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T267(12월 22일) 오래된 도시, 시리아 다마스커스에서

프리 김앤리 2009. 12. 27. 23:50

 

 

 

이 한 장의 사진이 다마스커스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다 담고 있다.

다마스커스의 올드 시티 안에 있는 우마이야드(Umayyad) 모스크 담벼락.

커다랗게 붙여 놓은 코란 구절, 터번을 두른 아랍인, 히잡을 쓴 여인, 우리 눈에 익은 중동 사람들의 모습...

지금 우리는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커스에 있다.

 

 

지금은 시리아라는 나라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이 곳은 참 복잡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지리학적으로 중간에 위치한 나라의 운명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시리아도 앗시리아, 페르시아, 알렉산더 제국의 점령,

나바티안, 로마제국 시대, 오스만 투르트 시대, 몽골 점령 시대도 거쳤다.

근세에는 프랑스의 지배도 받았던 아주 복잡한 나라이다.

그래서 이 나라에는 이를 거쳐 갔던 수많은 나라의 유물들이 곳곳에 펼쳐져 있다.

다마스커스만 하더라도 로마제국 시대의 건축물 조각들이 여기저기 보이기도 하고,

이 사진에서 보이는 것 처럼 오스만 투르크 시대에 지어진 시타델(성벽)이 도심 한 가운데 서 있기도 하다.

정확한 장소는 어디인지 모르지만 성경에 나오는 카인이 아벨을 죽였던 장소도 바로 다마스커스란다.

그래서 인류 최초의 살인 사건이 있었던 곳으로 기록되기도 한다고...


 

그렇다고 다마스커스에는 과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올드타운 이외에는 현대적인 분위기를 내는 곳도 많다.

고층빌딩에 고가 도로.

저 멀리 산으로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산을 타고 올라가면 집들이 다닥다닥 지어져 있다.

그러나 여행자들의 관심을 끄는 곳은 아무래도

역사가 있는 먼 옛날의 다마스커스다.

올드 다마스커스.


 

오래된 도시, 다마스커스


 

다마스커스는 BC 5,000년 경에도 사람이 살았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다.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를 연결하는 대상 무역로의 중심지.

아주 오래 전부터 이 곳은 아라비아 상인들이 오가던 실크로드의 중심지였다.

중세 이슬라믹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데

그 시절 이후 변한 것이 거의 없이 그대로 당시의 분위기가 남아있는 매력적인 도시다.


다마스커스의 중심에 있는 올드시티 안은 카페트, 청동제품, 은제품, 가죽제품, 핸디크라프트...

오랜 세월 동안 시끌벅적하게 물건을 사고 팔던 가게들이 지금도 즐비하다.


올드 시티 안으로 들어간다.


 

중간 중간에는 모스크도 있고...

하루에도 몇 번씩 모스크에서는 기도시간을 알리는 아잔소리가 도시 전체를 휘감는다.


상점들의 모양도 거의 옛날 모습 그대로이다.

물론 1990년대 이후 새로이 정비를 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나무문에 자신들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화려한 색깔과 복잡한 무늬의 카페트.

모던하면서도 심플한 것을 좋아하는 현대인에게 무엇인지 모를 과거로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분위기다.


 

 

반들반들 윤이 나게 닦아놓은 그릇이 아니라

100년도 더 되었음직한 오래된 각종 청동제품을 가게마다 걸어두었다.

하루에 하나라도 팔리는 지...

가게들은 즐비하게 늘어서 있지만 물건을 사는 사람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다지 아쉬워하지도 않는 듯한 느긋한 느낌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저들의 조상이 그래왔듯이...

오늘 하나를 팔면 좋고... 안 팔려도 할 수 없다는...

그것 또한 신의 뜻이라는 듯...


 

 

지나가는 여행자들을 붙잡고 그저 흥정을 붙이고 가격을 말하던 성가신 이집트 상인들 같은 모습을

다마스커스에서는 전혀 볼 수가 없다.

요르단 암만의 시장에서 보았던 약삭빠르게 눈치를 보는 것 같은 상인들도 다마스커스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 눈에만 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또 우리가 그렇게 느끼고자 해서 그런건지도 모르지만)

그저 자신들의 오래된 물건을 진열해놓고 자신만만하게 거래를 하고 있다.

마치 물건을 사러오기로 예약을 해둔 것처럼...


 

 

그래서 그런지 올드시티를 돌아다니는 우리의 마음이 편안하다.

