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20101108 기를 듬뿍 받아라!!! 세도나

프리 김앤리 2010. 11. 23. 22:31

 

미국에서 돌아온 지 제법 여러날 되었다.

여행을 다닐 때는 하도 바쁘고 피곤해서 어디 한구석에 쳐박혀 며칠을 그냥 쉴 수만 있다면

블로그를 꽉 채울 멋진 글들이 줄줄 나올꺼라고 생각하면서

밤이면 졸리우는 눈으로 글을 써서 올리곤 했는데,

정작 한국으로 돌아와서 어디 구석에 쳐박힐것도 없이 시간이 철철 남아 돌았는데도

아무 글도 쓸수 없었다.

아니 하기 싫었다.

마치 폐인처럼 보냈다.

밥먹고 자고, 또 밥먹고 자고.

바쁜 여행중에는 억지로라도 시간을 내서 사진을 올리고 여행이야기도 정리할 정열이 있었는데

일단 여행지를 떠나와 보금자리로 돌아와 버리면 정열도 사라지고 어느새 여행의 감동도 줄어 들어버리는거다.

게다가 여행 막바지는 동생 식구들이랑 같이 해서

수다스럽고 정신없고, 번잡하면서도 달콤한 가족 관계에 빠져들어

저녁이면 하던 블로그 포스팅의 정열도 시들해버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다른 상황이 주는 그  달콤함이라는게

여행자들이 마땅히 받아야 하는 기본 감동마저도 줄어들게 만드는 묘한 역할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여튼...

마저 남은 미국 이야기를 이제서야 다시 올리기 시작한다.

그 때의 감동이 그대로 되살아날지, 아니면 다 까먹어서 순전히 소설처럼 써질지는 아직까지는 모르겠다.

 

"한참동안 아무 글도 안올라와서 형이 어디 다른 곳에 있나?"라고 생각했었다는 오늘 아침 후배와의 통화에서

누군가는 여전히 우리 블로그를 지켜봐주고 있었다는 생각에 새삼 책임감을 느낀다.

'참... 그동안 보고 있다고 댓글이나 달아줄 것이지...'

열흘 이상이나 피운 게으름에도 냉정하게 돌아서버리지 않고 여전히 다시 찾아와주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부디 그냥 눈팅만 하지 말고 댓글을 남겨주시라.

그 격려로 또 다시 힘을 얻는다면 여행하면서 느꼈던 감동이 기적처럼 되살아날지도 모르니까...

그 힘으로 쭉 앞으로 남은 미국 이야기를 쭉 이어나갈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한참동안이나 물 한번 안줘도 뿌득뿌득 푸른 잎을 달고 여전히 잘 자라고 있는 우리 텃밭의 깻잎, 방앗잎처럼

우리도 제 할일을 그저 하기는 하겠지만...

 

 

<미국에서 기가 가장 세다는 세도나>

세도나는 두번이나 갔다.

우리 둘이서 먼저 한번, 그리고 동생 식구들을 만나서 다시 한번 더.

좋은 곳은 여러번을 가도 전혀 물리지가 않는다.

세도나가 그랬다.

 

우선은 우리 둘이 먼저 간 세도나다.

 

아리조나의 피닉스를 지나 북쪽으로 올라가다가 만나는 세도나.

그랜드캐년에서 한참 남쪽으로 떨어져 있는 곳이지만 그랜드캐년의 바위들을 다시 만나는 느낌이다.

그랜드캐년은 높은 곳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협곡이지만

그랜드캐년의 그 속을 걸어가듯

 세도나는 협곡의 속살을, 바위의 옆면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랜드캐년의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던 사람들은 이 곳으로 오면 되겠구나.

아래에서 바라보던 그랜드캐년의 협곡이 바로 이랬다.

 

보통 미국의 국립공원들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과는 완전히 떨어져 있었는데

세도나는 자연과 마을이 함께 있는 곳이었다.

사람들이 그 속에서 살고 있었다.

아주 잘 가꾸어져 있는 바위 마을, 협곡 마을, 공원 마을이다.

전 세계 21개의 자기장 중에 5개가 흐르고 있다는 세도나.

볼텍스 자기장이 가장 강한 곳.

그래서 관광객은 물론 기 수련장도 많고 부유한 사람들이 별장을 짓고 건강한 노후를 보내는 곳이란다.

 

예민한 사람들은 세도나 지역에 들어서기만 해도 아주 강한 자기장의 기를 느껴 몸이 떨리는 것을 느낀다는데

우리는 아무런 떨림도 없다.

붉은 바위산과 대자연이 주는 강렬한 느낌만 있을 뿐.

아!! 그런데 하나의 느낌은 정확하게 있다.

마을 전체에 부티가 줄줄 흐른다는 느낌은 강렬하게 다가온다.

기는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세도나 지역에서도 볼텍스 자기장이 아주 강하게 흐른다는 벨락(Bell Rock)을 오른다.

기가 우리를 찾아와 주지 않는다면

우리 스스로 다가갈 수 밖에...

 

붉은 바위들이 예사롭지는 않다.

