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T214 (10월30일) 낯선 풍경- 이탈리아의 알베르벨로, 바리에서

프리 김앤리 2009. 11. 2. 07:22

 

원래는 시칠리섬으로 가려고 했다.

로마에서 밤기차를 타면 시칠리섬의 가장 끝 팔레르모까지 갈 수 있었다.

‘그렇다면 호텔에서의 느긋한 아침을 즐기고 천천히 기차역으로 나가 야간 쿠셋 예약해놓고

로마를 좀 즐기다가 밤에 기차를 타면 되겠구나.’

머리 속에 그려지는 오늘 하루의 스케줄. 충분했다.


사실 이렇게 좋은 호텔을 들어와 보기는 이번 여행에서 처음이었다.

인도에서 한번, 이란에서도 한번, 호텔이라는 이름을 걸고 있는 숙소에서 자기도 했지만

그건 그냥 우리나라 ‘장급’ 여관 수준이었다.

아, 한 번 더 있다.

스위스 체르마트에서. 방이 없어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유스호스텔 2명 쓰는 가격과 똑같은 조건으로

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하는 곳이었다. 100프랑, 우리 돈으로 12만원 정도 하는 곳이었다.

체르마트는 그랬다. 유스호스텔도 여름 최성수기에는 일인당 50프랑은 하고 있었으니까.

그들의 파격적인 제안에는 또 하나의 조건이 붙었었다.

카드가 아닌 반드시 현금으로 숙박비를 지불하라는 것이었다.

이래나 저래나 우리는 똑같아서 선뜻 그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사실 그렇게 깨끗하다는 스위스에서도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숙박업소의 얄팍한 상술을 거든 것 같아 찜찜하기는 했었다.


여하튼 스위스 체르마트의 그 호텔을 제외하고 나면

투어야 단체배낭 팀이 묵고 있는 여기 로마호텔은 지난 3월부터 시작한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은 잠자리였다.

오랜만에 목욕탕에 욕조도 있고.  ㅋㅋ

묵은 때도 불려 빡빡 씻어내고, 깔깔한 침대보에서 상쾌한 아침을 맞아

우아한 식당의 화려한 뷔페에서 아침을 근사하게 먹고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됐다.

이제 기차역으로 가서 쿠셋만 예약하고 천천히 로마를 즐기기만 하면 된다아♪


아!!! 그런데 야간 기차에 쿠셋(침대)이 꽉 다 찼단다.

좌석만 있단다. 밤새도록 앉아서???

아! 시칠리는 우리와 인연이 안 되나 보다.

그러면 어떻게 한다?

급히 바꾼다.

이탈리아의 남동부 해안, 바리로 가자. 거기가면 아주 생소한 풍경의 알베르벨로라는 마을이 있다고 했다.

일정을 바꾸고 나니 마음이 바쁘다. 바리로 가는 기차는 오후 2시에 있단다.

느긋하게 로마를 즐기려던 일정도 바쁘게 됐다.

고작 두 시간 정도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다. 기차역에 배낭이라도 맡기려고 하니 락커는 폐쇄되었고

짐 맡기는 곳은 사람들의 줄이 끝이 없다 .

언제 저 줄을 기다려 우리 배낭을 맡기고 다시 줄을 서서 우리 가방을 찾으랴.

그냥 배낭을 들쳐업고 나가서 역 가까운 곳엘 가 볼 수밖에 없겠구나.

그래, 뭐 로마는 두 번씩이나 와봐서 거의 다 봤잖아?

서두른다. 아침의 그 느긋함은 온데 간데 없고 다시 무거운 배낭을 매고 종종 걸음으로 돌아다닌다.

참... 이것 또한 여행이다...

 

 

<아름다운 나무 알베르벨로>

알베르벨로.

여기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

 

 세상에는 이렇게 생긴 마을도 있답니다.

 

 

 

 

 인포이메션 센터인데 지붕과 굴둑이 이런 모양이다.

 

 

'알베르벨로'는 이탈리아어로는 '아름다운 나무'라는 뜻이다.

그런데 알베르벨로 마을에는 나무는 보이지 않고, 이렇게  돌조각 하나하나로 쌓아올린

이색 지붕과 하얀 담벼락이 가득한 동화속 마을풍경이 벌어진다.

 

알베르벨로 마을에서 이런 특별한 집들이 모인 지구는 '트롤리'지구라고 부른다.

그리이스에서 이 말이 유래된 것 같단다.

(대답하는 사람도 자신 없이 대답해서 정확한게 아닌지도 모르겠다)

지붕 하나하나를 트롤로라고 하고.

'트롤로'는  '작은 탑'을 뜻한단다.

하나의 방에 트롤로가 한개씩..그러니까 한 집에도 트롤로가 여러개씩 올려진 셈이다.

