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20101104 동생부부를 만나러 가는 길, 몬테주마 캐슬 내셔널 모뉴먼트.

프리 김앤리 2010. 11. 10. 00:08

 

마음먹고 시작한 세계여행, 우리는 중간중간 여행을 같이 할 동행들을 만났다.
네팔의 안나푸르나는 선배와 후배가 합류해서 같이 산을 올랐고,
서유럽에서는 언니부부를 스위스에서 만나 이탈리아, 체코, 독일을 함께 여행했다.
그 중간에 코끼리 조카도 잠깐 함께 했고.
또 북유럽 여행때는 투어야 여행사의 손준호 대장이 합류해서 신나는 시간을 가졌다.
올해 아메리카 여행때는 코끼리 조카가 다시 여름휴가를 맞아 잘맞는 여행파트너처럼  함께  돌아다녔다.

 

이번에는 동생 부부와 귀여운 조카가 우리랑 여행을 같이 하기 위해 미국으로 날아온다.
전혀 계획에 없던 거였는데, 몸이 아파 잠깐 한국에 나가있는 동안
다시 여행을 나가겠다는 우리 이야기를 들은 동생이 '이게 웬 떡'이냐며 우리랑 함께 하겠단다.
마침 바빠서 이번 여름 휴가를 갖지 못했던 제부가 11월에는 시간이 난나는 거였다.
여행을 하면서 함께 여행할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건 우리의 복이다.

'어찌 이런 복이!!!'

굴러 들어온 복덩이에 신나하고 있는데 동생은 고맙게시리 자기가 떡 주웠단다.

ㅋㅋ

 

복많은 우리들과 떡주웠다는 동생부부가 만나기로 약속한 곳은 라스베가스 공항이다.
다시는 라스베가스를 가기 싫었는데,
열이틀밖에 시간이 나지 않는 동생네가 선택한 미국 서부 여행 일정을 고려하다보니
교통의 요지인 라스베가스가 최고라는 결론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토요일 정오까지는 라스베가스 공항에 도착해 있어야 한다.

 

어디를 거쳐서 라스베가스까지 돌아가야 하나...
아리조나주 투산에서 따진다면 서진 북상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아리조나주의 피닉스를 거쳐서?
그래 좋다. 이번엔 도시에 한번 적응해보자.
엘파소에서도 그랬고, 투산에서도 마찬가지로

번쩍거리고 바쁜 도시에 영 적응하지 못했던 우리에게 놓인 이번  관문은 피닉스라는 도시였다.

도대체 한국에서는 둘다 그 바쁜 생활을 어떻게 그렇게 척척 해내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도시 바보형'이다.


그래도 불사조라고 하지 않는가???
미국 서남부 여행을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나 피닉스를 간다고 하니까 우리도 적응해보자...
마음을 굳게 다져먹고 피닉스를 찾아간다.

 

피닉스...
아~~~
이곳도 아니다.
이건 더하다.
Loop라고 만들어놓은 도시 외곽 순환도로를 접어드는 순간 숨이 턱 막힌다.
차도 엄청 많고, 운전도 험하고, 쥐어짜듯 꽉 짜여져 있는 도시...
이건 아니다.
하룻밤만 자고 얼릉 떠나자.
아~~~


그냥 나와버렸다.
앞으로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절대적 적막 후유증'이라고 해야하나?
'우주바다 유영 후유증'이라고 해야하나?

'대도시 무시형'이라고 해야하나, '대도시 기피증'이라고 해야하나?
도무지 대도시를 버텨낼 용기가 나지 않는다.
이거 여행 마치고 돌아가서 다시 어떻게 정상인으로 돌아가지???

 

ㅋㅋ 모르겠다.
시간이 나는 한 최대한 자연을 더 돌아보자.

한국으로 돌아가서 다시 적응할 때 적응하더라도
동생 부부를 만나는 토요일 정오만 되면 다시 눈알이 팽팽 돌아가는 라스베가스를 가야하니까
그 전에라도 그냥 이 적막을 즐기자. 이 자연 속에 있다 가자.

