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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288 (1월12일) 눈과 추위를 피해서, 흑해의 트라브존으로

프리 김앤리 2010. 1. 14. 02:10

 

터키 동부 도시, 반... 도우베아짓

너무 춥다.

우린 여름 바지에 내복만 껴입었을 뿐이다.

눈 덮힌 세상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도우베야짓을 새벽 5시에 출발한 버스가 안(Agn), 에르주름을 거쳐 약  14시간 걸려서 검은 바다의 도시,

흑해에서 가장 큰 트라브존으로 간다.

 

트라브존으로 가는 도중 안(Agn)에 잠시 멈춘다.

화장실을 간다고 나와보니 너무 춥다.

숨을 쉬는데 내쉬는 숨에 코구멍이 즉시 언다.

영하 20도는 되는 듯하다.

내복도 오리털 파카도 아무 소용이 없다.

나무에 내린 눈도 추운 날씨때문에, 녹아내리지 못하고  언 채로 그대로 있다.

길도 꽁꽁, 나무도 꽁꽁, 지붕도 꽁꽁...

 

 낮은 아파트가 많은 것으로 보아 사람들이 많이 사는 듯한데...

길을 다니는 사람이 한명이 없다.

우리만 추운게 아닌 모양이다.

이렇게 추운 동부 고원지대를 여행다니는 우리 부부를, 버스타러 온 현지인들은 이상한 눈으로...

때론 안스러운 눈으로 쳐다본다.

그래서 조금은 춥지 않은 흑해의 도시 트라브존으로 간다고 말하니 빨리 가란다.

 

해발 1850m에 위치한 에르주름의 버스정류장

우리나라로 치면 제주도 영실계곡보다 높고 한라산 정상보다는 낮은 곳에 위치한 도시.

춥긴 마찬가지만 눈을 깨끗이 치우고, 겨울 햇살로 조금은 따뜻하게 느껴진다.

 

2011년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고산지대인 탓으로 온 사방에 눈이고 스키장이나 리조트시설도 많단다.

동계대회를 준비해서 그런지 도시엔 깨끗한 아파트가 많다.

선수촌으로 준비하는 중인지 건설하고 있는 아파트나 실내 스타디움도 눈에 띈다.

내년 겨울, 여기서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열린다고

TV 방송이 나오면, 우리는 이 곳을 떠올리겠지?

이 순간을 떠올릴꺼야...

아마 아주 추운 기억만 떠올릴지도 몰라...

그래도 한번 스쳐갔던 도시라고 다른 사람들보다는 좀 더 친근하게 느낄지도 모르지...

 

에르주름을 벗어나자 마자 또 눈으로 덮힌 산만 보인다.

터키 중동부는 해발 1000m 이상의 고원지대로 겨울엔 눈이 많이 온단다.

 

도우베아짓에서 트라브존까지 가는 14시간 내내...

우린 버스안에서 평생 볼만큼의 눈을 본 것 같다.

해가 쨍쨍한데도 눈이 녹질 않는다.

동부의 다른 도시를 두고 떠나기가 안타까웠는데...

눈 덮힌 고원지대를 지나면서 백 번 잘한 결정이라고 스스로 위로한다.

 

흑해도시 트라브존이 가까워질 무렵의 휴게소.

여전히 눈이 쌓여있지만 눈이 많이 녹아있는 것이 눈에 띈다.

트라브존은 따뜻하길? 기대하면서...

아니 너무 많이 춥지 않길 기대하면서...

 

 

<춥지 않은 흑해도시 트라브존>

 

춥지 않다.

두껍게 껴입은 내복이 오히려 거추장스럽다.

먼산을 제외하곤 눈도 없고 야외 공원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차를 마시고 담소할 만큼 따뜻하다.

꽁꽁 싸매고 실내에서만 있는 게 아니라

바깥 활동도 가능한 곳, 그런 세상으로 우리가 온 게 기쁘다.

 

아타튀르크(The Father of Turkey) 케말파샤 동상에도 눈 한조각 없다.

 

시내 중심가에는 여행자를 위한 숙소가 많다.

우리가 묵은 호텔 에빔.

일본어와 한국어로 싸고 친절하다는 내용을 보고 들어간 호텔이다.

주인은 무뚝뚝하고 불친절했지만 스탭 후세인 파파는 친절하다.

영어는 물론이고 짧게하는  한국어도 알아듣는 듯하다.

 

우리 숙소옆 작은 생선가게

모두 흑해에서 잡히는 물고기란다.

우리가 좋아하는 함시는 물론이고 학꽁치도 보인다.

부엌만 있다면 사다가 구워서 소금을 뿌려서 구워 먹고 싶을 정도로 싱싱하다.

흑해에도 학꽁치가 살다니...

부산 앞바다와는 너무나 멀리 떨어진 흑해에도 학꽁치가 살다니...

먼 옛날부터 여기도 사람들이 문명을 이루며 살았듯이

학꽁치와 송어, 돔이 산다는 것에 경이로움을 느낀다.

흑해는 겨울철에 생선이 많이 잡히고 생선이 오히려 더 싱싱하여 제철이라고 주인이 설명한다.

 

트라브존 시내에 있는 싸고 맛있다는 생선구이 식당을 파파 후세인으로 부터 소개받았다.

무랏(MURAT) 레스토랑에서 송어와 함시구이를 시켰다. ( 한접시 각 5리라)

트라브존에 머무는 동안 내내 우린 생선구이를 먹었다.

눈이 많은 동부가 춥지는 하지만...

ㅎㅎㅎ   생선 구이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은 흐뭇하기만 하다. ㅎㅎㅎ

다른 지역에도 생선구이가 있겠지만 이곳이 싱싱하고 싸다고 한다.

