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T281(1월5일) 날마다 다르다. 괴레메에서

프리 김앤리 2010. 1. 9. 21:53

기이한 바위들의 천국, 괴레메에서 새해를 맞겠다는 우리의 생각은 참 잘한 결정이었다.

새해 첫날부터 꼬박 이틀동안 대자연 속에 직접 들어가 한발 한발 걸어다닌 우리들에게

괴레메는 아직도 많은 것을 남겨두고 있었다.

며칠 더 머물기로 했다.

며칠을 더 걸어다녀 보기로 했다.  

 

1월 3일 아침.

오늘도 날씨는 청명하다.

겨울이면 길이 꽁꽁 얼어붙고 눈이 내려 나다니기도 힘들다는데

다행히 아직까지는 날씨가 좋다.

오늘 아침에도 하늘이 맑다.

아침밥도 먹기 전에 우선 우리 호텔의 언덕으로 먼저 올라가본다.

동쪽 하늘에 떠오른 해가 저 멀리 우치사르에 내려앉았다.

따뜻한 겨울 햇살을 받은 우치사르와 카파도키아의 암석들.

세상이 환한 노란색이다.

 

괴레메는 변한다.

빛이 비치는지 안비치는지에 따라서,

앞에서 보느냐 뒤에서 보느냐에 따라서...

 

언덕위에서 내려다 본 세상.

밤사이에 내린 비가 저 먼산에는 눈이 되어있다.

여전히 신비로운 모습이다.

현실과는 아주 동떨어진 것 같은 세계.

 

그러나 그건 착각일지 모른다.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 인간과 분리되어 있는 자연은 없다.

자연이 아름다운 건,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인간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험준한 자연이라고 하더라도

그 속에서 의연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더 빛을 발하고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연을 정복한다'라는 말들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수천만년이라는 세월속에서 만들어진 자연에 대한 건방진 인간의 생각일지도 모른다.

자연은 그들의 법칙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그 자연의 법칙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괴레메의 이른 아침.

하늘에서 괴레메의 대자연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열기구를 탄다.

 

동쪽하늘에서 막 해가 떠오르는 시점, 그들은 하늘 위에서 괴레메의 색깔이 바뀌는 것을,

갖가지 모양의 암석들이 태양의 빛깔에 따라 어떻게 바뀌어가는 가를 볼 것이다.

아주 엄숙하게... 아주 경건하게... 

 

오늘은 저 곳을 가야겠다.

저 울퉁불퉁한 바위들 속으로 직접 들어가 봐야겠다. 

저 바위산 들이 만든 계곡 사이를 직접 걸어가 봐야겠다.

 

아침을 먹자마자 다시 호텔의 뒷 언덕으로 올라갔다.

오늘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은 여기서 부터, 괴레메 야외박물관을 지나 로즈밸리, 레드벨리다.

언덕 아래, 멋진 풍경들이 나타난다.

Rock Valley다. 

걷다가 만난 현지인에 의하면 일명 Love Valley라고도 한단다. 

 

현지인 커플과 헤어지고 나니 저 넓은 Rock Valley에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다.

겨울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모두들 투어로 돌아다녀서 그런가?

이렇게 멋진 트레킹 코스에 사람들이 없다니???

괴레메에 머무는 여행자는 많은 편인데... 대부분 투어를 간 모양이다.

이 황홀한 풍경을 고스란히 우리 둘의 몫으로만 넘겨준

겨울이라는 계절과 투어 프로그램에 감사할 뿐이다.

 

 

우리끼리만 보고 있자니 가슴이 벅차다.

우리 둘이서만 이 자연과 마주하고 있자니 버겁기까지 하다.

그렇지만 ...

정말 좋다 .

 

 

저기 보이는 바위 모양은 또 뭐야?

거의 사람의 이빨 같잖아.

어쩜 저런 모양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자연이란 건 정말 대단하지 않냐?

 

감탄과 흥분, 놀라움과 가슴벅참...

황홀한 기분에 들떠서 한참을 떠들다가,

또 엄청난 풍광 앞에서 말을 잊은 채 걷기만 하다보니  어느 새 괴레메 야외박물관 앞 길까지 내려와 있다.

이제 다른 사람들도 좀 보인다.

이제는 우리 둘만이 즐기는 세상이 아니라

다른 여행자들과 함께 이 경치를 나누면서 걸어간다.

 

ㅋㅋ

여기는 도자기가 유명하다.

하기야 항아리 케밥만 시켜먹어도 일인당 도자기로 만든 항아리를 하나씩 주고

아까운 항아리를 그 자리에서 깨뜨려 먹을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동네라니...

 

괴레메 야외박물관으로 가는 길에 만난 도자기 굽는 집,

앞마당의 나무에는 도자기를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도자기 나무도 보인다.

