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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0 비행기만 봤다. 레이건 기념관

프리 김앤리 2010. 12. 5. 09:58

미국의 위대한 대통령 조지워싱턴과 링컨은 건국자이자 구원자였다.

모두가 그들을 존경한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그렇지 않다.

공화당 지지자들로 부터는 열성적으로 존경을 받지만, 반대당으로 부터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한다.

"미국 민주당은 케네디와 클린턴으로 먹고 살고, 공화당은 레이건으로 먹고 살고 있다."

워싱턴에서 공부하고 있는 후배의 말이다.

 

로널드 레이건.

1911년 일리노이주에서 신발세일즈맨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헐리우드에 들어가서 1937년에 처음 배역을 맡았었다.

총 50여편 정도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인기를 얻지 못했고,그후 TV쇼 진행자로는 이름을 날렸다.

처음엔 민주당으로 출발했으나 나중에 공화당원으로 변신하여,

1966년 외모와 말솜씨로 캘리포니아주지사로 선출되어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시작한다.

1980년 공화당 대통령후보가 된 레이건은 보수적인 정책을 발표하면서 카터를 압도적인 표차로 이긴다.

 

한때 그는 교양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진보적인 지식인들로 부터는 경멸도 받고, '상냥한 멍청이'로 놀림도 받았다.

그러나그는 어려운 정책의 내용을 단순하게 만들었고, 같은 생각을 반복해서 이야기하고,

익살스런 이야기체로 대화를 잘한다는 뜻으로 '위대한 전달자'로도 불리었다.

 

1981년, 영화배우 조디포스터에게 구애를 할 생각으로 한 명의 미치광이가 레이건대통령을 저격한다.

병원 응급실에 실려온 그는 의사들에게 " 당신들 모두 공화당원이기를 바라겠소"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 그의 연설은 대개 국민들이 겪을 만한 일상의 이야기로 구성되고 구체적 사례들을 잘 활용했단다.

그래서 레이건 이후의 수많은 정치인들이 그의 연설을 본뜨려고 애쓰곤 했단다.

 

LA 시내에서 북쪽으로 한시간 정도 거리의 시미밸리(Simi Valley)에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기념관이 있다.

 

공화당으로 존경받는 인물이어서 인지...

넓고 큰 미국땅이지만, 산을 통째로 사들여 기념관 부지로 사용하는 듯하다.

입구에서 차로 산을 올라가는데 돌아돌아서 10분이상은 올라간다.

내년 2011년이 레이건 탄생 100주년으로, 입구에 초대 워싱턴대통령으로 부터, 현 오바마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의 모습이 걸려있고,

기념관도 새롭게 꾸미는 중이란다.

 

크다.

터도 넓고 기념관도 크다.

산 꼭대기에 꾸며진 기념관이다.

주차장에서 기념관 입구로 들어가는 길은 '자유의 길'이란다.

 

학생들이 단체로 관람을 왔는지, 노란색의 스쿨버스가 많이 보인다.

 

레이건 도서관(기념관)의 정문도 크다.

 

정원을 지나 건물입구로 들어서려는데 자원봉사자가 인사하며 묻는다.

후원회원이 되면 오늘 당장부터 입장료가 공짜란다.

다시 올 곳도 아니고 마음도 별로 없고.... 당연히 Noek.

미국에 살고 있는 것도 아니고 머나먼 한국 땅에서 여행중에 왔다니까

별 영양가가 없다고 생각했다는 듯 다른 안내는 전혀 해주지 않고 그냥 들여 보낸다.

 

레이건 기념관의 배치도

내년 100주년 기념 준비로 일부건물은 수리중이란다.

보는 코스는 백악관 집무실, 로즈 가든, 레이건 대통령 전용기였던 에어포스 원,

베를린 장벽과 백악관 내부, 레이건무덤 등이다.

 

입장권을 사서...안내를 받는다.

인솔교사, 보조교사등을 포함해서 단체학생들은 무료다.

 

그래서인지 복도를 따라 에어포스원 전시장으로 가는데, 관람하는 학생들이 많다.

복도에는 아주 큰 사진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는데, 그의 두번째 부인이자 동료 영화배우였던 낸시여사도 함께 있다.

 

모든 면에서 카우보이 스타일을 좋아했고...

 

백악관 레이건 대통령 집무실(재현한 곳)

책걸상과 그림, 작은 소품들은 모두 레이건 대통령 재임시절에 그대로 사용하던 것이란다.

그런데 설명이 너무 길다.

불필요한 .. 세세한 것까지 알려준다.

약간은 피곤하다.

중간에 말을 끊고 나오려니 미안하기도 했지만,

구석구석, 또 사진 한장 한장을 다 설명하는데 듣고 있자니...힘들다.

