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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7 햇살이 춤추는 땅, 산타페(Santa Fe)

프리 김앤리 2010. 11. 2. 17:36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하여
네바다주, 아리조나주를 거쳐 콜로라도 주를 잠시 들렀다가 이제는 뉴멕시코주로 들어간다.

 

그동안의 여행은 각각 하나의 색깔이었다.
온통 초록이었던 요세미티 국립공원, 희고 회색의 무채색만 가득하던 데스밸리,
대자연의 감동이 큰 덩치 통째로 전해져 오던 그랜드캐년, 볼케이노 지역의 검은 땅 검은 바위들,
붉은 빛깔의 바위로 우리를 완전 붉게 물들였던 대자연의 협곡들.
온통 흰색이거나 온통 초록색, 혹은 온통 붉은 색... 하나의 색깔로 우리를 휘어잡았다.
우리는 가는 곳곳마다 그들이 내어뿜는 독특한 하나의 색깔에 취했다.

 

그러나 이제 막 들어온 산타페(Santa Fe).
들어서는 순간부터 가슴이 뛴다.
그동안의 다른 곳들과는 달리 여기 산타페의 색깔은 가지가지다.
서로 다른 색깔들이 한껏 어울려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산타페로 간다.

 

 

<산타페의 색깔> 

처음 만나는 산타페의 색깔은 고추의 새빨간 색이다.
집집마다, 가게 입구마다 달아놓은 고추 다발은 매운 향기와 함께 낯선 여행자의 눈길을 끈다.
매운 음식에 대한 고향에 대한 아득한 그리움을 만들어내는 색깔이다.  

 

산타페의 가장 유명한 색깔은 흙빛이다.
도시 전체가 흙과 물과 짚을 섞어 만든 아도비(Adobe) 양식의 건축물들이다.

 

산타페의 또 다른 색깔은 푸른 하늘빛이다.
일년 중 300일 이상을 맑은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 축복받은 땅.
고개만 들면 푸른 하늘이 머리 위에서 빛난다.
그래서 그런지 여기 사람들은 아도비 건축물에 푸른 문, 푸른 창문을 유독 많이 달아놓았다.
흙색 담에 푸른 색 문, 절묘한 아름다움이다.

 

산타페는 또 '멕시코'의 빛깔을 담아낸다.
산타페의 중앙광장에서 사람을 잡아끄는 냄새의 주인공은 화이타(Fajitas).
닭고기나 소고기 바베큐에 살사소스를 얹어주는 화이타.
멕시코 소깔로 광장에서 맛보았던 타코스(Tacos)와 같은 맛이다.
이 곳에 예전에는 멕시코 땅이었음을 떠올리게 하는 색깔이다.

 

성당 입구에 있는 동상도 백인이 아니라 멕시코 여인과 같은 모습을 가진 곳,
그 곳이 산타페다.

 

또 이 곳은 예전에 스페인의 점령지였던 곳이기도 하다.
세계 어느 곳이든지 스페인풍이 남아있는 곳에서 반드시 발견하게 되는 중앙 광장(Plaza).
산타페에서 발견하는 또다른 색깔은 '스페인'이다. 

 

여러가지 색깔이 서로 어울려 아주 매력적인 색깔을 띄는 산타페.
멕시코의 색깔과 스페인의 색깔이 보태지기 이전 부터 가지고 있던 것은 '인디언의 색깔'이었다.
이 땅의 주인으로 살고 있었던 사람들, 인디언.
이들의 향기와 문화의 색깔을 간직한 곳이다. 

 

지금은 비록 구 총독관저 앞에서 귀걸이, 목걸이, 팔찌를 팔고 있는
노점상으로 전락(?)했지만
산타페의 중요한 빛깔은 바로 인디언의 몫이다.

이 모습은 미국이 만들어낸 색깔이기도 하겠지.
인디언과 멕시코, 스페인과 미국까지... 오랜 시간동안 다양한 나라, 다양한 민족의 색깔을
한꺼번에 다 섞어놓은 곳이 바로 산타페다.

 

미국에서 가장 매력적인 도시라고 불리우는 산타페의 가장 중요한 색깔은 바로 '예술'이다.
주민의 50%가 예술가라고 말할 정도로
수많은 조각품과, 회화, 귀금속 공예...
예술의 향기가 온 도시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이 아니더라도,
잘 차려놓은 갤러리의 예술 작품들이 아니더라도
산타페의 거리 곳곳은 예술 작품들의 향취가 넘쳐나는 곳이었다.

 

우리가 산타페를 찾은 시점은 이제 늦은 가을의 어느 날.
노랗고 빨갛게 물든 도시의 가로수 마저
다양한 색깔이 멋드러지게 어우러진 산타페의 한 일부가 되어 있었다.

 
이틀 내내 산타페의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동안 대자연 속에서 만들어진 너른 품성으로 매혹의 도시 산타페를 돌아다녔다.
흙빛을 담아낸 아도비 건축물들과 
예술의 향취가 묻어나는 예술가들의 마당과 그 속 구석구석을...
 