깜찍한 발상이다.

종이달린 나무는 소원을 비는 나무란다.

 

야외박물관에 다와간다.

그냥 길을 따라 걸으면 괴레메 시내에서 야외박물관까지는 3Km라는데

우리는 어느 정도 걸렸는지 모르겠다. 

야외 박물관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도 잠시 한번 올라가본다.

사실, 나는 피곤해서 그냥 박물관안으로 들어갔으면 좋겠는데

남편은 정말 부지런히 이곳 저곳을 올라가본다.

어쩔수 없이 나는 또 따라 올라가고...

 

"봐라, 올라오니까 정말 좋잖아?

 세월이 뚫어놓은 바위 구멍 사이로 내려다 보이는 야외박물관,

 이런게 안으로 들어가서 보는 것 보다 훨씬 더 좋을 수도 있단말이야..."

"알았습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야외 박물관 안으로 들어간다.

젤베 야외박물관과 마찬가지로 괴레메 야외박물관(오픈 뮤지엄)도 그냥 자연 자체가 박물관인 곳이다.

박물관 하면 연상하는 깨진 그릇, 누군가의 그림, 책.. 이런 것들을 전시해 놓은 것이 아니라

자연 그 자체가 열려있는 박물관.

 

2002년도에 왔을 때는 야외박물관의 자연 경관에 엄청 감동을 받았었다.

그런데 이번은 약간 심드렁하다.

괴레메 전체에 비해 이곳은 너무 한정된 곳이다.

사흘째 괴레메 구석구석을 걸어다니고 있어서 그런지

그 엄청난 대자연을 다 놓아두고 굳이 이 곳을 야외박물관이라 이름지어

비싼 입장료를 받는 건 뭘까?

여긴 전체에 비하면 정말 아주 일부분밖에 되지 않는데...

아까 내가 걸어온 길이, 어제 그제 걸었던 그 길이 , 그 때 마주했던 자연이

훨씬 더 엄청난 것인데...

 

왜 여기는 아주 한정된 부분만을 울타리로 쳐놓고 야외박물관이라는 이름을 붙여 놓았을까?

심드렁하니 걷고 있는데...

남편도 비슷한 심정인가 보다.

별 감동을 받는 것 같지 않다. 

 

왜 이런거지?

저 많은 바위산과 저 수많은 동굴을 두고 굳이 여기만을 야외박물관이라고 이름지어 놓았을까?

그리고 사람들은 괴레메라고 찾아와 이 곳을 잠시 둘러보고만 떠날까?

하기야 여기하고 파샤바, 우치사르만 보고 나도 카파도키아의 지형은 엄청나다고 감동받기는 하지만...

나도 예전에 그랬었고...

 

...

우리의 결론은 이랬다.

이 곳은 여행자들이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는 동굴들이 한곳에 모여 있다는 것이었다.

밖에 있는 수많은 동굴들은 엄청나게 넓은 장소에 넓게 퍼져 있을 뿐만 아니라

가까이 가서 보기에는 너무 위험한 곳에 위치하고 있기도 했다. 

그에 반해 이 곳은 동굴들이 한 곳에 모여있는데다가, 직접 들어가 볼수도 있으니

굳이 이 곳을 야외 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붙여 놓았으리라. 

또 일부는 예전에 교회로 사용된 곳이 많아 프레스코화도 잘 보존되어 있다.

그것이 성지순례를 하는 사람들이 이 곳을 많이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굳이 이 한정된 울타리 안을 야외박물관이라 이름 붙인 이유를 짐작은 하겠지만 그래도 씁쓸한 건 어쩔수 없다.

이것 만이 아닌데...

괴레메가 이것이 전부는 아닌데...

...

 

 

교회 건물은 잘 보존해 놓기는 했다.

5~12세기에 박해받은 크리스찬들이 세운 동굴교회들이란다.

 

사람들이 살았던 공간도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

여기는 동굴주방의 식탁이다.

여러사람들이 빙 둘러앉는 의자도 있고, 가운데 긴 식탁도 있다.

물론 모든 것이 다 돌로 만들어져 있다.

아니 돌을 깍아 만들었다.

한 쪽 벽면에는 사람들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그려놓은 프레스코화도 있다.

 

교회 안의 빨갛고, 노랗고, 파란 색깔의 프레스코화도 잘 보존되어 있다.

동굴 안이어서 그런지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탈색되지 않고 색깔이 선명하게 잘 남아있다.

가운데 돔 천정에는 예수님의 그림이 , 그리고 주변으로는 열 두 제자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군데 군데 교회를 돌아다 보는데도 별 감흥이 없다.

이 곳은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받아 들어와 살기 훨씬 이전의 세월부터 사람이 살았던 곳이다.

