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지금은 여행중 /9월 터키

꿀꿀한 아침, 웃자고 해보는 짓이다

프리 김앤리 2011. 10. 14. 11:49

 

오랜만에 비가 온다.

여행사 들어오고 나서 안 사실이다.

비가 오는 날의 여행사는 거의 휴무 분위기라는 것.

바리바리 울려대던 전화도 모두들 꿀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울림이 없다.

찾아오는 손님들도 당연히 없고.

여기서 일하기 전에는 도통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상황이다.

비가 오면 모두들 마음이 꿀꿀해지나?

마음이 우울해지면 '여행' 갈 생각도 없어지나?

하여튼 알 수 없는 일이다.

이것 보면 누구는 여행이 현실 도피라고, 우울한 일상에서 탈출하는 일이라고 강변하지만

여행은 쾌청한 현실에서 시작되는 것이고 

그 쾌청을 유쾌 상쾌 통쾌로 이어가는 선물이 바로 여행이라는 평소 나의 궤변이

역시 딱 맞아떨어진다.

(만구 나의 생각!!)

 

여하튼 현재 사무실은 완전 휴업 상태.

찾아오는 손님이나 울려대는 전화와 거의 상관이 없는 일을 하는 나도

갑자기 조용해진 사무실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딴 짓거리를 찾는다.

비오는 꿀꿀한 아침, 웃자고 벌이는 짓이다.

 

 

<9월 터키, 투어야 단체배낭 터키 2기>

굴욕이닷 !!

 

그래.

이 여자부터 시작하자.

그래, 내가 먼저 죽어준다.

나도 저렇게 자고 싶은 마음은 하나도 없다.

머리를 살포시 수그리고 고개는 약간 비틀어 아래로 내려 깔고 긴머리를 나풀거리며

입 가에는 미소까지 짓는 그런 모습.

침 안흘리고 있는 게 다행이다.

 

사실 저런 모습, 여러번 찍혔다.

내가 잘때 저리 굴욕스런 모습으로 잔다는 사실을 안 건 꽤 오래전의 일이다.

한번도 스스로는 본적이 없는 나의 또 다른 모습.

전혀 의식하지 않고, 꾸미지 않고, 조작질 할 수 없는 나의 순간.

뭐, 괜찮다.

여행을 떠나야만 들킬 수 있는 내 순수한 모습이니 말이다.

같이 여행을 간 사람에게만 들킬 수 있는 내 우스운 꼴이니 말이다.

그래도 이번 여행에서 어떤 분( 이 사진을 찍은 그 분) 한테 배웠다.

잘 때 마스크를 쓰고 자면 이런 모습 들키지 않는다고...

(그래서 사실 한번 해봤다.  그런데 숨을 쉴수가 없었다. 에라이 모르겄다. 아마도 다음에도 나는 또 저런꼴을 하고 다닐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잘때도 제법 조신하게들 자는구나!!!

 

언니!

나는 그래도 버스 안에서 졸 때 이리 잔다는 말이지,

언니처럼 누워서 잘때는 어쩌면 입을 안 벌리고 있을지도 몰라요.

근데 언니는 뭐,

번듯하게 누워자면서도 입을 다물지 못한다는 거지요?

그리고 언니, 궁금한게 하나 더 있는데요.

다른 사람들도 잘 때 언니처럼 저렇게 발을 180도 각도로 펼칠 수 있는건가요?

간호사 선생님이시니,

인간의 육체, 근육,구조  뭐 이런거 좀 더 잘 알고 계실테니

대답 좀~~~

(옆에 있는 여자의 상태는 알 수 없음.

 모자로 가리는 가증스러움이 가증스러움.)

 

잠을 자는 순간, 긴장이 풀어지고 뭔가 그 사람의  헛점을 노출하는 것은

어쩌면 가장 인간적인 모습일지도 모른다.

(잠잘 때 왕 *팔리는 꼴을 연출한 나의 궤변)

그건 한 인간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무의식중에 진행되고 있는 안면 근육의 직무 이탈.

그걸 굴욕으로 공개하는 것은 손해봐도 한참을 손해보는 일이다.

(애쓴다, 승란. 아까는 괜찮다며?)

 

언니들. 이런 게 진짜 굴욕 아닐까요?

남들 다 멀쩡히 눈뜨고 앉아있는 아침시간의 공항.

이건 왕창 비어있는 의자를 찾아 누워버리는 의식적인 행동.

이건 무의식이 아니잖아... 스스로 선택한 행동이잖아...

뮌헨 공항에서 우리들의 상태는 이러하였다.

누워서 잠들어 버린 그대들이 무척이나 부러웠다는 사실.

ㅋㅋㅋㅋ

 

난 때론 이런게 진짜 굴욕적인 사진이라고 생각하지.

멍때리고 있는 순간.

