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지금은 여행중 /9월 터키

같은 곳을 바라본다는 것

프리 김앤리 2011. 10. 10. 08:59

<9월 터키, 투어야 단체배낭 터키 2기>

 

여행을 나가면 하늘을 자주 쳐다본다.

그것도 벌렁 누워서.

스페인을 여행하고 난 뒤에 생긴 버릇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가면 위대한 건축가 가우디를 만난다.

온 도시가 그의 작품으로 가득 차있다.

그의 건축물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아름다움은 모두 자연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시간이 나면 자주 찾았다는 바위산 몬세랏에서 그의 불멸의 건축물,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기본 설계가 나왔다는 것은 아주 유명하다.

벽을 타고 오르는 나뭇잎들, 거대한 동물의 발 같은 기둥들,

광장을 둘러싼 거대한 뱀 모양의 벤치, 파도처럼 물결을 이루는 저택...

버섯, 달팽이, 구름 ... 바르셀로나 도시 전체에 깔려있는 그의 건축물은 모두 자연을 담겨 있었다.

 

그 이후부터였다.

여행만 가면 아무곳에나 벌렁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기 시작한 것이.

일상에서야 '눕는다'는 행위는 하루종일 일에 지쳐있다가 밤이 되어서야 가능한 일이고

누워봤자 올려다 보이는 것 또한  맨날 똑같은 모습의 천정뿐이었다.

'지금 내가 천정을 올려다보고 있다'고 자각이라도 할 수 있는 날은 그나마 형편이 괜찮은 경우고

대개는 눕자마자 그대로 꼬꾸라져 자는 꼴이니

하늘을 올려다보네 어쩌네라는 것이 일상에서는 팔자 편한 소리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벌렁 누워서 하늘을 본다는 그 자체가 나에게 있어서는 어쩌면 

'여행 그 자체'를 상징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 하늘거리는 나뭇잎, 파란 하늘, 그리고 떠오르는 생각들.

 

이스탄불의 톱카프 궁전 잔디에 벌렁 누웠다.

다른 사람들도 같이 눕는다.

같은 하늘 아래 누웠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바람이 분다, 나뭇잎이 살랑거린다, 누군가가 생각난다...

 

그러나 이건 순전이 나혼자만의 감상이다.

같이 누웠던 다른 사람들은 이 순간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귓가에 살랑거리는 바람의 향기를 느꼈는지

흔들리는 나뭇잎 그 사이로 파란 하늘을 올려다 봤는지 알수 없다.

그리고 굳이 내가 알아야 할 필요도 없다.

내가 현재 느끼고 있는 감정을 강제할 필요가 없는거다.

그들도 각자 그들의 여행을 떠나온 것이고

매순간 순간 자신의 감정대로 느끼면 되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벌렁 누울 뿐이고

다른 사람은 또 자신의 의지대로 여행을 하고 있을 뿐이다.

 

또 어떤 이는 우리의 파란 하늘을 가로막으면서(?) 까지 

누워있는 우리를 찍는 그의 자유를 즐길 뿐이다.

 

각자의 자유와 각자의 하늘과 각자의 생각...

 

그러나 굳이 강제하지 않아도 우리는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각자 떠오르는 사람과 기억의 차이는 있었는지 몰라도

같은 시각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고  

어쩌면 바람의 색깔도  비슷하게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함께 여행을 떠나왔기 때문이다.

 

서로가 아무말 하지 않아도

 

우리는 어쩌면 이 순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같은 행복의 기운을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공감은

바로 직전

우리는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공간의 같은 장면, 같은 기운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함께 누워있는 우리들은

방금전까지 우리를 감동시켰던 하늘의 붉은 기운을 떠올리고 있었고

그 순간 치밀어 올랐던 격렬한 감동을 같이 나누고 있었다.

마치 서로들 전염이나 된 듯

행복 바이러스를 나누어주고 있었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장면을 같이 본다는 것.

 

같은 바람을 느끼고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

 

같은 마음으로 같은 순간을 즐기는 것.

 

우리는 함께 여행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