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T157(9월 3일) 절벽아래의 피요르드, 스타방에르의 프라이케스톨렌

프리 김앤리 2009. 9. 12. 10:13

<노르웨이숲, 피요르드의 한가운데서 맞은 아침>

간 밤의 우리 잠자리입니다.

 

저녁 늦게 페리에서 내려, 오다(Odda)로 가는 길은 왜 그리 무서웠던지...

가로등도 없는 도로, 불빛 하나 없이 깜깜한 피요르드의 어두움.

이미 모두들 보금자리로 돌아갔는지 달리는 차 한대 보이지 않고,

어쩌다 만난 차들은  익숙한 자기 동네라서 그런지 우리를 앞질러 휑하니 달아나버리고

좁은 폭 도로의 오른 쪽은 분명 피요르드 인 것 같은데 물만 얼릉얼릉 거리고

길은 굽이굽이...

건너편 마을 집들의 불빛만 간간히 보일 뿐.

 

배에서 내린 지 40분여를 가다가 더 이상 나서기를 포기해버렸습니다.

캠핑장이나 유스호스텔은 성수기를 지나 이미 문을 닫아버린 상태.

노르웨이의 조그만 마을들에 뜬금없이 호텔이나 다른 민박집이 나타나 줄 리도 만무하고...

도로 옆으로 삐죽이 만들어 둔 휴식 공간에 차를 세웠습니다.

 

차가 제법 커서 두 사람이 자기에는 별 무리가 없었습니다.

혹시 모른다면서 쬐금, 아주 쬐금 열어둔 창문 사이로 쌀쌀한 북유럽의 가을바람이 불어들어오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노숙의  애교' 정도로 봐 줄만 했습니다.

 

그리고 눈을 뜬 아침.

정말 아름다운 광경이 우리 눈 앞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이런 경치를 보게 해 주려고 간밤에 우리를 붙들었나 봅니다.

 

레프트후스(Lefthus) 근처 라는 것만 알 뿐.

이름도 제대로 모르는 마을 앞이었습니다.

어제 내린 비가 산 위에서는 눈이 되었나 봅니다.

 

호수(?)에는 세상 밖의 풍경이 그대로 다시 다 담겨져 있습니다.

사진을 거꾸로 놓아두어도 별로 문제가 없을 듯이 쏙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아차!!! 바로 앞의 배 때문에 안되겠군요)

 

이 정도의 경치를 선사해준 잠자리라면 차 안에서 약하게 느꼈던 간밤의 추위 따위는 아무런 불평거리가 못 될겁니다.

어느 날, 길에서 하룻밤을 잠들게 해 준

노르웨이의 자연에게 감사를 드렸습니다.

'노르웨이의 숲'과 '노르웨이의 피요르드'

그리고 '노르웨이의 하늘과 구름'...

 

여행은 일상에서는 그저 지나치는 자연을 새삼 가슴에 품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나무가 열매를 맺어도, 바람이 세차게 불어도, 햇볕이 강해도...

그저 각자가 제 할일을 하고 있는 듯 무심하게

나도 바쁘게 돌아가는 내 일들을 처리할 뿐.

몇시까지 무엇을 해야하고, 언제까지 무엇을 해야하고...

 

그런데 여행에서는 자연 하나하나가 하고 있는 일들이 내게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그것이 늘 축복인 것 처럼 느끼게 하는 여유를 가져다줍니다.

 

오늘 아침,

이름도 모르는 노르웨이의 어느 길에서 만난 하늘과 구름과 나무,그리고 바다.. 호수... 바람...공기...

각자 다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다가와

우리도 그들의 일부가 되게 해 준 것을 감사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또 우리는 먹는다고???>

참 짓궂습니다.

시리얼에 우유, 빵... 아침이라고 열심히 먹고 있는데

"이런 좋은 경치에 니는 먹고만 있냐?" 며 사진을 찍어댑니다 .

자기는 이미 다 먹고 먼저 밖으로 나갔으면서...

