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T290 (1월14일) 이름만큼 예쁜 동네, 사프란볼루

프리 김앤리 2010. 1. 15. 01:27

사프란 볼루(Safranbolu).

이름도 예쁘다.

온 마을 전체가 사프란 내음이 감돌 것 같은 상상,

향기로운 상상을 하면서 마을을 들어선다.  

 

신시가지가 있는 크란쿄이(Kirancoy)에서 오스만식 가옥이 늘어서 있는 구시가지 차르쉬(Carsi)로 들어서면

마을 입구에 1994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기념 로고가 새겨진 벽을 만난다.

먼 옛날, 오스만 시대인 17세기 가옥들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는 이유다.

옛것을 그대로 보존하고만 있어도 인정해주는 세상.

부수고, 새로 짓고, 또 무너뜨리고 더 높고, 더 현대식으로만 지어야만

값어치를 인정하는 한국식 사고로는 의아할 뿐이다.

그런데 세계가 널리 인정하는 가치 있는 것은 예전의 것을 고수하고 있는 곳이 더 많으니...

 

트라브존에서 야간 버스를 타고 밤새 달려 새벽 5시, 사프란볼루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면서

도대체 이 새벽에 어디로 가야하나 걱정을 했었는데,

발빠른 펜션의 여주인이 새벽같이 터미널에 나와서 사람들을 실어나른다.

 

트라브존에서 만났던 여선생님이 소개해 준

터키 할아버지가 운영한다던 친절하고 깨끗한 호텔을 찾아가 볼 겨를도 없이

에페 펜션 (Efe Pension)의 안주인의 깔끔한 영어에 녹아  그만 따라 나섰다.  

지금과 같은 비수기에 어느 호텔을 찾아가도 환영을 받겠지만

이 새벽에 버스 터미널까지 나와서 손님을 낚아채가는 이 집 안주인만큼 부지런한 사람을

따라잡을 호텔 주인은 없을 것이다.

처음 도착한 낯선 도시에 어리벙벙할 필요가 없는 여행자들에게는 부지런한 호텔 주인은 더더욱 반가운 일.

 

집도, 방도 아주 마음에 든다.

150년된 건물이란다.

오스만 전통가옥 그대로다.

전통가옥으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사프란볼루에 와서

오스만 전통가옥에 머무를 수 있는 것만 해도 큰 행복이다.

비를 머금은 듯한 어둑어둑한 날씨에 으스스 새벽공기가 추웠는데

따뜻하고 까실까실 잘 건조된 방만 해도 행복하고.

밤새 버스에서 너무 고생했는데...

밖으로 나가기도 싫다.

이미 날을 새서 아침이지만 간밤에 못잔 잠이나 보충해야 겠다.

그리고 나머지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우리 방의 창 너머로는 사프란볼루의 새벽이 보인다 .

한 집, 한 집 아침을 밝히는 불을 켜나보다.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있는 사프란볼루의 새벽,

은은한 오렌지 색 가로등이 썩 잘 어울린다.

 

개운하게 아침잠(?)을 자고 정오가 넘어 집을 나섰다.

온 동네가 다 전통가옥들이다.

언뜻 보니 불가리아의 벨리코 뚜르노보 마을과 많이 닮았다.

하기야 거기도 오스만 투르크의 지배를 받았으니

여기와 가옥양식나 골목 구조가 비슷한 게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

 

사프란볼루는 오스만 투르크 시절 캐러반 상인들의 교역로에 있었던 마을이다.

교역으로 많은 돈을 벌어들인 대상들이 앞다투어 이 마을에 아름답고 큰 집들을 지었다.

그러니까 당시에 아주 부유한 사람들이 살았던 마을인 셈이다.

물론 지금의 집들은 당시의 집들을 형태는 그대로 두고, 외부나 내부의 부분적인 보수를 하여

깨끗하게 만든 것이기는 하겠지만.

 

마을 전체가 아주 정갈한 느낌이다.

