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20101023 로또? 떨어지기만 하고...Page에서

프리 김앤리 2010. 10. 30. 15:38

 

  큰 돌 하나, 중간 돌 몇개, 작은 자갈들, 그리고 모래 한 사발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넣을 수 있는 항아리 하나.

  질문이 던져졌다.

  항아리에 이 모든 것들을 다 집어넣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당연히 가장 큰 돌을 먼저 넣고 그 사이 사이에 중간 돌을 넣고,

  다음은 작은 자갈을 사이사이에 끼어넣고 , 그 다음 모래를 그 위에 부어넣으면 될 것이다.

  상황 끝?

  질문자는 다시 묻는다.

  왜 이런 실험을 하게 했을까?

  ...

  어떤 일을 할때 일의 순서라는 거였다.

  가장 큰 돌을 먼저 넣지 않고 모래를 밑으로 깔고, 작은 자갈, 중간 돌을 넣었더라면?

  중간 돌을 먼저 넣어 버린다면?

  제일 큰 돌은 결국 그 항아리안에 완전히 다 들어가지 않고 삐쭉 위가 솟아오르거나

  아니면 아예 집어넣지 못하는 수도 있을 것이다.

  ...

  이 실험을 하게 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당신이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을 먼저 하지 않고, 다른 주변의 것들에 정신이 팔린다면

  결국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칠 수도 있다.

 

몇년 전에 읽었던 책의 한 내용이다.

공부를 하지 않고 다른 잡일(?)에 정신을 팔고 있는 아이들에게 한번씩 들려줬던 이야기다.
수업시간에 졸고 있는 아이들에게 잠깨는 용으로 써먹었던 적도 있는 것 같다.
물론 나의 십팔번, 넓은 세상 여행이야기의 밑천이 딸렸던 적일게다.

살아가면서 중요한 일을 가장 먼저 해야하는 것.
어른이 되면서는 다른 것들을 다 제칠만큼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때론 헷갈리기도 하지만
공부를 해야하는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이란 확실했으니까
망설이지 않고 이 책 이야기를 들려줬던 것 같다.

 

이번 미국 여행에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여정은 '그랜드캐년 속으로 걸어가기' 였다.
결코 짧지만은 않은 32박 33일의 여행의 일정을 짜면서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볼까? 아니면 그 반대방향으로?
우왕좌왕 왔다갔다 하면서도
그랜드캐년을 집어 넣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었다.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방향에 따라 일정을 잡다보면 그랜드캐년이 뒤로 밀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다가 결국 시간이 안되거나, 혹시 다시 아프거나, 날씨가 안 좋거나...
여러가지 변수때문에 그랜드캐년에 내려가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없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큰 돌은 못 넣고 모래나 작은 자갈만 한 사발 채워넣고 발만 동동 구를 수도 있는 일이었다.

여행 방향이 이리저리 돌아가더라도, 좀 효율적이지 못하더라도
그랜드캐년을 중심에 놓고 일정을 짰다.
그리고 성공했다.
ㅋㅋ

그랜드캐년을 다녀오고 나니 모든 게 편해졌다.
이제 편안하게 가자.
좀 못보면 어때? 좀 돌아가면 어때?

 

그랜드캐년 서쪽 출입구에서 2시간여를 달려간 곳에 있는 Page에서 사흘동안이나 머물면서 느지락느지락 거렸다.

 


<호수 리조트, 그렌 캐년  Glen Canyon > 

 

페이지를 찾아간 이유는 전 세계 사진기자들의 성지라고 불리우는 엔텔롭에 가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페이지에도 이것 저것이 많다.
어차피 엔텔롭은 나바호 부족들이 보호하는 구역이라 개인이 들어갈 수도 없어
투어 신청해놓고 페이지 근처의 이곳 저곳을 기웃거렸다.

 

페이지는  또 다른 캐년, 그렌 캐년(Glen Canyon National Recreation Area)의 본거지다.
그랜드캐년을 가로지르는 콜로라도 강의 상류에 포웰 호수(Lake Powell)라고 멋진 곳도 있다.
에너지도 얻고, 물 공급도 원활하게 만드는 그렌 캐년의 댐은  포웰 호수를 중심으로
낚시, 보트, 수상스키, 수영등 미국인들에 아주 멋진 물놀이터를 만든 결과도 되었단다.
아무 것도 몰랐던 우리에게 이건 또 웬 떡?