한편으로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가장 따뜻한 눈길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 다마스커스다.


시리아는 미국이 불량국가의 하나로 지정한 나라다.

물론 미국 지 마음대로(?) 지정했지만...

그래서 ‘시리아’ 하면 뭔지 모를 두려움을 가지게 하는 나라였지만

정작 이 곳을 찾아와서 만나는 이들의 눈길을 따스하기만 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행 가이드북 론니에서도

‘시리아에서 당신이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건, 이방인들에게 그들이 보내는 환대일 것이다‘라고

해 두었을 정도니...

시리아를 테러지원국이라는 부르는 미국의 말과는 다르게,

시리아 사람들에게서 여행자들이 받는 느낌은 호의고 따스함이다.


 

깨끗하고도 잘 정돈되어 있는 다마스커스 시내를 돌아다니는 일은 그래서 참 즐겁다.


 

 

가만 보면 이 사람들은 화려한 것을 참 좋아한다.

카페트의 색깔이나 무늬도 화려하면서도 복잡하고, 작은 쟁반을 하나 만들어도 어느 빈틈 하나 없이

무늬를 새겨넣는다.

식탁보 하나하나에도 코란도 새겨넣고, 금실은실 장식도 매달고...

화려한 금제품 은제품도 많이 보인다.

다마스커스 시장에서 보이는 금은 세공품, 화려한 직물 등은 베두인족들의 예술품이 많단다.


남편은 이걸 보면서

한곳에 정착하지 않고 돌아다니면서 살아가는 유목민들은 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들고다니기 편하면서도 값어치가 나가는 금 은이 자신들의 중요한 재산이었을 것이란다.

그래서 지금은 그것들을 이용하여 화려한 장식품을 만들어내는 솜씨도 뛰어났을 것이라고...

우리 조상들처럼 한 곳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땅이 아주 중요한 재산인 것처럼.


문득 우리 두 사람의 손가락에 끼어져 있는 금반지가 생각난다.

보석 따위를 전혀 좋아하지 않는 내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금붙이가 지금 내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아무 장식 없는 한 돈 반짜리 금반지다.

이번 여행을 나오면서 남편도 마찬가지로 한 돈 반짜리 금반지를 손가락에 끼고 나왔다.

좀 다른 비유이기는 하지만 21C의 유목민으로 살고 있는 현재의 우리에게는

이 금반지가 최후의 비상금인 셈이다.

혹시라도 여행에서 돈을 잃어버리거나 다 써버리면 이거라도 팔아서 마지막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방책을

세우기 위해, 배낭여행을 위해서 맞춰둔 반지다.

다행이 현재까지는 이 반지를 팔아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영원히 없기를 바라지만,

유목민이 또 다른 의미에서 금은 제품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데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관용의 종교, 이슬람

 

 

시리아는 이슬람 국가다.

국민의 90%가 무슬림이다.

올드시티의 중심에 서 있는 우마이야드 모스크는

세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메카 다음으로 치는 성스러운 모스크다.


 

 

도심 어디를 가도 모스크가 보인다.

하루 중에도 몇 번씩 기도 시간을 알리는 아잔 소리가 울려 퍼지는 곳.

사진은 올드시티 밖에 있는 또 다른 모스크.


 

 

우마이야드 모스크에는 항상 기도를 올리러 온 무슬림들로 분주하다.

입구에서부터 신발을 벗어들고, 여자들이면 한결같이 히잡을 둘러쓰고.

무슬림들의 경건한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이 건물의 역사는 BC 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약 3천년 전 아르메니아인들이 최초로 세운 이 신전은 로마제국 시대에는 이 건물을 쥬피터 신전으로,

동로마제국이 번성하던 콘스탄티누스 황제 시절에는 기독교 성당으로 사용되었다.

그 이후 AD 636년에 무슬림이 다마스커스를 지배했을 때부터 이 건물은 이슬람 성전이 된다.

그러나 무슬림들은 기독교의 성당이었던 이 건물의 동쪽은 이슬람 성전으로 재정비하였지만,

서쪽 부분은 그대로 두고 기독교인들의 기도 장소로 허락했다고 한다.

물론 이들의 허락은 70년 정도만 지속되고 이후에는 완전히 이슬람 모스크로 바꾸었다고는 하지만...


이슬람에서는 ‘예수’ 또한 예언자의 한 사람으로 인정하고 기독교인들이나 유대교인들은 존중한다고

알려져 있다. 늘 깨닫게 되는 다른 종교에 대한 이슬람의 관용정신을 다마스커스에서 또 한번 만난다.