 

마을의 가장 중심 광장으로 나선다.

광장이라고 해봐야 유럽에서 보던 어마어마한 광장은 없고

그냥 사람사는 동네의 조그만 중심이다.

그래도 여기에 돌무쉬 정류소도 있고,

인포메이션 센터도 있고,

터키식 전통목욕탕 하맘도 있다.  

 

사진에 보이는 붉은 지붕의 큰 건물이 터키식 하맘이다.

 

날씨도 으스스 추운데, 터키식 욕탕에나 가볼까?

문을 쓱 열고 들어서는데, 왠 남자가 거의 다 벗다시피 아슬아슬하게 아랫도리에만 뭔가 수건을 두르고 있다.

워이?

 

2002년도에 터키에서 하맘에 갔을 때는 남녀가 같이 하는 하맘이라서

이런 장면은 없었는데?

안에 있던 몇몇의 남자가 당황하며 우리한테 다가선다.

 

여기는 남성전용 하맘이라나?

그러면서 여성전용 하맘은 뒤로 돌아서 가보란다.

으이쿠...

놀라서 나는 밖으로 나왔다.

남편은 느긋하게 사진까지 찍고 나왔다고...

ㅋㅋ

 

터키식 하맘은 우리로 치면 찜질방과 비슷하다고 표현할까?

8년전 나의 기억에 의존하자면

안으로 들어가면 하맘에 대한 설명을 하는 곳이 있고,

개인적으로 따로이 된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물론 욕탕이라고 해서 옷을 다 벗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그 때는 수영복을 입었었다.-

 개인적으로 샤워를 하고 난 뒤에 수영복을 입은 채

 안으로 들어가면 따뜻한 증기가 나오는 실내가 있고 중간에는 아주 따뜻한 대리석 바닥이 약간 높게 단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사람들은... 당연히 그 당시는 남녀 다 같이... 그 대리석 바닥에서 몸을 따뜻하게 만들면서 땀을 흘리고 나면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비누 거품 맛사지 같은 것을 해주는 식이었다.

 우리가 한국에서 알고 있는 것 처럼 타락의 온상이고 뭔가 음흉한 일이 일어나는 곳이 터키탕이 아닌

 이 사람들에게는 따뜻한 곳에 함께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교의 장이라고 했다.

 그걸 당시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고...

 그런 후에 남녀가 따로이 분리되어 있는 샤워장에서 샤워를 하고 나오면 따뜻한 터키차를 한자 마시고...

 그런대로 상큼한 경험중의 하나였다.

 요즘 우리로 치면 찜찔방과 거의 같은 수준이라고 할까?

 우리처럼 계란을 까먹거나 새알미역국을 먹을 수는 없지만...

 

그런데 여기처럼 남녀가 분리되어 있는 곳이라면 굳이 들어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가만 보니 손님도 거의 없는 것 같은데

우리 둘이 각자 따로 따로 들어가

무슨 목욕에 포원진 사람도 아니고

멍청하니 땀을 외로이 빼고 있을 생각을 하니 흥미가 딱 떨어져 버렸다.

게다가 여행 후반부로 가면서 체력도 그리 좋지 않은 것 같은데

괜히 땀만 진탕 뺐다가 힘이 빠져버리면 어떡하나 싶기도 하고...

하여튼 힐끗 구경만 하고 돌아선다 .

 

여성 전용 하맘을 구경하고 나서는데

꼬마가 내 앞에 딱 선다.

정말 귀여운 녀석.

사진기를 들이대니 배를 앞으로 쭉 내밀면서 폼까지 잡아준다 .

앙증맞은 녀석...

땡큐다.  

 

마을 광장으로 다시 나와 옆길로 올라간다 .

정말 겨울은 겨울인가 보다 .

진짜 비수기가 맞는가 보다.

관광객들이 거의 없다.

몇명 만난 여행자들은 전부 한국 사람 아니면 일본 사람들이다.

