (에크테나흐에서 30Km)

   아래로는 수르(sure)강이 흐르고 높은 산 위에는 멋진 중세 고성이 눈부시게 세워져 있다.

 

  마치 동화속의 모습과도 같은 이 성은

  룩셈부르크의 자랑이라 외국 국빈들이 오면 거의 다   방문을 하는 가 보다.

    한 방에는 방문한 국빈들이 이 성을 걷고 있는 모습을 찍어놓은 사진이 가득하다.

 

   이 성에서는 영화도 여러 개 찍었단다.

     (성 안에서 볼 때는 찍은 영화제목도 몇 개 기억했었는데..

      며칠이 지나고 나니 다 까먹어버렸다. 쯧쯧... 이런 기억력으로 여행을 하고 있으니...)

     나도 영화 주인공처럼 앉아봤는데... 얼굴과 몸매가 영~.

 

 비안덴 성!!! 참 예쁘다.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인 룩셈부르크 시티>

  여행을 하면서 이런 생각을 많이 한다.

  ‘그동안 우리는 지금 와있는 이 곳에 대해서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한 도시에, 혹은 한 나라에 도착하면 서로가 서로에게 묻곤 한다.

  “여기에 대해서 무엇을 알고있냐?”


  대개는 아주 단편적인 걸 알고 있거나

  아니면 그냥 몇몇 그 나라나 도시와 연관된 단어만 외고 있을 뿐, 도통 그 내용을 채울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주 얕은... 겉핥기식 지식을 가지고 있는,

  아니 이건 ‘지식’이라고 건방지게 표현해서는 안된다.

  ‘기억력’이라고 하는 게 더 옳을게다.


  기억력으로 머릿속에 쑤셔박아 놓은 단어들만 알고 있을 뿐.


  룩셈부르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작은 나라. 베네룩스 삼국중의 하나. ♪룩!룩!룩셈부르크♪라는 노래 한 소절....


  유럽으로 들어와서 계속 읽고 있는 책 『유럽피안 드림』에 의하면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과 함께

  EU 추진과 결성의 핵심국가가 바로 룩셈부르크였다.

  그래서인지 유럽연합 재판소, 유럽연합은행, 유럽연합의회등 EU의 핵심기관들이 다 여기 룩셈부르크에 있었다.


  유럽 내의 작은 세 나라 ‘베네룩스 삼국’이라며 마치 비하하듯이 표현하던 우리의 알량한 기억력을

  부끄러워하면서 룩셈부르크 시티에 들어섰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라는 룩셈부르크 시티.

 

 룩셈부르크 시티는 절벽 아래 쪽(그룬드Grund 라고 부른다)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주거지이거나

  산책로이고 그 위로는 빌딩, 교회 등 사무공간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는 역시 엄청나게 짙은 숲으로 이루어진 녹지 공간.

 

 그룬드 지역의 집들. 그 사이를 흐르는 도심의 강.

   그리고 물에 비친 그림자...  

 

계곡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사람들이 쭉 걸어갈 수 있도록 곳곳에 길이 나있다.

  이 절벽 안쪽에는 길이가 23Km에 해당하는 인공터널이 있다.

  18세기에 만들어졌다는데 세계대전 때는 탄약고로 쓰였던 곳이라고 한다.


  작은 나라라지만 룩셈부르크도 역시 전쟁의 비극에서는 벗어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역사를 보면 프랑스 왕조 시대인 적도 있었고, 에스파냐 왕조 시대인 적도 있었다.

  루이 14세도 등장하고 마리아 테레지아도 칼스 왕도 등장한다.

  여기가 프랑스야, 오스트리아야? 아니면 스페인이야?


  중세 이후 끊임없이 서로가 서로를 침략하고 지배하고 지배당해왔던 유럽...

  언제는 같은 나라이기도 하다가, 다른 나라이기도 하다가....

  일이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한 대륙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를 죽이고 죽여야 했던

  그 끔찍한 시간들을 보내고 이제 유럽은 다른 어떤 가치보다도 ‘인간이 생명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표방하고 있고, 개인의 자유 보다는 공동체 내의 관계를 더 중요하고

  부의 축적보다는 높은 삶의 질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대륙으로 바뀌고 있는 중이다.


  작은 나라 룩셈부르크에서 ‘삶의 질’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똑같은 장면에서 밤에 찍은 사진.

 

 멀리 보이는 교회와 참 부러운 룩셈부르크의 숲.

 

 숲 안으로 들어가면 도시 한가운데인데도 온통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이런 게 정말 ‘삶의 질’이 아닐까?

 

 도심 한가운데 숲에 취해 나란히 두개 있는 벤치에 들렁 드러누웠다.

   저절로 잠이 스르륵...

   아마 제법 잤을거다.

 

 철교 아래있는 룩셈부르크 시티 유스호스텔.

   에크테나흐도 그랬지만, 룩셈부르크의  유스호스텔은 정말 좋다.

   시설과 주변 경관이 고급 호텔을 뺨치는 수준이다.

   가격도 싸고.(에크테나흐는 18.2유로, 룩셈부르크 시티는 19.8유로.)

 

 이상 룩셈부르크에서 돼지코 김승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