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지금도 화산이 터지고 있다, 사쿠라지마. 2010 겨울 일본

프리 김앤리 2011. 1. 26. 06:09

 

일본 큐슈지방의 가장 남쪽 도시 가고시마엘 가면 바로 눈앞에 섬이 하나있다.

부산으로 치자면 마치 영도와 같은 위치다.

배만 타면 채 몇분 안걸려 도착하는 섬.

배삯이라고 해봐야 150엔 밖에 되지 않는...

일반 버스비보다도 더 싼...

사쿠라지마다.

 

그런데 사쿠라지마는 더 이상 섬이 아니다.

화산이 폭발하여 땅을 뚫고 올라온 용암이 산을 타고 흘러내려 바다를 메꿔버린 것이다.

100년이 다 된 이야기다.

 

그러나 사쿠라지마의 서쪽에 위치하고 있는 가고시마에서는

아직까지도 배를 타고 가야하는 곳이다.

그리고 사쿠라지마의 화산은 지금 이 순간에도 활동중이다.

 

 

사쿠라지마의 화산 폭발도.

1914년의 대규모 화산으로 사쿠라지마는 육지와 연결되었다.

 

작년 12월 어느 청명한 겨울 아침.

우리는 사쿠라지마로 가는 페리를 탔다.

 

페리항구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찾아간 온다케 화산.

지금도 화산이 터지고 있다고 해서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붉은 용암덩어리가 치솟는 것을

살짝 기대했는데... 역시 검은 화산구름이다.

그래도...

난생 처음 보는 장면이다.

이 순간에도 온다케 산은 활동하고 있다.

지구는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화산 활동 장면이 잘 보이는 이 곳에는

산을 바라보면서 관광객들이 주변을 돌아볼 수 있도록 산책길을 잘 만들어두었다.

그러나 바닥은 온통 화산재다.

여기 사람들은 야외에다 빨래를 널어놓을 수도 없단다.

잠시 순간만 지나도 화산재가 묻어나서...

 

놀라운 사실.

활동하고 있는 화산섬에 아직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사실.

과학이 많이 발달하여 화산 활동을 계속 체크하고 있어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는 안전하다고...

 

터널도 보인다.

"산책길에 제법 멋도 부려놨어, 그치?"

남편은 무식한 소리 하지 말란다.

이건 대피 시설이라고.

너무 많은 양의 화산재가 쏟아지거나 혹은 다른 무슨 화급한 일이 생겼을때

대피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ㅋㅋ

무식하기는.

그래도 '대피시설'을 보고 '멋'으로 생각하는 내가 좀 더 멋진 거 아닐까?

현실적이지는 못해도...

 

날리는 고운 화산재를 맞아가며 도로를 따라 걸어가는데

산 중간 중간에 용암이 흘러내리는 시설도 잘 만들어 두었다.

100여년 전에 아주 큰 폭발, 그리고 또 50여년 전 어느 순간에도 몹시 큰 폭발이 있었던 섬이니까

당연히 재난 대피시설을 잘 만들어두었겠지.

집집마다 대피소도 다 있단다.

 

바로 앞 바다는 너무나 평온해 보인다.

여행의 막바지라 무리하지 않으려다 보니 그냥 사쿠라지마 섬만 한바퀴 돌고 있다.

사실 여행의 초반이었다면 가고시마 현의 산을 한번 타는건데...

수천년 수령의 삼나무 숲이 있다는 야쿠시마의 미아노우라다케를 걸어보는 건데...

도보여행가 김남희의 책에서 격찬한 곳.

드라마 료마전에서 료마와 료가 같이 오르던 그 산에...

언제일지 모르는 다음을 기약한다.

 

화산섬이라서 섬 전체가 온천이란다.

바다가 바라보이는 곳에 천연 온천이라고 호기심이 발동해 찾아가 본 후루사또 온천.

철지난 바닷가 처럼 오늘은 아무도 찾은 이 없이 그저 쓸쓸하다.

아무도 없는 바닷가 온천.

저 혼자 물을 끓이고 있다.

새록새록 김만 피워 올리면서...

 

온천은 검은 모래찜질을 할 수 있다는 이브스키에서 하기로 하고,

페리 항구 바로 옆에 있는 족탕엘 간다.

졸졸 흐르는 온천.

단정하다.

 

어디다 발을 담궈볼까나...

 

도시락에 음료수에, 그리고 카셋트 테이프까지 장전해두고 음악을 듣는 할아버지 옆에 앉아서

발을 퉁퉁 불린다.

 

바다를 바라보며 , 바다 너머 가고시마를 바라보며 뜨거운 물에 발을 퉁퉁 불린다.

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