여긴 한국인과 일본인들만 찾는 곳인가?

거리 곳곳에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고 한다.

하기야 한국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찾아오니, 한국말을 배우기도 배워야 겠지?

 

그래서 그런지 마을 앞에 보이는 정자 같은게

마치 일본식 정원에서 보는 건물하고 아주 비슷하다.

이건 예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현대에 지은 것 같은데...

일본 정원을 모방한 건가? 너무 많이 닮았는데?

 

깔끔하게 지어 놓은 집도 많지만

빈 집도 제법 있는 것 같다.

겨울 동안에만 비워 둔 집인지,

아니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되면서

마음대로 개조나 보수공사를 못해서

그냥 놔둬버리고 주인들이 떠나버린 집들인지..

어딘지 모르게 마을이 휑하다.

 

마을 전체가 내려다 보이는 흐드를륵 언덕위로 올라간다.

마을이름이 사프란 볼루라고 해서

어디선가 사프란 잎사귀가 보여야 하는데

겨울이라 나뭇잎 한 조각 남아있지 않고 나무가지만 앙상하다.

그런데 여름이라도 이 곳에 샤프란이 있지는 않단다.

그러면 왜 이런 이름이 붙은거지?

 

유럽에서나 중동에서나

동양인인 우리의 얼굴은 언제나 낯설기 마련이다.

쌍거풀 없는 쭉 째진 눈매에, 납작한 코(나만 그런가? 남편은 약간 높기는 하다만...ㅋㅋ)

움푹 패인 눈에 눈 코 입 윤곽이 뚜렷한 그네들의 얼굴에 비하면

동양인인 우리 얼굴은 너무 밋밋해서 그런가

사람들의 눈에 뜨이게 마련이다.

 

그래도 어른들은 우리의 얼굴이 낯설어도

눈이 마주치면 미소를 보내거나 아니면 애써 외면하는데

보통의 경우, 아이들은 우리에게서 눈을 뗄줄을 모른다.

그나마 조금 큰 애들은 우리에게 헬로라로 인사라도 하는데

아주 꼬마들은 우리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때로는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멈춰서버리기도 한다.

자신의 마음을 숨기는 방법을 배운 어른들과 다르게

마음먹은 것이 바로 얼굴에 나타나는 아이들의 장점이기도 하다.

 

길가던 아이들이 우리를 보고 딱 멈춰 서버렸다.

어디 귀신이라도 만난 듯이...

빙긋 웃고 있는 우리와 다르게 바짝 얼어있는 아이들...

ㅋㅋ

 

마을 전체가 다 내려다 보이는 흐드를륵 언덕(Hidlirik Tepesi)에 올라섰다.

대부분이 3층으로 지어진 전통가옥들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저 멀리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도 보인다.

우리는 그래도 우리집이라고 한 눈에 찾을 수 있다.

저기 저기.. 3층에 밖으로 베란다가 만들어져 있는 집.

거기 2층, 나무문을 열어 놓은 방이 우리 방이다.

 

아주 낡은 집도 보인다.

오랜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비바람에 창틀로 만들어 둔 나무는 거의 썩어 문드러지고 있고,

지붕의 기와도 무너져 내리고 있다.

지금 사람들이 살고 있는 가옥들은 대부분 외벽에 페인트를 칠했지만

이 집은 흙벽돌 그대로이다.

 

지금은 형편없이 낡았지만

2~3백년된 옛날에 이런 정도의 집을 지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주 부유했음이 틀림없으리라.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 흐드를륵 언덕.

무슨 언덕에도 입장료를 다 받고...

참 예전의 터키가 아니다.

그냥 언덕에 금을 쳐놓고 입장료를 받지를 안하나. 그것도 제법 비싸게...

교통비는 말도 못하게 많이 올랐다.

유럽보다 더 비싼 것 같다.

