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T277(2010년 1월1일) 세 번의 시도끝에 드디어 터키에 들어오다

프리 김앤리 2010. 1. 5. 03:48

 첫 번째 시도 : 2009년 5월 하순

                     이란에서 터키의 동쪽 도우베야짓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한국에 들어가야 할 일이 생겼다.

                     테헤란에서 밤버스로 바로 국경만 넘으면 된다고 생각한 시점이었다.

 

두 번째 시도 : 2009년 11월 중순

                    그리스 아테네에서 기차를 타고 데살로니키로 올라가 밤기차를 타고 이스탄불로 들어가려고 했다.

                    아테네에서 점심쯤에만 출발하면 다음 날 아침에는 이스탄불에 들어가 있는 각본이었다.

                    가지고 있던 유레일 패스의 유효기간 마지막 날짜가 바로 코앞이었다.

                    다른 날짜로 미룰 여유조차 없었다.

                    이번엔 첫번째 시도와는 반대방향, 터키의 가장 서쪽에서 들어갈 작정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여권을 잃어버렸다.

                    그리스에서 받은 여행증명서로는 터키를 들어갈 수 없단다.

                    또 포기했다.

 

그리고 세 번째 : 2009년의 제일 마지막날, 12월 31일.

                       우리는 시리아의 알레포에 있었다.

                       시리아의 비자기간이 앞으로 사나흘 정도는 남아있었다.

                       그러나 가고 싶었다.

                       터키에서 새해를 맞고 싶었다.

                       친절하고 눈빛 맑은 사람들이 있는 시리아도 좋았지만

                       무채색의 세상에서 벗어나 형형색색 아름다운 색깔을 가진 나라에서 2010년 새해를 맞고 싶었다.

                       해도 뜨지 않은 새벽 4시반.

                       우리는 시리아의 알레포를 떠났다.

                       그리고 버스를 갈아타며 10시간도 더 걸려 터키의 카파토키아, 괴레메에 저녁 늦게 도착했다.

                       드디어 터키 입성에 성공했다.

                       이번엔 터키의 남쪽에서 들어왔다.

                       터키의 동쪽에서도, 서쪽에서도 바로 문 앞에서 터키를 들어오지 못하고 포기해야만 했다.

                       세 번의 시도 끝에 들어오게 된 터키.

                       이곳에서 우리는 2010년 새해의 아침을 맞았다.

 

       

 터키는 내게 있어서는 두번째 여행이지만 남편은 처음이다.

 2002년 터키 여행이 얼마나 좋았던지 한국으로 돌아가 남편에게 자랑을 많이 한 모양이다.  

 그래서 남편도 아주 여행 하고 싶은 나라로 꼽고 있었던 듯 하다.

 지난번 터키여행에서 잊지 못하던 곳, 가장 감동스러웠던 곳.

 자연의 힘과 인간의 노력을 한 곳에서 볼 수 있었던 카파토키아의 괴레메.

 2010년 새해를 맞이할 곳으로 우리는 당연히 괴레메를 선택했다.                                 

 

우리를 태운 시리아 버스는 시리아의 알레포를 떠나 시리아 국경, 터키 국경을 지나

터키의 남서쪽 도시, 안타캬에 우리를 내려주었다.

다음은 터키 버스를 타고 악사라이(Aksaray)까지 간다.

터키 버스, 참 깨끗하다, 환하다.

사막을 달리던 시리아 버스에서 흔히 우리가 맛봐야(?) 했던 모래먼지도 없다.

밖에서 모래먼지가 들어올까봐 꼭꼭 걸어잠근 창문에 커텐까지 쳐놓아 어두컴컴한 실내도 없다.

햇살이 버스 창문 안으로 들어와 환하고, 깨끗하다.

버스를 타자 마자 남자 차장이 다가와 손 닦으라면서 레몬향기 가득한 스킨도 부어준다.

 

아!!! 우리가 터키에 들어왔구나...

 

악싸라이에서 다시 괴레메까지 가는 버스를 타야하는데

악싸라이 버스 터미널에서 괴레메 까지 가는 버스는 Full이란다.

3시간은 더 기다려야 한다.

너무 피곤하다.

같이 버스에 내린 일본애, 카츠와 함께 택시를 타기로 했다.

연말이라 택시를 타는 사치를 감행한다.

빨리 가서 쉬고 싶다.

편안한 연말, 상쾌한 년초를 맞고 싶다.

 

같이 택시를 타고 온 카츠는 3인용 도미토리에 싸게 들어가는 게 어떠냐고 물어왔지만

정중히 거절했다.

새해를 도미토리에서 맞고 싶지 않았다.

더블룸이라도 컴컴하고 더럽고... 지저분한 곳에도 가기 싫었다.

