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2010 겨울 일본, 평화 도시 나가사키

프리 김앤리 2011. 1. 14. 00:51

 

 

 나가사키 : 일본 규슈지방의 북서부 도시

 

 이동 : 하카다역(후쿠오카역)에서 JR 특급 카모메 열차로 약 1시간 45분

 

 볼거리 : [데지마] 외국인 집단 거류지

             [메가네바시] 안경모양의 석교

             [오란다자카] 나가사키의 외국인 거류지 

             [평화공원] 원폭 투하 피해자의 넋을 위로하는 공원

             [오우라 성당]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

             [그라바엔] 영국 상인 토머스 글로버의 저택

             [메가네바시] 안경모양의 석교

             [공자묘] 공자를 모신 사당

             [가메야마사추] 사카모토 료마를 중심으로 한 일본 최초의 주식회사

             [료마토리] 료마의 전신상, 부츠상이 있는 거리.

            

  쇼  핑 : [간코도오리] 나가사키 최고의 중심가

 

  명  물 : 나가사키 짬뽕

             나가사키 카스테라

 

  교  통 : 시내 전차, 시내 버스, 도보

 

 

 

사카모토 료마에 흠뻑 빠진 채 우리의 나가사키 여행은 계속된다.

 

우선 나가사키의 외국인 거류지라는 데지마를 간다.

데지마는 에도시대 쇄국정책의 일환으로 개항 때 들어온 외국인들을 격리시키기 위해 나가사키 항에 만든 작은 인공섬이다.

일본인들에게 기독교의 전파를 막기 위해서였단다.

당시에는 오로지 다리 하나만이 육지와 연결된 유일한 출구로 민간인들의 출입은 엄격히 통제되었다고 한다.

이 곳에 살고 있던 네덜란드인과의 교류를 통해 서양의 과학을 연구하는 난학(네덜란드학)의 꽃이 피기 시작했다고.

 

서양인이 살았던 곳이라고 해도 일본식 건물 그대로다.

이른 아침부터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데지마 안을 거닐고 있다.

 

지금처럼 붐비지 않았을 몇백년전의 나가사키항에서 데지마는 항구 외곽에 위치한 외딴 섬이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현재의 데지마는 도심 한가운데 그저 유적처럼 남아있을 뿐이다.

 

공자를 모신 사당, 공자묘.

일본에서 만나는 '공자'.

묘한 느낌이다.

중국을 연상시카는 붉은 색 목조 건물에 새겨진 '인의예지신'.

공자의 사상 인의예지신, 일본에서 만나는 인의예지신,

그리고 학창시절 도덕시간에 단골 시험문제로 등장하던 한국의 인의예지신.

한중일 삼국이 인간의 덕목으로 같은 사상을 새겨왔다는 거다.

 

안경 모양의 아치형 돌다리, 메가네바시다.

나가사키에 있는 여러 석교 중 가장 오래된 석교다.

나가사키를 가로지르는 시내물 위로 햇살의 그림자가 비춰져 두개의 안경알. 앙증맞다.

 

낮의 메가네바시가 너무 예뻐 저녁에 다시 찾았다.

주변에 불빛이 어려 여전히 아름답기는 하지만, 그래도 안경 모양이 확연히 드러나는 낮의 메가네바시가 더 마음에 든다.

 

일본 최초의 성당이라는 오우라 성당.

성당엘 들어가는데 입장료를 받는다는 게 못마땅하다.

그것도 거금 300엔. 우리 돈으로 4천원이 넘는 돈이다.

드라마 료마전에서도 료마를 사랑한 게이샤가 드나들며 하느님 앞에서는 신분의 차별없이 모두가 평등하다는

진리를 배우며 삶의 희망을 얻던 곳으로 등장한다.

게이샤로 분장한 그 이쁘장하던 배우 얼굴만 떠올리고

입장료가 아까워 성당의 계단 끝단까지만 올라가보고 겉만 맴돌다 돌아선다.

 

아무리 입장료가 비싸도 영국상인 토머스 글로버의 저택 '구라바엔'에는 600엔이라는 거금을 내고 들어간다.

나가사키 항구가 다 내려다보이는 곳이라고 해서...

료마의 흔적을 전시해 놓은 곳이라고 해서...

료마의 고향친구 이와사키 야타로가 세운 미츠비시사의 도크 하우스가 있는 곳이라고 해서...

 

1860년대 스코틀랜드에서 건너온 글로버는 이 곳에 집을 짓고 회사를 차려 일본과의 무역을 시작한다.

꿈을 안고 멀리 대양의 파도를 넘어 일본까지 찾아온 이국의 상인들,

막부 타도의 야망을 불태우는 에도시대 말기의 지사들, 그리고 서양 학문에 뜻을 둔 젊은이들이

글로버의 주택을 드나들며 일본의 새로운 여명을 꿈꾸었다.

 

그러나 정작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글로버 저택이나, 아름답다는 정원보다는

정원에 세워져 있는 작곡가 푸치니의 동상이다.

나가사키를 배경으로 만든 세계적인 오페라 '나비부인'의 작곡, 푸치니.

해군사관이었던  미국인 '핀커톤'과 결혼하여 돌아오지 않는 그를

나가사키항의 넘실대는 파도를 보며 3년이나 기다려왔던 나비부인이

결국 그의 배신을 알고 자살한다는 슬픈 이야기.

미국인 작가 존 롱이  바로 이 곳, 구라바엔에 머물면서 일본인들의 삶을 직접 체험하며 소설을 썼고

이 소설을 바탕으로 푸치니가 오페라 '나비 부인'을 만든 것이다.

 

구라바 엔의 정원에는 오페라 나비부인의 서글픈 음악이 계속 흘러나온다.