숙박비는 유럽만큼은 아니지만 8년전에 물가에 신경 안쓰고 마음놓고 다니던 터키가 이제는 아닌 것이 아주 섭섭하다.

 

붉은 기와 지붕들.

붉은 기와 지붕은 참 곳곳에서 볼 수 있다 .

붉은 지붕은 늘 예쁘다고, 눈부시다고 생각했었는데

햇볕이 비치지 않으니까 약간 우중충하게도 느껴진다.

 

프라하 성에서 내려다 본 구시가지의 붉은 지붕은 내 마음을 홀딱 뺏었었는데...

드보르브니크 성벽을 걸으면서 내려다 본 붉은 지붕은 눈이 부실 만큼 아름다웠었는데...

 

지금 여기 보는 붉은 지붕이 약간 쓸쓸하게 느껴지는 건

눈부신 태양이 없기 때문이다.

정말 이유는 딱 그 하나다.

여기에 눈이 부시게 햇살이 비춰줘야 하는데

그래야 이 붉은 색이 더 붉게, 더 눈부시게 보일텐데...

 

잎사귀 하나 없는 마른 나무가지에,

구름이 잔뜩 뒤덮은 우중중한 하늘 아래의

붉은 지붕, 물기 머금은 나무 창틀은

약간 우울하게 보인다.

여름이었다면 훨씬 더 아름답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가만 보면 마을 전체가 정말 예쁘다.

우리나라 산들에 만들어 놓은 산장들이 대부분 이런 느낌들이었는데...

알프스 산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가만 그렇다면 알프스 산에 있는 산장들이

오스만 가옥들을 본받아서 만든 것들인가?

 

터키 민족의 90% 이상이 무슬림이라고 했는데

역시 이 동네에도 중심에는 모스크가 있다.

그리고 시간이 되면 기도시간을 알리는 아잔소리가 마을전체에 울려퍼지고...

오늘따라 안개가 많아서인지

아잔소리가 안개속에 은은하게 퍼져 나오는 것 같다.

 

마을 중심에 있는 상점들이 거의 다 문을 닫았다.

그런데 문을 닫아서 인지

돌길이 더 빤히 다 보여서 더 정겹게 느껴진다.

 

겨울이 아닌 다른 계절에는 여행자들로 가득차 있을 거리들...

 

레스토랑의 빈 의자들이 다시 사람들로 북적거릴 여름을 상상한다.

 

어라!!! 그런데 가만 보니,

여기랑 보스니아의 사라예보랑도 좀 닮았다.

나무문들이 쭉 늘어서 있고, 돌길로 만들어진 키 낮은 상점거리.

흠!!!

사라예보도 오스만 투르크의 지배를 받았던 곳이군...

또 무슬림세력이 지금도 강한 나라이고...

 

비슷한 문화를 가진 곳에서 풍기는 비슷한 느낌.

보스니아 사라예보도 전체 분위기가 참 사랑스러운 곳이었다.

시간이 없어 오래 머물지 못해 한참을 아쉬워 한 곳,

꼭 다시 한 번 더 여행하고 싶은 곳인데...

여기서 우리는 사라예보를 한번 더 만나고 있다.

거기처럼 슬픈 역사는 없지만...

 

그래도 여기가 터키라고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건 골목에 걸린 저 터키 국기이다.

초승달과 별 하나.

 

그런데 이번에 처음 발견한 것이 하나 있다.

여지껏 나는 터키의 국기에서 초승달이 우리나라식의 표현처럼 옆으로 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여기 와서 보니 모두 초승달을 아래로 걸어두었다.

그 아래 별이 하나있고... 

 

지금은 호텔로 이용되고 있는 옛날 캐러반 대상의 한 집. 

 

다른 전통가옥들보다 집 안뜰이 훨씬 넓다.

지금은 저 방 하나하나가 다 호텔룸이다.

머무를 것도 아니면서 그냥 가격만 한번 물어본다.

허걱!!! 하루저녁에 120터키리라란다.