이런 경치에, 이리 상쾌한 기분에... 배까지 부르다면 뭐가 부럽겠습니까?

'배부름'의 최종 단계 행복함을 느끼려는 순간,

나를 갖고 장난칩니다.

사실 배가 고프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리 아름다운 경치도 소용이 없습니다.

 

배까지 부른 마지막 단계의 행복함까지 채우고 길을 나섰는데

길에는 무인 과일 판매대까지 보입니다.

자기 집 농장(?)에서 따 놓은 듯한 소박한 과일가게.

자두랑 사과가 보입니다.

그냥 조금씩 담아놓고 얼마라고 써놓기만 했습니다 .

 

자두 한 봉지를 샀습니다 .

달고 싱싱해서 좋았고,

사람을 믿고 맡겨내놓아서 더욱 맛있었습니다.

행복함의 최고조입니다.

 

 

<다시 달리며>

계속 차를 몰고 달려갑니다.

오늘은 오다를 거쳐, 송네 피요르드 보다 더 아름답다는 스타방에르쪽 피요르드를 보러 가야 합니다.

거기는 산 위에 엄청나게 넓은 제단같은 바위가 있어 절벽같은 그 높이에서 피요르드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언젠가 한국에서 본 그 사진 한 장이 우리를 이곳까지 이끌고 있습니다.

 

가는 길...

노르웨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서유럽만 돌고 간 언니네 부부, 오슬로까지만 같이 간 준호 대장님께 미안합니다.

진짜 자동차 드라이브 여행은 노르웨이 인것 같습니다.

 

오다(Odda).

한쪽에선 빙하가 보입니다.

피요르드와 빙하...

 

또 길을 달리고...

 

빽빽히 들어선 '노르웨이의 숲'과 단거리룰 달리듯 급하게 흐르는 빙하가 녹은 강?을 지납니다.

 

도중에 만난 폭포.

오다에서 30분도 안되는 거리에 있습니다.

도로 앞까지 마치 산을 다 부숴버릴 무서운 기세로 폭포가 세차게 흐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평온하고 조용한 마을.

 

몇개의 산과 몇 번의 피요르드 계곡을 넘나듭니다.

어느 산 위에서 만난 친근한(?) 양 두마리.

도로에서 양들을 만나면 주로 도망을 가는 데

이 녀석들은 오히려 우리쪽으로 다가와 우리를 쳐다봅니다.

창문너머 있는 우리와 눈을 맞추고.

개를 제외하고는 동물들은 인간하고 눈을 잘 안맞추는데...

이 녀석들은 참 신통합니다.

사진을 찍으려니 포즈까지 취해주고...

 

노르웨이 산간지방의 집들.

추워서 그런지 지붕 위에 흙을 덮고 그 위에 풀을 자라게 했습니다.

아이슬란드에서 봤던 오래된 집들하고 형태가 거의 똑 같습니다 .

생각해보면 아이슬란드나 노르웨이, 스웨덴은 거의가 북위 60도를 넘어서는 곳이니까

삶의 형태도 비슷할 거 같습니다.

 

노르웨이는 생성된지 이미 오래된 곳이라

잘 가꾸어진 자연 이라면

아이슬란드는 아직도 젊고 서투르고 투박한 자연?

 

산 꼭대기에서 슬로바키아 젊은이들을 만났습니다.

이들도 차를 몰고 여행중인데

이 높은 곳에서 직접 버너 불을 짚혀 따뜻한 국물 요리를 먹고 있습니다. 

 

 

<아!! 프라이케스톨렌> 

이 한 장의 사진이었습니다.

우리를 이곳까지 오게 만든.

'노르웨이를 가면 저런 곳을 만날 수 있다'

 

송네 피요르드가 깊은 협곡으로 들어가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 보는 곳이라면

여기 스타방에르의 피요르드는 프라이케스톨렌(Feikestolen)으로 올라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봐야 하는 곳입니다.

