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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9 날카로운 용암이 부드러운 사암을 만났을때, 엘 말파이스

프리 김앤리 2010. 11. 4. 18:00

 

엘 말파이스(El Malpais)는 뉴멕시코주 중서부에 있는 National Monument다.
추운 콜로라도주로 올라가는 대신 뉴멕시코주, 아리조나주를 거쳐 다시 캘리포니아주로 나가는 일정으로 바꾸면서
전혀 계획에 없는 곳을 여행하게 되었다.

 

산타페에서 한시간, 앨버쿼키(Albuquerque)를 거쳐 40번 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한 시간여를 더 가야 한다.

엘 말파이스를 가기 위해 오늘 우리가 베이스캠프를 차릴 곳은 Grants다.
거기서 하루는 엘 말파이스를, 또 하루는 엘 모로(El Moro)를 갈 예정이다.
둘 다 National Monument다.

 

반가운 한국어.
두부도 사고, 김치도 사고, 짜파게티도 두개씩이나 샀다.
부자가 된 느낌이다.

 

엘 말파이스 입구까지 왔다.
정보를 얻기 위해 비지터 센터에 들른다.
Northwest New Mexico Visitor Center다.
황량한 들판에 단 하나 외로이 있는 건물이다.

 

예상외로 안은 아주 잘 되어 있다.
자료도 굉장히 많고, 여러가지 설명도 잘 되어 있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지 않는지
오랜만에(?) 찾아온 여행자, 더구나 낯선 동양인 여행자에게 아주 친절하다.
사람이 그리웠던 느낌이다.

 

비지터센터 앞으로 나와있는 아주 큰 유리창으로는 아주 넓은 엘 말파이스 공원이 그대로 다 보인다.
엘 말파이스는 넓이만도 10만 헥타르가 넘는다고 했다.
비지터 센터에 일하는 사람은 하루종일 저 유리창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을까?
드나드는 사람도 별로 없이 하루종일 저 넓은 들판만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그저 정지된 화면처럼 보이는 이 곳에서
그래서 조그마한 움직임이라도 있으면 그토록 빨리 눈치채는 것일까?

 

우리는 통 찾을 수 없는데
자료를 읽고 있는 우리를 불러서까지
벌판에서 노닐고 있는 동물을 보란다.
저기 있지 않냐고...
너희들은 보이지 않냐고...
저 녀석이 지금 오른쪽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창문에다 얼굴을 바짝 붙이고 손가락이 가르키는 곳을 헤매어보지만
내 눈에는 그저 모래먼지 날리는 황량한 벌판과 드문드문 보이는 덤불뿐이다.
다른 쪽도 가리킨다.
저기도 한 마리 있다고...
거기도 우리 눈에는 아무것도 없다.


하루종일 저 밖만 쳐다 보고 있어서
이 사람의 눈에는 찾아오는 반가운 손님이 금방 눈에 띄는 걸까?

 

 

<꿩 대신 닭이라도.   El Calderon Area>
인공위성에서 뉴멕시코주의 사진을 찍으면

 엘 말파이스는 그란츠 주변으로 거대한 호수가 하나 있는 것 처럼 검게 찍혀 나온다고 한다.
마치 거대한 하나의 호수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곳은 화산폭발로 용암이 흘러내린 지역, 산과 산맥들, 그리고 넓게 펼쳐진 메사(mesa)지역으로 다양한데 말이다.

El Malpais가 스페인어로는 'The Badlands'라는 뜻이다.
10만 헥타르가 넘는 땅에 용암동굴도 있고, 용암이 흘러내려 주변이 온통 시커먼 암석으로 둘러싸인 곳도 있고
이제 그 위로 풀들이 자라는 넓게 펼쳐진 분지도 있고
그 주변으로는 절벽같이 높은 산들이 줄지어 있는 곳이니
위성사진으로는 높은 산맥들 한 가운데 호수가 있는 것 처럼 찍히나 보다.

 

그동안 우리가 상상해 왔던 미국은 디즈니랜드, 허리우드, 뉴욕, 워싱턴과 같은 번쩍번쩍한 도시 아니면
그랜드캐년, 록키산맥과 같은 광활한 산맥 지형, 아니면 모하브 사막과 같은 사막 같은 곳이었다.
그런데 예상외로 미국에도 화산 지형을 많이 만난다.
여기 El Malpais에도 화산이 폭발했고,
그 때 용암이 지나가면서 만들어진 용암 동굴도 있다고 했다.
장장 17마일(27Km)나 되는 거대한 동굴, Big Tubes를 탐험하고 싶었다.