지금 우리가 머무르고 있는 곳은 하루 저녁에 우리 둘이서 35리라인데.

그 방만 해도 우리는 얼마나 행복해 하며 있는데...

 

우리 방보다 더 못한 것 같은데

단지 옛 대상의 집이라고 이렇코럼 엄청난 가격을 부르다니...

그러니까 사람들이 별로 없지...

지금 우리 에페 펜션에 가봐라.

도미토리까지 빈 방이 하나 없는데...

비수기라 해도 영어 잘하는 부지런한 주인이 새벽부터 터미널에서 사람들을 데리러 나오고

집 깨끗하고, 따뜻하고, 밥 맛있고... 게다가 싸기까지 하니까...

몇명 안되는 비수기 손님이라도 그리로 다 몰리지...

큰 호텔이라도 작은 호텔에서 배워야 할 건 배워야 한다니까... 

 

우리는 집이 좋아서 이 날도 해가 미처 지기도 전에 집으로 돌아갔다.

집이 좋으니까 밖으로 나돌아다니는 것보다 방안에 더 있고 싶어지는 게으름이 발동하는 거다.

요르단의 암만에서는 머물고 있는 방이 워낙 험하다 보니까,

저녁이 다 되어도 집으로 들어가기가 싫더니만...

여기는 해가 지기도 전에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더구나 그 날 저녁은 주인 아줌마가 한국 여행자들로 부터 배운 수제비를 저녁 특식으로 내놓았다.

멸치도 없는데 닭살을 푹 고와 어떻게 그렇게 시원한 수제비 국물을 만들수가 있는지...

게다가 밀이 좋은 터키 밀가루로 만든 수제비는 얼마나 쫀득쫀득하던지...

7리라라는 작지 않은 돈을 내면서 먹는 저녁이었는데...

고향맛이 생각나서, 알싸하니 매운 맛이 나서 눈물을 쏙 빼면서

뜨거운 국물을 후후~~~ 거리며 먹었다.

 

사프란 볼루를 오는 많은 사람들이 하루정도만 머물고 떠난다는 데

우리는 이쁜 마을에 반해서,

좋은 집에 반해서 이틀을 머물렀다.

다음날도 느지막히 일어나서

숙소에서 주는 아침밥 먹고,

메트로 버스회사가 있는 신시가지까지 걸어가면서 마을을 구경했다.

 

가는 길에 만난 학교 아이들.

학교 마당에서 놀다가 지나가는 우리들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조른다.

그러면서 저렇게 웃긴 표정까지 지어가며...

이 녀석들... 너희들도 참 이쁘다.

또 땡큐다.

 

마을 언덕을 돌아서...

그러고 보니 신시가지와 구시가지 사이에는 엄청나게 깊은 협곡이 하나 숨어 있다.

겉으로 보면 전혀 보이지 않는 아주 깊고도 좁은 협곡.

 

협곡을 사이에 두고 야트막한 산 위로 차곡차곡 집들을 지어 올린 것이다.

 

오늘은 맞은 편 성벽위로 올라가본다.

돌담 길을 따라 돌아간다.  

 

박물관도 만나고...

밖으로 툭 튀어나온 창을 만들어 둔 오스만 전통가옥들도 또 만나고...

돌로 만든 성벽도 만나고...

돌길을 걸어서...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있다고 무조건 붉은 지붕이 우중충 한 것 만은 아니었다.

지붕 위에서 무선 안테나를 고치던 부부가 우리를 보면서 다정한 포즈를 취한다.

"Welcome to Safranbolu !!!" 

 

소박한 사람들이 사는 예쁜 마을, 사프란볼루.

이제 우리둘에게는

어쩌면 사프란볼루라고 하면

오스만 전통가옥 덕분에 이름 붙여진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라는 거창함보다

붉은 지붕위의 이들의 다정함이 먼저 떠오를지 모른다.

이들의 잔잔한 미소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