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여행/공감 라오스&베트남

'즐·겁·다'에 방점, 라오스 방비엥

프리 김앤리 2010. 4. 16. 20:47

라오스는 조용한 나라다.

시끄럽고 복잡한 다른 나라들과는 좀 다르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있단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벼를 심고,

 베트남 사람들은 벼를 수확하며,

 라오스 사람들은 그 벼가 자라나는 소리를 듣고 살아간다"

 

있는 자연을 그대로 둔 사람들, 자연의 소리를 그대로 담아두는 사람들.

어디를 가든지 조용조용하다.

시장엘 가도 손님을 잡아끌거나 붙들어두지 않는다.

두 손을 모으고 '사바이디!!!' , 인사만 할 뿐이다.

 

여행지에서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적을 때

여행자들은 주로 자기 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여행을 떠나오기 전 자신의 시간들과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서 다시 만날 자신의 시간을 생각하는 여유를 많이 갖는다.

그리고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에 관심을 기울인다.

설사 그들과 많은 대화를 하지 않더라도 여행자들은 어느 새 그 사람들의 삶 속에 빠져들게 된다.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이 그런 곳이다.

 

공감여행으로 떠난 우리의 다음 코스는 '방비엥'.

루앙프라방에서는 버스로 6시간이 걸린다.

거리로는 250Km를 조금 넘을 뿐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미처 3시간도 걸리지 않겠지만

느릿느릿 천천히 가는 라오스 길은 300Km 도 안되는 거리를 6시간이나 걸리게 만든다.

느림조차 '기꺼이 받아들일' 여유를 가진다면

오히려 그 느림을 즐길 수 있는 라오스 여행은 확실히 성공일 것이다.

'여행'과 '성공'이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를 조합한다는 사실자체가 어색하기 짝이 없지만

'실패'라는 것 보다는 '성공'이라는게 더 좋다는 일반적인 개념을 적용시켜본다면 그렇다는 거다.

 

조용하던 루앙프라방,

요란스러운 무언가를 보는 것 보다 그저 웃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는 것이 마냥 행복했던

루앙프라방을 떠나 만나는 방비엥.

그곳은 또 전혀 다른 곳이다.

 

한마디로 '즐 · 겁 · 다' 라는 단어에 방점을 찍을 수 있는 곳이다.

즐겁다, 신난다, 재미난다 !!!

그래서 배낭여행자들의 블랙홀이라고 했던가?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느끼고 배우고 나누는 '공감여행'에 '즐거움'까지  더하는 방비엥.

그곳에서 우리의 시간도 역시 '즐거움' 그 자체였다.

 

 

< 방비엥 1일 투어>

방비엥을 가면  누구나 다 1일 투어를 신청한다.

아름다운 쏭강에서 튜브를 타고 동굴 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카약을 타고 강 하류로 내려가기도 한다.

중간에는 어슬프게 만들어놓은 점프대에 올라가 점핑 수영을 하기도 하고...

강물을 따라 내려오면서 카르스트 지형의 자연 풍광에 넋을 잃기도 한다.

 

1일 투어의 시작은 툭툭을 타고 시골길을 터덜터덜 가는 것이다. 

아침부터 후끈 찜통더위가 시작된다.

우선 육지에 있는 동굴 하나 (탐쌍) 봐주시고...

흙먼지 날리는 길을 걸어 물 속 동굴을 찾아간다.

물 속?

바닥이 물인 동굴이라는 말이 더 맞겠지?

어떻게 들어가냐구???

튜브 타고...

우리의 즐거움이 시작된다.

겨우 정강이 까지 밖에 오지 않는 깊이에 내 몸만한 튜브에 몸을 실어야 한다.

그냥 기어들어가면 안되나?

하기야 동굴 속에서 일어설수가 없으니 튜브를 타고 물에 둥둥 떠내려 가야겠지.

캄캄한 동굴이라고 이마에  전등도 하나씩 채워준다.

억!  그런데 이 전등이라는 게 전선줄과 밧데리가 외부로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물 안으로 들어가는데 이걸 가슴팍에 차고 들어가라니

전기가 찌릿찌릿 흐르면 어떻게 한다지?

