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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5 미국 여행의 마지막 도시, 샌프란시스코

프리 김앤리 2010. 12. 25. 01:00

모두 95일간의 미국여행, 이제 마지막 도시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미국 사람들도 가장 가보고 싶어한다는 도시, 사랑스러운 도시,  낭만의 도시 샌프란시스코.

 

제일 먼저 트윈픽스(Twin Peaks)에 올랐다.

피크라고 하지만 높이는 고작 270M 정도밖에 되지 않는 두개의 언덕이다.

그러나 그 곳엘 오르면 도시 전체가 환히 내려다 보인다.

고층빌딩의 샌프란시스코 시내 전경도, 금문교도, 베이브릿지도 모두 다 보인다.

넓고 푸른 태평양까지.

 

미국 여행중에 만난 많은 미국인들은 우리더러 샌프란시스코엘 꼭 가라고 했다.

저절로 노래가 흥얼거려진다면서, 도시에 들어서는 순간 기분이 좋아질거라면서.

그들중 아무도 우리에게 LA를 가보라고 하지는 않았다.

 

이 사진 한장만으로도 왜 그토록 많은 미국인들이 샌프란시스코를 노래했는지 알 것 같다. 

정갈하게 자리잡고 있는 사람들이 사는 집, 그리고 어느 곳을 둘러보아도 너른 품으로 안아주고 있는 바다까지.

싱그런 바람이 불어온다.

 

우리는 언덕위의 유스호스텔에 묵기로 했다.

비록 여러명이 한 방에서 자야하는 남녀 분리 도미토리에 삐그덕거리는 낡은 침대뿐이었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이래도 될 것 같았다.

다운타운에서는 약간 멀지만 방이나 식당에서 태평양과 금문교가 바로 내려다 보이는 곳,

넓게 펼쳐진 잔디밭이 있어 북적거리는 도심에 들어왔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조용하고 편안한 곳이었다.

 

체크인 시간보다 빨리 도착해서 호스텔의 마당에 차만 주차시켜놓고 걸어서 언덕 아래로 내려왔다.

금세 바다에 도착한다.

금문교가 바로 눈앞이다.

태평양과 바로 닿는 금문교 주변의 바다는 안개가 끼기로 유명한데 오늘은 화창하다.

바람도 거의 없어 바다조차 잔잔하고.

꾸밈없이 맑은 조카의 얼굴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다.

 

여기를 오면 배를 타야 하는데...

배로 금문교 아래까지 가봐야 하고,

저기 그 유명한 알카트로즈 섬에도 들어가봐야 하는데...

모두들 꼭 배를 타야겠다는 조바심이 전혀 없다.

우리야 90일이 넘게 미국을 여행해서, 아니 2년이 다되도록 세상을 구경하고 다녀서

여기서 꼭 배를 타야겠다는거나, 저기를 꼭 들어가봐야 겠다는 생각이 없기도 하지만

미국을 처음 나온 동생네 가족도 마찬가지다.

그냥 편안하게 즐기잖다.

저기 유유히 떠다니는 요트들처럼.

 

그래도...

알카트로즈는 영화 더 록(THE ROCK)으로 얼마나 유명한 곳인데...

알카포네 같은 유명한 사람들이 수용되어있었던 곳인데...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불과 2Km도 떨어져 있지 않은 섬인데도 해안의 높은 절벽,

주변 바다의 차가운 온도와 빠른 유속때문에 도저히 탈출이 불가능한 곳이라서 공포의 감옥소로 유명한 곳이었다는데...

여행을 갔다오고 나면 마치 확인 도장을 찍듯이 그곳을 뒷 배경으로 삼아 자신의 얼굴을 넣어야만 하는 다른 여행자들과 달리

동생네 식구들도 아주 오래된 배낭여행자처럼 느긋하다.

그냥 편안하게 걸어다니면서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잖다.

우리는 고맙다.

우리 식으로 여행을 함께 해줘서...

 

그래서 그냥 설렁설렁 걷는다.

조바심 없이 느긋하게, 눈길 가는대로 보고 발길 닿는대로 걸어가고...

 

그러다 문득 이런 풍경도 만난다.

몇번씩이고 바다로 던진 나뭇가지를 물고 되돌아 헤엄쳐 나오는 충성스런 개 한마리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또 다른  여행자를 물끄러미 보기도 한다.

그저 평안한 일상의 모습을...

 

추위도 잊은 채 바다 속으로 뛰어든 귀여운 꼬마아가씨를 보느라고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배를 타느라고 급하게 뛰어가지 않아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여유다.

 

배가 고프다.

뭔가를 먹어야 하는데...

피셔맨 워프로 가서 샌프란시스코에서 유명한 크램차우더와 게찜도 먹어야 하고,

캘리포니아에서 유명한 IN N OUT 햄버거도 먹어야 하는데.

 

중 1짜리 조카는 자기 영어 선생님이 인앤아웃 햄버거 이야기를 몇번씩이나 하더라고 꼭 먹어봐야 된단다.

