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20101109 의식과 무의식의 차이, 로스앤젤레스 헐리우드에서

프리 김앤리 2010. 11. 24. 08:22

 

세도나를 떠난 우리들의 다음 계획은 조슈아 국립공원(Joshua National Park)이었다.

National 이란 말이 들어가기만 하면 어디 한 끝이라도 한다는 신념아래

처음 들어본 이름이지만 국립공원 이름이 붙은 조슈아엘 가자고 나는 고집했다.

그런데 세도나의 붉은 기운에 이끌려 왔다갔다 하느라 시간이 꽤 많이 지체되었나 보다.

세도나를 떠나 오로지 서쪽을 향해 해를 떨어뜨리면서까지 엑셀레이터를 밟고 달리고 달려도 조슈아는 너무 먼 곳에 있었다.

방이 있을란지 없을란지도 모르지만 조슈아 아래까지만 가보자라는 내 고집은 어느새 묻혀버리고

도대체 조슈아 나무라는 게 어떻게 생긴거냐, 그냥 나무만 빽빽하게 있는 거 아니냐,

정말 좋은 곳이었다면 이미 이름이 나있지 않았겠냐, 이렇듯 처음 들어본 이름일수가 있냐...

조심스런 불평들이 툭툭 터져나왔다.

그리고 결정적인 상황.

 간다고 그 동네에 우리를 재워 줄 숙소라는 게 있기는 하겠냐는 것.

그냥 허허벌판이면 이 깜깜 밤중에 어찌해야 하냐는 것.

배도 고프고... 이미 서산에 해는 꼴까닥 넘어가버렸고...

(아!!! 언제쯤이면 이 여행에서 '배도 부르고... 오늘 우리가 묵을 포근한 잠자리가 이미 정해져있고... '라는

 복에 겨운 탄성을 지를라나???)

 

그래서 결국 조슈아는 입 끝에서 맴돌기만 하고 근처까지도 못가고 Blythe라는 생전 처음 들어본 도시에서 하룻밤을 청했다.

그 저녁 어디를 가야 밥을 사먹을수 있을지도 모르고,

또 우리는 샌프란시스코의 후배가 하사하신 밥통에 밥을 짓고,

또 다른 하사품 한국 양념을 섞어 동생이 가져온 한국반찬으로 한끼를 떼웠다.

마당이 넓게 있는 호텔(? Days Inn)이었기 망정이지

김치냄새, 깻잎냄새, 고추장 냄새등 꼬리하고 짜리한 한국 반찬 냄새를 어찌  다 날려보냈으리...  

호텔에서 수집한 정보에 의하면  

죠수아 나무라는게 하늘을 향해 기도하듯이 뻗어있어 여호수아라는 이름에서 따왔다는 것,

그 나무들이 가득있는 공원이라는 것,

중간중간에 사막같은 광경이 보인다는 것,

예의 미국 바위들이 많이 나타난다는 것.

이미 다들 마음떠난 조슈아에 아직까지 둔치처럼 미련을 부둥켜 안고 있는 나 혼자만 사진속의 조슈아에서 서성거렸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냉정하게 조슈아는 제껴버리고 차를 몰아 로스앤젤레스로 입성한다.

아직까지 남아있는 친정아버님 하사돈으로 한인거리의 한국 식당엘 찾아가 거나한 점심을 사먹고 로스앤젤레스 길을 나선다.

아니 정확하게 헐리우드 거리로 간다.

 

'미국 헐리우드 거리'하면 딱 떠오르는 것.

유명 배우들의 손도장 발도장.

ㅋㅋ 그런데 오늘따라 손도장 발도장 거리의 일부만 공개하고 있다.

나머지는 무슨 공사중이라나?  

 

영화광인 제부는 제법 여러명을 알아보는 모양이다.

외국 영화배우는 커녕 한국 사람 이름도 제대로 다 못외우는 선천성 이름 문맹자 같은 나에게는

모두가 생소할 뿐이다.

그래도 이 사람, 워렌 비티는 알겠다.

영화배우이자 감독이기도 한 사람.

 

이 사람도 알겠다.

로빈 윌리암스.

이 사람 나오는 영화는 그래도 다 깔끔하더라는.

이 사람이 나왔다면 적어도 지저분하지는 않을거라는 확신이 드는 영화들, 아니 참 괜찮은 영화들.

나도 그 앞에 털썩 주저앉아본다.