굳이 가이드 투어를 하지 않아도 된다길래,

마음을 다져먹고 입구에 있는 또 다른 비지터 센터를 찾았는데...


장비가 없으면 안된단다.
광산에 들어갈때 쓰는 모자도 있어야 하고, 보호 장비가 달려있는 옷도 입어야 하고,
장갑, 여분의 랜턴, 신발...
아무것도 없이 몸만 덜렁 나타난 우리더러 아예 말아란다.
그래도 한번 떼를 써보려고 하는데
우리 차를 보더니만 얼른 없단다.
4륜 구동 아니면 비포장도로 진흙길에 푹빠져 오도가도 못한단다.

자신이 직접 찍었다는 진흙탕에 빠진 승용차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안된다고 한다.

 

번쩍 번쩍 빛나고 복잡한 도시들도 봤고, 거대한 협곡들도 보았고,
사막 한가운데 솟아오른 붉은 바위덩어리들도 이미 거친 우리들이
미국에서 이제 새로운 건 용암이 흘러간  동굴인데...


애써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비지터 센터의 스텝은 다른 동굴을 권한다.
Big Tubes보다는 작지만

그래도 하늘로 뚫려있는 화산 구멍도 있고  세상으로 향하는 창문도 있는 동굴이 하나 있다고...

 

그렇게 찾은 곳이 El Calderon 지역이다.

 

Junction Cave, Bat Cave... El Calderon Loop Trail
안내판이 나타난다.
ㅋㅎㅎ 

 

Junction Cave 입구다.
우리도 드디어 화산 동굴로 들어가볼까?

 

우리가 기억하는 용암동굴은 제주도의 만장동굴이다.
뜨거운 용암이 흘러내리면서 주변을 다 녹여버려 맨듯한 벽면의 만장굴.
그런데 여기는 뜨거운 용암이 지나간 곳은 아닌갑다.
용암이 터져나오면서 거대한 바위들이 깨부수어지면서 사방으로 튕겨나온 듯한...
모두들 검은 바위이기는 하다.

 

얼마나 걸었을까나?
쬐금 걸어온 것 같은데?
벌써 하늘 구멍이 보인다.
여기가 끝인가?

 

금세 하늘로 열린 창으로 나온다.
애계~~~

 

방금 기어올라온 동굴 내부를 다시 돌아다본다.
꿩 대신 닭이라도 한번 둘러볼까 하고 들어온 동굴인데,
이건 닭도 안되고 메추리 수준이다.
ㅋㅋ

 

ㅋㅎㅎ
할 수 없지 뭐.
El Calderon Loop 길이나 걷자.
3마일이라고 했으니, 뭐 4.8Km 정도 산책이나 하지 뭐.

 

산들바람이 분다.
들판 가득 강아지 풀이 나풀거린다.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나풀거린다.

 

강아지 풀 사이를 걷는 기분도 좋은 걸? 

 

....... 

 

.......

 

........

 

박쥐 보호한다고 들어가보지도 못하게 해놓은 Bat Cave는 그냥 지나쳐야 했고

 

한들한들 강아지풀 숲을 지나니,

검은 화산재 가운데서도 씩씩하게 자라서...이제 조그마한 나무들이 숲을 이루었다.

 

Loop의 반환지점에 있다는 Cinder Corn(화산이 팡 하고 터진 지점?)도 그냥 그렇다.
그냥 좋은 산책길을 둘이서 오손도손 걸으라고 권했나보다.

 

미국 자연의 또 다른 모습, 화산 지형을 보러 들어와서
그냥 풀 숲만 거닐다 간다.

 

 

< 용암이 흘러 내린 땅, Lava Fall Area >
오늘은 Lava Fall 트레일이다.
화산이 폭발하여 지표면 밖으로 용암이 흘러내린 땅이다.
수천년전에 화산이 폭발한 지형에서 세월이 지나면 어떻게 다시 동식물들이 적응해서 살아가는 가를 보여주고 있는 땅이다.

