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T273 (12월 28일) 수차의 도시, 시리아 하마에서

프리 김앤리 2010. 1. 3. 00:06

하마(Hama)

하마에는 팔미라와 같은 특별한 유적은 없다.

하지만 신석시시대부터 사람들이 살았고, 오론테스강(Orontes)이 도심을 가로지르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도시다.

사막에서는 잘 만나지 못하는 강물이 있는 도시, 나무가 있는 도시가 하마다.

팔미라를  거쳐 시리아 북부 도시 알레포로 가려면 반드시 경유해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시리아의 인터넷사정이 안좋아서인지,우리 노트북의 시스템에 이상이 생긴 탓인지

며칠째 블로그에 사진이 올라가지 않아서, 이곳 하마에 머물면서 그동안 밀린 여행일기를 올리려 계획했다.

블로그에 여행일기를 올리고 나면, 근처의 크락데 슈발리에성이나 다른 유적지에 가 볼 예정이다.

 

정오무렵에 팔미라를 출발한 버스는 2시가 넘어서 옴스(Homs)에 도착,

물어물어서옴스 시내 버스를 타고  하마 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서,

시리아의 합승미니 버스이자 주된 교통수단인 세르비스를 타고, 하마에 도착, 다시 시내에 있는 숙소에 도착하니 저녁  5시.

그런데 밖은 벌써 어둑어둑하다.

 

우리숙소는 시내중심가에 위치한 호텔이다.

우리 방은 3층인데 작은 베란다가 있어 거리도 보이고 깨끗하다.

숙소앞 시계탑의 시계가 5시 10분을 가리키고 있는데 거리는 어둡다. 

 

도심을 흐르는 오론테스강가에 작은 공원이 있고 여기저기 벤치가 있지만

날씨가 추운탓인지 사람들이 별로 보이질 않는다.

 

시리아는 요르단이나 이집트에 비해 도로변이나 도심에 나무가 많다.

물론 시리아는 비가 일정하게 와서 그렇겠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나무를 인위적으로 심고 키우는 모습을 여러군데에서 볼 수 있었다.

이란이 그러했듯이 물을 끌어와서 농사를 짓고 나무를 심고 기르고...시리아의 노력이 보인다.

역시 사람의 역사가 중요하다.

 

이곳 하마는 흐르는 강물과 땅의 높이차가 커서, AD 5세기 경부터 수차를 이용해서 물을 길어 올려서 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한창때는 높이 20m의 수차가 강을 따라 30여개나 있었지만, 지금은 다른 동력을 이용해서 물을 끌어올려서 17개 정도 남았다고.

관개하는데 별로 이용되지 않는 지금, 수차는 하마의 상징물이자 대표적인 볼거리다.

 

우리 숙소에도 wifi가 되어 사진을 업로드할 수 있을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정보 검색은 되어도 시스템 에러로 업로드가 되지 않는다.

할 수 없이 인터넷 카페로 갔다.

속도도 느리지만, 인터넷이 연결되었다가 끊어졌다가 몇차례를 반복한다.

1시간 정도를 예상하고 왔었는데..

4시간이상을 이 인터넷카페에서 사진을 업로드하고 글을 정리한다.

주인도 미안한 지 ...

아마 시리아와 한국이 국교가 없어서... 프로토클이 맞지 않아서 그럴수도 있다고 위로한다.

글쎄.. 국교와 인터넷 업로드가 무슨 상관일까 싶다.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우리 노트북으로는 업로드자체가 안되어 인터넷카페의 컴퓨터를 이용해서

겨우겨우... 한장씩 한장씩 사진을 올린다.

그러다 인터넷이 끊어지면 말짱 도루묵이 되고

성질 버릴까봐 걱정하면서 겨우 일기 한편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선다.

 

밖은 이제 겨우 오후 3시인데도 벌써 해가 저물어간다.

구시가에 있는 An Nuri 모스크.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안은 깨끗하다.

모스크를  관리하는 사람이 친절하게 들어오라고 손짓을 하고..