다음 도시부터는 또 어떻게 달라질 지 몰라도 오늘만은 좀 좋은 곳에 자고 싶었다.

2009년의 마지막 날인데... 2010년의 새해를 맞이하는 날인데...

 

그렇게 찾아낸 호텔이 여기다.

Katpatuka Hotel!

카파토키아에서 그 유명한 동굴 호텔중의 하나다.

아주 오래 전, 그들의 조상들이 뚫어 놓은 동굴을 호텔로 개조해 놓은 곳.

 

만족 대 만족이다.

도미토리와는 비교할 수 없이 비싼 가격이지만( 더블룸 60리라, 두 사람 합해서 27유로 정도 된다, 4만 7천원쯤)

유럽이나 다른 곳과 비교하면 썩 괜찮은 가격이다.

우리의 새해를 맞을 충분한 분위기다.

완전 천연 동굴....

 

모든 게 돌로 되어 있다.

남편은 화장실도 마음에 들어한다.

이 동네에서 많이 보이는 응회암으로 그대로 지어놓았다면서...

마음에 드니 별게 다 좋은가 보다.

 

방 구석 구석에는 벽을 뚫어 선반들을 만들어 놓고, 옷장도 만들어 두었다.

선반에는 카파토키아를 상징하는 조각품도 얹어 두었다.

 

그 흔한 벽지도 없다.

당연히 화학약품 냄새도 없다.

동굴 벽 그대로...

 

2009년의 마지막날을 따뜻하게 자고 일어난 새해 아침.

즐거운 아침식사가 우리를 기다린다.

 

식당에 앉아 보는 괴레메의 전경.

아!!! 행복하다.

2010년의 첫 날...

 

우리 방 앞에 있는 베란다에서도 사진 한 장 찍는다.

괴레메는 터키의 중부에 있는 도시라 한겨울이면 눈도 많이 내리고 아주 추운 곳이라고 했었는데...

오늘 날씨는 정말 쾌청하다.

 

밖으로 나선다.

괴레메 조각품이 가득 놓인 가게 앞에서..

괜히 웃음이 나온다.

ㅋㅋ

"정말 좋다... 카파도키아로 잘 온 것 같다, 그치"

"정말 좋다..." 

 

오늘은 그냥 우리 집 주변에만 어슬렁 거려볼까?

여기, 좀 오래 있으면 안될까?

안될 것 없지..

그럼 한 며칠 있자...

그래.

 

오늘은 저 쪽 계곡 쪽에만 가보자.

 

괴레메의 상징. 기암괴석들이 나타난다.

정말 신기하다.

 

산쪽으로 걸어 올라가는데 한 동굴집의 문이 쓱 열린다.

"Hello! May I help you?"

새해 첫 날. 기분 좋은 말이다.

우치사르로 가는 길을 물었다.

자기 집 있는 쪽은 아니고 다른 쪽으로 가야된단다.

그러면서 시간 있으면 자기 집에 잠깐 들르란다.

아니!!!

터키 차도 내놓고, 자기가 만든 거라며 빵도 내 놓는다.

동굴 안에는 이렇게 해놓고 사는 구나.

2002년도에도 동굴 집에서 자 본적은 있어도 개인이 사는 방에는 들어가 본 적이 없다.

이렇게 해 놓고 사는구나.

 

아줌마는 지금 혼자 사는 분이다.

딸 둘은 시집가고 아들 둘은 다른 곳에서 일 하고 있단다.

나중에는 자기가 짠 수예품을 잠깐 보여주기는 했지만 사라고 강요하지는 않았다.

기분 좋은 초대였다.

터키와 와서는 터키 차림으로 사진을 찍어야 한다며 억지로 씌워 준 저 보자기만 아니었다면...ㅋㅋ

아줌마는 저리 자연스러운데...

난 어색해서 어쩔 줄 몰라... ㅋㅋ 

 

오후에는 괴레메에 오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들른다는 SOS 레스토랑에 갔다.

 

항아리 케밥 먹으러.

2002년도에는 이런 것 없었는데...

항아리 채로 불에 구워와 식탁에서 먹는 사람이 직접 망치로 항아리를 깨뜨린다.

탕 탕 탕!!!

 

항아리가 짝 깨진다.

새우 항아리 케밥, 쇠고기 항아리 케밥.

끝내줬다.

더구나 이 집엔 밥하고 상추하고 쌈장까지 ...

한국인의 입맛을 그대로 살려주는..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너무 오랜만에 먹어보는 한국의 맛이라서...

 

이렇게 우리는 새해를 맞이하였습니다.

여기 괴레메에는 며칠 더 있을 예정입니다.

세상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기이한 풍경이 있는 이 곳을 찬찬히 둘러 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