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T217 (11월2일) 로마황제의 궁에서 사는 스플릿에서

프리 김앤리 2009. 11. 4. 17:09

 

이탈리아 바리에서 앙코나까지 기차로 5시간.

이탈리아 앙코나에서 크로아티아 자다르까지 밤배로 9시간.

자다르에서 스플릿까지 버스로 3시간 반.

17시간 이상 걸려서 마침내 스플릿에 도착했다.

로마로 노트북을 받으러 가지 않았더라면 플리트비체나 류블라냐에서 바로 내려왔을 길이었지만

멀고도 멀게 돌아서 온 크로아티아의 제2 도시 스플릿이다.

 

이탈리아 앙코나항구에서 크로아티아로 넘어가는 배다

이탈리아 바리에서는 두브로니크로 가는 배도 있었고,

앙코나에서 스플릿으로 바로 가는 배도 있었지만

그것도 10월 말까지만 거의 매일 다니고, 11월 부터는 주 2회 정도만 있다.

기다릴 수가 없어서 멀게 돌아서 앙코나에서 자다르까지 가는 배를 타고 스플릿(SPLIT)까지는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북해나 발트해를 다니는 배만큼 크지는 않지만 우리가 타고 갈 배다. 자다르가는 배의 티켓은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

2인실 캐빈에서 부터 4인실, 6인실, 좌석, 데크 등...

데크는 여름철에도 추워서 못잔다고 해서, 5유로씩이나 더 주고 좌석을 예약했다.

좌석은 항공기 좌석이라고 한다.

누워서 갈 수는 없지만 조금은 넓은 좌석이니.. 불편하더라도 밤새워 갈 수 밖에 없다는 마음으로 배를 탄다.

 

우리보다 앞서서 제법 많은 사람이 배를 탔는데 좌석자리에는 우리 밖에 없다.

아무래도 불편해서 대부분 캐빈이나 침실을 예약했다고 생각하고 배를 구경하는데...

그게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레스토랑이나 바의 넓은 소파에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고,

어떤 사람들은 벌써 누워서 책을 보거나  눈을 감고 있는 사람도 있다.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 데크석을 사서... 우리보다 5유로씩이나 싸게 사서

빨리 타서 자리를 잡은 것이었다.

성수기에는 어떨지 몰라도 비수기에는 자리가 텅텅비어 있으니 데크석을 사서

빨리 소파를 잡는 것이 최고였는데...

 

우리도 다른 사람의 양해를 구해서 겨우 하룻밤의 안락한? 소파를 잡았다.

여행을 제법했음에도 불구하고 밤배는 처음이라... 또 이런 줄은 몰랐다.

잠시 누워보니 그런대로 따뜻하고 편하다.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좌석을 끊었냐고 물으니 데크석이란다.

데크가 어떤지 한번 올라가 봤다.

아무도 없다.

춥고 컴컴한 아드리아해의 바다위에 텅빈 선탠 의자만 가득하다.

1인당 5유로씩 차이가 나면 둘이서 10유로...

점심 한끼는 충분히 해결되는데...

다음에 밤배를 타면 꼭 데크석을 끊자고 둘이서 결의?를 하고...

 

마침내 크로아티아의 자다르(ZADAR)가 보인다.

아드리아해의 아침 해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들인다.

 

자다르에서 스플릿으로 가는 길.

버스는 여러 항구와 도시를 거친다.

버스가 잠시  머물렀던 작은 항구도시..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젊은이들 여러면이 작은 요트에서 출항할 준비를 하고 있다.

요트 숫자나 크기등으로만 본다면 크로아티아가 우리보다 형편이 나았으면 나았지 못하지 않다.

예전에 아드리아해에 해적들이 많았다고 책을 본적이 있는데...

이들도 그들의 후예라서 그런가?

 

 스플릿으로 가는 도중 버스속에서 ...

언덕위에서 보니 제법 깊은 물인데도 에메랄드 빛 바다가 ...

