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여행/공감 라오스&베트남

정신없이 휙휙... 그러나 또 천천히... 베트남 하노이

프리 김앤리 2010. 4. 8. 15:42

새롭게 일하는 여행사에서 내가 하는 일은 '여행을 기획'하는 일이다.

그러나 여행하는 사람 혼자만 즐겁고 신나는 여행은 아니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자연을 그저 보고만 오는 여행은 아니다.

그 곳에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디로 갔는지 없고

외계에서 떨어진 운석처럼 여행자들만 고스란히 남아있는 그런 여행은 더더욱 아니다.

 

여행하는 곳의 사람들을 좀 더 가까이에서 느끼고,

그들의 삶과 문화와 자연을 배우고,

지구라는 하나의 별에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 따뜻한 나눔이 있는 여행을 기획하는 일이다.

 

공감하자는 거다.

'공감여행'

 

공감여행으로 제일 먼저 떠올린 나라는 '라오스'였다.

낯선 여행자들을 따뜻한 미소로 맞아주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는 라오스.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천천히 그리고 느긋하게'를 가르쳐 주는 나라,

배낭여행자들의 블랙홀이라는 '방비엥'의 자연에 흠뻑 취할수 있는 나라.

천사같이 해맑은 미소를 가진 아이들과 사랑을 나눌수 있는 행복한 나라. 

 

같이 일하는 식구들이랑 의기투합하고 라오스로 떠났다.

라오스를 사랑하게 될 많은 사람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을 준비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라오스를 가려고 하니 바로 가는 비행기가 없다.

작년 1년간의 여행때는 중국 운남성의 징홍에서 버스를 타고 라오스 국경을 넘었는데

비행기로 가려면 베트남의 하노이나 호치민 혹은 타이의 방콕을 경유해서 가야한다.

 

베트남. 이 나라도 내게는 언제나 '멋진 곳'으로 남아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당당한 나라, 자존심이 강한 나라, 바쁘게 돌아가고 엄청나게 빨리 발전하고 있는 나라.

'그래!!! 하노이를 들러서 가자.

따뜻하고 조용한 나라 라오스를 가면서 바쁘고 활기찬 베트남도 볼 수 있겠구나...'

 

3월 29일.

봄이라면서도 한국에는 아직 찬바람이 불던 날 아침,

우리를 태운 비행기는  김해공항을 출발했다.

 

한국을 떠난 지 4시간만에 도착한 베트남의 하노이.

집을 나서던 때 불어오던 새벽 찬 공기가 어느새 훅~ 뜨겁고 습기찬 바람으로 바뀌어 있었다.

손목 시계의  바늘을  두시간 뒤로 돌린다.  

나중에 나갈때는 다시 두 시간을 당겨놓아야 하지만 당장은 기분이 좋다.

 

우리의 공감여행은 '두 시간을 버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뭔가 느끼려면, 뭔가 배우려면

천천히 느긋하게 여행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우리의 마음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시간도 '두시간'을 우리에게 안겨준다.

 

'느긋하게 나서야지.

 날도 더운데 서두를 건 없잖아?'

 

그러나 몇년만에 다시 찾아온 '베트남 하노이'는 여전히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열기만큼이나 사람들도 휙휙, 빨리빨리 움직이고 있었다.

역시 베트남이다.

거리를 질주하는 오토바이들.

예전보다는 오토바이가 줄어든 것 같기는 하지만 이곳은 여전히 살아 펄펄 뛰는 느낌이다.

 

무엇인가를 위해 열심히 돌진하고 있는 사람들.

가족을 위해, 자기자신과 또 누군가를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이 나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다.

여행자들이 보고 싶어 그들에게 요구하는 모습이 아니라,

여행자가 이해해야 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이 사람들의 사는 방식이다.

 

좁은 거리, 넓은 거리...

사람들이 가득하다.

어쩌면 라오스와는 느낌이 정 반대인지 모른다.

조용하고 잔잔한 라오스와는 달리 시끌벅적하고 바쁘게 휙휙 달아나는...

 

그런데 분주한 오토바이 사이사이에서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도 보인다.

베트남의 상징인 삼각형 모자, '논'을 쓴 여인네들.

 

 

어깨에 울러 맨 광주리에는 귤이 조금 들어있을 뿐이다.