 

<흙을 빚어 만든 아도비 건축물>

 아도비(Adobe) 건축물은 원래부터 이 지녁에서 살고 있던 네이티브 인디언들이 만들던 건축양식이다.
흙과 짚을 섞고 물을 부어 만든 벽돌을 쌓아 올린 집이다.
집의 형태를 다 만들고 나면 그 외벽에 다시 짚은 섞은 흙을 덧발라 외부를 마감한다.
천정을 아주 높게 만든 흙집이어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지금 산타페내에서는 아도비 양식 건축물이 아니면 허가가 나지 않아서
도시 전체가 하나의 통일된 느낌, 예술적인 분위기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흙집이어서 그런지 모난 모서리가 없다.
모두들 둥글둥글.

 

 

 

파란 하늘과 아주 잘 어울리는 흙집.

베란다에 빨간 고추를 매달아놓은 집도 있고, 빨간 나무를 키우는 집도 있다.

파란 창문틀, 흰 창문틀도 보인다.

아름다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산타페 사람들의 미적 감각이 돋보인다.

 

 

 

 

저녁 노을을 받은 아도비 건축물들.

붉은 빛에 노란 저녁 햇살이 빛난다.

 

 

 

<흙집과 그들의 벽>
산타페에는 유난히 예쁜 창문틀이 많이 보인다.
멋진 문들이 많이 보인다.
흙색과 파란색, 흙벽과 흰색, 노란색, 빨간 색...색깔의 조화때문이다.

색깔의 대비때문이다.

밖이라고 해서, 집 가게 담이라고 해서 이들은 가만 두지 않는다.
무언가로 꾸며놓았다.
건물 외벽을 구경하는 것만 해도 신나는 산타페였다.  

 

 

 

 

 

 

 

 

 

 

 

 

<예술가들의 앞 마당>

산타페 주민의 50%는 예술가라고 했다.
미국의 3대 미술시장 중의 하나가 산타페라고 했다.
뉴멕시코주의 햇살에, 산타페의 강렬한 햇살에 반한 예술가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어
이제는 예술가들이 터를 잡고 살아가는 갤러리 거리까지 생겨났다.
중심 광장 Plaza에서 20분쯤 걸어가면 나오는 Canyon Road 가 바로 그 곳이다.
미술품을 만드는 것은 예술가들의 몫, 사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겠지만
가난한 배낭여행자는 그저 구경하는 몫을 담당하기로 한다.
갤러리 내부도 그렇지만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갤러리들의 마당이었다.
마당조차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다.

  

 

 

 

 

 

 

 

 

 

 

 

 

<개념있는 가게>
각자의 개성을 다 가지고 있었다.
어디는 괴팍스런 해골을 주제로 한 가게도 있었고,
어디는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이것 저것을 만들어 놓은 곳도 있었다.
또 어디는 인디언 풍을 기본으로 담고 있었고,
또 어디는 짚시풍, 어디는 티벳, 네팔 풍이 있었다.
그런건 사실 어느 도시엘 가나, 어느 가게에 가나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런데 이 가게가 우리의 눈에 띈 건 그들이 그들의 상품에 담고자 하는 의식때문이었다.
가게 구석구석, 상품 하나하나에 이곳은 반전을 이야기 하고 있었고 평화를 말하고 있었다.
우리는 서슴없이 이 가게를 개념있는 가게라 불렀다.

 

'전쟁이 해답은 아니다'
가게 입구에 걸려있던 메세지.

 

'Do you keep hearing crazy voices?
 Turn Off FOX NEWS'
 
FOX NEWS라면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방송국이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
아이고 지금은 빼놓을게 하나도 없네...
언론으로 치자면 우리나라의 조중동 짝이다.
그러니까 '조중동 안보기' 'TV 뉴스 안보고 안듣기' 하고 똑같은 운동인거다.
그걸 가게 한쪽 구석에 커다랗게 붙여 두었다.
소수자에 대한 관심도 있고, 반전 운동에 관한 것도 있다. 

 

환경문제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가게 내에는 단순히 이런 선전 벽보나 개념 문구만 붙여 놓은 것이 아니라
T 셔츠의 그림도 환경을 위해 자전거를 타고다니자며 자전거를 그려 놓았고,
함께 사는 세상이라고 자전거의 바퀴를 서로 물리도록 그려놓기도 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세상 속으로 걸어들어간다'라는 멋진 문구와 함께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당찬 여성의 그림도 눈에 띈다. 

 

우리가 들어간 그 순간에도
가게 주인은 PEACE라는 팻말 옆에 이라크전  관련 사진을 붙이는 일을 하고 있었다.

 

이쁜 산타페를 만난 것도 큰 즐거움이었지만
개념있는 산타페를 만난 것도 보물찾은 심정이었다.

 

 

<햇살이 춤추는 땅, 산타페> 

 

예술의 도시, 산타페.

 

밝고 아름다운 산타페

 

흙집과 선명한 색깔이 살아있는 산타페.

 

산타페란 스페인어로 '성스러운 언덕'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성스러운 언덕이라는 의미보다
원래 이 곳에 살던 네이티브 아메리칸들이 불렀다는 '햇살이 춤추는 땅'이 훨씬 더 어울리는 곳이었다.

우리도 그렇게 부르고 싶다.
'햇살이 춤추는 산타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