 

 

그래서인지 이슬람 국가인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커스의 올드시티 안에는 이슬람 지구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까지도 기독교 지구도 있고, 유대교 지구도 있다.

올드 시티 안에는 교회도 있고, 무슬림이 아닌 사람들도 살고 있다.

기독교 지구에 붙어 있는 크리스마스 안내문과 부음을 알리는 벽보들.

이슬람 국가에서 만나는 특별한 벽보다.


 

 

마침 우리가 갔을 때가 크리스마스 즈음이라서 그랬는지 곳곳에 크리스마스를 알리는 장식품들도 눈에 띈다.

90%의 인구가 무슬림이고, 단 10% 정도만이 기독교인이라는데,

서로 다른 종교가 같은 곳에서 서로를 인정하며 공존하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무슬림들은 자신들의 종교를 고집하고 있다고만 생각할까?

오히려 기독교가 자신의 종교가 아닌 다른 종교를 사탄이라고 몰아붙이는 경우가 더 많은데...


 

 

그다지 크지 않은 올드시티 안에 이슬람 모스크도 있고, 기독교 지구 유대인 지구도 있다는 걸 알고나니

다마스커스에서 처음 느꼈던 밝은 분위기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다른 시각에서 다마스커스를 바라보니 좀 달리 보인다.


여성이라면 누구든지 엉덩이를 가려야 하고 히잡을 써야했던 이란,

상점 같은 곳에서 일하는 여성을 거의 발견할 수 없었던 이집트,

남녀가 같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다니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던 요르단...

다른 무슬림 국가에서와 달리 다마스커스에서는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들도 제법 보이고,

남녀가 자연스럽게 같이 다니는 모습도 더 많이 눈에 띈다.


 

 

 

우리 바로 앞에 앉아 있던 무슬림 여성들.

이 여자들은 윗옷으로 엉덩이까지 가렸지만, 다마스커스에서는 히잡을 쓰고서도

엉덩이 선이 그대로 드러나는 청바지를 입은 여자들도 많이 봤다.

그래도 엉덩이 선이 드러나는 여자의 뒷모습 사진을 찍을 수는 없으니

그냥 이 사진으로 대체...  zz

밝게 보인다.


다른 종교를 인정하는 모습에서도 뭔가를 느끼고, 여성을 인정하는 것에서도 기분 좋은 무슬림 국가다.

시리아는, 내게 있어서...



다마스커스와 먹을 거리

 

 

난 단것을 먹지 못한다.

좋아하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단 것은 자제하는 편이다.

그런데 여행을 나오니 외국 사람들은 왜 그리 단 걸 좋아하는지...

유럽에서도 온통 달콤한 초코렛 천지더니만

이집트부터도 어디에서나 달콤한 과자가 진동한다.

상점 가득히 쌓아놓은 시리아 전통과자. 시럽, 꿀, 설탕을 쳐발라 놓은!!!

내겐 그림의 떡이었다.

내게 그림의 떡이니, 남편은 그냥 쳐다보기만...


 

 

다마스커스 올드시티 안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아이스크림 집, Bekdash.

사람들이 버글버글하다.

여행 중에 만난 폴란드 애들이 내가 다마스커스를 갔다 왔다니까,

제일 처음 물었던 말이 그 유명한 집의 아이스크림을 먹어봤냐 였다.

으흐흐!!!

이것도 역시 단 것... 내겐 그림의 떡이었다.

남편보고 나는 안 먹을테니 하나 사 먹으라고 권했지만...

나를 위해서 사양한단다.

참나... 자기가 사먹으면 옆에서 한 입만 살짝 얻어먹어보려고 했는데,,,

그것 조차 원처봉쇄 해버린다.

좋은 남편인지... 독한 남편인지...


 

 

그래서 그냥 돌돌돌 불에 구워파는 닭고기 케밥이나 사먹었다.

올드시티 안에 케밥집이 그렇게 많았는데 유독 이 집 앞의 줄이 길다.

그렇다면 먹어야지...

맛있는 집 앞에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길고... 그래서 더 싱싱하고... 싱싱해서 맛있고...

그래서 더 잘 팔리고...

빈익빈 부익부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게 ‘잘 나가는 음식점’과 ‘파리 날리는 음식점’ 사이다.


기독교 지구와 가까이 있어서 그런지 히잡을 쓴 여자애가 한 명도 안 보인다.