아침에는 저 광주리에 귤이 가득했을까?

다 팔았을까?

휙휙 달아나는 하노이의 거리에 흔들리지 않고 천천한 걸음을 걷고 있다.

 

또 한 곳. 하노이의 뒷 골목에서 만난 시클로를 타는 여인들.

빠르지 않다. 그냥 사람의 속도대로 가고 있다.

앞으로 나아가는 동력이 기계가 아니라

사람의 강인한 두 다리 근육이라는 것,

지금 저 시클로의 두 바퀴가 굴러가기 위해서는  깡마른 청년의 굵은 땀방울이 필요하다는 것이

안타깝게 다가오는 순간이기는 했지만...

 

비행기의 속도나 자가용, 오토바이의 속도가 아닌 사람의 속도대로 굴러가고 있는 또 하나의 세상이다.

저 정도의 속도라면 여행자의 머리도 마음도 비슷하게 움직여줄 수 있는데...

 

공감여행을 준비해야 한다.

그게 이번 우리 여행의 목적이므로...

사람들이 와서 무엇을 먹어야 할까? 어떤 식당엘 가야 할까?

어디에서 머물러야 할까? 그리고 무엇을 봐야 할까? 우리는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까?

모든 것이 우리의 숙제다.

 

'공감'은 일상에 있었던 나와 여행을 떠나온 나와의 공감이다.

'공감'은 여행지에 살고 있는 현지인들과 여행을 온 여행자들 사이의 공감이다.

'공감'은 나의 즐거움과 타인의 이해가 만나는 공감이다.

'공감'은 나의 배려와 타인의 꿈이 어우러지는 공감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여행을 생각하면서 결정했다.

가능하면 현지인들이 직접 운영하는 숙소나 가게를 찾아가자고.

그 곳의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찾아서 먹어보자고...

 

이 곳 저 곳 식당들을 들어가보고, 사진도 찍고 가격표도 알아본다.

호안끼엠 호수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

예전에 왔을 때는 조그만 가게였는데

그동안 돈을 많이 벌었는지 아이스크림 가게가 아주 커졌다.

가격도 만만찮고... 

 

이 식당이라면 어떨까?

사진에 담고 명함을 받아온다.

식당 분위기도 봐놓고...

 

이곳은 또 어떨까?

하기야 우리가 다 결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저 정보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고

결정은 여행을 온 사람들 스스로가 결정할 것이다.

그것 또한 그들의 여행이므로.

그들이 스스로 가꿔야 할 소중한 자신들의 시간이므로.

우리는 그저 도움을 줄 뿐이다.

어차피 인생이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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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 밥도 먹어야겠다.

쌀쌀한 초가을 날씨에서 바로 한여름으로 건너뛴 베트남의 더운 날씨에 땀도 많이 흘렸다.

힘이 다 빠진다.

점심 스페셜 가격을 내 건 식당엘 들어갔다.

볶음밥에, 닭고기 조림, 스프링 롤... 그리고 호랑이 그려진 시원한 타이거 맥주까지...

배고픔과 땀에 흠뻑 절어있던 몸이 생기를 되찾는다.

 

 

이제 호텔도 찾아본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조그만 호텔, 그리고 큰 호텔들까지

안으로 들어가서 호텔 스텝들을 만나 이것 저것을 따져묻는다.

 

 

이 호텔은 좀 마음에 든다.

다음에 이 곳으로 올까?

깨끗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베트남 사람들이 직접 운영하고 있어서 마음에 든다.

공감여행은 가능하면 우리가 여행하면서 쓰는 돈이 현지인들에게 직접 도움이 되도록 하려고 한다.

다국적 기업이 운영하는 곳이라면 여행지에서 아무리 돈을 써봐야 그건 현지인에게 도움이 안되고

결국 선진국으로 가버릴테니까...

(여기서 잠시 반성... 생활에서도 철저하게 실천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내 생활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맥도널드 같은 곳은 원래 안 가기는 하지만... 커피 맛이 좋다는 이유로 스타벅스를 지나치지 못하는 내 습관...

 우째야 하지???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는 일이기도 하지만 

 여행지의 이야기를 일상으로 다시 끌어오기도 한다는 사실... )

 

 

상담을 다 하고  빨간 아오자이를 입은 청순한 얼굴의 호텔 스텝과 사진 한장 찍는다. 