그래도 우리는 마냥 즐겁다.

"와, 그 쪽 튜브는 잘 안 가고 있다냐?"

" 손으로 저어야지"

"아니 나는 왜 다른 방향으로 빙빙 돌고 있지?"

ㅋㄷㅋㄷ

 

튜브타고 동굴안을 한참 헤매다 나오면

바베큐 꼬치와 볶음밥, 바나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카메라를 갖대대도 열심히 먹고 있는 사람,

카메라 앞에서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올리는 사람,

... 꿀 맛이다.

 

자! 이제는 카약을 하러 갈 시간.

무슨 대단한 탐험이라도 할 듯, 모두들 구명조끼로 중무장 한다.

우기때는 강물이 넘쳐 흘러 구명조끼를 꼭 입어야 한다고는 했다만..

 

오른 쪽으로 가고 싶으면...

왼쪽으로 가고 싶으면... 혹은 뒤로... 바위에 걸렸을때....

가이드는 열심히 설명하고 있지만 우리 마음은 벌써 쏭강에 빠져있다.

 

출발이다!

으이? 앞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보트가 어찌 이리로~~~

ㅋㅋ

그래도 좋다.

둘둘이 짝지어 흘러내려가는 물길...

ㅋㅋ

앞에 가는 저 보트는 왜 저리 잘 가는 것이야?

언젠가 한번은 카약을 해 본 사람들처럼...

우리도 빨리 잘 가보자구요...

 

잘도 갑니다.

흘러 흘러 우리를 태운 카약은 잘도 갑니다.

우기때는 강물이 넘쳐 흘러 속도가 좀 잘 날라나?

때로는 우리를 실은 보트가 강물 바닥을 긁고 지나가기도 합니다.

그래도 얕은 바닥에서 우리 카약은 한번 뒤집어 졌다는 거.

벌떡 일어서서 배를 뒤집어 도로 올라타는 데 어찌 그리 쪽팔리던지...

입고 있는 빨간 구명조끼가 그리 부끄럽습디다....

ㅋㄷㅋㄷ

 

아~~~ 드디어 점프대까지 왔다.

얼키설키 어슬프게 만들어 놓은 점프대.

안경까지 벗어버렸지만 여전히 구명조끼는 벗지 못한채 엉금엉금 기어올라간다.

7m는 될것이야, 아니야 10m도 더 넘겠다?

인간이 공포를 가장 심하게 느끼는 높이가 얼마라고 했더라?

 

날아라, 토토로 대장님!!!

뭐가 보이십니까?

뵈는게 아무 것도 없으니, 겁도 덜 나지요?

근데 대장부가 소심하게?

구명조끼를 걸치고 ...

 

토토로 대장님! 드디어 손을 놓았다.

강물에 풍덩!!!

허우적 허우적...

구명조끼를 입은 대장님.

바로 코 앞 인데도  허우적거리기만 할 뿐 좀처럼 돌아오질 못한다.

또 ㅋㄷㅋㄷ... 오늘 정말 많이 웃는다.

그래서  우리는 더 즐겁다.

 

아니! 이 사람들은 둘이서 쌍으로 타고 뛰어 내리네?

여기도 웃음 만발!!!

서양애들은 조끼도 안입고..

처음엔 쬐금 창피해도 나중엔 아무렇지도 않다.

 

언니들!! 이제는 그만 뛰어 내리셔요...

손을 놓을 때가 됐답니다.

조심조심...

아래는 튜브를 타고 오는 사람들도 있으니...

조심해서 뛰어내리셔요...

 

어라?  이 아저씨는 거의 수준급?

하늘 높은 곳에서 그네를 타다가 얼떨결에 손을 놓고 물위로 철퍼덕 떨어지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이 친구는 송곳 잠수?

게다가 코까지 막고???

쏘~ 옥~~ 물 속으로 들어간다.

5월 우리 공감여행 팀에서도 이런 수준급 실력자가 나올까?

 

우리는 이렇게 구명조끼를 입고서야 날 수(?) 있는데...

저 아래가 천길 낭떠러지 처럼 보이는데...

 

그네를 타고 다시 돌아오는 나!!!

저 때의 내 얼굴은 웃음이 아니야!!!