 

그래서 들르자고 찾아 나선 곳이 Agua Fria National Monument다.
적어도 내셔널이라는 말이 붙어 있으니 생판 처음 들어본 데라도 뭐, 한끝은 하고 있겠지라는 생각에...

 

어라?
네비만 찍어놓고 무조건 시키는 대로 달려왔건만
그냥 허허벌판이다.
입구에 간판 하나 붙여놓고, 그 옆에 지도를 넣어놓는 박스가 있기는 하다만...
사막 한 복판에 그래도 Agua라는 말을 붙일 정도니
어딘가에 물이 졸졸 흐르는 푸른 낙원 같은 걸 상상하고 왔는데,
길은 완전 비포장에 그냥 물기 흔적만 조금 남아있는 개울 뒤끝이다.
그리고 덤불같은 바짝 마른 나무들만 조금씩 보이고...
지도에 트레일이라고 표시는 되어 있는데, 들어오는 길에 붙여 놓은 간판에 Shooting 어쩌구 저쩌구 해놓은 걸 보니
사람 흔적 하나 없는 이런 길을 걷다간 총을 맞거나 아니면 들짐승한테 낚이거나 둘 중에 하날꺼다.
목숨을 내놓을 정도의 매력은 전혀 없어 보이는 길이다.
헛방 한 방 맞고 그냥 돌아선다.

 

여기도 혹시 말짱 황 아냐?
마음 한 구석, 의심자락을 풀지 못하고 들어서는

또 다른 내셔널 모뉴먼트 몬테주마 캐슬(Montezuma Castle National Monument)이다.

 

오호홋ㅅㅅ...
여기는 좀 괜찮다.
완전히 황홀한 거는 아니고 괜찮은 편이다.

 

공원안의 시설도 괜찮고, 높은 바위 절벽에 남아있는 유적도 있고...

 

Sinagua 족의 집터란다.
Sinagua? 익숙한 이름이다.
플래그스태프에서 가까운 월넛 내셔널 모뉴먼트에서도 들었던 부족 이름이다.
바위 절벽에 굴을 파서 집터를 만들고 건너편 계곡에 있는 이웃들과 교신하는...
"순돌아!!! 우리 집에 놀러온나... 맛있는 고구마 구워놨다..."

 

높은 계곡의 절벽을 뚫어 집을 만들어놓은 양식도 같다.
제법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긴 하지만
더 살기 좋은 곳을 찾아 움직였던 먼 옛날 사람들의 이동방식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그래도 여기는 집터 바로 가까운 곳에 물이 있는 샘도 있다.
절벽으로 들어오는 햇살도 강하고.
주변에 있는 나무들에는 열매도 많이 맺었을 것 같다.
실제 지금도 이 주변에 살고 있는 동식물들의 분포를 보니 아주 다양하다.
수렵 채취, 농사를 하던 당시로서는 아주 부유한 부족이었는지도 모른다.

 

천년도 더 넘은 유적이니 집 내부나 외부가 저리 근사하게 남아있을리 만무하다.
미국 곳곳의 유적발굴과 국립공원 지정을 많이 한 테오도르 루즈벨트 시대에
이 곳도 발굴 개발하여 이후 보수 건설 유지가 계속 되어 온 곳이다.
그러니까 지금의 이 모습은
'옛날엔 이렇게 살았을 것...'이다.

가까이 가서 볼수는 없고 멀리서 올려다 볼 수 있는 이 유적도
고고학적 고증 끝에 절벽 위에 새로이 지어 올린 곳이다.
당시에는 물론 마찬가지고 지금의 시각으로 봐도 충분히 Castle이라는 이름이 붙여져도 좋을 정도로 화려하게...

 

아주 작고 근사한 몬테주마 캐슬을 보고 다시 길을 나선다.
떡 주으러 오는 동생 부부와 조카를 마중하러 복많은 부부가 다시 즐겁게 길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