 

우리 숙소에서 10분만 가면 포웰 호수에 닿는다.
댐 공사로 절경들이 물 위에 그림자까지 만들면서 우리를 맞는다.

 

콜로라도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아래로는
시뻘건 지층들이 드러나고...

 

Wahweap point에는 보트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우리는 물론 차를 몰고 왔지만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눈에 아주 많이 뜨인다.
그리고 유럽에서 온 단체 관광객을 실은 대형 버스들이 연방 주변 호텔들로 들어선다.

 

그 수상 스키 한번 시원하고...

 

가만 생각해보니까 여기도 '나바호 인디언 보호구역'이다.
지난 번 우리를 그렇게 감동시켰던 '모뉴먼트 밸리'가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모뉴먼트 밸리는 황량한 넓은 벌판에 거대한 붉은 암석들이 불쑥 불쑥 솟아있는 곳이었는데
이곳도 그에 못지 않다.
사방 천지가 모뉴먼트들이다.
거기는 모뉴먼트들이 밸리를 이룬 곳이라면
이 곳은 모뉴먼트들이 강을 따라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여기도 모뉴먼트... 저기도 모뉴먼트...

 

하루 종일 붉은 바위들에 취한다.
노을진 붉은 바위들에 흐느적흐느적 취한다. 

 

이렇게 강 위에 홀로 외로이 떠 있는 바위에도 취하고...
이 녀석은 혼자 외로이 떠 있어서 'Lone Rock'란다.

 

 

<그랜드캐년의 또 한 귀퉁이에서> 

페이지는 그랜드캐년의 노스림으로 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10월 중순이면 노스림은 통행이 금지된다는데 꼭 노스림까지는 못 가더라도
그 귀퉁이까지라도 한번 가볼까?
하루는 그랜드캐년 귀퉁이의 협곡들을 보러 길을 나섰다.

 

서부 영화에 많이 나왔던 경치란다.
서부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나에 비해, 남편은 이 곳에서 서부영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나는 서부영화하면 순전히 총잡이들만 나와서 말도 안되는 싸움을 하는것 처럼 보이기만 하더만...
무슨 대단한 정의감과 사명감이 있는 것 처럼 총질만 해대는 것 같아서 싫더니만...
남편의 자신의 10대를 사로잡았던 서부영화가 기억나나 보다. 
 

에코 클립(Echo Cliffs), 버밀리안 클립(Vermillion Cliffs), 마블 캐년(Marble Canyon)...
별의 별 이름들이 등장한다.
내 눈엔 여전한 거대한 붉은 바위들이다.

 

아무 것도 없을 듯한 협곡의 길 위에 그래도 사람들이 있다.
하루에 몇명이나 들를까?
그래도 뭔가를 내놓고 팔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목걸이, 귀걸이등 인디언들이 만들어 팔고 있는 것들이다.
꼭 팔지 않아도 되는 듯...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도 되는 듯...
그저 이 붉은 협곡의 일부가 된 듯한 사람들이 전을 펼치고 있다.

 

우리도 그랬지만 몇 안되는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 펼쳐놓은 전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들 옆에 있는 이상하게 생긴 바위들에 관심이 더 많을 뿐.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형형색색의 거대한 바위들,
그 바위들이 만들어내는 협곡,
아주 한 귀퉁이의 협곡조차 빛나는 그랜드캐년.
우리는 그들에게 취한다.

 


<휘돌아가는 콜로라도 강, 홀스슈 밴드 Horseshoe Bend> 

페이지에서 89번 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15분 정도만 가면 끝내주는 곳이 나온다.
홀스슈 밴드다.
콜로라도 강이 완전히 한 바퀴 휘돌아가는 곳이다.
그 모양이 말 발굽처럼 생겼다 하여 이름을 홀스슈 밴드라고 부른다.
천길 낭떠러지 아래로 시퍼런 콜로라도 강이 휘돌아 흐르는 곳이다.  