거기 밀크쉐이크도 맛있대나?

 

인앤아웃은 얼리지 않은 고기, 생감자를 그 자리에서 썰어 바로 튀겨준다거나

싱싱한 야채를 듬뿍 넣어 맥도날드등 다른 햄버거와는 차별화 정책을 쓰고 있는 곳이란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후배도 캘리포니아에서는 이 햄버거를 꼭 먹어봐야 된다고 말하기까지 해서

우리는 동생 가족을 만나러 오는 길에 라플린이라는 도시에서 이미 체험(?)을 했었다.

그래봐야 결국엔 햄버거 일 수 밖에 없는 미국음식이지만

딱히 대표음식, 전통음식으로 뭔가를 내세울 게 없는 미국에서는

그래도 국민의 건강을 생각한 차별화된 햄버거전략은 사람들에게 맞아떨어졌는 모양이다.

상당히 인기가 있다.

맛도 맥도널드류보다는 훨씬 더 좋고 신선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매장안에 기다리는 줄이 어찌나 긴지...

결국 우리는 여기서는 포기하고 다음날 굳이 차를 몇십키로씩이나 더 몰아가서 사먹어봤다는...

아주 맛있었다는...

오늘은 그냥 입구에서 사진만 한장.

 

걸어 걸어 피셔맨 워프(Fisherman’s Wharf)에 도착했다.

바다색깔과 꼭 같은 푸른 하늘이 우리를 반긴다.

 

우리도 뭔가를 좀 먹어야겠는데...

그런데 사람들이 우찌 이리 많은지...

레스토랑 하나를 잡아 겨우 삐집고 자리에 앉아있어도

종업원들이 자리에 앉혀만 놓을 뿐 주문을 받으러 올 기미도 안보인다.

 

뭐야.. 이거...

이래도 우리가 여기 앉아서 먹으면 메뉴판에 붙어 있는 가격에 Tax도 더 붙여줘야 하고

택스는 또 그렇다 치더라도 무지막지한 팁까지 줘야하는 거 아냐.

무슨 큰 서비스를 받을수 있는 것도 아니겠구만.

사람이 너무 많아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는거는

안이나 밖이나 마찬가지겠구만.

 

그냥 박차고 일어나와버렸다.

몇년전에 이 곳에 왔을때는 그래도 저 안의 식당에서 해지는 노을을 바라보면 아주 고상하게 폼잡으며 먹었었는데

오늘은 그런 호사는 못부리겠다.

그냥 이런 북적거리는 곳에서 정신없이 시켜서 정신없이 먹어야 할 팔잔가보다.

 

우리도 조갯살이 들어있는 크램차우더도 시키고.

 

포동포동 게찜도 시켜먹는다.

길거리에 서서 우적우적... 그래도 달콤짭짤 고소하다.

빵도 맛있고.

 

다음은 피어 39의 유명한 바다사자를 보러간다.

미끄덩한 놈들이 떼를 지어 나무판때기 위에서 벌러덩 누워 코를 골고 있는.

 

천하태평인 녀석들을 천하태평인 여행자들과 함께 교감한다.

끙끙끙끙 이상한 소리를 내는 징그럽지만 또 한편으로는 귀여운 녀석들과 함께.

 

초콜렛 가게, 사탕가게도 기웃거리다 재미있는 걸 발견했다.

진주를 품은 조개(? 굴?).

얼마만한 진주가 나올지는 순전히 손님의 운이란다.

크기가 얼마만하든지 상관없이 한 알에 무조건 14.99달러란다.

오늘은 마침 동생부부의 결혼기념일이다.

부추겼다. ㅋㅋ

이럴때 진주를 선물받는 게 얼마나 낭만적이냐고.

샌프란시스코의 해안에서 진주를 품은 조개를 직접 골라 선물을 받는 결혼기념일.

결혼기념일이라고 꽃도 한번, 귀금속 한번 선물받지 못한 언니는 옆에서 동생부부를 부추긴다.

ㅋㅋ

제부도 선뜻 사라고 하고, 아들은 엄마를 위해 조심스럽게 조개를 건져올린다.

좋겠다~~~ ㅋㅋ

 

건져올린 조개를 두고 무슨 주문까지 외우게 하고

딸랑딸랑 종도 울리고 박수를 치는 빵빠레까지...

제법 큰 진주가 나왔다.

우와!!!

...

...

저렇게 끝났어야 했는데...

장난과 재미로 건져올린 저 진주 한알로 14.99달러에 끝냈어야 하는데...

ㅋㅋ

저 진주만 가지고 뭐하냐고요.

씹어 먹을 수도 없고, 그냥 장농 구석에 묵혀둘 수도 없고...

목걸이를 만들어라, 반지를 만들어라, 그도 저도 아니면 팬던트라도 만들라는 장사속이 드러난다.