공포였던 것이야...

그네를 잡은 손을 언제 놓아야 할 지 모르는 두려움이었던 게야...

저건 처연한 몸부림이었던 게야..

ㅋㄷㅋㄷ

그런데 이걸 다시 보니 왜이리 웃기냐?

나도 멋있게 하고 싶었는데...

 

그래도 이 친구의 비상은 멋지다.

처음 한 번 하고 나서는 구명조끼도 벗어던졌다 .

우리 팀에서 유일하게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시도한 용감한 여성이다.

으매~~~ 부러운 거~~~

게다가 날으는 모습까지 아름답고...

왜 나는 저렇게 안되는 것이야???

 

"하늘에 붙었다!!! 그대!!!"

한참 부러워 하고 있는데...

내려와서 하는 말.

"언니야, 지금까지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어찌나 무섭던지..."

오홋!!! 그래? 너도 무서웠단 말이지?

나만 무서웠던 게 아니라는 거지???

ㅋㅋ

 

그렇게 하루가 갔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고...

점프 수영을 마치고 카약을 타고 다시 흘러내려오는 쏭강.

우리 눈에 담아둔다.

'즐 겁 다' 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렸던 하루, 방비엥에서의 일일 투어.

 

 

<쏭강의 사람들>

 

방비엥에서 우리의 잠자리는 강 하류의 리조트로 정했다.

작년에 갔을 때는 중심거리와 가까이 있어 밤새 여행자들이 만들어내는 소음에 시달렸다.

조용히 살던 라오스 사람들은 다 떠나버리고

정신없고 시끄러운 여행자들이 점령해 버렸다는 방비엥.

즐겁고 신나는 낮동안의  기쁨을 자칫 잘못하면 짜증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흥청거리는 방비엥의 저녁.

그래서 우리는 이번에 약간 외곽으로 숙소를 정했다.

덕분에 리조트의 식당에 앉으면 쏭강이 한눈에 다 들어온다.

 

저 사람은 강물에서 혼자 무엇을 하고 있을까?

물 속에서 무엇을 캐고 있을까?

 

이 사람들은 또 뭘까?

강물 위를 달리는 경운기?

 

흙을 퍼 담는다.

사방 천지가 다 산이고, 땅이고, 흙인데...

강물 속에 있는 흙이 더 필요한가보다.

강물에 몸이 절반은 빠졌다.

어른들은 일을 하거나 말거나

옆에 있는 아이들은 제 놀이에 여념이 없다.

세워 둔 경운기에 올라 점프도 하고...

 

첨벙첨벙.. 꺄르르르...

아이들의 즐거움이 우리들에게 전해져 온다.

 

그 옆에는 한 청년이 그물을 던진다.

 

이리 휙!

저리 휙!

뭘 잡는 것 같이는 안 보인다.

허리춤에 찬 바구니를 앞으로 돌리는 일이 거의 없다.

그래도 이 청년(?)은 부지런히 손을 놀린다.

이리 휙!

저리 휙!

 

 

지금부터는 라오스 야동 시리즈!!!

우선은 우뚝 서서...

강물 한 번 쳐다보고... 

입수 준비!!

날았습니다.

풍덩!

요건 팁! 다른 녀석의 야동...

ㅋㅋ

  

저 멀리 나무 다리위에는 또  한무리의 아이들이 보인다.

다리 끝에 달랑달랑 매달려 있는 아이들.

 

아니! 한 녀석이 저 높은 곳에서 뛰어 내린다!

 

우훗!!! 떨어지고 있다.

 

팔 가락지까지 하고서...

 

풍덩!! 입수!!!

 

다른 녀석들도 준비하고 있고...

앞 뒤로 배낭을 울러맨 서양 여행자들이 나무 다리를 건너고 있다.

쏭강의 아름다운 풍경이다 . 

 

옆으로는 쏭강이 흐르고

아이들은 그 곳에서 까르르 놀고 있고...

우리는 해먹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라오스의 시계는 천천히 간다.

 

우리 방에서 바라본 숙소의 식당.

서쪽 산 너머로 해가 진다.

즐거운 방비엥,

편안한 방비엥의 하루가 저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