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지금은 여행중 /7월 크로아티아

선명한 혹은 흐릿한 기억 - 크로아티아 여행

프리 김앤리 2012. 8. 10. 15:33

<2012년 7월 투어야 여행사 크로아티아 단체배낭 1>

 

꼭 일주일이 지났다.

이제 겨우 일주일 밖에 안지났다?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다? 

어느 게 맞는지는 모르겠다.

언제 우리가 여행이라는 걸 했는지 크로아티아라는 나라가 까마득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플리트비체의 맑은 물빛이 바로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떠오른다.

 

하여튼

우리는 한국이 그렇게나 더웠다는 그 무렵 열하루동안 여행을 다녔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지 일주일, 이제는 견딜만한 바람이 아침 저녁으로 불어대고 있다.

올림픽이라는 새로운 변수만 빼고 나면 한국의 모든 것은 우리가 떠날 그 때와 다름없이 돌아가고 있다.

사무실은 여전히 바쁘고

TV나 인터넷의 뉴스들은 여전히 정신없고

해운대 밤바다는 하릴없이 돌아다니는 사람들 천지다.

아침부터 붉은 태양은 느닷없이 내 잠자리를 침범하고 저녁 무렵까지 식지 않은 햇빛은 노을을 달고 거실 끝까지 들어와 느릿느릿 서성인다.

 

일상으로 돌아와 그저 추억으로만 곱씹을 여행으로 끝나지 않고 다시 그 여행을 되돌아 보는 나의 부지런함을 격려한다.

"며칠만 기다리시라. 당신들에게 다시 크로아티아를 전해드리겠노라"고 ,"우리의 여행을 선물하겠노라"고

호기있게 약속해버린 나의 오지랖에 스스로 고마워한다.

스스로 만들어낸 오지랖 같은 의무감에 힘입어 오늘부터 ' 지난 7월23일부터 8월 2일까지 우리의 크로아티아 여행 이야기'를 시작한다.

 

오늘은 맛보기. 우리가 거쳐갔던 도시 떠올리기. 

중국 베이징 -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보스니아 모스타르 - 크로아티아 스플릿 - 트로기르 - 자다르 - 플리트비체,

그리고 크로아티아의 수도 쟈그레브까지.

때로는 흐릿하게 때로는 선명하게 어느 순간을 떠올린다.

 

아주 더웠다. 중국 베이징의 천안문 광장.

땀이 삐질삐질 흘러나왔다.

가쁜 숨에 얼굴은 붉어졌다.

 

설레었다. 크로아티아의 첫 도시 두브로브니크.

사진에서 보았던 그대로였다.

반짝반짝 빛나던 대리석, 바로 그 길에 우리가 서 있었다.

 

마음이 아팠다. 보스니아의 모스타르.

돌자갈 길에 심장이 뛰었고 손을 내미는 아이들 앞에서 당황했다.

 

자유로웠다. 스플릿의 성 도미니우스 성당 앞.

어디선가 노래소리가 들려왔고 머리 위로는 햇빛이 쏟아져 내렸다

 

그윽해졌다. 트로기르의 해안.

시원한 저녁 바람이 불었고 저녁 마실을 나온 그 동네 사람들처럼 우리들도 그들 속에 파묻혔다.

 

즐거웠다. 자다르의 태양의 인사.

해는 뉘엿뉘엿 넘어갔고 서쪽 바다는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아~~~ 뭐라고 말 못하겠다.

아름다웠다. 그저 아름다웠다.

하늘빛 담은 플리트비체 호수.

 

그리고 쟈그레브의 밤.

광장에는 어둠이 내려앉았고 그 동네 사람들은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갔지만

우리들은 마음은 여전히 요동치고 있었고 그 밤하늘이 아쉬웠다.

 

선명한 듯 흐릿한 어느 순간 순간.

우리가 기억을 하든 하지 않든, 우리들은 그 자리에 있었으며 흥분된 숨을 쉬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나는...

저 모든 정지된 화면보다는 그 속에 숨겨져 있던 소리가 더 선명하다. 

같이 하지 않으면 도무지 알 수 없는 소리의 기억... 그래서 소중한 추억...

 

두브로브니크 렉터 궁전의 연주회.

비록 우리는 머리통을 아래 위로 흔들어 가며 몹시 졸았지만

앵콜을 외치는 다른 관객이 아주 몹시 엄청나게 미웠지만...

궁전의 대리석 기둥을 돌아나오는 피아노 소리, 바이올린과 첼로 소리는 잊지 못한다.

 

그러나 그보다 몇백배 더 또렷이 기억나는 것은 고운이의 피아노 소리.

쟈그레브 미마라 박물관 전체에 울려퍼졌던 아름다운 선율... 그 순간의 경이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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