제법 큰 진주를 받쳐주는 반지 링은 얼마, 목걸이 줄은 얼마...

ㅋㅋ

조카는 엄마 아빠의 결혼기념일을 축하한다며

며칠간 여행을 다니면서 기념품을 사겠다며 온갖 잔심부름으로 1달러 2달러씩 벌어 모은 푼돈까지 내어놓으면서

깍아달라며 판매원과 딜을 친다.

ㅋㅋ 기특한 녀석.

 

결국 결혼기념 선물은 단아한 진주반지를 만드는 것으로 끝났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장사속이었지만 행복이 가득 온다는 주문을 진주알 속에 고스란히 담아온 유쾌한 시간이었다.

 

샌프란시스코의 하루해가 저문다.

피셔맨 워프에서 다시 우리의 숙소로 돌아가는 시간.

붉은 저녁노을이 물든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또 다른 하루의 시작.

역시 언덕 위 숙소에서 바닷가로 걸어 내려온다.

겨울의 초입으로 들어가는데 샌프란시스코의 겨울은 우리나라처럼 매섭지 않다.

포근하다.

 

오늘 우리는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케이블카를 탄다.

샌프란시스코를 여행 오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땡땡땡 거리며 샌프란시스코를 언덕위를 오르내리는 케이블카를 탄다.

우리는 포웰- 하이드 (Powell- Hyde) 노선을 선택했다.

창문도 없는 케이블카. 밖에 매달려서 타는 케이블카. 하늘위의 줄에 매달린 케이블카가 아닌 땅위를 또각또각 가는 케이블카.

샌프란시스코의 사랑스러운 바람을 그대로 받으면서 내달린다.

 

땡땡땡땡 언덕길을 올라간다.

케이블카의 제일 뒷편에 선 우리들은 언덕을 오르면서 세상을 아래로 본다.

 

야트막한 언덕이 많은 샌프란시스코.

어느 곳으로 올라도 바다가 보인다.

멀리 알카트로즈 섬도 보이고...

 

샌프란시스코가 재미있다고 흥겹다고 생각이 드는 건

바로 이 케이블카를 탔을때다.

도시의 상큼한 공기가 우리 피부에 바로 와닿기 때문이다.

 

케이블카가 언덕위까지 올라오면 맞은편 다운타운쪽이 내려다 보이고

건물들 사이로 쭉 뻗은 길, 또 그 틈으로 바다가 보인다.

 

언덕위에 자리잡은 높지 않은 집들.

독립적으로 뚝뚝 떨어져 살고 있는 미국의 다른 도시들과는 다르다.

옹기종기 모여사는 유럽풍이기도 하다.

 

오르락 내리락.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샌프란시스코엘 오면 하루종일 케이블카만 타고 돌아다녀도 재미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 곳. 세상에서 가장 구불구불한 찻길.

러시안 힐의 롬바르드 거리다.

언덕이 많은 샌프란시스코가 만들어낸 세상에서 가장 흥겹고 사랑스러운 길이다.

이 거리의 아래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서있다.

내려가는 모습을 찍으려고, 내려오는 모습을 찍으려고.

그리고 한결같이 모두들 웃고 있다.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쌩쌩 달리는 차가 아니라 엉금엉금 기어오는 차들을 보면서

빨리 달리는 세상이 아니라 느린 세상의 즐거움을 맛본다.

지그재그로 마구 엉켜있는 길 앞에서도 사람들은 두려움이 아니라 유쾌함을 느낀다.

 

우리도 앞으로 꼬꾸라질듯한 이 언덕길에서 구불구불 엉금엉금 차를 몰고 내려왔다.

아래 위에서 지켜보고 있는 다른 여행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면서.

그리고 차에서 내려 다른 차들이 엉금엉금 기어 내려오는 모습을 보면서 또 한번 더 즐겼다.

 

이제 금문교를 넘어간다.

사랑스러운 도시 샌프란시스코를 바라다 볼수 있는 곳으로 간다.

여기서는 차를 쌩하니 몰았다.

이 다리위에서 사는 법은 쌩하니 ~~다.

ㅋㅋ

 


그런데 금문교를 걸어서 건너는 사람도 보이고 자전거를 타고 건너는 사람도 보인다.

안개가 낀 날은 상상도 못하는 길이라는데...

우리도 차를 세워놓고 제법 걸었다.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골든게이트브릿지를.

 

금문교를 건너와서 멀리로 바라다 보이는 샌프란시스코.

 

소살리토다.

바다 저 너머엔 샌프란시스코와 트레져 아일랜드를 연결하는 베이브릿지도 보인다.

 

우리의 여행이 끝나간다.

베이브릿지는 고작(?)  샌프란시스코에서 트레져 아일랜드, 오크랜드를 연결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제 미국 땅을 떠나 이 너른 태평양으로 연결되어 있는 한국으로 돌아간다.

태평양으로 연결되어 있는 내 나라 , 우리 나라 땅으로.

우리의 여행이 끝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