 

오늘은 햇살까지 강하다.

늦가을인데도 전혀 춥지도 않고.

 

과학적으로 생각해본다면 바위를 구성하고 있는 원소들중에서 불안정한 것들은

자연속에서 스스로 안정된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 속성들 때문에 위치 이동을 할 것이다.

자연속에서 방출되고 있는 방사능이라는 게 그런 게 아닌가?

이렇듯 붉은 바위들이 사방천지에 쌓여있으니 여기서도 뭔가가 방출되고 있지 않을까?

그 중에서도 세도나에는 다른 곳과는 다른 성분들이 있어서 볼텍슨가 뭔가 하는 것을 내뿜고 있지 않을까?

 

개뿔도 모르는 지식을 가지고 이 곳의 기를 진단한답시고 얼렁뚱땅 논리를 갖다붙힌다.

하여튼 사방천지가 강렬하기는 하다.

 

벨락의 너른 바위에 서서 두 손을 모아본다.

으으으으으~~~~

기를 모아본다.

그래도 요가를 1년이나 했었으니 뭔가의 조짐이라도 느낄 수 있겠지.

 

가부좌자세로 앉아도 본다.

 

그런데 정신 집중은 안되고 자꾸 앞에 펼쳐진 끝내주게 멋진 자연이 눈에 들어온다.

그들이 내뿜는 기는 모르겠고, 그들이 펼치고 있는 기막힌 세상의 강렬함에 혼이 빼앗긴다.

아름다움으로 가슴이 벅차오르고

지금 이 순간, 세상 어느 것도 안부럽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도 '기' 덕분일까?

 

그래!!! 됐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브라이스 캐년에서 보았던 후두스들 처럼 불쑥 불쑥 바위들이 솟아있는 곳으로 간다.

 

그랜드캐년 속을 걸어갈때도 보았던 지층대들이 이 곳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1Cm의 지층이 쌓이려면 일만년이 세월이 걸린다는...

 

마치 선을 그어놓은 듯한 선명한 지층을 본다.

수억년의 세월을 여기서도 만난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노란 꽃을 단 선인장도 만난다.

수억년의 세월과 지금 이 순간의 노란 꽃을 단 선인장.

과거와 현실의 공존이다.

 

아~~~ 멋지다, 세도나...

아~~~ 기분이 좋다, 세도나...

기다려!!! 며칠있다 다시 올께...

 

 

<가족과 함께 다시 찾은 세도나>

그랜드캐년에서 저녁 노을을 맞이했던 동생식구들과 우리들은

늦은 밤 꼬불꼬불 산길로 차를 몰아 세도나까지 들어와서 하루를 묵었다.

지난 번에 왔을 때 세도나 마을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보통 그랜드캐년의 베이스캠프로 정하는 플래그스태프를 마다하고 우리는 세도나를 선택했던 것이다.

이른 아침의 세도나를 보고 싶어서.

 

아침 일찍 눈을 뜬 우리 앞에 펼쳐진 세도나는 과연 멋졌다.

저 멀리 보이는 굴뚝 바위(Chimney Rock) 아래 숲 사이사이에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들이 보인다.

 

어느 새 떠오른 동쪽 햇살을 받아 바위들은 붉게 물들기 시작하고

 

해가 위로 올라가면서 점점 산그림자는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한다.

 

이른 아침밥을 먹을 우리들은 우리 숙소와 가까운 바위산엘 오르기로 했다.

세도나 지도에서 보면 볼텍스 자기장이 강한 곳에 회오리 무늬를 그려놓았는데

이 곳에는 회오리 무늬가 두개씩이나 그려져 있는 곳이다.

세도나 공항 근처 바위산이다.

 

"여기 세도나는 말야... 기가 아주 강한 곳이거든..

 그래서 전 세계에서 수련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이 모이는 곳이지. 이 곳의 기를 받으러..

 너도 여기서 기를 듬뿍 받아야 되지 않겠냐?

 아~~~ 우짜지~~~

 여기서 기를 너무 많이 받아서 니가 갑자기 공부를 너무 잘하면 우짜지~~~"

 

" 자 이렇게 기를 모아야 하는 것이야"

참.. 용쓴다.

나의 건강을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학기 중간에 체험학습으로 미국까지 여행 온 조카를 위한 포즈이기도 했다.

 

지난 번 미국 여행에서 만난 대학생 중 한명이 지금 베를린 공대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준다.

세상은 꿈꾸는 자에게 열려있다고, 그리고 그 꿈을 위해 노력하는 자에게 다가온다고.

 

특히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는 조카는 베를린 공대라는 말이 확 꽂히는 모양이다.

"우리는 니가 MIT 공대를 가면 보스톤으로 놀러갈꺼고,

 니가 베를린 공대를 가면 베를린으로 놀러갈꺼다.

 그러면 니가 영어, 독어 다 쓰면서 우리 데리고 다니면서 여기저기 다 구경시켜주라.

 혹시 니 자취방에 재워줄라나?

 기숙사에 들어가면 어떡하지? 그러면 호텔이라도 잡아주겠지???"