프레스코화가 그려지기 이전 아주 옛날에 살았던 원시시대 사람들은

그들의 삶의 공간에 사냥하는 모습도 그려놓고, 농사를 짓는 그림도 그려놓았었다.

이 곳 어떤 동굴 교회 수도원 원장의 방에는 원시시대에 그려놓은 그림이 그대로 남아있기도 하단다.

이 넓은 괴레메를, 이 엄청난 규모의 대자연을 한쪽에만 울타리를 쳐놓고...

동굴교회 전시장이라고 하면 딱 맞을듯한데...

왜 이름이 야외박물관일까?

이 부분만을 '박물관'이라고 이름 붙여 놓은 것에 오히려 실망만 하고 밖으로 나선다.

 

우리는 더 넓은 괴레메를 만나러 간다.

일부의 괴레메가 아니라 전체의 괴레메를 만나러 다시 뚜벅뚜벅 걷는다.

 

역시...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이곳의 자연은 대단하다.

우리를 충분히 감동시킨다.

 

괴레메 야외박물관에서 윌굽으로 가는 방향으로 올라가다

로즈 밸리로 가는 길을 발견하고 그 계곡으로 접어든다.

이제 우리가 그 속으로 걸어들어간다.  

 

겹겹히 쌓인 지층,소용돌이 치는 지층의 굴도 만난다.

세월을 만난다.

 

아무도 걷지 않는 겨울의 계곡. 

 

그러나 우리는 이 곳을 걷는다.

우리에게는 아무도 어떤 설명도 해주지 않는다.

그저 우리 스스로 느낄 뿐.

 

가만 생각해보면 괴레메는 트레킹을 하기에는 정말 좋은 곳 같다.

룩셈부르크만큼만 표지판을 잘 만들어두면 트렉킹의 명소가 될텐데...

경치 좋지... 공기 좋지... 길도 잘 나있지...

 

사흘째 이 밸리, 저 밸리 돌아다니는데 아직도 안 가 본 곳이 더 많은 것 같다.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도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보는 각도에 따라, 시간에 따라, 빛에 따라...

모두들 새롭고, 모두들 신기하고...

 

로즈밸리로 접어드는 모양이다.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이른 아침과는 다르게 하늘에 구름도 점점 끼기 시작한다.

 

로즈 밸리다.

겹겹의 바위들이 이루어 놓은 계곡이 마치 '장미꽃이 활짝 피어 있는 것 같다'고 하여 이름 붙인 계곡.

바위의 색깔도 다른 지역과는 좀 다르다.  

 

로즈밸리는 아름다운 일몰을 보여주는 곳으로 아주 유명하다.

지는 석양에 햇살을 받아 수많은 바위들이 붉에 물드는 곳...

장미꽃이 더욱 화려하게 피는 곳. 

 

계곡 안쪽으로 접어드니 우리가 올라가 볼 수 있는 동굴이 하나 있다.

괴레메 야외박물관의 동굴만 들어가 볼 수 있나, 뭐?

여기도 우리가 들어가 보면 되지..

매끈하게 되어 있는 아슬아슬한 벽을 타고 오른다.

ㅋㅋ

사실 그 매끈한 벽에 계단이 잘 만들어져 있었다.

ㅋㅋ

 

여기도 예전 어느 한 시절에는 교회로 사용되었나 보다.

벽에는 거칠지만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고,

천정에는 문양도 음각으로 새겨놓았다.

 

동굴의 한 쪽에 앉는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야외박물관의 어느 동굴교회보다 더 더 우리 가슴에 와닿는 동굴이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잘 다듬어진 곳이 아니라

진짜 사람들이 살았던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동굴.

고맙다.

이런 곳이 숨어 있어줘서...

 

계곡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간다.  

자연과 시간이 만든 터널과 터널을 지나면서...

 

이제부터는 레드 밸리(Red valley)다.

바위 색깔이 다른 어느 곳보다 붉다.

우치사르 성에서 멀리 바라다 보이는 ,

바위산 전체가 붉게 보이던 바로 그 곳이다.

 

점점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간다.

아무도 없다.

이 경이로운 풍경 또한 완전히 우리 둘만의 차지다.

이제는 온 세상이 붉게 물들어 있다.

 

경치에 빠져 자꾸 자꾸 걷는다.

어디까지 들어왔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돌아가야 하는데...

 

해가 지려는지 하늘 빛깔이 달라지는 것 같다.

이 곳은 4시 반만 되면 해가 지는데...

그리고는 곧장 어두워지는데... 

마음으로는 돌아가야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발걸음은 자꾸 앞으로 나간다.

조금만 더 보고...

조금만 더 갔다가...

 

억지로 마음을 다 잡고 다시 돌아나온다.

레드밸리에서 로즈 밸리로 다시...

아까와는 또 다른 빛깔의 세상이 펼쳐진다.