그리고 나비부인을 연기해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린 미우라 다마키의 동상도 세워져 있었다.

 

 

배가 고프다.

나가사키의 명물을 맛봐야 할 시간이다.

식도락가들에게 널리 알려진 나가사키의 명물은 단연 나가사키 짬뽕과 카스테라.

 

메이지시대 나가사키에는 시카이루라는 중화요리점이 있었다.

마음씨 좋은  주인은 당시 어려운 형편의 동포 유학생들을 위해

인근 화교 식당에서 쓰다 남은 닭이나 돼지 뼈, 양배추를 한데 모아 국물을 우려내고 국수를 말아준데서

나가사키 짬뽕이 시작되었다. 일본 나가사키의 유명 요리지만 나가사키 차이나타운에서 시작된 명물이다. 

우리나라 짬뽕과는 달리 국물을 돼지뼈와  닭고기로 우려내 색깔이 말갛다.

다른 말로 하면 내게 있어서는 느끼한 맛이라고 할까?

추운 날 점심, 얼큰한 맛을 그리워하는 우리에게 그래서 느끼한 짬뽕은 탈락!

오리지널 서양식이다.

모양과 색깔, 폭신폭신한 느낌까지 우리동네 파리바게트 카스테라와 꼭 같다.

 

그렇다면 카스테라 맛은 볼까?

나가사키 카스테라는 나가사키에 전해져 오는 외래음식 중에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16세기 포르투갈과 교역할 당시  그 나라의 스펀지케잌 비법이 전수된 것이다.

다만 심각하게 달다는 게 흠.

빵만 해도 입이 쩍쩍 들러붙을 만큼 단데 바닥에는 설탕 덩어리까지...

단것이 위험한 내게는 이것 또한 그리 탐탁치는 않음!!!

 

결국 우리의 식탁은 소바정식과 덴부라 정식.

우하하하... 외국에서 먹는 포슬포슬 흰 쌀밥... 환상이다.

그리고 깔끔한 반찬들...

다만 섭섭한 것은... 자슥들이 반찬을 너무 작게 준다는 것이다.

다꽝을 주면서 새끼 다꽝 몇쪼가리가 뭐냐고...

통도 적게 시리... ㅋㅋ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통큰 **'가 이슈화 되고 있는데 말이야. ㅋㅋ

 

이제는 평화공원이다.

1945년 미국은 두번째의 원자폭탄을 일본의 나가사키에 떨어뜨렸다.

세계이차대전의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

사람을 죽이는 전쟁, 그리고 그 전쟁을 끝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다시 죽이는 원자폭탄.

잔인한 전쟁의 책임은 누구이며,

그 전쟁을 끝내자고 죄없는 사람들을 한꺼번에 몰살시킨 원자폭탄 투하의 책임은 또 누구에게 있는가?

 

그래서 이 공원의 이름은 '평화공원'이다.

전쟁의 반대말 '평화'.

 

나가사키에 앞서 첫번째 원자폭탄이 투하된 곳은 일본의 히로시마다.

거기에는 사다코라는 어린이가 살고 있었다.

어린 사다코는 원자폭탄의 폭발에도 살아남았지만 10년이 지나 방사능의 후유증으로 백혈병에 걸린다.

사다코는 병이 낫기를 기원하며 천 마리의 종이학을 접기 시작하지만 미처 천 마리를 다 접기 전에 숨을 거두고 만다.
이 안타까운 이야기는 수많은 사람들을 눈물짓게 했고 일본은 물론 전세계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그리고 어린 사다코의 죽음을 안타까워 하며 전국 각지에서 종이학을 보내오기 시작했다.

 

나가사키의 평화공원에도 '평화'를 원하는 많은 사람들이 매년 전국에서 보내온 수많은 종이학이 장식되어 있다. 

종이학은 원자폭탄을 떠올리게 하고, 종이학은 평화를 염원하는 상징이 된 것이다. 

평화와 비슷한 말, '종이학'.

 

사다코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캐나다 작가 앨리노 코어가 쓴 작품이다.

그러나 실제로 사다코는 죽기 전까지 1300마리의 종이학을 접었지만,

이야기의 감동을 주기 위해 644개만을 접은 채 숨진 것으로 각색했다고 알려져 있다.

 

평화가 흐르고 있는 나가사키.

평화로운 거리, 따뜻한 거리...

 

바닥이 훤히 드러나보이는 깨끗한 시냇물과 거기에서 노닐고 있는 잉어들.

팔뚝 굵기만한 잉어떼들이 살고 있는 시냇물과 그 위를 날으는 비둘기가 있는 나가사키에서

평화를 떠올릴 수 있는 순간이 고맙다.

 

한 겨울인데도 반팔 반바지를 입고 학교 운동장에서 체육을 하고 있는 건강한 아이들을 만날 수 있어 놀랍다.

이 아이들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세상...

나가사키의 평화다.

세상의 평화다.

 

나가사키에는 '하트 스톤의 전설'이 있다.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하트 모양의 돌을 만나거나 만지면 사랑이 이루어진단다.

구라바 주택 정원에도 몇개의 하트 스톤이 있었다.

나가사키를 흐르는 시냇물가에서도 하트 스톤을 만날수 있다. 

 

저기~~~ 저기~~~ 보이시는가?

삐쭉삐쭉 박아놓은 돌담 사이에 움푹 박혀있는 하트 모양의 돌.

나가사키에서 이루어지는 사랑은 무엇일까? 

 

나가사키에서의 사랑은 평화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는 평화다.

하트 모양의 돌을 발견하고는 소리까지 지르면서 다리 아래로 내려가 사진을 찍고 꺄르르 웃는 이 아이들에게

가져다 줄수 있는 평화로운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