 

스플릿에 도착하니 안내판이 우릴 반긴다.

스플릿은 크로아티아의 중부 달마티아(DALMATIA) 지방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볼것이 많은 도시이고,

해안선을 따라 해발 1500미터의  디나릭(DINARIC) 산맥이 이어진다.

달마티아 지방은 얼룩개 달마시안의 원산지라고 하는데..

 

옛날 로마시대... 4세기경 스플릿이다.

로마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는 자신의 은퇴후 이곳 스플릿에서 여생을 보낼려고 궁전 겸 해안요새를 만들었다.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는 기독교인을 박해한 황제로 유명하다.

로마 테르미니 중앙역 옆, 디오클레티아누스 대욕장은 그가 기독교인 4만명을 동원해서 지은 것으로 유명하고

욕장의 한쪽면은 미켈란젤로가 설계하고, 갈릴레이 각종 실험을 한 '산타 마리아 델리 안젤리 성당'이다.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는 퇴임후 AD305년 부터 AD316년 죽을때 까지 이곳에서 살았고, 그후엔 로마의 권력자들이 퇴임후

이곳 스플릿에서 살았다고 한다.

 

그후 7세기 경 아바르족이 침입을 해와서 성이 크게 부셔졌다가, 침략이 끝이 나자 살아남은 주민들이 부서진 유적의 돌과 기둥을

모아서 대피소나 집들을 그들 방식으로 재건했다고 한다.

그의 후손들이 아직 디오클레티아누스궁과 주변에 살고 있는 것이다.

1700여년 전의 고대로마 유적 중 보존상태가 좋은 것도 이곳이며, 로마유적에 유일하게 사람이 살고 있는 곳도 이곳이다.

과거가 현재가 함께있는 곳이 스플릿이다.

 

 해안에서 본 디오클레티아누스의 궁

궁의 앞쪽엔 사람만이 다닐 수 있는 길이 나있고, 궁과 성엔 레스트랑도 있고, 가게도 있고, 사람들이 살기도 한다.

  

 해안을 따라 야자수 나무가 나란히 줄지어 서있고, 그늘에는 벤치가 있다.

 

 아드리아해는 맑은 날이면 해가 바다에서 떠올라서 바다로 진다고 한다.

햇빛이 바다와 대리석에 반사가 되어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선글라스를 쓰는 모양이다.

 

성과 바다 사이엔 야자수와 레스트랑과 그늘과 사람들이 있다.

우리에겐 비싼 가격이라서 ...

우리같이 가난한? 여행자는 메뉴만 구경했다.

 

성을 자세히 보니 사람이 고개를 쑥 내밀고 밖을 구경하고 있다.

빨래가 걸려있어서 사람이 사는가 보다고 생각했지만...

 

 디오클레티아누스궁에는 4개의 문이 있다.

북문(GOLDEN GATE), 동문(SILVER GATE), 남문(BRONZE GATE), 서문(IRON GATE) 등 이다.

성으로 통하는 문인데 입구에서 내부에 이르기 까지 기념품 가게가 쭉 늘어 서있다.

 

아드리아해의 기념품답게 이쁜 것도 많고 

사고 싶지만 우리의 여정이 아직 멀고 짐은 무겁다.

기념품 사이에 보이는 형형색색의 모자를 쓴 크로아티아 언니의 모습이 기념품과 어울린다. 

 

 궁으로 들어가면 로마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로마시대의 유적... 기둥...

 

 대리석의 바닥과 기둥과 벽면..

무너진 유적사이에 레스트랑이 있고...

사람들은 차를 마시고...

 

 그나마 복원되고 보존 상태가 괜찮은 도미니우스 성당

 

 성당의 종탑으로 가는 길

좁은 철계단을 한참이나 조심스럽게 올라가야 한다.

 

 종탑에 올라서니... 아래가 가마득하다.