흑!!!

그래도 이 아~들은 멍때리고 있어도 이쁘다.

사실 나도 저랬으면 좋겄다.

이쁘기만 하면 모든 게 다 용서된대매???

 

이쁜 여자도 보자기 뒤집어 씌워 놓으면 이렇게 만들 수 있다아 !!!

게따나 이 보자기는 흉칙한 냄새도 났다는 사실.

아랫도리로 입고 있던  완전 촌스런 몸빼바지 까지 나왔으면 대박인데..

 

언니!

그 보자기로 이쁜 척 해봤자야.

그냥 양쪽을 질끈 묶을 것이지

무신 스카프처럼... 목엘 휘감고 말이야.

 

 

차도르란 무릇 이 정도 되야 하는 것 아니겠어?

얼굴 크기는 살짝 가리고 반짝이는 미모는 돋보이게 만드는.

 

하기야 빼어난(?) 미모가 중요한 것 맞는 것인지도 모른다.

열기구 투어, 막 마치고 나온 때라고 했다.

풍선을 타고 하늘을 날았다는 증명서(?)를 한장씩 받으면서

그날의 파일럿이 한명 한명 다 사진을 찍어주시더라고... 이렇게 말이다.

어깨에 손을 얹은 채 한명 한명 미소를 띄고서 말이다.

터키 남자들이 특히 여자들에게 끈적끈적 치근댄다는 사실은 익히 들어서

저렇듯 꽉 감싸 안아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꼭 그녀의 빼어난 미모가 뭔가의 작용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더랬다.

 

그런데 꼭 그건 아닌가 보다.

아무리 치근덕거리는 터키 남자라도 모두들 그렇게 꽉 껴안았던 건 아닌가 보다.

이 언니는 전혀 꽉!! 이 아닌데?

"당신, 오늘 비행을 아주 훌륭히 잘 해냈어" 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는 동작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영 찜찜!!!

그날 열기구 투어 한사람들 사진을 일일이 보니

이 남자가 유독 남자 1,2 호하고 언니한테만 엄지 손가락을 올렸더만.

팔 관절을 완전히 접지 못하고 말이야...

 

그치만 언니, 상관하지마.

아무에게나 찐득거리고 치근대는 터키 남자가 꽉!! 했으면 뭐하겠어?

혼자 있을 때는 이렇게 풀어지니 말이야...

 

근데, 이 언니는 또 뭥미?

드런 에페스 한잔에 이리 정신줄을 놓아버리니 말이야.

손은 또 왜 든건데?

하이 히틀러야 뭐야?

불그레한 얼굴을 강력하게 클로즈업 하고 싶은 걸 모질게 모질게 참았다우.

 

사실 파묵칼레에서의 우리들은 올라갈 때 부터 이런 조짐들을 보이기 시작햇다.

난생 처음 보는 신기한 대자연 앞에서

한낱 미물같은 인간들이 폼을 잡아 본들 무슨 떼깔이 나랴 포기하는 중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그리스녀. 지금 뭐 하고 있는 중이셔?

어이, 제일 오른 쪽 언니.

허벅지쪽으로 치마가 너무 올라간거 아녀?

 

거기서는 우리들만이 정신줄을 놓고 있는 것 아니었다.

자연속에 그냥 푹 파묻혀 있는 외국인이 신기해서 사진 한 장 찍어도 되겠냐고 물었는데

웬걸, 양팔을 버쩍 들고 만세까지 불러준다.

석고팩에 수영에 일광욕까지.

고마워요... 우리 그 때 다 같이 미쳤었나 봐요.

 

그러나 내가 생각한 이번 여행의 최대 굴욕 사진은 바로 이거다.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 사진은, 그냥  흔하디 흔한 로드 무비의 한 순간같이 보일지 모른다.

 누군가들이 여행을 왔다.

 그들은 길을 따라 걷는다.

 차가 다니지 않는 차도다. 

 둘이 둘이 걷는 사람도 있고 혼자 따로이 걷는 사람도 있다.. 뭐 그런.

 

그러나 우리들은 잘 알고 있다.

길을 잘못들어 걷고 있던 저 순간을.

엉터리 길을 갔다면 차라리 완전 엉뚱한 곳이 나와야

서바이블, 서프라이즈, 호러블한 일이 벌어지기라도 할 것인데

한 여름 뜨거운 아스팔트길을 터덜터덜 걸어가니

헉! 원래 그 자리가 나오다니...

지름길이라고, 대장만 믿고 따라오라고 큰소리 뻥뻥치며 사잇길로 접어들었는데

처음 바로 그 자리.

이게 바로 진짜 굴욕이다.

 

 

두 장의 이 사진은 팁.

뭔 설명이 필요하리오.

날으는 통닭.

퍼도 퍼도 마르지 않는 화수분의 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