 

트레일을 시작하기 전에 우선 쉼터로 만들어놓은 곳에서 점심을 까먹는다.
반찬이라고는 김치에 오징어 무침, 그리고 무우말랭이, 김 자반이지만
왕후의 점심식사다.
대한민국 사람은 역시 밥심이다.

 

화산지형이라는 게 여실히 드러나는 바람구멍 숭숭 바위.

  

 

 

 

 

 

 

고작 1.1마일. 1.7Km를 조금 넘는다.
준비운동 수준이다.
그런데 이 시커먼 바위 어디가 길 인줄 알고 걸어가지?
으응~~~ 중간 중간에 돌무더기가 놓여있나 보다.
이런 걸 cairn이라고 하는가보지?
새로운 단어 하나 배웠다.  

 

 

 

아주 적절한 시점 중간 중간에 돌무더기들이 놓여있다.
자연 속에 자연을 이용한 아주 괜찮은 이정표다.

 

저기 또 돌무더기.
찢기고 갈라진 시커멓기만 한 용암 사이를 걱정없이 걸어가도록 만들어 두었다.

 

얼마나 뜨거운 용암이 흘려 내렸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바위들이다.
바위에 물결 무늬가 새겨져 있다.

 

그 사이사이 바위들이 쩍쩍 갈라져 있는 모습들도 보이고.

 

아이슬란드에서 화산 분출 비디오를 봤을 때
바위 틈으로 용암이 픽픽 터져 나오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다 식은 바위 사이에 마치 빙하의 크레바스처럼 쩍 벌어진 깊은 틈들을 보면서
비디오의 그 장면이 확실하게 이해가 된다.

 

아~~ 그래서 날카로운 용암(Sharp Lava)라고 표현했구나.
날카로운 용암이 부드러운 사암과 만난 곳이 El Malpais라고 했다.
콜로라도 고원을 중심으로 한 미국 중부지역에 가득한 사암지역에
날카로운 화산이 터진 곳, 이 곳이 엘 말파이스다.

 

검은 바위들 틈새로 자라고 있는 녹색의 생명들.
지금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야생동물들도 있다고 했다.
참으로 경이로운 생명들이다.
아니 세월이 만들어놓은 기적들이다.

 

돌무더기를 따라 따라 들어간 길.
이제는 끝이다.
저 너머에는 어떤 것이 펼쳐져 있을까?
검은 바위 절벽 너머로는 다가갈 수 없다.
돌무더기가 더 없어서... 이정표가 없어서...

 

이제 다시 돌아나온다.

 

미국.
참 크다.
정말 넓다.
진짜 대단한 자연이다. 

 

 

< 자연이 만들어 놓은 아치와 사암 절벽에 서서 > 

화산 지형을 보고 돌아나오는 길에 자연이 만들어 놓은 거대한 아치를 만난다.
미국 바람들은 참 할 일도 많다.
바위들마다 구멍을 뚫어야 하니...
그것도 작은 구멍도 아니고 엄청나게 큰 구멍이니...

 

하기야 이게 물론 바람 혼자 한 일은 아니겠지?
그 속에 살아가고 있는 박테리아와 물과 눈도 같이 한 세월의 작품이겠지만...

 

엘 말파이스 지역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바위 절벽들.

 

차를 몰고 그 꼭대기까지 올라가본다.
Sandstone Bluffs Overlook이다 .
경치가 좋은 사암 절벽이라는 뜻이겠지.

 

저 아래로 넓게 펼쳐진 초원이 보인다.

여기 저기에 화산이 폭발하면서 남긴 검은 바위들도  보인다.
이 곳에는 아주 오래전 부터 사람이 살았었단다.
Zuni 족, Acoma 족이 이땅의 주인이었단다.
한때는 사람들이 살았던 땅,
각각의 부족들이 생필품을 서로 바꾸기 위해 걸어가던 길을 Zuni Trail이라고 해서
지금도 저 초원의 중간을 가로지르는 트레일이 있다.

 

앗!!!
그 초원을 가로지르는 산양들.
어제 만난 비지터 센터의 그 직원처럼
우리도 아무것도 없는 듯한, 아무 움직임도 없는 듯한
황량한 초원에서 생명체의 움직임을 포착해내는 기민함을 얻었다.
이 높은 꼭대기에서
저 넓은 초원에서...

 

여행을 많이 하다보니 별 재주를 다 얻는다.
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