 

다시 한국에 돌아가서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은 지 몫이고

우리는 그저 우리가 알고 있는 이것 저것을 이야기 해줄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렇게 그 마음을 다잡기 위해 기를 모은다면 옆에서 그저 함께 해 주는 것 밖에.

 

개그맨 기질이 나의 절반도 안되는 동생은 우리들의 갖은 포즈를 멀리 한채

멋진 경치 사진만 찍는다.

공부는 지가 하는 거래나?

여기와서 기를 받든, feel을 받든 스스로 열심히만 한다면 이런 체험학습은 얼마든지 더 시켜줄수 있대나?

 

아유!!! 귀여운 자식!!!

 

이모부는 한 술 더 뜬다.

"있잖아.  여기 바위에서 기가 막 나오거든?

 바위에 머리를 갖다대면 머리가 아주 좋아진다니까???"

 

지 엄마 말마따나 기를 받든, 필을 받든

지금의 이 정성이 자기 성장의 또 한 귀퉁이가 되어

따뜻한 마음을 가진 당당한 청년으로

세상의 소중한 존재로 커갔으면 좋겠다.

 

여전히 기를 받고 있는 귀여운 녀석.

하기야 다른 애들이 한다는 외국 어학연수도 안했으면서

미처 엄마 아빠도 놓치고 못들은 비행기 기내 방송을 다 알아듣고

이것 저것 이야기를 했다는 거 보면

지금 이대로 쭈~~욱 열심히 한다면 베를린 공대가 별거겠냐? MIT 공대가 대수겠냐?

니 꿈은 니가 펼쳐나가야 하는 거니까...

 

세도나의 아침 기를 듬뿍 받고 다시 아래로 내려간다.

 

세도나에 있는 레드 락 주립공원으로 들어간다.

입장료를 받는 사람도 없이 스스로들 알아서 이름 적고 입장료를 봉투에 넣어서 박스에 넣으란다.

청소년과 함께 하는 이 여행.

양심불량은 없어야겠지.

 

붉은 바위산과

 

흰 바위산.

 

그 사이를 흐르는 맑은 시냇물까지.

온통 붉은 기운속에 묻힌다.

 

붉은 기운이 우리들을 밝게 만든다.

 

발걸음도 가볍게... 그렇게 레드락 공원을 돌아다니다...

 

붉은 바위 위에 지어올린 성당도 찾았다.

십자가를 바위 틈에 절묘하게 세워놓은 성당.

 

밖에서 보면 전면의 십자가가 큰 유리창 너머로 보인다.

 

성당 안에서 밖으로 보면 붉은 산이 그대로 드러나고

 

성당위에서 보면 아래 마을의 예쁜 집들도 보인다.

 

그리고 또다시 지난번에 올랐던 Bell Rock에도 올랐다.

지난번 내가 했던 것 처럼 벨락의 너른 바위에 앉아 다시 한번 기를 모으고.

 

너른 바위에서 자매 둘이 놀고 있는 동안

 

아빠와 아들은 벨락의 높은 곳을 오른다.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었는데

피곤해 하는 아빠 때문에 더 올라가지 못했다고 투덜거리기까지...

 

"그래? 너는 힘이 남았냐?

 너는 여전히 힘이 넘친단 말이지?

 그럼 한번 날아볼까?

 얼마나 기를 많이 받았나 한번 시험해 볼까?"

 

오잉???

하늘을 난다.

세도나 신공이다.

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세도나 붉은 바위 여기 저기를 한참 돌아다녔다.

기를 받았는지 어쨌는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세도나에서의 우리들은 펄펄 나는 듯한 기세였다.

 

마을로 내려왔다.

참 이쁜 마을이다.

 

마을 어느 곳에 서더라도 붉은 바위들이 올려다보인다.

 

배가 고프다.

밥 먹을 곳을 찾아야 한다.

 

식당을 찾았다.

관광지라서 그런지 음식값이 만만찮다.

그래도 괜찮다.

친정 아버님이 동생편으로 돈을 부쳐왔다.

딸, 사위, 손자까지 가는 미국 여행에 맛있는 거 사먹으라고 적잖은 돈을 보내주셨다.

작년 유럽 여행때도 아버지는 언니 편으로 큰 돈을 보내주셨다.

용돈을 드려도 모자랄 판에 우리는 여전히 팔순이 넘으신 아버지 그늘에 산다.

그 연세의 아버지께 얻어 먹을 수 있는 우리가 복이 많은 건지

팔순이 넘으셔도 여전히 자식새끼들 밥을 사줄수 있는 우리 아버지 어머니가 복이 많은건지.

배낭여행이랍시고 식당에 들어가면 늘 벌벌 떨던 그동안의 불안에서 벗어나

아무거나 막 시켜 먹는다.

고마우신 부모님들 덕분에....

 

아버지, 어머니... 정말 고맙습니다.

 

펄펄 날 수 있었던 세도나.

그건 단순히 여기를 넘쳐 흐른다는 기때문이 아니라

우리를 주변에 있는 모든 분들의 따뜻한 사랑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