설명을 강요하는 느낌이다.

차라리 설명을 간단하게 붙혀두면 될 터인데..

유난히 자원봉사자가 많아보인다.

그런데 느낌탓인지.... 조금은 딱딱하고 관료적인 냄새가 나서 우리가 자유롭지 못하다.

고용된 사람들도 있어보인다.

 

영화 배우출신 대통령이어서 인지, 사진에 나오는 레이건 대통령도, 배경도 좋다.

아주 자연스럽고 따뜻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띈 사진들이 많다.

 

우와 크다.

기념관내에 보잉707의 에어포스원과 전용헬기 등이 전시되어있다.

3층 이상을 털어서 전시공간으로 만들어진...

대통령기념관으로선 이런 기법이 엄청나지만,

뉴욕이나 워싱턴, 시카고 등의 항공 우주박물관에선 흔히 봐왔던 방식이다.

 

전용기 전시장 2층은 또다른 전시물들이 년도 순으로 전시되어있다.

레이건 대통령의 재임기간이었던 1981년부터 1989년까지...

그해에 어느나라를 방문했는지...

비행거리는 총 얼마인지를 보여준다.

그런데 의구심이 든다.

큰 비행기를 갖다놓고, 그 비행기로 얼마나 먼거리를 얼마나 비행했는지를 이렇게까지 설명할 필요가 있나?하는 생각이다.

물론 보통사람보다는 훨씬 많이 다녔겠지만....

바쁘게 전세계를 다녔다는 것을 보여주는것이 훌륭한 자료인가?

오히려 뭘 했느냐가 중요한 듯한데..

어쩌면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관람객에게 쉽게 설명하려는 것일까?

레이건 대통령이 쉽게 말했던 것처럼...

 

또 다른 쪽은 나라별로 언제 방문해서 누구를 만났는지...

 

중국에 가서는 만리장성도 둘러보고...파티도 하고..

 

소련에 가서는 고르바쵸프와 붉은 광장에서 사진도 찍고..

미소간 핵미사일 감축협상을 할때 인듯하다.

1988년 5월이면.... 소련이 붕괴되기 직전이다.

 

레이건의 업적중 가장 알리고 싶은 부분인 듯하다.

동서냉전을 끝내고 소련을 와해시키고 공산국가를 붕괴시켰다고...

베를린의 장벽을 사이에 두고 미군병사와 소련군 병사가 경비를 서고...

미국측엔 미국 성조기와 레이건의 어록이, 동독측에는 소련지도자의 말이..

 

1983년 레이건대통령은 미국을 선이라고 부르고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고 부르며,

이차대전후 가장 군비확장에 힘을 쏟은 대통령이란다.

또 남들은 보통 마이크 테스트를 할때 "하나, 둘, 셋..."이라 하지만,

대통령 재임 시절 그는 물론 농담이었겠지만 "5분후 소련을 공습하겠다."라고 했단다.

 

흔히 레이거노믹스로 알려진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정책으로 국가의 재정수입은 줄었지만,

막대한 군비를 지출하여 국가의 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레이건의 막대한 군비지출이 경쟁국인 소련의 군비지출로 이어지고,

막대한  군비가 부담이 되어, 마침내 소련이 붕괴된 것은 레이건의 전략이었다고 한다.

글쎄...

그의 정책이 소련붕괴의 여러요인중 하나일 수도 있고,

소련의 붕괴를 앞당겼을 수도 있지만...

레이건대통령의 전략에 소련이 붕괴했다는 것은...너무 끌어당겨서 해석하는 듯하다.

소련의 붕괴가 그의 업적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오히려 레이건 대통령의 운,

억세게 재수가 좋은 대통령으로 느껴진다.

소련의 내부사정이 복잡한 그 시점에 대통령을 할 수 있었던...

 

닉슨대통령때 이용된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보잉707

이후 포드, 카터, 레이건, 아버지 부시, 클린턴과 w 부시 대통령 등 7명의 대통령이 타던 대통령 전용기.

창밖으로 넓게 열린 경치가 보이고...

 

에어포스 원의 방마다 설명이 붙어있다.

 

대통령 전용기 내부사진 중 하나이다.

우리의 눈으로 보기엔 이상해 보이는 사진인데... 전시되어있다.

대통령과 참모가 대화를 나누는데,

대통령은 서있고, 한 참모는 앉아있고, 뒷편의 다른 참모도 마찬가지로 의자에 걸터앉아있다.

아마 미국인의 눈으로 보더라도 자연스러우면서 귀한? 사진이었는지..

아니면 레이건 대통령의 모습을 알리기 위해 전시해둔 사진인지는 모르겠으나 미국다운 사진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 전용기 바로 앞이나 내부에서는 사진촬영을 할 수가 없다.