 

키에누 리브스도 알겠고.

조카도 이 사람은 금방 알아본다.

한국 대발이들의 걱정을 한방에 날려버린 미국 신발가게에서 산 신발을 나란히 신고서.

 

(어찌 한국에서는 신발을 쬐그만 것들만 이쁘게 만들어 놓는지..

 여자꺼든 남자꺼든.

 우리같은 대발이들은 우리나라에서 신발 한번 살려고 하면 신발가게를 온통 다 뒤집어 놓아야하고

 그나마도 찾으면 다행이고 아니면 그런 큰 신발을 없다고 퇴짜를 맞기 일쑤인데

 여기 미국 신발가게에서는 신어보는 대로 다 쑥쑥 들어간다.

 우리꺼보다 훨씬 더 큰 싸이즈의 신발도 대빵 많아 오히려 우리 싸이즈가 아담싸이즈라던 것.

 미국, 다른 건 몰라도 신발가게는 왕 마음에 든다.

 우리처럼 엄청 비싸지도 않고...)

 

남편과 우리 둘은 그냥 헐리우드 거리를 왔다갔다 하기로 하고

동생 식구들은 몇군데 박물관을 들른다.

영화장면과 영화배우들의 밀랍인형을 만들어두었다는 왁스뮤지엄(Wax Museum)과 기네스 박물관에 들어갔다.

지네들 카메라에 여기 내부 사진도 많을텐데... 우리는 없어서 사진은 못 올린다.

영화를 좋아하는 제부는 안에 들어가니까 거기 전시되어 있는 것 중 안본 영화가 하나도 없더라던데...

 

하여간 왁스 박물관은 헐리우드 거리의 상징인 이 건물 바로 오른쪽에 있다.

여행할때는 저 건물이 뭔지 확실하게 알았는데

지금은 그냥 깜깜이다.

뭐였는지... 뭐 하는 건물이었는지...

무슨 역사가 있기도 했는데... 그냥 완전 먹통이다.

 

요즘 내가 이렇다.

기억하는 것 양이나 속도보다 까먹는 양과 속도가 훨씬 더 많고 빠르다.

그러니 책을 읽든 여행을 다니든 자꾸 뭔가를 집어넣어야 완전 텅텅 비지는 않겠지???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보다는 이해력과 통합능력, 포용력이 넓어진다니

모든 사람에게 다 공히 통용되는 진리라 생각하고 위안한다.

혹시... 포용력이 아니고 반대로 다른 사람 이야기는 전혀 안듣고 지 생각만 옳다고 우겨대는 똥고집만 느는 사람도 있다는데

내가 그 경우에 해당되는 게 아닐까 반성도 한다.

하루 하루 마음을 다 잡는 수 밖에...

 

anyway  헐리우드다.

반짝 반짝 잘 닦여진 바닥과 너른 길이다.

유명 배우는 보이지 않지만

마이크를 갖다대고 촬영하는 장면만 봐도 여기가 헐리우드라서 그런가 짐작한다.

 

창문없는 헐리우드 관광 버스가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고,

또 어느 길바닥에서는 누군가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또 누군가는 그걸 촬영한다.

 

네모낳고 노란 해면동물 스펀지밥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고

 

산만한 킹콩 발바닥에 내 깜찍하고(?) 귀여운(??) 발을 갖다대기도 한다.

 

초록얼굴 슈렉의 주먹에 뜬금없이 바위를 내밀며 가위바위보 놀이를 하는 우리들이다.

그래서 헐리우드다.

 

 

<이건 뽀~~너스... 의식과 무의식의 차이>

실제 사람크기와 똑같이 만들어 둔 마릴린 먼로 인형 앞에선 우리의 귀염둥이 조카.

아니!!! 그런데 그대의 손이 지금???

저녁에 숙소로 돌아와 다시 사진을 보던 우리들은 빵하고 터졌다.

순진한 청소년, 지는 아무 생각없이 인형 어깨에 털썩 팔을 걸치고 사진을 찍은 것 뿐인데...

아무런 의식없이...

괜히 어른들이 거기다 의미를 붙이고서는 폭소를 터트렸다.

 

그렇다면 그 아버지는?

단지 인형일뿐인데 어깨에 손을 제대로 얹지도 못한다.

의식하지 않은 순진한 청소년과 동방예의지국의 선비정신을 의식한 또 다른 한 사람,  순진한 어른과의 차이일 뿐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