추운 동부를 벗어나 눈도 얼음도 없는 트라브존이 좋다.

 

 

<검은 바다 흑해>

우리 숙소에서 5분거리에 흑해가 보인다.

트라브존이 항구도시라 크레인이 높이 세워져 있고, 눈 덮힌 먼산이 보인다.

원래 우리는 트라브존 근처에 있는 수멜라 수도원에 갈 계획이었으나

마침 우리가 도착한 다음날이 수도원이 쉬는 날이었고, 지금은 공사중이라...

다음날 가더라도 벼랑끝에 있는 수도원 모습만 볼 수 있고, 입구의 프레스코화만 볼 수 있단다.

내부는 더 이상 들어갈 수도, 잘 수도 없단다.

또 다음 목적지인 샤프란 볼루를 가려고 하니 쉬멜라 수도원에서 돌아와야 하는 시간도 맞지 않고...

그래! 수도원은 이제 그만 됐다. ...뭐 신자도 아니고...

우린 수도원이랑 인근 눈덮힌 다른 지역을 포기하고 검은 바다 흑해를 보기로 했다.

 

대부분의 흑해도시가 그렇듯이 트라브존도 중부의 높은 산아래에 있다.

고원지대에서 흘러내리는 여러 계곡사이에 트라브존이 있다.

계곡사이에 성벽과 마을이 있고...

계곡과 계곡은 다리로 연결되어있다.

 

계곳사이에 빽빽하게 집들이 들어서 있다.

우리의 산복도로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항구도시인 트라브존은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에도 군사적 전략적 요충지였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도시를 둘러싼 성벽이 아직도 도시를 지키고...

 

성벽을 낀 시내 공원엔 역시 아타튀르크 동상이 있고...

 

모스크도 적지 않게 있다.

이란, 그리고 중동지역의 나라들을 돌면서 우린 모스크를 이젠 볼 만큼 본 듯하다.

한참동안 성당을 돌아다닌 유럽이나... 모스크만 돌아다니고 있는 중동이나...

 

하지만 모스크 문앞에서 한참 동안 선채로 기도하는 중년의 터키인을 보면서  또한번 이들의 신앙심에 놀란다.

 

공원에서 구두닦는 아저씨들.

터키엔 어딜가나 구두를 닦는 사람들이 많다.

반짝이는 둥근 모양이 신기해서 한참동안 이리저리 쳐다본다.

중간에 닦을 구두를 얹는 곳, 양쪽으로 놓여 있는 반짝거리는 둥근 통 안에는 구두약 비슷한 것들이 들어있다.

 

 

어떤 경우 구두닦이 통을 들고 다니는 아이들은 우리의 등산화도 닦으라고 조른다.

우린 난감하게 웃을 수 밖에 없다.

1년 가까이 신은 우리의 등산화가 옆이 터지고, 밑창이 다 닳았는데..

신발을 기워준다면 이해가 될까?.

이 등산화를 어떻게 닦는다는 것인지...

 

마침내 흑해를 볼 수 있는 입구에 왔다.

이곳의 상징인지 파도타는 물고기 동상을 만들어 두었다.

거대한 흑해, 검은 바다 흑해라는 느낌과는 좀 어울리지 않는다.

그냥 귀여운 느낌.

우리가  상상해 온 '흑해'라는 건 어쩌면 무시무시하고 어마어마한 것이었는지 모른다.

실제는 사람들이 터를 잡고 사는 평범한 바다인데.

 

흑해의 물을 가까이서 보니 맑은데 조금만  멀리서 떨어져 보면 실제로 검다.

그래서 검은 바다, 흑해

오스만투르크 시대 이후에 흑해라고 부른다고 한다.

 

바다물은 햇빛의 반사에 의해 푸르게 보이기 마련인데,

산호가 많고 얕은 바다는 녹색으로,

홍해는 홍조류가 많아서 붉게 보이고 ,

황해는 중국의 황토물이 서해에 흘러들어 누렇게 보이는 것이고.... 

 

흑해는 흑해의  서쪽인 불가리아쪽 해변에 검은색의 진흙이 많아서 검어 보이기도 하지만,

물속의 퇴적물이 썩어서 그렇기도 하단다.

그래서 이름이  '바다'라는 개념과는 어울리지 않는 흑해가 되어 버렸다. 

 

검은 바닷가에서 검은 히잡을 쓰고 현지인들이 쉬고 있다.

 

그리스점령시대에 지어졌다는 아야 소피아.

현재는 박물관이다.

당시에 그려진 프레스코화를 보러 특히 그리스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흑해를 높은 곳에서 멀리까지 보기위해 보즈텍 언덕에 올랐다.

먼곳까지 보이고

방파제와 크고 작은 배들이 트라브존 항구에 정박해 있다.

 

 보즈텍 언덕엔 크고 작은 찻집과 레스트랑이 많다.

이 곳에서 보는 노을이 아름답다고 하는데...

온통 구름으로 가려진 하늘에서, 오늘 멋진 석양을 기대하기는 힘들겠다.

 

언덕에서 걸어내려오는 길에 학교를 지난다.

멀리서 손을 흔들고 고함을 지르며 환영한다.

사람많은 길거리에서 만나는 여학생들은 새침떼기이지만

주변에 아무도 없거나 자기들만 있으면 똑같이 큰소리로 환영한다.

이슬람의 율법이 있지만, 환영하는 여학생을 보면 이들도 역시 친절한 터키인이다.

예쁜 여학생들의 소란스러운 환영이 우리의 터키여행을 더욱 즐겁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