 

그 프라이케스톨렌을 아래로 내려다 보는 또 한장의 사진

역시 우리를 들뜨게 했습니다.

프라이케스톨렌(Feikestolen)을 영어로 표현하면 Pulpit Rock이랍니다.

Pulpit 이라니까 제단을 뜻하는 거겠지요,

제단처럼 평평하고 넓은 바위로 되어 있는 저 곳을 직접 오르고 싶었습니다. 

 

프라이케스톨렌으로 가려면

- 스타방에르(Stabanger, 노르웨이의 남서부 해안 도시, 베르겐보다 더 아래에 있다)에서 투어를 신청하거나

- 차를 몰아 (혹은 대중교통,배, 버스)를 타고 타우(Tau) - 요플랜드(Jorpeland) - 요쌍(Jossang)까지 가서

   Preikestolen Hyttr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걸어서 올라가야 합니다.

- 스타방에르에서 타우까지는 페리를 타고 가야 하고,

   타우에서 요쌍까지는 차로 30분도 안되는 거리입니다.

 

주차장에서 저 절벽 바위까지는 등산을 해야 하는데 왕복 4시간 정도가 걸리는 거리입니다.(3.8Km- 왕복 7.6 Km)

600m가 넘는 절벽바위 ( Preikestolen )에서는 리세피요르드(Lysefjorde) 가 한눈에 보입니다.

 

등산화 끈을 단단히 조여매고 우리도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만에 등산다운 등산을 하는 건지.

스위스 라우터브루넨에서 융플라우 갔다가 내려오는 하이킹을 한 후 거의 한달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르막길이 만만찮습니다.

지리산 백무동 계곡을 오르는 길 비슷합니다 .

끝도 없이 이어지는 돌 산길.

 

ㅋㅋ

그런데 백무동 오르는 길보다는 훨씬 쉽습니다 .

힘들던 돌길은 조금만에 끝나고 평평한 평지의 나무길도 있습니다.

 

제법 오르니 마치 섬처럼 흩뿌려져 있는 피요르드 사이의 산들이 보입니다 .

아니, 숲이 가득한 산 사이의 피요르드가 눈에 들어옵니다.

 

중턱부터는 나무들이 거의 없는 바위산입니다.

작은 연못도 있습니다.

 

저 멀리 걸어올라가고 있는 우리.

바람이 아주 세차게 불어옵니다.

 

마치 날아갈 것 같습니다.

제대로 서있기 조차 힙듭니다.

'양 팔을 벌리고 펄럭이면 날아갈 수 있을까?'

 

마지막 산등성이를 오르며.

 

드디어 올랐습니다.

바람이 너무 세차게 불어 저 아래 피요르드를 보고 있는데 오금이 저립니다 .

 

올라 온 사람들이 모두 잠시만 바위끝에 앉을 뿐...

오래 있지는 못합니다 .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무서워서...추워서....

 

그래도 저마다 각자 여러가지 생각들을 했을겁니다.

'멋있다' '

끝내준다'

'아름답다'

'무섭다'

'춥다'

'끝이 없다'....

'나는 지금 여기, 이곳에 있다' ' 떠나온 그 곳에 사람들은 잘 있을까?'

'우리는 왜 이곳까지 왔을까?'

'여행을 왜 하고 있을까?'

'어디로 돌아가야 할까?'....

 

프라이케스톨렌에 서서.

 

하늘을 향해 두 팔을 힘껏 벌렸습니다. 

 

 

<우리의 두 다리와 두 발에게>

무슨 사진이든지 주인공은 늘 얼굴이었습니다 .

그게 앞 모습이거나, 뒷모습이거나.

 

그런데 저렇게 높은 곳에...

이렇게 무섭도록 아름다운 곳으로 우리를 데려다 준건 늘 우리의 튼튼한 두 다리와 발이었습니다.

오늘은 그동안 말없이 우리를 든든히 바쳐주고 있는 두 다리와 두 발에게 감사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