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지금은 여행중 /9월 터키

사진 한장의 에피소드 4 - 담배 권하는(?) 사회

프리 김앤리 2011. 10. 18. 06:00

 

<9월 터키 - 투어야 단체배낭 터키 2기>

 

터키로 여행을 떠난다면 반드시 한번은 해 봐야 된다고 생각한 것이 있다.

물담배, 나르길레 이야기다.

(나르길레에 관한 또 다른 나의 글  ☞ 나른한 나르길레의 추억 )

담배에 관해서만은, 특히 여성 흡연에 관한 한 여전히 완고한 한국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괜찮은 추억이 될거라는 생각에서였다.

그것이 굳혀져 있는 사회 통념을 깨부수는 일이라는 거창한 의미를 붙일 필요도 없었다.

더구나 일상에서는 힘든 일을 여행가서 한 번 해보는 특별한 체험이라는 요상한 의미를 붙일 필요는 더더욱 없었다.

그냥 한번 해보는 거다.

 

여성이라면 머리카락을 가려야 하는 히잡이나 차도르,

그보다 더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다 가려야 한다는 부르카를 쓴다는 이슬람 여성.

그래서 이슬람의 여인들은 완전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고

그들은 단  한 자락의 자유도 가지지 못할 것이라는 나의 선입견이 완전히 깨진 것은

거리의 까페에서  만난  여인들이 아주 느긋하게 물고 있던 물담배에서 였다.

이란에서 그랬고, 시리아에서 그랬으며 터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부르카를 뒤집어 쓴 여인이 물담배를 피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은 없다.)

단 한자락의 자유조차 가지지 못할 것이라는 이슬람 여성에 대한 관념이

담배에 관해서만은 달랐다.

 

세계 어디를 여행해봐도 한국에서처럼 담배에 관한 한 여성들에게 매몰찬 시선을 보내는 곳은 없었다.

그래서 더더욱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른다.

함께 터키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물담배 나르길레를 권해보겠다는 생각.

지난 8월, 함께 여행했던 11명의 여인들에게도 그랬고

이번 9월 여행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것이 알려진 바와 같이 사과향이 나는 달콤한 연기만은 아니었고

여행에서만 느낄수 있는 짜릿한 해방감이 아니었다는 것은 확실했다.

나르길레의 연기를 내 뿜으려면 우선은 힘껏 빨아당겨야 한다는 사실,

그게 그리 쉽지만은 않더라는 사실,

평소 습관이 되어있지 않은 사람들이 억지로 힘을 주어 물을 끌어올려야 해서

머리가 빠개질 듯이 어지러웠다는 사실,

옆사람이 내뿜는 연기가 달콤한 것이 아니라 아주 매케해서 오히려 역했다는 사실...

그러나 함께 여행을 온 우리들은

옆사람들이 과연 연기를 내뿜는데 성공할 것인가 혹은 실패할 것인가를 서로들에게 눈을 떼지 못했고

과연 자신이 한모금 가득 연기를 뿜어낼 수 있을 것인가 기대하면서 설레였다.

우리모두는 고작 한병의 나르길레를 돌려가며 누가 과연 가장 많은 불을 내뿜는 용가리인가를 시합했다.

웃겼던 건, '금연' 포스터가 뻔히 붙어 있는 식당안에서 우리들은 나르길레를 피었고

호텔의 주인, 스텝 할 것없이 모두들 꺼이꺼이 넘어가며 유쾌한 시간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이름하여 담배 권하는 사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