 

가파른 절벽이 너무 무서워 벌벌 떨며 땅바닥에 엎드려 본다.
흰 점 처럼 박혀 있는 강 위의 보트.
조금 아래 있는 Lee Ferry에서 배를 타고 왔나 보다.

 

한 용감한 여자가 절벽 끝으로 내려서더니 남자친구에게 사진을 찍으라며 폼을 잡는다.
여자는 웃고 있는데 오히려 남자가 벌벌 떤다.
남편은 그 여자의 폼과 뒷 배경이 너무 멋지다며 나보고도 한번 해보란다.
우~쒸~ 나는 겁나는데...
DSLR 카메라만 아니면 내가 찍겠다고 당신이 폼 잡아보라고 해보고 싶구만
그 놈의 DSLR인지 뭔지는 카메라 찍기에서 나를 완전히 바보로 만들어버렸으니
내가 소품이 될 밖에...
아까 그 여자처럼 당당하게 웃고 있지 못하고
손과 팔에 힘을 꽉 줘서 몸의 무게 중심을 앞으로 당기는 구부정한 자세밖에 못 만들겠다.
웃는다고 웃어도 저건 진정한 웃음이 아니야~~~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이야~~~

 

호주머니에 뭔가를 차고, 렌즈도 길다란 것이 무슨 전문가가 되는 것 같지만
이 사람들도 홀스슈 밴드에서의 무게중심은 모두가 절벽 아래가 아니라 땅 쪽이다.
ㅋㅋ
나만 무서웠던 게 아닌가벼...

 

어쭈? 이 여자는 제법 간이 큰 것 같은디?
꼼짝않고 한참동안이나 끄트머리에 앉아 있는데???
덕분에 여러 사진사들의 모델이 되어줬다는...

 

이 사람들처럼 아예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서 이 풍광을 감상하는 것도 괜찮을 터.

 

홀스슈 밴드는 차를 파킹하고 1.6Km는 걸어가야 한다.
퍽퍽 빠지는 붉은 모래밭을 지나야 한다.
멀리서 보면 그저 중간에 뭔가 푹 빠져 있는 듯한 모습 뿐.

 

더 멀리서 보면 도대체 저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감도 잘 안잡히는...
 

가까이 가서 보면 주변의 암석들이 모두 사암들이다.
바람만 불면 깍여서 모래가루로 부서질 것 같은...

 

여기서도 우리는 붉은 바위에, 검붉은 사암에, 부드러운 붉은모래에 또 취하다 돌아간다.

 

 

<로또는 무슨...  파리아 플라튜 Paria Plateau>  

"아니? 여기가 워디여?"


페이지에서 숙소로 정한 Travelodge에서 체크인을 하는 동안 로비에서 이것 저것 살펴보다가 발견한 엽서사진이다.
페이지의 목표는 엔텔롭이었는데
로비에 전시되어 있는 엽서에는 그보다 더 우리 눈을 사로잡는 경치가 있었다.

생판 처음 보는 풍경.


"여기가 워디여?"

숙소의 메니저 버락(버락 오바마와 이름이 같다고 어찌나 뻐기시는지...)은
거기가 바로 유명한 Paria 지역이란다.
Vermillion Cliffs National Monuments 안에 있는 거라나?
"어떻게 가냐?"
무슨 설명이 구구절절하다.
내일 아침 일찍 저기 가서 등록을 해야하고, 재수가 좋으면 내일 가볼수도 있고, 아니면 다음날 갈수도 있고,
하루에 10명인가 20명인가 밖에 못들어가고, 어쩌고 저쩌고...
여기서 30마일은 가야 등록하는 곳이 나오고... 어쩌고 저쩌고...

 

뭣이 이렇게 복잡하냐?
하여튼 내일 거길 가서 등록부터 하라는 말이지?

 

10시쯤 도착했다.
이름도 우습지, 무슨 컨텍 스테이션씩이나...
건방을 떨며 문을 열고 들어섰는데, 국립공원 레인져 복장을 한 여자가 웃지도 않고 우리를 맞는다.


 "버밀리언인가 뭔가... 파리안가 뭔가... 거기 가려고 하는데..."
이것 저것 말을 막 시작하려고 하는데 말 허리를 딱 자른다.