모두들 다 참 선하게 생겼다.

우리 식구들도... 모두 모두.

 

다시 하노이의 거리로 나선다.

다른 나라들과 비슷하게 베트남에도 티셔츠에 자신들만의 무늬를 새겨넣는다.

빨간 바탕의 노란 별이 달린 베트남 국기 모양도 보이고, 낫과 망치가 새겨진 그림도 보인다.

사람들의 모습이나 가게, 길거리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었는데

그래도 여기가 사회주의가 맞기는 한가 보다.

또 한켠에는 미국과 맞장뜨고 싸웠던 나라이지만 미국적(?) 분위기가 나는 셔츠가 보이기도 하고

베트남 사람들이 '호 아저씨'라고 부르며 생존시에도 사후에도 계속 존경받고 있는 '호치민'의 얼굴도 보이고...

 

나도 누군가의 얼굴을 내 티셔츠에 새겨넣고 다니고 싶다.

베트남에도 바람이 분다.

더운 바람이지만... 호안끼엠 호수 주변으로 저녁 바람이 불어온다.

 

현대 베트남사에서 중요한 사람이 호치민이라면

1400년대에는  베트남 레 왕조(Le Dynasty)를 창조한 리타이또 황제가 있다.

호안끼엠 호수를 따라 걷다보면 리타이토 황제의 동상을 만날 수 있다.

중국의 지배로부터 벗어나게 한 베트남의 레 왕조의 리타이토 황제가

하노이(탕롱)를 왕조의 수도로 정한 뒤 이 곳이 번창하기 시작했단다.

 

황제의 동상 아래 '논'을 쓰고 걸어가는 여인의 발걸음이 가벼워보인다.

 

 

탕롱 수상인형극장을 찾았다.

하노이를 가면 반드시 봐야 하는 곳이다.

베트남 농민들의 삶을 인형극으로 표현해 놓은 것이다.

 

물속에서 벌어지는 건데도 인형들이 어찌 그리 손발이 착착 맞는지...

바로 옆에서 하는 연주도 멋지고...

 

 

인형극을 보고 저녁으로 쌀국수를 먹기로 했다.

베트남에 왔다면 쌀국수를 맛봐야...

 

수상극장 바로 옆에 있는

하노이 올드타운,

배낭여행자의 거리 항박에 있는 노점 국수집을 찾았다.

현지인들도 저녁을 즐기고 있다.

 

우리 같은 여자들이야 쪼그려 앉아도 괜찮지만

180m가 넘는 남자들은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긴 다리를 구겨야 겨우 앉을 수 있는 목욕탕 의자.

향이 진한 팍치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나는 오히려 진한 팍치 향 덕분에 진짜 여행을 온 기분이다.

 

 

누군가가 쓴 책 제목을 살짝 빌려 표현한다면 '내 청춘의 독서' 중 하나는 '사이공의 흰 옷'이다.

베트남의 독립을 위하여 싸우는 한 어린 여대생의 처절하고도 당당한 이야기였다.

그래서 언제나 베트남은 내게 로망처럼 남아있는 곳이다.

그리고 그 소설에서 나왔던 아오자이 입은 베트남 여성의 꾸미지 않은 순수함이 강렬한 인상으로 남겨져 있는 곳이다.

영화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그려지는 베트남 사람들의 모습도 마찬가지였고.

겉으로는 조용하나 속으로는 어느 누구보다 강인하고 힘있고 부지런한 민족으로.

 

그러나 지금의 베트남 모습은 결코 조용하지는 않다.

차분하지도 않다.

외유내강의 모습을 기대하고 갔다가는 실망하기 십상이다.

모든 것이 휙휙...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이제 이건 나의 숙제다.

'사이공의 흰 옷'과 '인도차이나 반도'를 보고 꿈꾸어왔던 베트남의 모습에서

지금 여행하면서 보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들을 이해하는 것.

그리고 그들속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조용하면서도 강인하고 또 느긋한 모습을 발견해 내는 것 모두모두....

 

여행은 내게 항상 숙제를 남긴다.

 

*** 공감여행을 위해 떠난 우리의 여행은

      베트남의 하노이에서 하룻밤을 잔 뒤, 다음날 아침 일찍 라오스로 떠났다.

      공감 라오스 이야기는 다음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