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지금은 여행중 /9월 터키

사진 한장의 에피소드 2 - 하나도 안 슬픈 '아리랑'

프리 김앤리 2011. 10. 5. 17:57

 

<9월 터키, 투어야 단체배낭 터키 2기>

이 사진 기억나요?

어디였는지, 어느 순간인지.

약간 느끼하면서, 치근덕거리기는 대마왕이었던 터키 남자가 써빙해주던 콩알만한 버스.

셀축을 떠나 파묵칼레로 왔잖아요.

데니즐리를 들러 다시 파묵칼레로 돌아와야 하는데 삼거리에서 우리를 낚아챈 더 콩알만한 돌무쉬 버스.

 

기억나요?

우리 12명, 중국인 4명, 브라질, 그리고 스위스 사람 1명씩.

이거 굳이 데니즐리까지 안가고 바로 파묵칼레로 데려다 주나보다, 기뻐했었잖아요.

 '우리 호텔은 파묵칼레에서도 10분정도 더 타고 들어가야 하는데

  이 정도의 친절이라면 그건 당연할 일. 고민도 말자.'

운전중이던 할아버지 기사는 우리더러 한국노래 하나 부르라 했어요.

아까 우리 짐 실어주면서 이효리 어쩌구 하면서 우리 기분을 살랑 띄워주시기도 했잖아요.

  '뭐 부르지? 한국 대표곡이 뭐지?'

  '아리랑? 그건 억수로 슬픈데?

   예전에 남미 안데스산 트레킹할때 예닐곱 나라 사람들 모여서 12월 31일 파티하면서

   우리나라 대표곡으로 아리랑 불렀는데 곡조가 어찌 그리 슬프던지.

   다시는 외국인들 만났을 때 아리랑을 안불러야지 생각했는데'

한국 대표곡으로 동시에 떠오른 건 아리랑이었다는 사실.

그런데

아리랑도 빠른 템포로 박수를 치며 부르면 그렇게 신나는 곡이 된다는 거 처음 알았어요.

이어지는 중국 노래, 브라질 노래...

 

그 때까지는 좋았지요.

버스 기사가 돈 몇푼 벌 요량으로 우리를 파묵칼레 여기저기를 끌고 다니기 전까지는 말이죠.

파묵칼레 설명해준다며 사무실까지 끌고 들어가 지도보고 설명하고,

다음 코스 버스표 끊어라, 내일 파묵칼레 투어해라,

중국애들, 브라질애, 스위스애 다 내려줄때까지 우리를 질질 끌고 다니고

파묵칼레에서도 10분은 더 타고 들어가야 하는 우리 호텔까지는 데려다 줄 생각도 안하고...

1인당 2리라면 가는 돌무쉬 차비를 80을 내라는 둥, 50을 내라는 둥

" 아! 이 자식아 우리를 내려 놓으란 말이야.

 우린 표 다 끊어 놨다구. 우리가 파묵칼레 투어가 왜 필요하겠냐구. 

 그냥 내려줘 !!! "

 

그 때 우리요, 굉장히 바빴거든요.

파묵칼레 5성급 호텔에서 제공하는 끝내주는 부페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날은 이미 저물고 시간은 자꾸 흐르고 있으니..

"이 자식아!! 우리를 내려 놓으란 말이야...'

아무 것도 못건진 버스 운전사가 파묵칼레 버스 회사 앞에 버리듯 우리를 내려놓은 시각은

이미 9시도 더 넘은 상황이었지요.

5성급 호텔 화려한 저녁 부페도 물건너 가는 시각이었지요.

아!!! 짧은 탄식, 긴 배고픔...

할수 없이 거기서 밥을 먹어야 했습니다.

조그만 식당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우리 호텔까지 가는 버스를 빌려놓은 파묵칼레 컴퍼니 아저씨의 부인이 운영하던 식당이었지요.

곱게 생긴 일본인 부인 말이예요.

소고기, 닭고기 비빔밥, 라면, 공기밥... 주섬 주섬 시켜놓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ㅋㅋㅋㅋ

그러나 제가 누굽니까?

주린 배를 안고 주문해놓고 있는 당신들을 두고 재빠르게 움직였죠.

급한 상황에서 어눌한 영어로 보이지도 않는 상대와 통화를 하려는 것은 바보나 하는짓.

진작에 안면을 터놓은  옆 호텔 알리한테 가서 터키어 통역을 부탁했지요.

리치몬드 호텔로 전화해서 '우리 오늘 못 먹은 저녁, 내일 저녁에 먹는다'고 전해달라며.

흑!

그러나 안된다는 겁니다. 그 호텔 규정이라나요?

흑! 나쁜 놈들.

다시 부탁했지요.

좀 늦게라도 가면 되겠냐고 물어봐달라. '부페 찌그러기라도 좀 주면 안되겠냐?'

알리가 급히 전합니다.

10시까지 호텔로 들어오면 저녁을 제공하겠다고...

 

오잉?

잽싸게 당신들이 앉아있는 식당으로 뛰어갔지요.

처리해야 일이 하나 더 남았어요.

식당 안주인 노리꼬 아줌마한테 지금 주문을 내일 점심에 먹어도 되겠느냐고 허락받아야 했어요.

이미 주문은 들어가고, 요리를 시작한 시점이니.

그렇게 하래요.

아~~~~ 이 순간 나는 또 느꼈어요.

 '이래서 터키, 터키 하는 거다. 마음좋은 터키 사람들...'

이제 바빠요, 바빠.

넋 놓고 밥만 기다리고 있던 우리는 후다닥 일어나 배낭을 챙긴다, 가방을 챙긴다,

또 나는 파묵칼레 컴퍼니 두루무스 아저씨한테 얼릉 차 불러달라고 말하고.

(그 와중에 우리 남자 1 2호는 오늘 저녁 함께 마셔야 한다며 맥주를 사오는 대단한 알코올 정신. 존경해요!!)

어둠속에 가방을 우겨넣고 사람도 우겨넣고 리치몬드 호텔로 달려갔지요.

로비에 한쪽 구석에 휙, 무거운 배낭을 던지고 지하 레스토랑으로 돌진 !!!

떡~~ 차려진 끝내주는 부페...

 

그러니까 저 사진은 약속대로  다음날 다시 찾아간 노리꼬네 식당인 거죠.

닭고기, 소고기 비빔밥, 신라면, 공기밥.

그 쫄깃한 맛, 기억나요?

 

^_^**  이 사진이 밥 먹기 전이냐, 먹고 난 후냐를 판단하게 하는 것은

         화장을 고치고 있는 여자들이어서가 아니라

         오른쪽 제일 앞에 있는 저 여자(누군지는 다 아시겠죠?)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자세히 보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