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지금은 여행중 /10월 터키

터키 여행이 즐거운 이유

프리 김앤리 2012. 12. 3. 16:22

[투어야여행사 2012년 10월 터키 단체배낭 4 - 터키 괴레메 우리 집 ]

 

처음 해외여행을 할 때는 그랬다.

내가 언제 여기 다시 와보겠냐고, 다시 오기는 힘들꺼라고, 그래서 기왕 온 김에 모든 볼 것을 다 봐야 하고

모든 할 것은 다 해봐야 한다고...

하루종일 다리가 뽀싸지는 줄도 모르고 걸어다니며 이것 저것을 눈에 넣고 다녔다.

그런데 그 때는 그리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문화생활의 차이도 사회관습의 차이도 시간이 지나면서 시들해졌고,

기억력의 감퇴와 비례하여 하나 둘씩 여행의 잔상은 지워져갔다.

특히 행군하듯, 입시공부하듯이 머리속으로 집어넣었던 지식의 타래들은 먼지처럼 흩어져버렸다.

그 뒤로는 행군하듯 하는 여행은 좀 시들해졌다.

물론 다른 이유중의 하나는 해외 여행이라고 하더라도 평생에 꼭 한번만 가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거였다.

평생 한번도 발을 들여놓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미국도 벌써 몇번이나 가서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아래 그 어느 모퉁이는 마치 내가 잘 알고 있는 동네같은 느낌이 들었고, 물가가 살인적이라 한번만이라도 족할 것 같았던 영국 런던도 이제는 익숙하여 아무런 혼돈없이 움직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아일랜드의 킬라니 어느 골목도 그랬고 꼴도 보기 싫었던 아테네의 뒷골목도 다시 둘러보고 있었다.

두번째 세번째 재차 방문하는 곳은 그래, 낯설지는 않았다.

'익숙'이라고 까지는 표현하지 못해도 바보처럼 빌빌거리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정이 들지는 않았다.

물론 라오스는 유럽이나 아메리카 대륙과는 다른 건 사실이다.

그곳은 익숙이라는 단어와 함께 '정'도 아직까지는 남아있었다. 

그러나 두번째 세번째로 넘어가면서 라오스는 내게서 점점 멀어져 가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수 없다.

라오스는 변해가고 있었고, 이전의 모습을 점점 찾아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더 크게 다가오니까 말이다.

 

그런데 처음이나 지금이나 매번, 항상, 언제나 좋은 곳이 있다.

터키다.

터키가 그렇다.

벌써 여섯번이나 갔다온 터키. 그곳은 갈때마다 따뜻하고 생각할 때 마다 그립다.

우리 사무실에 유럽을 십몇년동안 수십번씩 다녀온 대장들도 이렇게 말하지는 않는다.

갈때마다 따뜻하고 생각할때마다 그립다는 이런 지극 정성의 표현은 쓰지 않는다.

 

그러나 터키는 그렇다.

왜 그럴까?

가족과 같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우리 집이 있기 때문이다.

주진 언니와 하칸, 베킬이 기다리고 있는 괴레메의 우리집,

그리고 주주와 사비르와 그 귀여운 꼬마가 기다리고 있는 셀축의 우리집.

오늘같이 추운 날, 훈훈한 동굴, 내 방을 그리며 따뜻한 우리 식구들이 있는 괴레메의 집을 그리며 이 글을 쓴다.

 

두 번이나 잤던 제일 아래 우리방.

지난해에는 은, 진희씨와 함께.

이번엔 은주와 정례와 함께...

참 따뜻한 방이었는데...

맨발로 들어선 욕실 타일도 따뜻했고....

 

방이 따뜻해서 그랬나?

잘 자고 일어난 이 친구, 얼굴은 왜 이리 부은 것이야?

시차 때문이거여? 아니면 동굴의 묘한 기운 때문???

아니면 혹시...  BEER?

 

지난 여름엔 김쌤과 이번 가을엔 또 누군가의 방이었던 포근한 동굴 집.

 

헉헉거리며 올라갔던 계단.

 

어디를 돌아보아도 바위와 돌이었다.

뾰족뾰족 삐죽삐죽, 그리고 동굴.

 

우리를 맞아준 괴레메 우리 집은 눈부셨다.

 

괴레메 전체가 내려다 훤히 내려다 보이는 아름다운 언덕, 붉은 터키 깃발.

그리고 무척 조신하게 보이는 유리씨~~~

ㅋㅋㅋ

우린 이때까지도 그녀가 이런 느낌의 여자인 줄 알았어~~~ 그렇게 알았어~~~
 

밤을 도와 한국에서 날아온 우리가 터키를 처음 만나는 순간이었다.

 

역쒸~~~ 우리의 첫 만남은...

'Welcoming Drink!' 알싸한 터키 맥주, 에페스.

아!!! 목젓을 타고 넘어가는 그 시원한~~

그래~~~ 터키는 이런 거였어.

터키가 좋은 건 이런 것, 때문이었어.

언제든 들어서면 식구같은 따뜻한 사람들이 기다리는 우리집. 괴레메의 우리 집.

오늘 처음 만났지만 아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람처럼 좋은 사람들.

여행을 다녀온지 두달이 다 되어가는데도 여전히 기억나는 그들의 말투와 신기한 억양~~

"천만에요~~~"

 

 

어디에서 사진을 찍어도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은주씨가 그랬나?

지중해 Feel이 난다고???

괴레메의 제일 꼭대기, 오이씨가 앉은 저 자리는 진짜 완전 명당~~~

 

아무도 들여다 보지 않는다는 괴레메 그 골목도 예뻤지만

괴레메 우리 집은 그 자체로도 멋졌다는 거.

두 효진의 싱그러운 미소가 증명하고 있다는 거.

 

툭툭 치면 다 익은 호두열매가 떨어지던 나무와 그 아래의 진화씨.

 

사장님 베킬과 천진난만한 지애씨.

 

중간 계단 어디쯤의 쉼터, 여인들이 빛나던 쉼터.

 

아침 식사 시간과

 

용돈을 받으면서 좋아하던 그 자리.

그리고 하칸...

 

터키가 즐거운 이유는

따뜻한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괴레메의 멋진 우리 집이 있기 때문이다.

 

이상은 Traveller's Cave Hotel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니 괴레메의 우리 집 이야기입니다.