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보아스
이누이트(에스키모)의 어떤 언어공동체에는 '눈'(영어의 snow)에 해당하는 말이 400개나 된 사실을 내세웠다. 이 400개 운운은 워프의 조작(이 아니라면 심한 과장)이었음이 뒷날 드러났다. 이누이트의 언어에 눈을 가리키는 말이 영어보다 많다는 사실을 처음 밝힌 서양인은 독일 출신의 미국인 인류학자 프란츠 보아스(1858~1942)인데, 그가 제시한 단어는 네 개에 불과했다.
보아스는 이누이트의 일부 언어가 '내리고 있는 눈'과 '땅에 쌓인 눈'과 '바람에 흩날리고 있는 눈'과 '바람에 흩날려 한 곳에 쌓인 눈'을 각각 다른 단어로 부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400개든 네 개든, 워프에게는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 눈을 가리키는 단어를 네 개나 지닌 이누이트는 거기 해당하는 단어를 하나밖에 지니지 못한 영어화자보다 눈을 네 배나 넓고 섬세하게 경험한다고 말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