정말 이 곳은 하늘의 색깔, 빛의 강도에 따라 세상이 다르게 변한다.

 

집으로 돌아가자.

여기서 몇구비의 언덕을 돌아가야 한다.

언덕 하나를 올라서니 또  다른 색깔의 세상이다.  

 

태양은 구름속에 갇혀 보이지 않는다.

이 구비구비를 다 돌아야 우리 집이 나타난다.

그리 멀지는 않겠지?

 

그런데 날씨가 으스스하니 추워져 온다.

해는 금방 넘어갈 것 같고.

눈싸라기도 뿌리는 것 같다.

바위 산이 미끄럽기도 하고...

마음이 급해진다.  

 

마음은 급한데...

경치는 왜 이리 하나같이 좋은 것이야...

자꾸 우리 발걸음을 붙잡는다.

 

해는 이미 넘어간 것 같다.

아니, 아직 넘어가지는 않은 것 같은데...

구름이 잔뜩 끼어 서쪽으로 넘어가는 태양의 마지막 남은 조그마한 햇빛까지 가져가버린 모양이다.

 

비가 우두둑 쏟아지기 시작한다.

마구 추워지기 시작한다.

저 아래 괴레메 마을이 보이기는 한데...

이 구비만 넘어가면 될 것 같은데...

 

*** 이 날 우리는 결국 산 위에서 길을 잃었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빗발은 굵어지는데

      뻔히 보이는 길 같아서 가 보면 낭떠러지고,  돌아서서 또 가도 낭떠러지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정말 난감했다.

      날은 이미 어두워져 버리고...

      그런데 길을 잃고 산위에서 헤매다, 꼭같이 우리처럼 길을 잃은 프랑스 애들 3명을 만났다.

      그들이 데리고 있던 개 두마리와.

      이미 깜깜해져 버린 산 위에서, 후레쉬를 켜든 어른 5명과 개 두마리가

      이 골짜기를 내려갔다가 올라오고, 또  다른 골짜기를 내려갔다가 올라오고...

      개 두마리가 큰 일을 했다.

      우리보다 먼저 내려가다가 이 녀석들이 더 이상 내려가지 않고 버티면

      " 아, 저기가 낭떠러지구나..."하면서 발걸음을 돌렸으니까...

     

      결론은...

      당연히 다시 길을 찾았으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거겠지.

      한시간 정도를 헤맨 것 같은데, 어둡고 비오는 산길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한시간정도는 어찌그리 길게 느껴지던지...

      그래도 남편이랑 함께 였던 것이 얼마나 안심이었는지 모른다.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것이 참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당황하지만 않으면 된다.

        빨리 가려고 서두르지 않으면 된다.

        괜히 지름길이라 생각하고 좁은 길로 들어가지 말고,

        한참을 돌아가더라도 큰 길을 따라가면 길이 나온다"며 나를 다독거려주던 남편.

      감사합니다.

      

하루종일 산길을 걸은데다가 비오는 저녁산 길을 헤매서 그랬는지

다음날은 피곤해서 그냥 쉬기로 했다.

발목도 시큰거리는 것 같고.

그날은 날씨마저 우리더러 그냥 집에 가만 쉬란다.

하루종일 눈보라가 몰아쳤다.

자칭(우리 말) '롯데호텔'보다 더 좋다는 동굴 호텔 우리집에서 하루종일 뒹굴뒹굴 거렸다.

먹고 자고.. 먹고 자고...

 

1월 5일.

괴레메에서 벌써 닷새밤을 보냈다.

오늘은 떠나야 한다.

터키의 동부, 반으로 가는 버스가 야간에만 있어 오늘도 저녁 8시까지는 시간이 있다.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나서보자.

오늘은 괴레메 야외박물관 앞으로 펼쳐진 너른 땅으로 나가보자.

그 길을 따라 로즈밸리 쪽으로 가서 차우신 마을 있는 앞쪽으로 가보자.

다행히 오늘 날씨는 다시 '예술'이다.

 

오랜 세월의 바람과 눈과 비로 뻥 뚫린 바위도 보고. 

 

동굴 입구가 훤히 드러나 보이는 바위산도 있다.

 

다시 우리가 이 곳을 찾을 수 있을까?

이런 대자연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차우신 마을에서...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바위산, 동굴 집 꼭대기에 위에 있는 외국인도 만난다.

오늘은 무리하지 말아야지.

ㅋㅋ

우리는 그냥 아래에서 쳐다보기만 한다.  

 

삐죽삐죽 솟아오른 버섯돌이들...

 

마음속에 담아둔다.

로즈밸리, 이 모습 이대로.

괴레메 이 모습 그대로.

 

이제 떠나야 한다.

한참을 뒤로 돌아보며 발걸음을 돌린다.

대자연과 마주한 시간. 대자연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들어간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