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20101107 어느 청명한 가을날, 다시 그랜드캐년에 서다.

프리 김앤리 2010. 11. 12. 18:49

 

오늘은 맑았다.

하늘에 구름 한점도 없었다.

동생 식구들 덕분에 다시 한번 더 장엄한 그랜드캐년 앞에 섰다.

몇번을 다시 와도 참 좋은 곳이다.

 

그랜드캐년이 가진 모든 색을 다 볼수 있는 날이었다.

붉은 색과 푸른 색, 검은 색과 흰색, 그리고 초록빛 도는 회색까지.

 

다 함께 마음이 들뜬다.

 

저기 아래 있잖아, 저기.

평평하게 보이는 저 끝, 저기까지 우리가 걸어갔었다.

저 끝에 서면 그랜드캐년을 가로지르는 콜로라도 강이 흐르고 있단다.

 

그랜드캐년이 환하게 다 드러나려면 삼대에 덕을 쌓아야 한다면서요?

그럼 우리 할아버지부터 아버지, 그리고 내가 덕을 쌓았단 거죠?

...

건방을 떤다.

 

이것이 어디서...

자연앞에선 겸손해 져야 하는거야.

그랜드캐년에서는 겸손을 배워야 하는 것이야...

...

 

그렇지... 그렇게...

무서워서 아랫도리가 벌벌 떨려야 하는 것이야.

건방져선 안되는 것이라구...

 

림의 그 끝에 서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야.

자연의 역사를 생각하는 것이야.

맑음을 주신 오늘을 감사해야 하는 것이야.

 

몇달 새 벌써 몇번째 이 곳에 섰는가?

그 중 단 한번도 우리를 실망시킨 적이 없는 그랜드캐년이다.

우리를 감동시키지 않은 적이 없는 대단한 곳이다.

 

림의 저 끝에 서서 그 앞으로 펼쳐지는 대자연은 그 때마다 우리를 감동시켰다.

날씨가 맑은 오늘, 감동은 몇 배 더 크게 다가온다.

 

다시 한번 더 저 아래로 내려가고 싶다.

다시 한번 저 속으로 걸어들어가고 싶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감동에서 멈춰서 있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다음에 네가 다시 여길 올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저 속으로 걸어들어가길..

그래서 그랜드캐년이 주는 더 깊은 감동을 느끼시길...

 

차가 데려다 주는 그만큼까지만 서성이면서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그랜드캐년이 아닌

니 튼튼한 두 다리로 그 속으로 걸어들어가

뻘뻘 땀을 흘리며, 빨리 뛰는 심장 소리를 들으며, 목마른 갈증을 느끼며

어려운 일을 스스로 헤내는 환희의 감동을 느끼시길...

 

오늘은 저 아래를 굽이치는 강물이 있다는 사실을 그저 확인하는 데 그치지만

다음에 왔을때는 그 강물이 진짜 세차게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시길...

 

조카는 자꾸 저 아래에 있는 강물이 진짜 흐르는게 맞냔다.

아닌 것 같다고...

혹시 잘못 본 거 아니냐고...

전혀 흐르지 않는 것 같다고...

막 우긴다.(?)

 

흘러요, 흘러.

그 깊은 계곡 저 사이를 세차게 흐르고 있다니까...

아닌 것 같은데요.

그냥 물이 가만 담겨 있는 것 같은데요?

 

ㅋㅋ

우리는 저 속을 걸어갔다 왔었다.

우리 눈으로 저 협곡 사이의 강이 굽이쳐 세차게 흐르는 것을 보았단다.

우리 눈으로  인식되지 않는다고 어떤 일이 안일어나는 것은 아니란다.

자연은 우리가 눈길을 주지 않아도 묵묵히 제 할일을 하고 있단다.

 

그랜드캐년의 동쪽과 서쪽을 오가는 무료셔틀 버스를 타고 서쪽의 호피 포인트도 가고

해지는 시각이 멋있다는 야키포인트도 간다.

 

가는 길에 먹을 걸 달라고 벌떡 일어서서 두 손을 내미는 청솔모도 만나고

화들짝 놀라며 웃음 짓는 이쁜 언니도 만난다.

 

오랜만에 자매 둘이 나란히 서서 세상을 향해 소리도 질러본다.

 

바빴던 한국의 일상을 잠시 잊고 함께 환한 웃음도 짓고

 

새로운 아침이 다가와도 수염을 깎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마음껏 누리면서

 

그랜드캐년이 주는 깊은 감동 속으로 빠져든다.

 

청명한 가을 하늘을 그대로 담은 그랜드캐년 앞에 서서,

저녁 노을빛을 고스란히 다 담아낸 그랜트캐년 앞에 서서

그가 주는 장엄한 감동을 그대로 다 받는다.

 

너는 오늘 대단한 세상에 온 것이야.

...

아빠와 나란히 서서 세상을 바라보기도 하고

 

어느 새 엄마보다 훨씬 더 커버린 너는 엄마를 포근히 감싸 안아주기도 하는 구나.

 

이모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선 진지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구나.

 

그래!!! 이제  세상은 너의 것이구나.

너는 어느새 세상을 향해 자신있는 모습으로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구나.

니가 딛고 서야 할 넓은 땅, 넓은 세상.

너는 어느새 그  한가운데 서 있구나.

당당하고 멋있게 세상을 펼쳐나가는 모습.

우리 모두는 널 믿는다.

어느 청명한 가을날, 그랜드캐년 앞에 이렇게 서서...

 

*** 이 글은 부모님과 동생, 모두 미국으로 여행보내고

     강원도 어느 산골에 혼자 남아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또 다른 조카, 해인이에게도 보냅니다.

     사랑을 듬뿍 담아서... 믿음을 가득 실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