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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220 (11월5일) 돌이 된 달 - 보스니아 모스타르의 오래된 다리

프리 김앤리 2009. 11. 6. 09:00

 

원래 우리는 두브로브니크에서 남쪽으로 몬테네그로, 알바니아, 마케도니아를 거쳐 그리이스로 들어갈 예정이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유레일 패스가 11월 14일까지 기간이 만료가 되어, 가능하면 그때까지 유럽을 돌고 터키나 이집트, 튀니지로

갈 예정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보스니아가 빠진다.

보스니아를 거쳐서 가기엔 돌아가는 길이 멀고 시간도 별로 없다.

그냥 지나치기엔 뉴스로만 봐 왔던 보스니아 내전의 상처가 어떤지 궁금하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다.

두브로브니크를 떠나기 전날 밤, 우리는 무리를 하자고 결심하고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로 가기로 했다.

두브로브니크에서 사라예보까지 국제버스로 약 7시간.

아침 8시, 오후 3시

하루에 두번 뿐.

 

우리는 중간에 모스타르에 잠시 들러서,

유명한 '오래된 다리(Stari Most)'만을 구경하고

거기서 부터는 지나가는 경치가 아름답다고 소개된 구간이라 기차를 타고 사라예보로 가기로 했다.

 

보스니아의 정식 이름은 '보스니아와 헤르체고비나 연방'이다.

이름도 길고 희안하고 외우기도 힘들다.

유고슬로비아의 일원이었으나 유고연방 해체후, 보스니아 내전을 겪고 독립한 나라다.

 

시내를 들어서는 우리를 제일 먼저 맞는 것은 총탄자국들이다.

10년도 더 지난 내전이었는데도 아직 여기 저기 건물에 내전의 상처를 지닌 건물들이 많이 보인다.

 

러시아를 비롯해 루마니아, 불가리아, 세르비아 등지에서 정교회 건물은 많이 봐서 낯설지 않지만

동유럽에서 보는 무슬림 사원은 웬지 낯설고 색다르게 보인다.

 

 보통의 경우 가톨릭이나 기독교의 경우 십자가 표시를 무덤에 해두고

정교회라고 하더라도 변형된 십자가 표시가 있는데...

이슬람 묘지라서 그런가?

모스타르는 무덤도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슬람의 첨탑과 오래된 건물이 어울리면서도 색다른 모스타르의 모습이다.

 

 골목을 지나는 히잡을 쓴 젊은 여성의 모습도 동유럽에선 처음이다.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공존하는 모스타르라고 하지만 눈으로 보니 새롭게 다가온다.

 

저멀리 오래된 다리" Stari Most "가 보인다.

물살이 급하게 달리는 네레트바강위로 16세기경에 세워진 오래된 다리

수많은 관광객이 저 다리 하나를 보기 위해 오가고

우리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서쪽 산꼭대기엔 커다란 십자가가 보인다.

보스니아의 어제와 오늘을 보여준다.

이슬람과 기독교의 상징이 서로 마주하고 있다.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오래된 다리를 두고 까마귀떼가 날고 있다.

서양에선 까마귀가 길조라고 하니..

좋은 일이 생길 것인가?  기대하면서...

그러나 이슬람 사원과 성당, 십자가와 첨탑, 총탄자국들...

내전에 휩싸였던 보스니아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돌이 된 달"이라고도 불리우는 오래된 다리

이 다리는 원래 1556년에 터키 건축가에 의해 만들어졌다.

1,088개의 하얀 돌로 만든 건축가는 다리가 무너질까봐 걱정이 되어 비개를 뗀 다음엔

완공된 다리를 보러 오지도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고,

다리가 완공된 후 다리가 튼튼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다리밑에 담요를 깔고 사흘을 잤다는 이야기 등등

500여년 전에 이런 다리를 만들기는 정말 어려웠을 것이다.

만들어놓고 걱정도 되고...

 

 유고연방시절에는 이 다리위에서 다이빙 대회가 열리기도 했단다.

원래는 사내가 태어나서 이 다리위에서 뛰어내릴 용기 정도는 있어야 사내구실을 한다는 것도 있었고,

다이빙에 멋진 폼으로 뛰어내리면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도 좋았다고 한다.

지금은 관광객이 많이 모이는 날엔 바람잡이가 박수를 치며 뛰어내리고 종용하고 돈도 모아서 준다고 한다.

돈을 받고 뛰어내리는 셈이다.

 

그러나 이다리는 비극의 상징이기도 하다.

다리를 사이에 두고 서쪽은 가톨릭을 믿는 크로아티아계가 살았고, 동쪽은 이슬람을 믿는 보스니아계가 살았는데...

보스니아가 독립하는 과정에선 힘을 합쳐 세르비아와 싸웠으나, 곧 다리를 사이에 두고 크로아티아계와 보스니아계가

다시 전투를 벌인다.

먼저 독립한 크로아티아가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공격을 했다고도 한다.

그 과정에서 두브로브니크에 폭격을 받았던 크로아티아계가 다리를 정밀 폭격하고..

화염에 휩싸인 다리는 그만 무너져 내리고 만다.

수십년 동안 다리를 사이에 두고 공부하고 장사하고 지내던 이웃이 적이 되어버리는 ....

 

1993년에 부서진 이 다리는 2004년 복원되고 2005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다리가 복원된 만큼 동서로 나누어져 싸웠던 모스타르의 주민들이 화해를 진정으로 했는지는 모른다.

서로 죽고 죽이는 과정에서 남은 앙금들

지금은 자유롭게 오고 가고 밥도 먹고 장사도 하지만...

 

다리위에 깔린 하얀 바닥돌이 닳아서 매끄럽고 반질거린다.

모퉁이엔 사람들이 미끄럽지 않게 다시 자갈로 예쁘게 깔았다.

 

그냥 다리만 뎅그란히 있을 줄 알았다.

다리로 가는 구시가의 길은 자갈로 튼튼하고 곱게 포장되어있다.

 

 차도 다니지 않고...

포장된 길가엔 오래된 돌지붕 전통가옥들에서 기념품을 팔고

 

 다른 한쪽은 청동에 오래된 다리를 새겨서 팔기도 하고

 

 화가들은 모스타르와 오래된 다리를 주제로 한 그림을 그려서 팔기도 하고...

 

 호박으로 만든 귀궐이, 목걸이...

 

 다리에서 본 동쪽 무슬림 마을집들...

이슬람 사원과 전통가옥, 레스트랑과 기념품가게...

 

다리 건너편 서쪽 크로아티아계 마을에도 같은 모양의 길과 집...

  

다리만 보고 간다는 애초의 생각이 잘못이었다.

구시가의 자갈길과 오래된 집과 거리

우리가 오랜만에 느껴보는 포근함과 편안함이 있다.

최소한 하루라도 머물다가 갈까하고 망설이다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사라예보는 어떠할까하는 궁금증이 더 생긴다.

 

 

 우연히 만난 히잡을 쓴 젊은 여성과 바지를 입은 젊은 여성이 다리를 건너

크로아티아티아계로 들어간다.

웃으면서 이야기 하면서 지나간다.

반갑기도 하고 고맙기도

자매는 아닌듯하고 친구인 듯 한데...

다른 종교와 다른 민족이 화해하고,

보스니아의 모스타르 주민이 화해하고 이렇게 걸어갔으면 하는 바램을 갖는다.

그래야 우리가 다시 모스타르에 올 수 있으니..

서둘러 사라예보로 떠나기 아쉽긴 하지만

보스니아 내전의 상처를 보러오는 것이 아니라

모스타르의 포근하고 편안한 여행자 거리에서 며칠을 머물다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