모스크 내부도 구경시켜주는데...

친철인지 아니면 나중에 돈을 달라고 할지를 몰라서

우린 주춤거린다.

 

이사람은 친철과 호의로 여기저기를 안내하면서 짧은 영어로 설명했는데, 우리는 주저하면서 얄팍한 계산을 했었다.

미안하다.

작은 속임수에 속는 한이 있더라도 친철을 허심탄회하게 받아들였어야 했었는데 ....

시리아 사람들은 원래 친절한데...

우리가 잠시 잊었었다.

 

벌써 여기저기 불이 들어오고...

강가에 있던 모스크가 수차와 어울린다.

물을 길어올리는 수차와 모스크가 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한데...

너무 오랫동안 같이 있어서 그렇나?

 

수차와 이슬람 사원...

한쪽은 물을 길어올려서 사람들에게 농사를 짓게하고 먹을 것을 제공한다면,

이슬람 사원은 이들의 영혼에 평화와 안식을 주는 곳

사람의 몸과 마음에 양식을 주는 두개의 완전히 다른...

이질적인 어울림.

 

 또 물이 귀한 이곳 시리아에서 사람들은 강가에 모여 집을 짓고 모여서 살고....

 

하마의 시타텔

현지인들은 이곳을 성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보기엔 별로 성으로 보이지 않고 동산처럼 보이는데...

 

 하마 시타델의 서쪽은 크리스챤 지구다.

그런 탓인지 모스크의 첨탑과 나란히 십자가가 달린 건물도 보인다.

정교회 건물이다.

 

하마 성의 윗쪽은 작은 공원이다.

나무가 울창하고 벤치가 놓여져 사람들이 쉴 수도 있고

애들의 놀이기구와 작은 식당도 있다.

다른 쪽을 둘러보니 굽이쳐 돌아가는 강가엔 역시 수차가 보인다.

기독교의 또 다른 성지로서,

로마유적이 있는 곳으로서,

시리아엔 동서양의 여행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수차는 물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멈추고 여행자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수차는 밤에도 불을 켜고 우리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우리 숙소 호텔 쉼터에서 공부하는 무스타파?

처음에는 호텔에서 잡일을 돕는 애인줄 알았다.

이집트와 요르단 그리고 다마스커스에서..

피라밋의 모퉁이에서, 룩소르와 아스완의 유적 사이사이에서

작은 기념품이나 파피루스를 파는 애들을 마음 아프게 본 탓이기도 하지만,

못사는 나라일수록 어린애들이 일을 많이 하고 있었다.

유럽에서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14살인 무스타파?도 호텔에서 작은 심부름을 하고 있었다.

혹시 이라크 난민이거나 팔레스타인에서 온 것이 아닌지 궁금해서 조심스럽게 물으니...

다행히 아니란다.

주인집 아들이었다.

아버지가 시키는 호텔의 작은 일을 하면서 숙제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너무 보기 좋고 착해서 사탕을 몇개 주면서 칭찬을 하니...

너무 쑥스러워한다.

 

책을 보니 필기한 것을 묶어 놓은 것이다.

수학을 공부하고 있는데...

우리로선 전혀 모르는 아라비아어다.

원래 아라비아쪽이 숫자를 만들어내고, 수학이 발달한 나라여서 그런가?

아라비아글자를 모르는 우리가 보기엔 상당한 수준처럼 보이고 대견하다.

 

시리아는 사회주의국가다.

이란과는 공동군사협정을 맺으면서 미국에 노골적으로 반기를 드는 '불량적' 이슬람국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리아에서 교복입고, 가방메고 학교를 오가는 애들을 보면 왠지 기분이 좋다.

무스타파는 그런 애들 중 하나일 것이다.

영어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먼나라에서 온 "하나님의 사자", 손님에게 친절을 다한다.

우리가 시리아를 여행하는 것 처럼

무스타파와 그의 친구들도 동서양을 여행하면서 지구의 아름다움,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

그리고 우리 삶의 가치를 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우리의 여행... "다른 삶에 대한 이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