 "내일 아침 8시45분까지 이 곳으로 와라. 그러면 너 모레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뭐?"
 "내일 아침 8시 45분이다. 시간 지켜라."
 "아니 내가 듣기로는 오늘 여기서 등록하고 그러면 내일 가면 된다던데..."
우물쭈물.

 

 "No. 내일 와서도 될지 안될지 모른다."
뭐야 이거? 설명도 제대로 안해주고... 무조건 내일 오라고만 하니...

 

 "아니 지금 우리가 여행중이라... 여기를 어제 처음 들어서... 아무 것도 모르고...
  어떤 곳인지 설명이라도 좀...  어떻게 가는지를 전혀 모르니... 갈만한 곳인지... 트레킹을 한다는 말인지...
  가이드를 대동하고 같이 들어간다는 건지... "
우왕좌왕 이것 저것 마구 허둥댄다.
얼굴에 웃음 한 조각 없는 이 매몰찬 여자 앞에서 말을 하려고 하니
단어도 생각 안나고 혀는 마구 꼬이고 더듬더듬이다.

 

 "너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나는 모르겠다. 내일 아침 오라니까?"
 "아니. 우리도 결정해야 한다니까? 내일 다시 와야 할지, 아니면 이거 안보고 포기하고 그냥 갈지.
  니가 조금이라도 설명을 해줘야 할 거 아냐?"
 "설명도 내일 해준다. 내일 아침에 오면 해준다. 8시 45분이다. 기억해라."

뭐야 이거? 지도 화가 나고 나도 화가 난다.


 "그러면 지금 등록하자. 등록은 지금 하면 안되냐? 내일 아침에 다시 올께."
 "안된다. 등록도 내일 아침에 해라."
우~~ 쒸~~

 

 "니가 말하는 8시 45분이라는 거 유타타임이냐? 아리조나 타임이냐? 나 지금 페이지에 있거등.
  페이지는 아리조나잖아?"
 "유타 타임 8시 45분!"
유타타임이라면 한시간을 더 당겨야 한다. 그렇다면 아리조나에서는 7시 45분이다.
7시 45분까지 여기 오려면 아침에 도대체 몇시에 일어나야 한단 말이야?
문을 쾅 닫고 나올때까지만 해도 더러바서 내일 아침에 내가 오나봐라 라며 버팅기고 나왔지만...

 

다음날 아침 우리는 첫 새벽에 밥을 먹고 다시 48Km를 팽하니 운전해서
유타타임으로 정확하게 8시 40분에 이 사무실을 다시 들어섰다.

 

어제는 아무도 없이 썰렁하더니만 이른 아침 사람들이 북적북적한다.
일단 이름 등록해놓고.
9시에 뽑기 하니까 기다리란다.
뽑기?
이건 또 무슨 소리.
오늘 등록하면 내일 간다는게 아니었어?


남편이랑 군시렁거리고 있는데 혹시 한국사람이냐며 물어오는 중년의 부부가 있다.
오홋!!! 넵!!! 우리 한국 사람이어요!!!
도대체 지금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예요?
우리는 파리안가 여기 어제 처음 알았거든요.

 

LA에 산다는 이 부부의 말이 우리를 질리게 만든다.  이거 완전 로또란다.
 여기는 하루에 딱 20명밖에 못들어 간다.
 인터넷으로 10명 뽑고, 현장에서 매일 그 전날 10명을 뽑는다.
 아침 9시만 되면 저 출입구 문도 다 잠그고 그 시간까지 등록한 사람들만 모아놓고 뽑기를 한다.
 지금은 그래도 비수기라서 사람이 좀 적다.
 여름에는 하루에 100명도 더 온다.
 인터넷으로는 1년전인가부터 예약을 받는데 하루에 만명도 더 신청한다.
쓱 둘러보니 오늘은 스물 대여섯명은 온 것 같다.

어제 저 여자가 그리 매몰찼던 게 조금 이해된다.

오늘 다시 온다고 당첨될지 안될지도 모르는데 설명은 무슨 설명, 너무 많이 와서 매일 뽑기까지 한다는데

느지막히 나타난 여자한테 친절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었으랴.

