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지금은 여행중 /9월 터키

밍숭맹숭에서 찰싹!

프리 김앤리 2011. 9. 27. 06:00

 

<9월 터키 1 : 투어야 단체배낭 터키 2기>

 나는 단체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떼로 여행을 다니면 뭔가 어수선해지기 때문이다.

 내 나름으로 내가 내린 여행의 정의는 '선물'이다.

 조용히 마음맞는 사람과 오붓하게 떠나거나 혹은 혼자 떠나는 것이 바쁜 일상을 벗어난 내가 오롯이 그 선물을 독차지할 수 있었다.

 아주 거창한 뭔가를 얻어오지 못하더라도 24시간을 나의 의지대로 자유롭게 시간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한 달, 보름, 아니 단 며칠이라도 완전한 자유의 바람을 느끼고 돌아왔을 때

 나는 다시 바쁜 일상의 충분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떼로 다니는 단체여행을 싫어한다.

  

 그런 내가 사람들을 떼로 몰고 여행을 다녀왔다.

 그것도 돌아온 지 보름만에 다시 똑같은 코스로 떠났다.

 같은 역사, 같은 자연, 같은 건물들이었다.

 같이 여행을 떠나온 사람들만 달랐다.

 그러나 같은 곳이지만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낸 추억, 이전과는 또 달랐다.

 그들 각자는 자신의 여행을 함께 또 따로 열심히, 멋지게 자신의 시간을 만들어 나갔다.

 '단체'이지만 '배낭'이라는 단어가 들어있는 여행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2011년 9월 8일부터 9월 17일까지, 열흘간 함께 또 따로 만들어낸 터키 이야기를 지금부터 풀어낸다.

 우리 모두가 받아온 터키 여행의 선물 이야기다.

 

 약간은 낯선 듯, 우리는 공항에서 만났다.

 이제 저 비행기를 타면 터키로 들어간다.

 

 우리 앞에 어떤 시간이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어제까지 바빴던 각자의 일상을 잠시 떠올릴 뿐이다.

 '드디어 거기서 벗어났다'는 생각 뿐이다.

 

아직은 밍숭맹숭, 서먹서먹 중이다.

하루 온종일 같은 비행기를 타고 왔을 뿐, 아직도 우리는 서로의 이름조차 거의 알지 못한다.

셀축에서의 첫날 밤, 단 하루를 자고 나왔을 뿐이다.

 

여름 한낮의 뙤약볕을 함께 걸어오기는 했지만 아직도 우리는 각자 따로 놀고 있다.

같은 곳을 여행하고 있지만 각자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이 곳은 이오니아 문명을 꽃피운 곳, 2천년 전 로마 제국의 영광이 어린 곳,

입이 쩍 벌어지는 에페소 유적지라지만 아직 우리는 한참을 더 서먹서먹중이다.

 

 그랬던 우리가 함께 노을을 보았다.

 파묵칼레 저 멀리 산봉우리 너머로 해가 지는 것을 함께 보았다.

 몇몇이 짝을 이루어 이리 저리 만나고 소소한 때로는 깊은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문득 우리가 아주 까마득한 옛날부터 서로들 잘 알고 있었던 사이가 아닐까 생각했다.

 이 순간을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소중함을 느꼈다.

 " 아!!! 행복하다!!!"

 모두들 똑같은 생각이었다.   

 

또 어느 날 우리는 새벽같이 일어나 똑같은 하늘을 보았다.

동쪽 하늘이 붉어져 오면서 떠오르던 찬란한 태양, 우리는 같은 곳에서 숨쉬고 있었다.

누구랄 것 없이 모두들 바짝 붙어 이 아침을 즐겼다.

어느 새 우리는 하나였다.

 

같이 올려다 본  이스탄불의 파아란 하늘.

 

같이 즐겼던 보스프러스 해협의 시원한 바닷바람.

 

지금 이 순간, 우리는 각자 각자 따로 떨어져 섰지만

더이상 첫날의 우리가 아니었다.

같은 하늘과 같은 시간, 우리는 이 순간 불어온 바람의 향기를 비슷하게 기억하고 있다.

참 고맙다.

함께 여행을 했다는 것이...

 

<남자 2호가 서울의 어느 까페 전시회에 우리 터키 사진을 출품하여 전시된 장면>

 아주 여러장의 사진이 있어도 함께 여행을 다녀온 우리들은 다 안다.

 저 가운데 우리가 함께 했던 순간이 어느 것임을...

 다른 사람은 몰라도 우리는 그 순간을 함께 기억하고 있는 것.

 그래서 여행은 '추억의 공유'다.

 

^_^**  우리들의 터키 여행기는 앞으로도 쭉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