바닷쪽으론 이탈리아 등지에서 온 여객선이 바다에 가득하다.

원래 우리가 타고 와야 할 블루라인도 보인다.

 

 북쪽으론 높은 산들이 잇달아 있고

그 밑으로 붉은 색 지붕의 집들이 가득하다.

 

 수산물 시장... 피쉬마켓.. 일요일이라서 문을 닫았다.

광장에서 보는 바다가 마치 베네치아의 광장을 연상시킨다.

한때 베네치아 공국의 식민지라서 그렇나...

광장과 바다가 만나는 모양이 어째 베네치아와 모습이 비슷하다.

베네치아는 13세기 전후해서 아드리아해의 해상권을 장악하고 이지역을 정복했다.

스플릿도 베네치아 해상무역의 거점이자 허브도시였다고 한다.

 

 궁안으로 들어가면 문이 여러개 있고...

바닥과 벽은 모두 대리석으로 되어있다.

 

 골든게이트앞의 그르구르 닌스키의 동상

그르구르 닌스키(GRGUR NINSKI)는 10세기경 크로아티아의 주교로서 미사를 크로아티아어로 할 권리를 달라고 싸웠던 사람이다.

그는 스플릿사람으로 부터 아주 존경을 받아서 거대한 동상이 세워졌고,

2차 대전중에는 혹시 나찌 독일이 동상을 약탈해 갈 것을 우려해서

마을사람들이 동상을 다섯 토막을 내어서 각자 따로이 보관하고 있다가 전후에 다시 조립, 복원했다고 하는

자랑스런 스플릿의 동상이란다.

동상의 뒷면을 자세히 보니 토막낸 자국이 보인다.

 

 그의 엄지 발가락은 너무 만져서 반질반질 빛이 난다.

그의 엄지발가락을 만지면 다시 스플릿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마치 로마의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는 것처럼...

우리도 다시 스플릿을 오고싶다.

태양이 빛나는 한여름에...

 

 옛날 건물에 그대로 기념품 가게가 있고...

 

 다른 모퉁이를 돌아서니 로마황제의 그림이 보이는데...

아마 이 도시를 만든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이리라 짐작하면서..

 

 또 다른 구석모퉁이엔 사람들이 주인몰래 쓰레기를 버려서인지..

쓰레기를 버릴 만한 곳에 예쁜 소녀를 그려서

쓰레기를 버리지 않도록 애교스럽게 감시를 한다.

그림으로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 달라고 하는 그들의 여유가 보기 좋고 부럽다.

 

 맑은 하늘과 구름을 위에 두고 빨래가 가득하다.

저 높고 멀리 걸려있는 빨래를 어떻게 늘고 다시 챙길까 생각하고 한참을 보니

끝에 도르래가 달려있다.

로마유적속에서 생활하는 그들이 빨래와 함께 전혀 어색하지 않다.

 

 또 다른 문에선 결혼을 앞둔 신랑 신부가 한껏 폼을 잡고 춤추는 장면을 사진 찍고 있네

오래된 유적과 새로운 삶이 어울린다.

그들의 삶이 오래된 유적만큼이나 영원하길 바래서일까?

 

 세월은 어쩔 수 없어서 그래도 한쪽 벽이 기우뚱하게 기울어지는 모양이다.

그래서 벽과 벽사이에 나무등으로 고정을 시켜둔 곳이 여러군데 보인다.

유적이 잘 보존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성을 한참 돌고 나니 어느덧 해가 기울어진다.

 

 해안가의 레스트랑에도 여행객들이 가득하다.

아드리아해의 지는 해를 감상하면서 ...

 

아드리아의 연인들도 떨어지는 해를 보고 있고...

 

 

불이 하나 둘 켜지고

아드리아해의 바다는 어두워간다.

달마티아 해안...

지중해 어느 해안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푸르고 맑은 바다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 해안만큼이나 아름다운 달마티아 해안에 앞으론 너무 많은 사람들이 올 것 같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