 

정각 9시가 되니 문을 닫고 온 팀마다 번호를 부르면서 구슬을 통 안에 집어넣는다.
팀으로 따진다면 12팀밖에 되지 않지만 한 팀이 두명도 있고 세명도 있다. 
물론 혼자 온 사람도 있고.
두구두구두구...
자, 그럼 시작합니다.
오늘 로또는 누가 당첨될까요?
첫번째 당첨팀. 11번. 네, 두명입니다.
이제 8명 남았습니다.
두구두구두구...
두번째 3번.
3번팀이 소리를 지른다. 앗싸!!!
네, 세명입니다.
이제 5명 남았습니다.
이거 보기보다 재미있다.
이른 아침 조그만 사무실에서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통 안에서 하나의 구슬이 나올때마다 환성을 지른다.
두명이 한조가 된 팀이 연달아 당첨되고.
(이 와중에 LA에서 오신 분은 당첨되셨다. 얼마나 소리를 질렀는지 마시고 있는 커피를 옷에다 쏟기까지...)
이제 9명은 결정되고 한 명분만 남았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거지?
잘 들으세요.
이제 한명밖에 안남았으니 두명 이상이신 팀이 당첨되면 결정을 해야 합니다. 누가 갈건지, 아니면 둘 다 포기하실런지...
두구두구두구...
8번, 당첨.
아!! 두명 팀이다.
포기한다.
두구두구두구...
6번!!!! 우리 번호다.
무슨 이런 재수가.
그렇다고 혼자 갈수는 없잖아.
"우리도 포기합니다."
결국 우리 다음으로 혼자 온 사람이 당첨되어 그날의 10명은 결정되었다.
당첨된 사람들은 싱글벙글.
LA에서 오신 부부는 내일 아침 다시 와서 시도해보란다.
오늘 떨어진 사람이 내일 다시 오면 구슬 두개를 준다면서, 그러면 확률이 더 높아지는 것 아니나며...

 

그렇게 우리는 그날 허빵을 치고 다시 50여Km를 되돌아 와야 했다.

 

지도상 요리 생긴 버밀리언 내셔널 파크.
그랜드캐년의 북쪽, 아리조나주와 유타주의 경계에 있는 곳이다.
하루에 20명밖에 못들어가도록 하다니...

 

페이지 시내 곳곳에 걸려 있는 이 곳의 사진은 결국 다음날 새벽, 다시 우리를 로또 뽑기장으로 데려다놨다.


오늘은 당첨되겠지.
구슬을 두개 준다니까...
허~~~
그런데 구슬 두개는 말짱 헛소문이다.
다음날도 우리는 구슬 한개만 배정받고 안절부절 기다렸지만
전날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더 낮은 확률끝에 또 떨어져 버렸다.

인터넷에서는 만명이라잖는가???
로또는 무슨...

 

사흘을 내리 연달아 100Km씩을 운전해서 달려왔지만
우리에게 로또의 행운은 없었다.
텅빈 가슴으로 밖을 나서니 앞선 산의 휑한 모뉴먼트만 눈에 들어온다.
우쒸~~~ 비나 내려버려라. 오늘도 내일도...

 

하기야 평생 한번도 로또복권을 사 본적이 없다.
혹시 당첨될까봐...
진짜다. 혹시 당첨될까봐.
혹시 로또 복권에 당첨이 되버려서
그 대신 내 평생 가질수 있는 다른 행운을, 다른 행복을 빼앗길까봐.

 

우리는 결국 버밀리언 파크에는 근처에도 못가고, 파리아 플래튜는  한번 쳐다도 못보고
페이지 주변에 있는 짝퉁 버밀리안 돌덩이들을 찍고 있었다.
이것도 물결 모양 아니냐며.
아마 파리아 플래튜는 이렇게 생겼을 것이라며, 꼭 이 짝퉁들 처럼 생겼을 것이라며...

 

짝퉁들이라도 찍을 수 있는 게 어쩌면 우리 인생의 진짜 로또라며.
우리 둘이 함께 건강하게 이렇게 오랫동안 여행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바로
진짜 멋진 로또에 당첨된 것이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