트롤로는 목재나 본드와 같은 어떠한 접착제도 없이 완전 돌로만 만들어진 지붕이다.

편편한 돌조각 하나씩 하나씩...

 

실제로 외부의 하얀 칠은 벌레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칠한데서 유래한단다.

왜, 지리산 같은데 등산 갔을 때 뱀같은 놈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텐트 주변으로 백반을 뿌려놓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그런 실용적인 의미에서 칠한 색깔인지는 모르지만

파란 하늘과 눈부신 이탈리아 남부의 따사로운 햇살과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다.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여기 사람들은 집당 부과되는 세금을 피하기 위해 이렇게 돌집을 지었단다.

관리들이 나오면 돌지붕을 부숴서 집이 아니라고 우겼다나?

 

다 똑같이 생긴 것 같은 데 자세히 보면 지붕에 다양한  표시의 그림을 그려놓았다.

 

 

그런데 어느 담벼락가에 보니 트롤리의 심벌이란다.

 

각자 개성있게 자신들의 집 지붕을 꾸며놓았다.

지붕위에 인형도 꽂아 두었다.

 

가만 보면 지붕위의 문양만 다른 게 아니다.

지붕 꼭대기의 모양도 조금씩 다르다.

 

별 모양도 있고...

 

십자가 모양같은 것도 있다.

좁은 골목을 돌아서면 또 조금 다른 집이,

또 골목을 돌아서면 비슷한 듯, 그러나 약간 다른 집들이

빼곡이 빼곡이 하늘아래 모여있다.

 

이렇게 그냥 뭉퉁하게 만들어 둔 꼭대기도 보이고...

 

그 거리를 그냥 걸어본다.

눈이 너무 부시다.

파란 하늘 빛과 흰 색의 담.

선글라스를 끼지 않으면 눈을 뜰 수가 없다.

 

우리는 그저 이방인.

이들의 삶 가운데는 들어갈 수 없고, 그냥 언저리만 맴돈다.

 

키가 작은 건 아니겠지?

키작은 출입구가 앙증맞다. 

 

한군데 개방해 둔 트롤리 주택의 안을 들여다 본다.

문을 들어서면 바로 거실 같은게 나온다.

이 위로도 트롤로 하나, 그 안쪽은 침실이다. 거기도 천정에는 트롤로 하나.

그러니까 출입구는 키가 작아도 안으로는 원추형의 지붕으로 된 트롤로가 있어 사실 천정이 굉장히 높다. 

 

이 마을에도 역시 교회는 보이고..

교회도 같은 돌지붕으로 만들고...

 

어느 집 문앞에 앉아 있는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난다.

검은 털과 흰 털만 있는 고양이가

이 마을에서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ㅋㅋ

 

지붕 위 굴뚝 옆에서 큰 개 한마리도 만났다.

저 녀석은 저길 어떻게 올라갔을까?

 

그리고 따뜻한 햇살을 받고 있는 이탈리아의 할아버지.

 

그리고 우리.

눈이 너무 부셔 눈을 제대로 뜰수가 없다 .

그러길래, 선글라스를 꺼내라고 해도...

사진 찍기가 어렵다며 안끼더니만 표정하고는...

ㅋㅋ 보기 안쓰럽습니다요...

그래도 고국에 계신 부모님을 위해서 한 커트 올립니다.

 

선글라스를 쓴 나는 좀 낫지요? 

   

트롤리가 보존되어 있는 알베르벨로 지역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레스토랑과 기념품가게들이

골목 골목에 아주 많다.

일본의 어느 도시와는 자매결연을 맺었다나?

그래서 그런지 일본인 단체 관광객들이 많이 보이고

레스토랑이나 기념품 가게에는 모두 일본말로 설명을 해 놓았다.

물론 우리가 지나갈때도 '곤니치와'하면서 일본말로 말을 거들고...

 

기념품 가게를 나오는 일본인 관광객들은 한결같이 한 가득 뭔가를 사서 나온다.

 

10년전에 유럽을 여행할 때만 해도

유명 관광지에서 일본인 단체 관광객들을 많이 만났었다.

그때도 일본은 이미 그 이전 10년전에도 유럽에 그렇게 많이 여행을 나왔다고 들었었다.

이번에 나오니 물론 일본 관광객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유명 관광지보다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은 적게 가는 곳에 더 많이 보였었다.

예를 들면 스위스는 융플라우 지역에서 보다는 체르마트에서,

여기 이탈리아만 하더라도 로마보다는 '알레르벨로'라는 이 마을에...

그리고 아이슬란드에... 발칸 반도 국가들에서...

그동안 유명한 곳은 많이 다니고 이제는 좀 더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듯 했다.

