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지금은 여행중 /9월 터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스타벅스점이 선물해준 터키인의 친절

프리 김앤리 2011. 10. 19. 06:00

 

<9월 터키- 투어야 단체배낭 2기>

 

 

처음부터 터키의 스타벅스점을 가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유럽과 아시아를 나누는 이스탄불의 보스프러스 해협 배를 타고

생각과는 다르게 너무 멀리 나와버린 거다.

1시간쯤 배를 타고 루멜리성쯤 내려서

이스탄불의 신시가지 탁심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자는게 원래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 배가 루멜리 히사르에는 들르지 않고 

거의 흑해에 닿아있는 루멜리 카바흐에만 선다는 것이다.

그래도 유럽 쪽에 내리는 것이 교통편이 편하므로 급히 내리는 지점을 바꿔서

Sariyer라는 곳에서 내렸다.

 

작년 겨울 이 무렵 어딘가에서 버스를 탄 듯도 한 기억이 가물가물, 길을 모르겠다.

ㅋㅋㅋ

배낭여행이니 나머지는 당신들이 돌아가는 방법을 찾아내라고 나는 배짱을 부렸다.

세상 어디에 인솔하는 사람이 이리 배짱을 부릴수 있겠는가?

ㅋㅋ

그래도 나는 믿는다.

이때는 이미 우리가 일주일도 더 넘게 여행을 한 시점이고

우리 일행은 모두 영민할 뿐더러 모험심도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우리의 귀염둥이 윤정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타벅스점이 이스탄불에 있단다.

그것도 방금 배를 타고 온 그 해안의 한 귀퉁이, 베벡에 있단다.

아무리 인솔자가 있어도 배낭여행이라고, 반드시 여행할 곳을 공부해 오시라고 귀뜸을 했기는 했지만

터키 가이드북까지 사서 베벡의 그 스타벅스점을 찾아서 포스트잇까지 붙여 놨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커피점, 베벡의 스타벅스점"이라고 이쁜 글씨까지 써서.

그래, 가자. 가보자.

가장 아름답다며...

모두들 동의했다.

베벡으로 가는 방법을 알아내야 한다.

이리저리 길을 건너고,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베벡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찾아낸다.

역쒸!!!

모두들 다 열성이다.

어디서 버스를 타면 되는지, 몇번을 타면 되는지.

친절한 터키 사람들은 손바닥에 버스 번호까지 적어주면서 우루루 우리들을 도와준다.

그런데 이 사람들, 걱정스런 눈빛으로 우리들을 바라본다.

이스탄불에서 버스를 타려면 악빌(교통칩)이나 버스 카드가 있어야 하는데 어떡하냐고.

우리가 타야하는 버스가 서자 기사에게 우리가 칩도 카드도 없다는 사실을 일러준다.

모르겠다.

하여튼 올라탔다.

1인당 1.75리라씩 모두 21리라.

다른 사람들은 모두다 뭔가 삑삑 찍으면서 올라타는데

낯선 이방인인 우리들은 차비도 안내고 그냥 우루루 올라탔다.

기사도 마찬가지고 버스 안의 사람들 대부분도 우리의 상황을 눈치챈다.

나는 내심 믿었다.

하여튼 저 사람들이 우리를 도와줄 것이다.

이게 배낭여행이다, 틀림없이 이들은 친절한 터키 사람들이 맞을 것이다.

올라타는 사람한테 기사는 우리를 가리키며 뭐라뭐라 하고, 사람들도 웅성거리고...

그냥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분명 저들이 어떤 해법을 가져다 줄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이쁜 모녀를 만났다.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라는 눈치다.

집단 무임승차를 한 우리들은 군데군데 자리를 잡고 아무 걱정없이 그저 차창 너머의 아름다운 경치를 느긋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이 와중에도 우리의 쩡은 영어를 잘하는 터키 할아버지를 사귀고 사진을 보여주고 또 예의 그 발랄한 웃음을 날리고 있었다.

 하여튼 대단한 여~자. 젊은이고 노인이고 할 것 없이 터키 사람들을 자기 주변으로 끌어들이는 놀라운 능력의 무서운 여~자)

 

몇번의 정류소를 지나쳤다.

그리고 어느 한 정류소.

우리에게 차비 21리라를 달라는 눈치다.

돈을 받아든 천사같이 이쁜 딸이 갑자기 버스에서 내려서 어디론가 마구 뛰기 시작한다.

빛의 속도로 달려간 그 딸. 다시 달려와 헉헉거리며 버스를 올라탄다.

그리고는 버스 입구의 기계에 삑삑 대기 시작한다.

한번, 두번, 세번... 열 두번까지. 삑삑삑삑...

한번에 12명을 다 계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일일이 말이다.

그리고는 돌아와 다시 앉으며 천사같은 미소를 빙긋 지어준다.

우리 차비를 계산하기 위해 요금 충전소까지 달려가 자기 카드에 돈을 충전해온 것이다.

아까는 아마 카드 잔액이 모자랐던 모양이다.

 

아~~

우리가 가고 싶었던 곳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스타벅스일 뿐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받은 선물은 아름다운 스타벅스가 아니라

터키 사람들의 따뜻한 친절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스타벅스가 선물해 준 터키인의 친절이었다.

우리의 귀염둥이 윤정이가 우리에게 선물한 터키인의 친절이었다.

 

여기서도 덧붙임)

 사진의 제일 앞쪽에 찍힌 무심한 터키 남자는 그렇다 치고

 왼쪽의 저 예쁜 분홍 꼬마의 눈길이 누구에게 꽂혀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