어쩌면 여기는 종교가 이슬람이라고 하더라도 꼭 히잡을 쓰는 건 아닌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전통의상인 한복을 늘 입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날이나 격식을 차려야 하는 곳에서만 입는 것처럼.

이들도 필요할 때는 히잡을 쓰고, 보통 때는 벗고.

정답은 모른다.

니 종교가 뭐냐? 이렇게 당돌하게 사적인 질문을 할 수가 없었으니...


 

 

또 하나의 길거리 식품.

우리나라 강낭콩과 모양은 똑 같은데, 크기는 왕대빵이다.

커다란 콩을 푹 삶아서 소금과 후추 비슷한 향신료에 푹 찍어 먹는다.

껍데기는 너무 딱딱하고 커서 안 먹고 버린다.

쌓아놓은 껍데기만 보고 처음에는 우리나라 곱창이나 홍합인 줄 알았다.

콩 삶은 물에 레몬을 듬뿍 짜 넣어 뜨거우면서도 아주 신 국물까지 한 잔.

이건 단 게 아니라서 사먹었다.

여기 사람들은 이걸 아주 좋아하는 지 이런 노점상이 아주 많다.

하여튼 이란도 마찬가지고 중동 사람들은 견과류를 참 많이 먹는다.


 

 

이건 마음 아픈 사진.

팔라펠이라고 말하자면 샌드위치 같은 건데,

난에 콩과 야채 갈아서 만든 크로켓과 토마토, 양파, 오이를 싸서 만들어주는 중동식 샌드위치 가게에서

만난 아이들. 이 가게의 종업원들이었다.

열 살이나 채 되었을까?  또 한 명은 그보다 너댓살 더 많아 보인다.

열 살짜리 꼬마는 주방에서 토마토를 써는데 칼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또 한명은 한가득 감자를 담은 푸대자루를 옆에 두고 쉬지 않고 감자를 깍는데,

하루 이틀 한 실력이 아니다.

한참을 일하고 있는 이들을 불러 주인이 다시 바닥을 닦으라고 시키니 그 일도 능숙하게 처리한다.

저녁 10시가 다 되어가는 추운 겨울밤이었는데...

마음이 아프다.

잠시 밖에 있는 동안 사진을 한 장 찍는데 천사 같은 미소를 보내준다.

다마스커스로 들어온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아들일까?

이라크 난민들의 아들일까?



친절과 속임수 사이에서

 

마음 상했던 요르단의 암만을 떠나 우리는 시리아의 다마스커스로 들어왔다.

암만에서의 마지막 날, 인터넷을 통해 시리아의 정보를 이것저것 살펴 보는데

시리아를 여행했던 사람들은 한결 같이 시리아 사람들의 친절함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란과 비슷하더라나?

이란사람들의 친절함에 익히 감동을 받았던 우리들로서는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니었다.

드디어 요르단의 국경을 넘어간다.

으하하... 돈만 밝히던 요르단 사람들과는 드디어 빠이빠이다.


 

 

시리아로 들어오니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요르단과 달리 국경에서부터 사막 한가운데에 크고 작은 나무들이 보인다.

사람들의 노력이, 인간의 노력이 보인다.

정이 간다.

‘이란에서와 같은 친절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겠구나’ 기대도 듬뿍 가지고 시리아로 넘어간다.


요르단의 암만에서부터 시리아의 다마스커스까지 타고 온 택시가

시리아 국경을 넘어서서 국경에서 시리아 사람을 한 명 태운다.

다마스커스 시내까지 합승이다.

얼굴도 잘 생겼고 옷차림도 말쑥하다.

암만의 숙소가 워낙 개떡 같아서 다마스커스에서는 좋은 숙소를 가기 위해서 다른 여행자에게 미리

알아둔 호텔 이름을 말하고 주소가 적혀 있는 론니책을 이 사람에게 보여줬다. 

우리는 여기를 찾아가려고 한다. 당신, 여기가 어디인지 알겠냐?

택시를 타고 가면서 한참을 보고, 어딘가로 전화까지 걸고 한다.

역시 시리아 사람들은 친절한가봐... 이 사람이 우리를 거기까지 딱 데려다 줄 꺼야...

아니나 다를까, 걱정하지 마란다. 자기가 데려다 주겠단다.

요르단에서부터 우리를 싣고 온 택시가 다마스커스의 외곽에 우리를 떨어뜨리자 말자,

택시를 바로 잡는다.