우리도 그렇게 바뀌어 나갈까?

여행은 하는 사람들이 그 매력에 빠져 계속 여행을 하니까..

계속 새로운 곳을 찾아내겠지?

 

조용하고 아름다운 마을 알베르벨로를 다시 한번 쭉 돌아보며...

 

 

 

 

이제 바리로 돌아가야 할 시간.

어느 별나라에 온 듯, 동화속 마을을 찾아온 듯...

낯선 풍경의 알베르벨로를 떠난다.

 

** 알레르벨로를 가려면 바리 기차역(Sud Est)에서 기차를 타면 된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기차는 아니고 주변 지역으로 연결되는 지방 철도(?), 사철(?) 같은 개념인 것 같다.

    유래일 패스를 사용할 수 없는 걸 보면 기차라고 표현하면 안되겠기는 한데...

 

    로마에서 바리까지는 기차로 4시간 거리.

    바리 기차역에 내려서 출구로 나와 다시 바로 옆에 있는 지하도로 들어가면 바리 Sud Est 역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 전에 바리역 광장에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에 들어가면 알베르벨로 가는 열차의 시간표를 받을 수 있다.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기차는 아주 많다.

    바리에서 알베르벨로까지는 기차로 1시간 30분정도 걸린다.

    일인당 편도 4유로.

    우리는 저녁 늦게 바리에 도착해서 알베르벨로에서 숙박을 하지는 못했는데

    알베르벨로 트롤리 마을에서 숙박이 가능하다.

    바리보다는 약간 비싼 듯 했다.

    그래도 그만큼의 값어치는 하겠지?

    알베르벨로 기차역에 내려서 윗길로 200m 정도 올라가면 바로 그 모퉁이에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고

    거기서 숙소를 물어보면 된다.***

 

 

<바리>

로마에서 4시간이나 걸려 바리를 찾아간 이유는 알레르벨로라는 마을을 가기 위해서였다.

아침에 로마에서 어정거리는 바람에 바리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6시 30분을 넘긴 시각이었다.

유럽 가을의 저녁해는 왜그리 짧은지.

이미 깜깜한 밤이었다.

다행이 광장앞의 인포메이션 센터가 7시까지 문을 열고 있어서, 호스텔 정보를 하나 얻어서 집을 찾아 나섰다.

그런데 정작 그 곳에 도착해보니 방이 다 찼단다.

오늘은 뭐라 이래...

시칠리섬 팔레르모 가는 쿠셋도 풀이고, 바리의 방도 풀이고...

다시 인포메이션 센터로 돌아가려니 이미 문을 닫은 시각이고...

당황하고 있는데...

천사가 한명 우리에게 짠하고 나타난다.

진짜 갑자기, 어디선가...

방을 찾고 있냐고, 자기들이 묵고 있는 호스텔이 바로 여기인데...거기 가겠냐고...

아주 좋단다.

폴란드 대학생, 나타샤. 여기 바리에서 이탈리아어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란다.

역시 폴란드 사람들은 친절하다니까...

 

호스텔 주인은 거기 호스텔에 살고 있지도 않은데 나타샤는 주인한테 전화까지 걸어서

방을 줘도 되겠느냐고 물어보고 가격 흥정까지 해준다.

그리고는 호스텔에서 제법 멀리 떨어져 있는 주인이 있는 건물까지 우리를 데려다 주고는 도로 돌아간다.

천사다. 그녀는 깜깜한 밤, 낯선 거리에서 우리에게 짠하고 나타난 진짜 천사였다.

 

 우리가 처음으로 만나는 아드리아해

이탈이아의 아드리아 해변가의 밤은 불빛으로 화려하다.

 

바리는 이탈리아 남동부 해안에 있는 도시.

고향 부산에 온 것 같다.

아!!! 바다내음...

 

 

 

 

여기에도 올드타운이 있다.

성도 있고... 

이탈리아라서 그런지 아이들이 어두운데도 축구를 한다.

 

올드타운의 좁은 골목에 밤이 내렸다

 

바리도 예쁜 도시다. 

 

나타샤가 묵고 있는 호스텔은 프란체스코 호스텔이었다.

주인(프란체스코)을 만나러 간 사무실에서...

큰 개를 만난다.

옥스란다. 정말 큰 개.

 

이 녀석이 나한테는 그냥 데문데문 있더니만

남편 앞에서는 벌렁 드러누우면서 애정을 표시한다.

하여튼 개를 좋아하고 , 개도 좋아한다니까... 서로들...

 

프란체스코 호스텔. 더블룸이다. 하루 저녁에 일인당 22유로.

부엌도 마음대로 쓸수 있고, 인터넷도 빵빵하게 터지고...

천사를 만나 행복한 밤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