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지금은 여행중 /9월 터키

사진 한장의 에피소드 1 "With, Play, Game?"

프리 김앤리 2011. 9. 30. 06:00

 

<9월 터키 -투어야 단체배낭 터키 2기>

 

배낭여행을 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꼭 이렇게 말한다.

"영어를 잘하시나 보죠?"

ㅋㅋ

내 대답의 수준은 거의 비슷하다.

"안 굶어죽을 만큼요. 뭐, 생존영어라고 봐야죠."

생존 영어라...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단어가 튀어나옴을 의미한다.

다분히 적절하지 않아도 영어를 써야하는 순간의 상황이 뻔하니

사실 상대가 먼저 알아차려 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냥 대충 무대뽀로 밀어부쳐 세계 곳곳을 별 문제없이(?) 돌아다녔다.

 

그런 점에서 이번 우리 팀의 화려한 Lady, '쩡'의 무대뽀 정신은 나를 훨씬 더 능가했다.

4륜 구동차인 ATV를 타다가 시동이 꺼지자

같이 갔던 터키 친구에게 두말도 하지않고 손가락으로 ATV를 가리키며 '시동!'이라고 외쳤다 하지 않는가.

그러자 그 친구, 전혀 망설임이 없이 다시 시동을 걸어주더라 하지 않던가.

쩡의 능력은  파묵칼레 리치몬드 호텔에서 이미 그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자유시간을 가지기로 한 오전타임.

우리들 몇몇은 수영장에서 놀았다.

수영실력이라고는 겨우 물에 뜨는 정도이거나 아니면 발이 닿는 깊이에서 파닥파닥 거리는 정도였다.

수영장 저쪽에서는 마찬가지로 몇몇의 외국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공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데서 수구 하면 재밌는데..."

혼잣말처럼 남자 2호가 중얼거렸지만 그래도 그게 꼭 수구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은 아니었다.

그런데 어라?

우리의 쩡이 저벅저벅 물을 헤치고 걸어간다.

헉!

어느새 한 손 높이 공을 꿰차고 쩡이 되돌아온다.

"우리랑 수구하재요!!!"

뭣이라?

팀을 급조했다.

우리팀은 남자 하나에 여자 넷, 상대는 남자 넷.

벨기에 남자들이란다.

우리는 다섯에 걔네들은 넷이었다.

결과는???

ㅋㅋㅋㅋ 완패!

수영도 못하는 것들이 헤엄을 쳤겠냐, 그렇다고 키가 커서 걔네들 공격을 막아내기를 했겠냐?

아니면 팔에 힘이 있어 멀리 있는 골대까지 던지기를 했겠냐,

골대 앞이라고 해도 제대로 꽂아넣는 정확성이 있기를 했겠냐.

30여분을 물속에서 파다닥 거리기만 했을 뿐

물살을 가르며 헤엄치는 벨기에 사내놈들이 패스하고 받아치고 슛을 하는 완벽한 실력앞에 기만 팍 죽었을 뿐.

이건 완전 프로팀과 초딩 골목팀과의 대결이었다.

보다 못한 벨기에 여자 서넛이 물속으로 뛰어들어 우리 팀에 가세했지만 그때는 이미 패색이 완전히  짙어진 뒤.

그나마 남자 2호가 기적처럼 몇 골을 넣은 것 말고는

우리 골문 앞에서는 판판이 슛이 연출됐다.

실력은 개코도 없으면서 소리는 얼마나 질러댔던지

괜히 목만 쉬고 결국에는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져 우리는 완전 항복하고 말았다.

헉~헉~헉~

겨우 수영장 밖으로 기어나와 쩡에게 물었다.

"쩡! 그런데 너 쟤들한테 뭐라 하면서 수구하자고 했냐?"

"그거요? "

 그냥 위드, 플레이, 게임↗ 이라고 하니까  바로 OK~ 하던데요?"

빵!

완벽한 영어가 왜 필요하냐?

수구를 하고 싶다는 절절한 마음만 있으면 되지, 무신 거창한 영어가 필요하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