친절하게 우리 가방을 번쩍 들어 트렁크에 실어주기까지.

그러더니 택시기사를 옆 자리에 태우고 자기가 운전석에 앉는다.

아까부터 아예 우리 론니는 자기가 들고 있다. 운전수와 이것 저것 상의까지 한다.

자기가 운전까지 해가며??? 우리를 태워준 단 말야??? 이렇게 친절할 수가???

시리아 사람들의 친절이 이 정도까지???

하기야 이란이라면 당연한 일이잖아?

이란에서는 이런 일이 몇 번 있었잖아?

우리가 길을 찾고 있으면 사람들이 택시에 버스를 갈아 태워서라도

거의 우리를 배달시켜서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에 딱 데려다 주었잖아?

시리아 사람들이 이란 사람들처럼 친절하다며....

우리가 탄 택시 양쪽으로 달리는 버스 안에서 시리아 사람들이 밝은 미소를 지으며 손도 흔들어준다.

요르단에서는 못 본 모습들이다.

역시... 시리아 사람들은 친절한 모양이다. 으하하!!!!

백미러로 보이는 이 사람의 얼굴을 보니 정말 잘 생겼다.

봐라, 택시기사들 얼굴하고는 다르잖아? 수도자처럼 생겼어, 그치?

수도하는 사람들은 어찌 그리 얼굴이 맑은지.... 이 사람 혹시, 신부님 아닐까?

둘이서 오만 말을 다 떠들어대며 감동을 했었다.

그러면서 이 사람하고, 옆자리로 나앉은 원래의 운전기사에게

시리아는 나무도 참 많다, 참 좋아 보인다, 온갖 아양까지 다 떨며.

우리가 말한 호텔을 잘 못 찾겠는지 호텔에 전화까지 해 보는 모양이다.

어머!!! 정확하게 모르는 곳이면서 우리를 지금 데려다 주고 있단 말이야?

고맙기도 하시지...


20여분 정도? 한 골목 앞에 택시가 선다.

저 안쪽이 우리가 찾고 있는 호텔이 있단다.

고마워요...

여보!!! 그래도 예의로라도 차비가 얼마인지 물어봐야겠지?

사실, 시리아 돈을 하나도 안 바꿔놨거든.

너무 엉겁결에 시리아로 넘어 오자마자 바로 택시를 탄 거였잖아?

저기... 차비는 얼마예요?

“500P"

뭣이라?

500P? 10달러가 넘는 돈이다.

사실 론니에서 ‘암만에서 시리아 다마스커스를 넘어와서 외곽에서 중심가까지 택시를 타더라도 절대

100P 이상은 주지 마라‘라고 딱 써져있었다.

“아니, 100P 면 된다던데? 우리 책에...”

말이 막 더듬어진다.

“우리 시리아 돈 하나도 없는데?”

“그러면 달러로 내라. 11달러다”

원래 운전수도 옆에 딱 버티고 섰다.

“아니 100P라고..."

"안된다. 500P. 아니면 달러!!!“


이쯤 되면 그냥 줘야 한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남편은 옆에서 오히려 나를 나무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항상 근엄하게(?) 말한다.

“줘라. 안 물어보고 탄 우리가 잘못이다”

이건 아니라고, 항의를 해 보려고 하면 오히려 더 짜증을 낸다.

“줘라, 어쩔건데?”

으이구!!!! 

수도사 얼굴 좋아하네.


시리아 사람이면 무조건 친절할 것이라고 들떠 있던 우리는

시리아에 들어오자마자 완전 한방 먹었다.


여행자들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친절과 속임수 사이에서...

친철을 속임수라고 생각하며 거절해야 하는 아픔과

속임수를 친절로 알고 당하는 슬픔 사이에서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아주 좋았던 다마스커스의 우리 집

 

 

그렇게 찾아온 다마스커스의 숙소다.

아니 다마스커스의 마음에 쏙 드는 우리 집이다.

Al Rabie Hotel.

네 사람이 쓰는 도미토리였지만 아주 깨끗하고, 뜨거운 물 철철 나오고, 히터도 나와서 방도 따뜻하고,

아침밥도 주고, 나무가 드리워진 마당에 소담한 분수까지...

주인은 못 만나봤지만 스텝도 아주 친절하다.


수도사 얼굴을 한 사기꾼 같은 놈을 만나서 시작은 기분 잡쳤지만...

그 이후 모든 것이 다 좋은 시리아의 다마스커스에서 안부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