대신에 사진사가 있어 사진을 찍어주고 아래층 데스크에서 사진을 찾아갈 수가 있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일층에는 카페와 맥주를 파는 Pub도 있다.

 

대통령 전용기를 보고 돌아나오면 복도 끝 정면에는 레이건 대통령의 사진이 크게 걸려있다.

어떤 관람객은 그와 손을 잡은 포즈로 사진을 찍는다.

 

백악관 내부 전시실로 가기위해서는 다시 메인로비로 들어가서 밖으로 나간다.

건물 밖으론 카페가 있고 사람들이 쉴 수 있는 테이블도 있다.

야트막한 산 정상에 기념관이 있어서 넓게 펼쳐진 시미밸리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Museum Store로 들어가면 레이건 대통령관련 책과 사진, 기념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백악관 전시실로 들어가면, 백악관의 모양으로 축소한 건물이 만들어져 있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준비로...

작은 백악관 모형내부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느라고 한창 바쁘다.

 

스페인풍 만들어진 레이건대통령 기념관의 북쪽뜰은 실제 백악관 잔디정원 처럼 꾸며져 있고,

 

시미밸리의 경치와 많은 꽃들로 레이건대통령 기념관은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품위있게 만들어져 있다.

 

한쪽 모퉁이에는 퇴임후 10여년간 알츠하이머병으로 앓다가 사망한 레이건대통령의 무덤이 있다.

"정의가 결국 이긴다"는 말과 함께...

 

레이건 대통령기념관에 가서 몇가지를 보고 싶었다.

하나는 이란-콘트라사건에 대한 것이었다.

이란-콘트라사건은 그의 재임시절에 발생한 사건으로,

레바논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을 중재해 주는 조건으로

레이건 정부가 이란에 무기를 판것이고,

그 무기 판매대금으로 니카라과의 반정부조직인 콘트라에 4800만 달러를 지원한 것이다.

당시 미국법은 "인질 석방을 위하여 테러범과 어떠한 협상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규정하고 있었고,

또 중재국이었던 이란은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나라였다.

이란-콘트라사건은 닉슨의 워터게이트사건 처럼 레이건대통령이 탄핵될 정도의 큰 사건이었다는데....

법원은 CIA요원 몇명만을 처벌했다.

 

아프카니스탄에서는 소련군에 맞서 싸운다는 명분으로,  9.11테러의 지휘자 오사마 빈라덴을 지원했었고,

82년 그라나다에 사회주의정권이 들어서자, 유학중인 미국학생들이 위험하다는 명분으로 그라나다를 무력침공했었다.

이런 이유로 레이건 대통령은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사고와 카우보이식 행동으로...

전세계에 사회주의 정권에 대항하는 단체나 조직에 자금을 지원하고, 마음에 드는 정권은 실각하지 않도록 보호한다고 비난을 받았었다.

 

또 다른 하나는 레이건대통령은 1980년 70세의 고령에 대통령이 되어서 유권자들에게,

"실업급여를 뜯어먹고 사는 기생충들을 일터로 돌려보내고, 반항적인 버클리 대학생들을 소탕하겠다" 고 약속했었다.

또 다른 곳에서는

"연방정부 직원이 250만명에 이르고 연방, 주, 지방을 통틀면 총 노동인력의 6명중 1명이 정부에 소속되어 있다”고...

큰정부라는 악에 대항해 싸우겠다"고 한적이 있다.

그리하여 당시 정부가 비대하고 쓸데없는 관료주의에 빠져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그러나 당시 연방정부 직원의 3분의 2정도는 국방부와 우체국에서 일했고,

주정부나 지방정부의 직원들 대부분은 학교선생님이나 경찰관, 소방대원들이었다고 한다.

결국 레이건 대통령은 정부의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 그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던 것이다.

레이건 대통령 재임기간이 8년, 그의 정책을 이어받은 부시대통령 4년...

합하여 12년동안 정부조직을 얼마나 줄였는지 궁금했다.

아니 8년동안 이라도...

 

레이거노믹스의 성과도 궁금했다.

세금을 줄이고 국방비를 늘여서 레이건 퇴임시 국채가 3배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어떤 자료와 입장으로 설명할까하는 것이 궁금했는데...

우리가 놓친 것일까?

아니면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준비하는 다른 홀에 있는 것일까?

국가적 자부심을 유난히 강조했던 레이건 대통령.

커다란 보잉 707밖에 볼게 없었다.

8년간의 여러가지 정책에 대한 설명도 진행과정도 없고...

엄청나게 큰 공간에 관람객을 압도하는 비행기만 본 것 같다.

허전하고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